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이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저는 안 돼요, 오빠.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법로의 지위를 물려받는 것은 좋은 일이긴 했지만, 법로가 이유 없이 물러날 리는 없었다. 이 일은 신무열을 시험하기 위한 것일 수도, 혹은 자신을 시험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이 문제에 휘말려서는 안 되었다.신무열은 웃으며 말했다.“모르면 배우면 되지. 너는 항상 빨리 배웠잖아?”법로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며 말했다.“너희를 이 자리에 부른 건 서로 책임을 돌리라고 한 것이 아니다. 형제자매로서 서로를 더 많이 지지해야 지. 율아, 이전 기억은 생각나지 않아도 괜찮다. 앞으로가 더 중요해. 연회 때는 Y국의 좋은 인재들을 너희에게 소개해 주마.”선택의 여지가 없는 결정이었다.율이는 식사 내내 억눌린 분노를 참으며 가까스로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서둘러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김무명에게 노석명을 불러달라고 전하려 했지만 노석명이 먼저 찾아왔다.노석명은 침울한 눈빛으로 말했다.“신무열 앞에서는 조심해!”“장로, 그게 무슨 뜻이죠?”율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법로가 자신을 부족원들에게 공개하려는 것은 알지만 이제 자신의 정체는 영지 내 모든 이들이 알고 있었다. 그녀는 법로의 딸이자 명실상부한 아가씨였다. 신무열과 특별히 관계가 가까운 것도 아니었고 그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왜 그 앞에서 조심해야 하는 걸까?노석명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신무열은 온지유와 자신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그는 실험실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혈액이 요한에 의해 전달되고 또한 그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요한은 신무열의 충성스러운 부하로 오직 신무열만을 위해 일했다.율이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노석명이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이 일은 그대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율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눈빛에 싸늘한 기색이 스쳤다.“나는 온지유가 이곳을 살아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
온지유는 입술을 깨물고는 신무열 곁으로 다가갔다.“무열 씨는 법로의 아들이니까 여이현의 독에 대해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까...”“아니요. 저는 해독제를 가져다줄 수 없어요.”온지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무열이 말을 끊었다. 온지유는 신무열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는 직접 법로를 찾아가라는 뜻임을 눈치챘다.법로는 극악무도한 사람이라 잘못 엮이게 되면 여이현은 온지유과 등질 수도 있었다. 온지유는 심호흡하고는 입을 열었다.“저랑 여이현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요?”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흘려보내고 앞을 내다보아야 했다. 신무열은 온지유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온지유는 진심으로 말했고 절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검증하기 전에는 반항하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저런 말을 한다고? 온지유도 참 이상한 사람이라니까.’신무열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독은 탄 건 제가 아니니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어요.”“율 아가씨 오셨어요.”온지유가 뭐라고 말하려는데 문밖을 지키던 수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지유는 저도 모르게 신무열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신무열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곧바로 여이현 곁으로 다가갔다. 이때 신무열이 온지유의 팔목을 잡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랑 같이 만나러 가요. 서로 오해한 것이 있다면 풀고요.”온지유가 대답하기도 전에 신무열한테 끌려갔고 율이 준비한 물건을 들고 걸어왔다.“오빠, 이건 김명무가 사준 건데 화국에서 유명한 떡이래. 오빠랑 같이 먹으려고 가져왔어.”신무열은 차분하게 말했다.“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풀어요.”“저는 할 말 없어요.”온지유는 차갑게 대답했다.‘날 여러 번 죽이려고 시도한 사람이랑 무슨 오해...’그러나 율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난 말하지 않으면 몰라. 혹시 오해한 것이 있다면 지금 말하는 게 나아. 난 적보다 친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거든.”율의 검은색 눈동자에 광기가 스
