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온지유의 머리를 덮고 있던 자루가 벗겨졌다.차 안에는 오렌지색 실내등이 켜져 있었고 안에 있는 남자들 모두가 총을 들고 있었다.온지유의 옆에 앉아 있는 남자의 옆머리에는 약간의 백발이 섞여 있었다.그쪽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남자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입을 열었다.“왜 우리가 널 잡아서 노석명과 맞바꾸려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머리를 굴렸다.그들이 자신을 노석명과 맞바꾸려는 게 아니라면 대체 목적이 무엇일까?그녀가 보도한 내용이 연합군의 이익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까? 이들이 연합군이라면 그녀를 잡아 Y국과 거래하려는 걸까?온지유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그녀는 아직 신무열과 법로를 한 가족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방금의 말은 일부러 이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신을 풀어주길 바랐기 때문에 꺼낸 말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 말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그렇다면 두 사람의 짐이 되기도 싫었다.“그게 아니라면 날 죽여요.”온지유는 몸을 뒤로 기대며 말을 던졌다. 그녀는 이미 각오를 한 상태였다.여이현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니 그를 끌어들일 수도 없었다.“안심해. 시간문제일 뿐이니까.”말을 마치고 남자는 온지유의 목을 손날로 내리쳤다.온지유는 곧바로 기절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해변에 도착했다.그들은 온지유를 차에서 끌어냈다. 온지유를 조각내어 바다에 던져 상어의 먹이로 만들 속셈이었다.하지만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다.“탕! 탕!”주변 사람들이 연달아 쓰러지고 남자는 뒤를 돌아봤다. 여이현이 총을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었다.남자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도련님, 저는 대통령의 명령을 받아...”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이현이 그의 무릎에 총을 쏘았다.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고 여이현은 손짓을 하여 부하들이 그를 끌고 가게 했다.해변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가운데 여이현은 온지유를 꼭
여이현은 그녀가 이 일에 연루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사건의 당사자는 바로 온지유였다.온지유에게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었다.여이현은 온지유가 고집이 세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지금 그녀가 매우 화가 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는 잠시 침묵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사람들은 내 친부의 부하들이야. 여진숙은 내 친모가 아니고 여재호도 내 친부가 아니었어. 내 아버지는 S국의 대통령이야. 그때 내가 강에 빠졌을 때 나를 구한 사람이 바로 내 아버지였어. 난 오랫동안 상처를 치료했고, 그 후에 아버지가 나에게 많은 것을 마련해 주었지... 지유 야, 그때 나는 아버지와 거래를 했어. 꼭 그에게 약속해야만 했던 일들이 있었어.”여이현이 죽지 않았음에도 그녀와 연락하지 않은 이유를 온지유는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이현의 입에서 직접 들으니 여전히 가슴이 저려왔다.온지유는 지금 바로 그를 끌어안고 싶었지만 결국 참아냈다.아이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내 아이는? 이현 씨, 나도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야. 내게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어. 우리 애, 진짜 죽은 게 맞아?”온지유는 여이현의 손을 꽉 잡았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듯했다.여이현은 온지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지유야, 그 아이는 이미 네 곁으로 보냈어. 나는 아이를 네 곁에서 잠시 머물게 한 뒤 이쪽 일을 정리할 계획이었어. 그런데...”여이현의 목소리는 더 낮아졌다. 이 모든 세월 동안, 그는 온지유에게 미안한 일만 해왔다.온지유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왜 그걸 이제서야 말해? 알아? 나 그 아이를 거의 버릴 뻔했어!”온지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친아들이 바로 별이었다는 것을.그래서 별이를 차마 버릴 수 없었던 것이었다.별이가 그녀의 손을 붙잡고 놓지 않으려 했던 것, 별이가 했던 말들이 다 이해되었다.온지유는 참지 못하고 여이현의 손을 붙잡고 세게 물었다.하지만 여이현은 눈썹 하나
