여이현은 온지유 앞으로 다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지유야, 우리 재혼하자. 같이 경성으로 돌아가는 거야.”이것이 여이현이 내린 결정이었다.가족끼리 단란하게 모여 사는 것은 온지유가 꿈에 그리던 것이었다. 그런데 현실이 되려고 하니 온지유는 믿어지지 않았다.그녀는 손을 뻗어 무의식적으로 여이현의 얼굴을 만지며 현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려 했다.온지유는 순간 목이 막혔다.그런데 그 순간 별이는 갑자기 발작 증세를 보이더니 고통스러운 얼굴로 변했다.“별아!”온지유는 소리를 질렀다.별이의 갑작스러운 상태에 온지유는 마음이 아팠다. 지금은 별이의 엄마로서 아이를 걱정하고 있다.온지유는 얼른 별이를 안았다. 온몸이 덜덜 떨려오고 있었다.인명진은 빠르게 다가왔다.“지유야, 일단 나한테 넘겨. 내가 치료해 볼게!”온지유는 아이를 인명진에게 넘겼다.하지만 여이현은 순간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별이가 브람 곁에 있을 때 정해진 시간에만 밥을 먹고 하루에 무조건 특별히 제작한 우유를 먹는다는 것이었다.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다음 순간 온지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지유야, 아무래도 별이를 데리고 아버지가 있는 곳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사흘만 기다려줘. 내가...”“별이한테 약이 필요한 거지? 이현 씨, 나도 같이 갈래!”별이의 상태를 보니 천식 발작이 아닌 어떠한 약물 반응 같았다.게다가 여이현이 내뱉은 말을 들어보니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다.여이현은 온지유를 힐끗 보더니 몇 초간 침묵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5년이나 지났던지라 온지유는 더 이상 예전의 온지유가 아니었다.다만 이번엔 제때 나타나지 못했기에 결국 온지유도 브람의 일에 휘말리게 되었다. 만약 온지유를 S 국으로 데리고 간다면 브람이 무조건...그 순간 귓가에 온지유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이현 씨, 나 버릴 생각은 하지 마!”“...알았어.”온지유의 확고한 눈빛에 여이현은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자신이 아무리 온지유
“네, 그럴게요.”인명진은 빠르게 대답했지만 온지유는 불만이 있어 보였다. 온지유가 말을 하려던 순간 인명진이 바로 그녀를 붙잡았다.“지유야, 지금 상황에서 네가 따라 들어간다고 해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거야. 그러니까 우리 이현 씨 말대로 여기서 기다리자. 걱정하지 마. 내가 여기 있는 한 어떤 약물이든 다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인명진은 입술을 틀어 물었다. 그는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 설령 그가 다시 약인이 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온지유는 인명진이 분명 자신을 도울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별이가 너무도 걱정되었다. 고작 5살 된 아이가 이런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그녀는 정말이지 대신 아파주고 싶을 정도다.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가슴이 아파도 감정적으로 나서면 아무런 쓸모도 없다는 것을. 반드시 감정이 아닌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했다.한편 여이현은 별이를 안고 브람을 찾아왔다.브람은 그가 찾아올 것을 예상하였지만 별이를 안고 찾아올 줄은 몰랐다.“아이를 데리고 갔으면서 왜 다시 안고 돌아온 거지? 넌 여기가 오고 싶으면 오고 떠나고 싶으면 떠날 수 있는 곳일 줄 아는 거냐?”브람은 뒷짐을 지고 서서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그는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여이현이 왜 자신에게 당당하게 대들었는지를. 알고 보니 이미 아이를 데리고 있었다.그런데...여이현은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시고 얼른 약 주세요. 어차피 저 말고도 자식이 둘이나 더 있으시잖아요. 그러니 저는 포기하시고 그 두 사람한테 물려줄 생각 하세요.”브람에겐 다른 후계자가 있었다.“내가 누굴 후계로 선택하든 내 마음이다. 네가 이래라저래라할 처지가 못 된다고 생각하는데. 약을 받고 싶으면 그럼 내 말대로 해...”“그럼 이 아이는 지유가 데리고 가게 해주세요.”여이현은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 아주 차갑고도 확고한 목소리로 말이다.브람의 비웃음은 더 짙어졌다.“넌 네가 그런 조건을 내걸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니?