율은 기대에 찬 눈빛을 하고 신무열을 쳐다보았다. 신무열은 차갑게 웃더니 입을 열었다.“그래서 온지유가 굽히고 들어오지 않으면 계속 이대로 지내겠다는 뜻이야?”“맞아.”율이 주먹을 꽉 쥐면서 대답했다.“그럼 네가 직접 얘기해.”신무열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여동생을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율의 성격과 행동마저 눈에 거슬렸다. 온지유가 팔목에 끼고 있던 푸른 구슬을 보고 한편으로 기대하고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검증 결과에 누군가가 손을 댄 게 아닌가 싶었다.하지만 검증 내내 요한이 감시하고 있었기에 검증 결과를 조작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게다가 아무도 신무열과 온지유가 검증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신무열은 곧바로 뒤돌아서 갔고 신무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율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율은 신무열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졌다. 법로가 두 사람의 식사 자리를 마련해주었을 때도 그렇고 지금 율이 직접 부탁했을 때도 신무열은 여전히 차가웠다.두 사람 모두 어머니의 자식인데 왜 차갑게 대하는지 율은 이해할 수 없었다. 율은 신무열에게 강요할 수 없었기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한편, 온지유는 여이현 곁을 지키고 있었다. 여이현을 바라보면서 다급히 물었다.“이현 씨, 괜찮아요?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요? 목마르면 물을 가져다줄까요? 배고프지는 않고요?”온지유가 계속해서 물었지만 여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여이현은 그저 온지유의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여이현은 떨리는 손을 가까스로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지유야, 미안해.”“왜 미안하다고 하는 거예요? 이현 씨가 중독된 것을 눈치채서 그래요?”온지유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이현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이 아파서 결국 대답하지 못했다. 부인할 수 없었던 것은 온지유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여이현은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고 조치를 취한 뒤에 멀리 떠났다. 여이현이 직접 책임져야 할 일이기도 했고 멀리 떠나서 해독제를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온지유는 여이현을
하지만 여이현의 마음은 여전히 아팠다. 여이현은 심호흡한 뒤,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온지유의 얼굴을 매만졌다.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망스러웠다.“지유야, 난 네가 쉬운 여자가 아니란 걸 알아.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고 변수는 항상 존재해. 넌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잖아. 배진호의 도움을 받으면 다 잘 해결할 수 있을 거야.”업무를 보거나 사업을 이어갈 때 곁에 배진호가 있었고 홍혜주도 온지유 곁에 남았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온지유가 Y 국에 오지 않고 경성에서 원하던 삶을 산다고 해도 여이현과 아이가 없는 삶은 여전히 지옥이나 다름없었다.어떤 감정은 너무 복잡해서 아직도 헤어 나올 수 없었다. 게다가 온지유는 평생 나민우에 대한 죄책감을 벗어던질 수 없을 것이다. “지유야, 사랑해.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너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서 널 만나지 않았을 거야.”여이현은 떨리는 손으로 온지유의 손을 잡은 채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따뜻한 말과 차가운 말을 동시에 내뱉는 여이현은 온지유와 스쳐 지나갔다면 온지유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후회했다. 온지유는 문뜩 떠오른 낯선 기억이 분명 예전에 일어났던 일 중 하나라고 여겼다. 이 세상은 운명의 굴레 속에서 이어지기에 그 기억도 무언가를 암시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떠오른 것이었다. 온지유는 여이현의 손을 붙잡고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이현 씨, 지금 말해봐도 소용없어요. 이현 씨는 나의 이상형, 롤모델이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할아버지를 구해준 날, 할아버지는 이현 씨와 결혼하라고 하셨죠.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난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요.”온지유는 시련으로 가득 찬 인생을 받아들였는지, 아니면 여이현의 진심에 감동했는지 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동안 온지유는 이런 말을 여이현에게 한 적이 없었다. 여이현도 진심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오해했었다. 하지만 애틋한 사랑을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여이현은 온지유의