온지유는 여이현을 밀어내며 말했다.“당신은 당신 일을 하세요. 아이만 죽지 않았다면 당신은...”“나는 어떻게 돼도 좋다는 거야?”여이현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그의 검은 눈동자는 온통 온지유에게로 향했고 그 속에는 붉은 기운이 서서히 퍼져갔다.눈 속에 슬픔이 피어올랐다.여이현은 온지유가 분노하고 그를 원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어쩔 수 없었다. 운명과 싸울 수 없었고, 불완전한 모습으로 그녀 앞에 나타날 수도 없었다.온지유는 숨이 막힐 듯했고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었다.그녀는 여이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의 이마에 있는 흉터는 그렇게 선명했다. 머리에는 이미 흰머리가 돋아 있었다.심장이 쓰라렸다.온지유는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다 당신만의 이유가 있겠죠. 나는 당신을 막을 수 없고 도울 수도 없어요. 지금은 내 아이를 찾으러 가고 싶을 뿐이에요.”지금 온지유는 빨리 별이의 곁으로 돌아가 어미로서 5년의 공백을 메우고 싶을 뿐이었다.여이현의 가슴은 통증으로 요동쳤다.온지유가 그를 원망하고 그에게 화를 내는 편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여이현은 더 말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목에 피비린내가 차올라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그는 억지로 숨을 가라앉히며 말했다.“먼저 뭘 좀 먹어. 필요한 걸 가지고 곧 돌아올게.”그는 죽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는 급히 방을 나섰다.문을 나서는 순간 여이현은 참지 못하고 피를 토해냈다.“도련님, 약을.”남자가 빠르게 다가와 작은 약병에서 세 알을 꺼내 여이현에게 건넸다.여이현은 약을 삼키고 벽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남자는 말했다.“대통령 측에서 더 많은 경호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도련님도 먼저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대통령은 온 힘을 다해 그가 후계자로 남길 원했고 지금 여이현이 빠지거나 대립하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을 테다.여이현은 단호하게 말했다.“나는 떠나지 않아.”온지유가 이미 외면한 지금 그가 다시 떠난다면 온지유는
온지유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 없이 남자를 응시했다.남자는 말을 이었다.“당신을 해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도련님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어서 온 겁니다.”온지유는 남자를 바라보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남자는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련님은 대통령에게 구출된 뒤 3년 넘게 침대에서 혼수상태로 지내셨습니다. 당시 심장 가까이에 총알이 박혀 있었고 몸 곳곳에 골절상까지 입으셨으며 멀쩡한 부분이 없었습니다.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서도 도련님은 마취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1년 넘게 재활과 수술을 이어갔습니다. 고통스러운 순간마다 도련님은 항상 당신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당신을 위해 대통령과 대립하려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제로 플랜을...”“신헌!”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이현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앞에 있던 남자는 반사적으로 군인같이 반듯한 자세로 일어섰다.여이현이 데리고 다니는 부하들은 모두 그와 같았다.방금 남자가 말한 이야기는 아직 온지유의 귀에 맴돌고 있었다. 여이현에게도 이유가 있어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을 거라 추측은 했지만, 그가 그렇게 오랜 시간 혼수상태였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오랜 재활과 수술을 견뎌낸 그도 분명히 고통스러웠을 것이다.“나가!”여이현은 다가와서 다시 한번 명령했다.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섰다.온지유와 여이현은 서로를 응시했지만,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둘은 거의 동시에 말을 꺼냈다.“그...”“먼저 말해.”둘은 잠시 멈칫하며 다시 침묵했고, 또다시 동시에 입을 열었다.여이현은 고개를 끄덕여 온지유에게 먼저 말할 것을 권했다.온지유는 잠시 침묵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이현 씨가 무언가 목적이 있어 그런 일을 한다는 걸 알아. 나에게 말하지 않은 건 나를 위험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겠지. 이현 씨 계획은 뭐였어? 이제 상태가 좋아졌으니 아이를 내 곁에 보내고, 당신은 일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혼자서 마지막을 맞이할 생
