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37화

여이현은 이런 온지유를 차마 지나칠 수 없었다. 5년간 온지유는 전쟁터에서 힘겹게 살아 남아왔다. 깨어나고 온지유의 위치를 확인 한 뒤 여이현은 바로 온지유의 곁으로 향했다.

만나러 오지 않은 게 아니라 오지 못했던 것이다. 감히.

온지유는 더 이상 그의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

“맞아. 내가 협박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아직 그 가면을 쓰고 우스운 연기를 계속하고 있었겠지. 나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여이현은 분명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모든 재산을 넘겨주고, 모든 길을 터 주 고, 준비를 해두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이현은 그녀를 몇 년이고 내버려두고 사라졌다. 소식을 들려주기만 했어도 온지유가 이렇게 마음을 썩힐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무너질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여이현은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에 뭐라도 걸린 듯 먹먹했다. 여이현은 숨이 막혔다. 한마디도 말을 건넬 수 없었다. 그대로 온지유를 확 안아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온지유가 아직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은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이현 씨, 대답하라고! 아무 말이라도 하란 말이야!”

온지유는 악을 쓰며 다시 고함을 질렀다.

온지유는 눈을 붉히며 여이현을 바라봤다. 눈물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주체할 수 없었다.

여이현은 숨을 내리쉬었다.

발걸음 소리를 들은 여이현은 급히 다시 가면을 썼다. 그는 온지유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지유야, 널 안 찾아온게 아니라 여러 사정 때문에 못 찾아온 거였어. 여기서 잘 지내야 해.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있으니까 다 끝내면 꼭 다시 돌아올게.”

말을 마치고 여이현은 온지유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나버렸다.

여이현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온지유는 숨을 멈췄다. 단숨에 주위의 모든 공기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온지유는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땅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율아!”

조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