온지유는 미간을 찌푸렸고 여이현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신무열을 바라보았다. 몸이 허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신무열을 바라보는 눈빛에 살기로 가득 찼다.하지만 신무열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밖에서는 한창 싸우고 있는데 두 사람은 이 안에서 서로 사랑을 속삭이네요? 그럴 시간에 저한테 인명진이 어디로 갔는지나 말해요.”인명진의 이름을 내뱉는 순간, 신무열의 표정은 삽시에 굳어졌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온지유를 훑어보았고 솟구쳐 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신무열은 겉보기에는 다정한 사람이지만 이럴 때는 악마보다 더 무서운 기운을 뿜어냈다. 인명진을 찾으려 하는 건 인명진이 온지유에게 팔찌를 준 이유와 궁금했던 것에 대한 해답을 듣기 위해서였다. 신무열의 태도는 어느샌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온지유가 얼마 전에 요한한테 맞아서 쓰러졌을 때, 신무열은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손을 썼을 것이다. 신무열이 갑자기 차갑게 대하는 건 온지유가 원하던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온지유는 긴 한숨을 내쉬었고 의문이 들었다.만약 온지유가 율이 아니라면 인명진이 온지유를 율이라고 부르면서 팔찌를 주었을 리 없었다. 그리고 가끔 떠오르는 낯선 기억 때문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온지유는 약물 때문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있었고 원래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인명진이 어디에 있는지 저도 몰라요.”온지유는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알고 있다고 해도 자신을 친구처럼 챙겨준 인명진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인명진은 온지유를 치료하기 위해 애써주었다.신무열은 여이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눈빛에 살기가 돌았고 보는 사람마저 소름이 돋았다. 이때 여이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신무열 씨한테 협조할 사람으로 보여요?”여이현은 검은색 권총을 꺼냈다. 신무열이 요한을 통해 여이현과 온지유에게 전달한 호신용 무기였는데 여이현이 권총을 자신에게 겨눌 줄은 몰랐을 것이다. 신무열이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지금 이러
온지유는 관건적인 인물이었기에 여이현을 보내서 인명진을 불러내야 했다. 신무열은 여이현과 적이 될 생각은 없었고 그저 인명진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적이 되든 친구가 되든 이용할 수 있을 때 이용해야만 했다.온지유는 한참 고민했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신무열 뜻대로 할 생각이었다.“만약 인명진에게 연락하고 싶다면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이곳에서 내보내 주세요.”여이현은 온지유 앞을 막으면서 말했다. 온지유를 혼자 이곳에 두고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무열이 갑자기 온지유한테 눈짓하더니 입을 열었다.“여이현 씨를 위해서 저번에 나한테 그걸 물어봤었죠? 원하는 대로 해드릴게요.”온지유만 이곳에 남는다면 여이현, 홍혜주와 나민우를 내보낼 수 있고 여이현한테 해독제를 구해주겠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이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네, 제가 이곳에 남을게요.”온지유는 여이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신무열을 향해 말했다.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나갈 수만 있다면 기꺼이 맞춰줄 생각이었다.“지유야, 안돼.”여이현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온지유를 혼자 이곳에 남겨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자 신무열이 갑자기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여이현 씨가 이곳에 남으면 저한테 뭘 줄 수 있나요?”신무열은 여이현이 몰래 이곳에 잠입한 건 온지유를 찾고 나서 이곳의 모든 것을 파괴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이현은 소대장이었기에 여이현이 잡혔다는 것을 알게 되면 화국에서 가만있을 리 없었다.“여이현 씨, 당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예요. 지금 보내줄 때 가요.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 다 못 나가요.”신무열이 차갑게 말했다. 신무열은 율이 온지유를 데리고 올 줄 몰랐었다. 그래서 요한을 온지유 곁에 두고 온지유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었다. 그러면서 천천히 알아내려던 것을 조사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여이현마저 이곳으로 들어왔다.계획이 전부 틀어진 신무열은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여이현 씨, 고민할 것