주위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브람은 가만히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여이현은 별이를 꽉 끌어안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로지 눈빛으로만 모든 걸 설명하고 있었다.상황이 이렇게 되길 바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브람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얼른 약을 주세요. 전 처음부터 지금까지 화국인이었어요. 제가 여기에 있는 건 단지 절 살려주셔서예요. 전 다시 돌아갈 거예요.”“대통령님, 화국인이 우리나라에 있다니요!”“대통령님, 제발 다시 생각해 주세요!”...이 말들은 전부 브람의 충신들이 한 말이었다.브람은 여이현을 보았다. 여이현은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자신이 하는 행동이 잘못된 행동임을 모르는 것 같았다. 심지어 이것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잊지 마라. 너는 뭐라 해도 여기서 태어난 아이다! 만약 내가 화국으로 보내지 않았다면 너는 그때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었을 거다! 여이현...”“당연히 잊지 않았죠. 하지만 아버지도 잊지 마세요. 전 화국의 대장일 뿐 아니라 화국의 군대가 S 국을 공격하는 걸 원치 않으신다면 제가 하자는 대로 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제 아내와 아들이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전쟁을 일으킬 사유가 되거든요!”여이현은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브람의 눈빛이 험악하게 변했다.다른 사람들은 브람을 설득하기 시작했다.“대통령님, S 국엔 이미 수많은 적이 있습니다. 화국은 지금까지 저희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만약 화국까지 적국으로 돌린다면... 지금 저희 국정으로는 어림도 없다고요!”“대통령님, 제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브람은 그들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그래, 여이현. 네 뜻대로 해주마.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명심하렴. 모든 일이 다 네 뜻대로 되는 건 아니란다.”브람의 눈빛은 점점 서늘하게 빛났다.지금 이 순간 여이현은 느끼게 되었다. 브람은 더는 그에게 약을
만약 여이현과 별이가 S 국에 남는다면 온지유는 혼자가 된다. 그렇게 된다면 인명진은 지신에게 기회가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온지유는 혼자가 되겠지만 아마 고통 속에서 살게 될 것이 뻔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온지유가 즐겁고 행복하길 바랐다.인명진은 입술을 틀어 물며 앞으로 성큼 나섰다.“지유야,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그리고 법로도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잊었어? 내가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인명진의 말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 법로는 연구와 실험을 좋아했던지라 인명진을 약인으로 만들었었다.그렇다면 법로에게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온지유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을 느꼈다.“이현 씨, 우리 일단 Y 국으로 가자!”“그래.”여이현은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지금의 그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은 온지유였다.인명진은 그들을 따라갔다. 그의 목적은 하나였다. 온지유가 행복하고 잘 사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는 평생 이렇듯 그녀의 뒷모습만 봐도 상관없었다.별이가 깨어났다.여이현과 온지유가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을 본 별이는 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너무 기뻤다. 두 사람이 전부 자신의 곁에 있어 줘서.“꿈... 같... 아... 요...”별이는 힘겹게 말을 꺼냈다.온지유는 그런 별이의 손을 잡아주었다.“별아, 괜찮아. 이젠 꿈이 아니라 전부 현실이 될 거야. 엄마는 이제부터 별이 곁에 늘 붙어 있을 거고 아빠도 있어. 나랑 별이 아빠가 자란 곳으로 돌아가서 우리 별이는 학교도 다닐 거야. 별이가 튼튼해지면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어.”“네.”S 국에서 Y 국으로 가기엔 거리가 좀 있었다.하지만 여이현은 항상 최단 경로로 계산해 움직였다. 온지유가 별이를 안고 법로의 앞에 나타났을 때 법로는 그 순간 모든 걸 눈치챘다. 거기다 신무열이 그에게 온지유의 아이와 여이현이 죽지 않았음을 알렸기에 그는 지금 온지유에게 약속했다.“걱정하지 말아라. 아이는 나한
