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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남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온지유가 그의 가면을 힘껏 벗기려던 찰나, 남자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사람 잘못 보신 겁니다. 전...”

“제가 잘못 알아본 거라면 당신이 저를 구한 이유는 뭐죠?”

남자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온지유는 그의 말을 끊었다.

온지유의 검은 눈동자는 남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은색 가면을 쓴 남자는 얇은 입술만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한 쌍의 검은 눈이 가면 사이로 엿보였다.

남자의 몸짓에 익숙함을 느낀 온지유는 단번에 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이 순간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남자가 바로 여이현이라는것을.

“나한테 너무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뻔히 살아 있으면서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흘려보내고, 5년간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지고, 그 아이에 대해서도 제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대체 왜 이렇게 잔인하게 굴 수 있는 거야? 날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데?”

온지유는 마음속에서 울렁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녀는 여이현을 향해 미치광이처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딱딱하게 한마디 내뱉을 뿐이었다.

“아가씨, 저는 정말 그 사람이 아닙니다. 임무가 있어서 Y국에 왔을 뿐이에요.”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온지유를 밀어내고 거리를 뒀다.

떨어진 거리는 멀지 않았으나 온지유는 남자와 영원히 멀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190이 되는 키.

그리고 익숙한 체형.

그가 여이현이 아니라는 것을 온지유는 믿기 어려웠다.

무슨 임무가 있었기에 하필이면 Y국에 왔고, 하필이면 온지유를 구해줬을까.

온지유는 몸에 항상 권총을 지니고 있었다.

이 총은 S국에 갔을 때 인명진이 손수 만들어준 것이었다. 하지만 늘 보호받아 왔던 온지유는 이 5년간 권총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온지유는 권총을 꺼내 들고 남자의 발가에 한 발 쐈다.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다시 고개를 돌리자 온지유의 권총은 이미 자신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었다.

온지유는 섬찟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당신이 정말 여이현이 아니라면 난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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