눈앞의 그는 진짜 여이현이 맞았다.온지유는 아무리 그에게 화가 나 있더라도 눈앞의 이 남자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여이현이 그녀 앞에서 죽음으로 속죄하는 것을 절대 바라지 않았다.그의 부하는 이미 모든 사정을 설명했고 여이현 또한 직접 해명해 주었다.온지유는 그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여이현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온지유는 여이현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으며 말했다.“이현 씨, 당신에게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 솔직히 말해서 난 이현 씨 아버지가 이현 씨를 구해준 데에 정말 감사해.”만약 그의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여이현은 진작 차가운 강물 속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온지유는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그를 안아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세상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이 훌륭하게 성장하길 바란다.더군다나 그의 친아버지가 대통령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그들의 위치는 다르다.특히 온지유는 이제 법로의 딸로 밝혀졌고 ‘악마의 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이현 씨, 별이를 내가 경성으로 데려갈 수 있을까?”온지유는 자신과 여이현 사이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왜냐하면 그 문제를 떠올리면 머리가 아프고 숨이 막힐 것 같았기 때문이다.별이가 그녀의 아이라면 전쟁 지역에서 데리고 나와 평화로운 지역에서 성장하고,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하고 싶었다.말은 없었지만 온지유는 그가 그녀를 더 강하게 끌어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온지유는 그가 망설이고 있음을 알았다.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여이현의 답변을 기다렸다.하지만 여이현이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문밖에서 그의 부하가 보고를 했다.“도련님, 대통령께서 오셨습니다! 대통령께서 그 여자를 데리고 나오라고 명하십니다!”대통령은 온지유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그 여자’라고 부름으로써 온지유를 모욕하려 했다.그러나 이에 온지유는 화를 내지 않았다.그녀도 이제 어머니가 되었고 부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법로의 잔혹한 행위들 만큼은 도저히
그런데 지금 여이현이 그가 했던 말을 똑같이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그가 했던 일을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다.여이현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손을 뻗어 온지유를 등 뒤로 숨겼다.“별로 듣고 싶어 하는 표정이 아니니 그럼 하던 일 계속하시죠. 괜히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지 말고요.”여이현의 말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도련님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그리고 이 모든 건 여이현이 등 뒤에 숨긴 여자 온지유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다.브람은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신 순간 여이현은 온지유를 완전히 등 뒤로 숨겼다.여이현의 눈빛은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눈빛이었다.브람은 잔인한 사람이었지만 여이현은 건강을 회복했고 또 그가 제일 아끼고 있던 아이였던지라 당연히 여이현을 향해 총을 쏠 수 없었다.“보아하니 죽는 한이 있어도 저 여자와 떨어지지 않겠다는 거구나. 그래, 네 짝이 되려면 그 자격이 되어야겠지. 우리 S 국의 국모 자리는 그렇게 쉽게 앉을 수 있는 건 아니란다!”브람은 시선을 돌려 온지유를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온지유는 여이현을 사랑했기에 당연히 여이현과 함께 있고 싶어 했다.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건 오로지 여이현의 아내일 뿐 S 국의 국모 같은 건 아니었다.그녀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전 그딴 자리 원한 적 없어요.”“저도 그딴 자리 물려받고 싶지 않아요...”하필 이런 때 여이현이 한마디 보탰다.여이현이 내뱉은 말과 냉정하고도 확고한 태도를 보니 브람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두 사람이 지금 나한테 사랑의 맹세라도 하는 거니? 왜, 지금 나더러 지금 증인이 되어달라는 거냐?”여이현은 이미 전부터 브람에게 분명하게 생각을 말했었다. 생각이 다르니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다고 말이다.하지만 그때의 그는 온지유를 찾아내지 못했고 온지유도 그가 죽지 않았다는 걸 몰랐다. 브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여이현이 온지유를 잊을 줄 알았고 점차 자신의 제안도 받아들일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보니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