인명진의 말에 법로는 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법로는 알고 있었다. 인명진이 진심으로 온지유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설령 온지유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온지유가 행복한 모습을 보기 위해 그는 자신의 피를 뽑아주면서라도 온지유에게 소중한 사람을 구해주고 싶어 했다.하지만.온지유는 이미 인명진을 그저 친구로 여기고 있었다. 이것 또한 법로가 알고 있는 것이다. 온지유는 어릴 때 푸른 구슬로 만들어진 팔찌를 인명진에게 주었다.그것은 온지유 어머니의 유물이었다.만약 인명진을 희생해서 별이를 살린다면 온지유는 분명 슬퍼할 것이다.법로는 자신의 유일한 딸이 슬퍼하는 모습을 원치 않았다.그는 천천히 입을 열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널 봤을 땐 확실히 널 이용하려고만 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넌 율이의 친구가 아니니. 진심으로 율이를 걱정하고 잘되길 바라니 난 절대 널 희생할 수 없단다. 하지만 이 아이를 치료할 때 네가 옆에서 보조로 도와주렴.”“네.”인명진은 두말하지 않았다.법로는 별이의 구체적인 상태를 알아야 했기에 피를 뽑아 자세히 검사해 봐야 했다.온지유는 이번에 별이에게 피를 뽑아야 한다고 말을 했었던지라 별이는 얌전히 있었다.법로는 빠르게 검사를 진행했다.혈액 검사 결과와 종합 검진 결과를 보았을 때 그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별이는... 천식뿐만 아니라 심장병도 있었다.심지어 혈소판 응고 수치도...인명진은 검사 결과를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법로를 보며 뭔가를 깨달았다. 그가 검사 결과를 직접 보았을 땐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아이의 몸에는 성분을 알 수 없는 약물도 발견되었다.백혈병이 의심되기도 했다.아니,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었다.하지만 이런 결과를 온지유에게 알려준다면 온지유는 분명 충격받을 것이었다. 애당초 홍혜주는 아이가 살아있다는 말로 온지유에게 삶의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기 때문이다.백혈병은 골수가 일치해야 했다. 비록 법로와 여이현, 그리고 신무열이 다 가능성
“아니면 아버지가 여이현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걱정되는 거야?”신무열이 한 말은 한마디씩 전부 온지유의 가슴에 콕콕 박혔다. 그녀는 법로가 여이현에게 무슨 짓을 할까 봐 걱정하는 건 아니었다. 여하간에 지금 상황에서 법로는 여이현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신무열은 그런 온지유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나직하게 웃으며 말했다.“너도 아버지가 여이현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걸 알고 있는데 뭘 그렇게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있는 거야? 일단 푹 쉬어. 어차피 우린 널 속일 생각도 없어. 너는 우리한테 유일한 존재고 우리가 그간 못 해준 것도 전부 보상해줘야 하는 존재야. 널 해칠 생각은 하나도 없다고.”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신무열이 한 말을 전부 새겨들었다. 신무열은 그저 말뿐인 사람이 아니었다. 행동으로도 보여주었기에 그녀는 진심이라고 믿을 수 있었다.한편 여이현은 인명진과 함께 법로의 실험실로 왔다. 인명진은 안내를 마친 후 바로 나왔다.별이는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고 오른팔엔 링거를 맞고 있었다.법로는 검사 결과를 전부 여이현에게 건넸다.“별이는 조산으로 세상에 나온 아이라 질병이 많더구나. 심지어 백혈병도 있더구나. 네가 아이를 안고 네 아버지를 찾아가 해독제를 달라고 거래를 했을 때 네 아버지는 대체 이 아이를 어떻게 대한 것이냐?”이 말을 하면서도 법로는 다소 후회했다.여이현의 서늘한 눈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애당초 온지유가 독에 중독된 것은 흉터남과 홍혜주, 그리고 노석명 탓이었으니까.노석명이 살아있었던 건 그가 노석명을 너무 신뢰한 나머지 배신자일 리가 절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결국은 모든 게 그의 탓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엄청난 죄책감과 후회를 느꼈다.“일단 너와 별이의 골수 검사를 해보자꾸나. 만약 일치하면 좋겠다만, 아니라면 내가 다른 사람으로 알아보마. 하지만 난 이 검사 결과를 지유한테는 말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네가 대신 얼버무려줘. 그리고 나에 대한 좋
