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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온지유가 깨지 않자 인명진은 계속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인명진은 온지유가 깨어날 때까지 몇 번이고 끈질기게 이름을 불렀다.

마침내 온지유는 의식이 돌아오고 눈앞에 있는 인명진을 바라봤다.

“명진 씨? 여기는... 어디죠?”

인명진은 온지유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로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온지유와 다시 만났을 때는 단순히 기억을 잃고 과거를 잊은 것일꺼라고 착각했었지만 지금의 인명진은 더 심각한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지유의 기억에는 왜곡이 있었다.

“지금 우리는 동굴 안에 숨어 있어. 네가 갑자기 열이 나서 더 이상 이동할 수 없었어. 율아, 나 좀 봐. 지금 네게 꼭 전해야 할 중요한 얘기가 있어.”

인명진은 온지유가 깨자 약간 거리를 두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잡고 있었다.

어깨로 전해오는 힘과 그의 진지함에 온지유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명진 씨, 무슨 말을 하려는 거예요?”

인명진은 잠시 침묵한 뒤 신중하게 말했다.

“율아, 사실 우리가 만난 건 네가 우리의 실험실에 왔기 때문이었어...”

인명진은 과거의 사건을 온지유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인명진이 실험실에서 온몸이 타오르는 듯한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온지유는 하얀 공주 같은 드레스를 입고 순진한 모습으로 수용소에 나타나 그와 홍혜주를 보호해 주었었다.

노예 수용소에서 그녀의 존재는 매우 이질적이었지만 누구도 감히 율이를 건드릴 수 없었다.

율이는 마치 작은 천사처럼 수용소의 사람들을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 혼자서는 모든 사람을 보호할 수 없었다. 노예 수용소의 잔혹함 앞에서 율이의 힘은 한없이 초라했다.

가끔 타인이 겪을 일을 목격한 충격으로 그 일을 자신이 겪은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온지유의 잠재의식 속에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의학적으로는 이를 ‘공감’이라고 한다.

인명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노예 수용소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건 다 그때 네가 불을 지른 덕분이야. 그 후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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