온지유도 전혀 겁에 질린 표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이현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브람은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온지유는 느끼고 있었다. 브람의 눈빛에 도는 서늘한 한기는 마치 지옥에서 걸어나온 염라대왕 같다는 것을.브람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다. 전쟁 때를 제외하고 누구도 그의 앞에서 이렇듯 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럼 두 사람이 절대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야 할 거야...”“지유를 죽이려거든 저도 죽이세요!”브람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여이현은 화를 내며 말허리를 잘라버렸다.여이현은 아주 확고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그의 확고함은 눈빛 뿐만 아니라 온몸에서 느껴졌다.브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심기가 불편한 듯 입술을 일자형으로 만들었다.그는 여이현을 몇초간 빤히 보다가 결국 손을 놓았다.브람이 떠난 뒤 온지유는 여이현의 손을 잡았다.“이현 씨, 아니면 일단 S 국으로 돌아가서 아버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지유야, 난 일단 원래 하려던 일을 전부 끝내고 싶었어.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난 네 앞에 나타날 수 없었지.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난 절대 널 두고 갈 수 없어. 왜냐하면... 넌 지금 날 밀어내고 있으니까.”이 말을 꺼낼 때 여이현은 마치 목에 무언가가 막혀버린 것처럼 아프고 꺼내기 함들었다.심지어 누군가 날카로운 것으로 그의 심장을 후벼파는 것 같기도 했다.온지유는 그를 위해서, 그의 안전만 생각하고 밀어내는 것이었다.그러나 그녀와 헤어져 있던 5년 동안 너무도 고통스럽고 괴로웠다.눈을 뜬 뒤로 그는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았다. 전부 온지유를 위해서 말이다.그런데 온지유가 헤어지자고 하니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온지유는 목이 너무도 아팠다.손을 뻗어 여이현의 얼굴을 만졌다. 손끝이 그의 이마에 있는 흉터에 닿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여이현이 버텨온 고통들이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그녀의 머릿속에 재생되었다.그 수많은 고통스러운 밤을 그가 어떻게 버텨왔는지 모른다.그가
지금 신무열은 일단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며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그가 한 말은 별이에게 효과가 있었다.하지만 음식을 먹는 것 외에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신무열은 그런 아이를 보며 순간 망설이더니 인명진에게 연락했다.인명진은 빠르게 그의 전화를 받았다.“네, 도련님.”“지유가 나한테 아이를 맡겼어요. 하지만 이 아이가 말을 하지 않네요. 내가 보기엔 분명 뭔가가 있어요. 혹시 요즘 S 국에 있어요? 그런 거라면 와서 한번 아이를 봐줘요. 문제가 있는지.”온지유가 S 국에서 종군 기자로 일하면서 인명진도 따라 이사를 했다. 그는 이곳에서 작은 진료소를 열어 근처 주민들의 병을 치료했다.인명진이 온지유를 향한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 알았던지라 법로는 인명진의 신분을 바꾸어 평범한 사람으로 지낼 수 있게 해주었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인명진은 평소에서 진료소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었지만 자주 시간을 내서 온지유를 보러 왔다. 하지만 온지유도 바빴던지라 매번 만날 수 없었다.그래서 그는 매번 먼저 연락하면서 온지유가 있는지 물었다.온지유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했지만 온지유는 답장하지 않았다. 바쁘게 지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지라 매번 문자 보내면 방해가 될 것 같아 문자도 줄였다. 하지만 신무열이 그를 부르면 그는 바로 달려갔다.여하간에 신무열은 온지유의 오빠였으니까.인명진은 정확히 반 시간 후 신무열 앞에 나타났다. 별이를 본 순간 인명진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신무열은 그런 인명진의 모습을 바로 눈치챘다.“왜요. 뭐 문제 있어요?”인명진은 이상하게도 눈앞에 있는 아이가 어린 시절 온지유와 너무도 닮아 보였다. 그때의 온지유는 어둠 속에서만 살던 그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던지라 어린 시절 온지유의 모습을 잊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어른이 되어서도 그는 자주 온지유의 모습을 떠올렸다. 특히 온지유의 두 눈을 그는 아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온지유가 낳은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죽었다고 의사가 진단을 내렸다. 여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