여이현은 온지유 마음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은 사람이었다. 그런 여이현이 법로를 도와준다면 모든 가족이 단란하게 모이는 건 시간문제였다.다만 법로도 여이현을 향해 보장했다.“걱정하지 말아라. 난 지유한테 진심으로 용서받고 그간 못 해준 걸 해주고 싶은 것일 뿐이니까. 그리고 별이는 내 손자이니 진심으로 건강해지길 바라고 있단다.”그 말인즉슨 별이를 치료하는 데 여이현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고 어떻게든 별이를 치료해주겠다는 의미였다.“네, 알겠습니다.”여이현은 나직하게 말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모든 의미를 담은 듯했다.다만 그와 별이의 골수는 일치하지 않았다.온지유 쪽에는...여이현이 말했다.“지유는 머리가 좋고 눈치가 빠른 사람이니 절대 지유를 불러 골수 검사하면 안 돼요.”만약 온지유가 알게 된다면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온지유의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알 수 있었다. 힘들게 찾은 아이와 겨우 행복해지나 했는데 아이에겐 질병이 많았고 상태도 많이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그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나도 알고 있다. 일단 별이와 골수가 맞는 사람부터 찾아야겠구나. 어차피 여긴 사람이 많으니 괜찮을 거다.'백 명 중에도 없다면 그럼 천명, 만 명, 십만 명을... 끌어와 검사해 벌 것이다. 분명 아이와 맞는 골수가 있을 것이니 말이다.여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별이의 곁으로 다가가 별이의 손을 잡은 후 손등에 뽀뽀를 해주었다.“별아, 이분은 네 외할아버지셔. 엄마와 외할아버지 사이에 오해가 아직 안 풀렸으니까 우리 별이가 도와줘야 해. 외할아버지는 나쁜 일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착해지셨거든. 외할아버지는 지금 별이를 치료해주고 있는 거야. 별아, 별이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엄마한테 비밀로 해주면 안 될까?”여이현은 느릿하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입가에 다정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온지유는.신무열이 줄곧 그녀의 곁에 있어 주었다. 심지어 누군가 세심하게 과일과 간식
온지유는 그들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뭔가가 싹 트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녀는 여이현이 없는 5년을 보내면서 용경호와 홍혜주에게서 좋은 소식도 들려왔다. 올해 연말에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었고 나민우 쪽은 집안에서 신붓감을 찾아주었다.그녀의 주위에 아직도 솔로인 사람은 성재민이었다. 성재민 쪽 상황은 사실 잘 알지 못했지만 인명진과 신무열에게 짝이 없다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김혜연은 비록 그녀와 불쾌한 일이 있긴 했지만 만약 두 사람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너...”신무열은 온지유를 부르려고 했지만 온지유의 걸음은 아주 빨랐다.김혜연은 그의 앞을 가로막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꼭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말이다.“도련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또 일을 망쳤네요. 전...”“넌 지금 너 때문에 지유가 화가 나서 자리를 뜬 게 안 보이니? 계속 쓸데없는 말만 할 거면 그 혓바닥 뽑아버리는 수가 있어. 알아들었어?”만약 김혜연의 아버지가 Y 국을 위해 헌신을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온지유와 다툰 순간 이미 그가 처리해 버렸을 것이다.김혜연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네, 알았어요. 그러니 도련님, 제발 화내지 말아 주세요. 제가 얼른 사라질게요. 지유 아가씨가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하면 바로 저를 불러 주...”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신무열은 자리를 옮겨버렸다.김혜연은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다짐했다. 아무리 신무열이 어려운 상대라고 해도 반드시 유혹하고 말겠다고 말이다....신무열은 온지유를 뒤쫓아 갔다.“어디 가려고. 같이 가.”신무열은 성큼성큼 따라갔고 이에 온지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제가 여기서 안 살아본 것도 아니잖아요. 저도 여기 규칙을 알고 있어요. 가지 말아야 할 곳은 안 갈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따라오는 걸 보면 저한테 뭔가 할 말이 있는 거죠?”온지유는 갑자기 여이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