온지유의 협박은 먹히지 않았다. 신무열은 재빨리 온지유의 팔목을 가격했고 권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신무열은 온지유의 목을 조르면서 말했다.“여이현 씨, 그쪽 사람들이 온 걸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나가요. 온지유를 구하고 싶으면 인명진을 데리고 오세요.”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온지유로 여러 사람의 목숨을 바꾸는 게 나았다. 온지유는 여이현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이현 씨, 얼른 가요! 빨리요!”온지유를 바라보는 여이현의 눈빛에 슬픔이 가득 묻어있었다. 여이현은 온지유를 두고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연이어 울려 퍼지는 폭발음과 함께 군인들이 달려 들어왔다.용경호와 성재민은 위치 추적을 통해 여이현을 찾아냈다.“대장님, 법로와 충돌을 일으키지 말라는 명을 받았습니다.”“이현 씨, 빨리 나가요!”온지유가 소리를 지르자 여이현은 다른 군인이 끌고 나갔다. 얼마 후, 폭격 맞은 이곳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소름 돋는 적막이 이어졌다. 신무열이 온지유를 놓아주면서 물었다.“무술을 더 배워볼 생각 없어요?”조금 전에 신무열이 온지유의 손목을 가격할 때, 온지유도 반격했었다. 가장 간단한 호신술을 끊임없이 연마한 온지유는 힘을 조절해서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있었다.온지유가 차갑게 대답했다.“없는데요.”말을 마친 온지유는 뒤돌아갔다. 여이현이 무척 걱정되었고 자신을 위해 이곳까지 들어온 여이현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경성으로 돌아간 여이현은 인명진을 찾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닐 것이다. 하지만 온지유는 인명진을 이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온지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신무열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삼키고 말았다.한편, 여이현은 용경호의 손을 뿌리치려고 발버둥 쳤고 용경호를 때리려고 했었다. 용경호와 성재민은 힘을 합쳐 여이현을 제압했고 여이현이 방심한 틈을 타서 들고 뛰었다. 한참 후, 여이현은 부대가 잠시 묵고 있는 천막에서 깨어났다. 여이현은 벌떡 일어나서 온지유를 찾으러 가려고 했다. 이때 용
연결음이 한참 울리고 난 뒤에야 인명진이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인명진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았다.“무슨 일로 전화했어요?”“지유가 법로한테 감금당했어요.”여이현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고 깜짝 놀란 인명진은 다급히 물었다.“뭐라고요?”인명진은 솟구쳐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여이현 씨, 온지유를 꼭 보호해 주겠다고 저랑 약속하지 않았나요?”게다가 온지유 곁에는 홍혜주도 있었다. 여이현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목에 무언가가 걸린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고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온지유가 감금당한 건 여이현이 무능해서였다. 그렇지 않으면 온지유가 중독될 일도 없었고 사랑스러운 아이와 이별하지 않아도 되었다.“신무열이 인명진 씨를 만나고 싶대요.”“알겠어요.”인명진은 덤덤하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인명진은 온지유가 다치지 않게 보호해 주러 갈 것이다. 한편, 온지유는 노예 수용소가 아닌 신무열이 있는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가장 좋은 음식을 대접받았고 신무열은 새 옷을 선물해 주었다. 온지유는 신무열이 인명진을 만나기 위해 여이현을 조종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온지유의 안전을 보장했기에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 온지유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맛있는 밥을 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법로 때문에 깜짝 놀랐다. 법로는 소름 돋는 가면을 쓰고 있었고 두 손을 허리 뒤에 진 채 온지유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 법로의 조사에 의하면 온지유는 성형하지 않은 자연 미인이었기 때문이다.온지유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고 어머니 정미리, 아버지 온경준과 함께 지냈었다. 그리고 여이현과 결혼해서 잘 살고 있었다.“네 남편 때문에 하마터면 우리 부대가 전멸할 뻔했어. 이런 예쁜 아내를 두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내 아들이 너를 관심하는 것도 이해되더라고...”법로가 낮은 목소리로 온지유를 향해 말했다. 온지유는 법로를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법로의 가면이 소름 돋기도 했고 법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