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지유는 입술을 꾹 깨물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유젠 씨, 수고스럽지만 부상자 쪽으로 저를 데려가 주세요.”“당신!”유젠은 한껏 화가 났지만 별 수가 있을까?그녀는 온지유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부상자 수용소 입구에 도착하자 피비린내가 온 사방을 뒤덮고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나고 있었다. 온지유는 참지 못하고 한참 동안 헛구역질을 했다. 유젠이 경멸할 새도 없이 온지유는 마음을 가다듬고 이를 악물며 걸음을 옮겼다.여기는 노예 수용소보다 더 끔찍했다. 잘린 손발, 잘린 귀, 도려낸 눈...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장면이었다.많은 사람의 얼굴은 피투성이로 흐릿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안으로 더 들어가 보니 몇몇은 구석에 처박혀 있거나 철창에 갇혀 있었다.지네와 독사가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에 온지유는 머리카락이 쭈뼛해졌다.“홍혜주 씨?”온지유는 시험 삼아 불러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한 명씩 살펴보아도 홍혜주는 보이지 않았다.순간 온지유는 절망했다. 홍혜주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법로의 부하들에게 붙잡혀 갔는데, 이곳에 버려지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다는 것일까?온지유는 갑작스럽게 숨이 가빠졌고 순간 호흡이 막히며 균형을 잃었다.옆으로 쓰러질 뻔 한 그때, 누군가가 그녀를 잡아 주었다.“조심해요.”낮고 쉰 듯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온지유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바로 홍혜주였다!하지만 홍혜주의 눈에는 온지유에 대한 낯섦이 묻어 있었다. 홍혜주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온지유는 즉시 홍혜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이 분을 데려갈 게요.”여기까지 사람을 찾으러 온 것이 허락된 상태였으니 사람을 데리고 가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유젠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빨리 데려가.”데려가 버리면 더는 귀찮게 할 일이 없으니까.온지유가 막 사람을 데리고 나가자 율의 호위 김명무가 도착했다.김명무는 부상자 수용소를 둘러보다 홍혜주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유젠에게 소리쳤다.“내가 던져 넣은 그 노예는
요한의 실력은 신무열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거의 아무도 그를 상대할 수 없었지만 결국 여이현이 요한을 쓰러뜨린것이다.“여 대장, 지금 누구의 땅 위에 서 있는지 잊지 마시길. 제가 지유 씨를 해치고 싶었다면 진작 행동에 나섰을 것입니다.”신무열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는 온지유 앞에 서 있었으며 이 말은 여이현에게 위협이자 경고였다.그는 언제든 온지유에게 손을 댈 수 있었다.온지유는 감춰 쥔 총을 더 꽉 쥐었다.필요하다면 그녀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신무열은 이어서 말했다.“그저 지유 씨와 몇 마디 하고 싶을 뿐입니다. 문 앞에서 기다리세요. 잊지 마시죠. 내가 아니었으면 당신들은 두 사람을 찾을 기회조차 없었을 거라는걸.”여이현은 대답하지 않고 온지유와 눈을 마주쳤다.온지유의 시선 아래 그는 결국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문 앞에 도달해서도 여이현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사나운 눈빛으로 신무열을 주시하고 있었다. 신무열이 온지유에게 무슨 짓을 하기라도 한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신무열의 목숨을 빼앗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설령 온지유와 함께 이곳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신무열은 여이현을 무시하고 말했다.“지유 씨는 아마 제가 왜 이렇게 잘해주는지 궁금할 거예요.”“맞아요.”온지유는 신무열을 응시했다. 그녀는 그 답을 알고 싶었지만 동시에 알고 싶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모순적이다.온지유는 목구멍에 무언가 걸린 듯 불편했고 뱃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재빨리 신무열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더 이상 그를 바라보지 못했다.신무열은 그녀의 뒤에 서서 말했다.“처음 지유 씨를 봤을 때 딱히 흥미는 없었어요. 다만 궁금했을 뿐이에요. 왜 거기에 혼자 있었는지. 그러다 지유 씨 손목에 있는 그 녹색 구슬을 봤죠. 그것은 내 여동생 율이의 것이에요.”온지유는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모든 건 그녀의 손목에 있는 푸른 구슬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에게 이유 없이 잘해줄 리 없었다.그
신무열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독에 중독된 거죠?”그는 여이현이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챘다. 더구나 이 독은 법로가 직접 만든 것이었다.여이현과 온지유는 명백히 경성 사람들인데 이런 독에 중독되다니!“뭐라고요?”온지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녀는 결코 여이현이 중독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쿵!온지유는 머릿속에 천둥이 친 것 같았다.이제야 모든 것이 밝혀졌다. 여이현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곳에 온 것은 단순히 부대를 위해서가 아니었고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와의 이혼, 그것도 매우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온지유의 독과 여이현의 독은 모두 Y국과 연관이 있었다.온지유는 눈물이 가득한 채로 신무열을 바라보며 물었다.“해독제는 있나요?”홍혜주, 온지유, 인명진, 그리고 사라진 노승아와 죽은 흉터남까지, 모두가 얽히고설킨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신무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독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제게 해독제는 없어요. 요한, 일단 그를 진정시키도록 해.”신무열은 요한에게 명령을 내렸다.요한은 이미 부상을 당해 혼자서 여이현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여러 명이 다가와도 여이현을 제압하기는 어려웠다.결국 온지유가 두 팔을 벌려 그에게 다가갔다. 온지유는 여이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설령 그가 자신을 밀쳐내도 그녀는 그를 꼭 껴안았다.“이현 씨, 나예요. 지유예요...”‘지유’라는 두 글자가 마치 어떤 끌림이라도 되는 듯 제어되지 않던 여이현의 머릿속에는 여러 장면이 빠르게 지나갔고, 다양한 목소리가 그의 귀속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여이현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물러서, 네게 상처를 입힐지도 몰라!”“난 상관없어요!”온지유는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이현 씨, 난 여기 있어요...”요한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즉시 주사기를 들고 여이현의 목에 찔렀다.약물이 빠르게 퍼지면서 몇 초 만에 여이현은 기절해 버렸다.온지유는 여이현을 꽉 껴안고 그
이 말이 노석명의 귀에 들어가자 그는 즉시 물었다.“누구와 누구의 유전자 검사지?”노석명 앞에 있던 사람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는 모릅니다 장로님, 이건 요한이 보낸 혈액 샘플입니다.”노석명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뒤돌아섰다. 하지만 돌아서려던 노석명은 그 샘플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돌아서서 남자에게 다가갔다. 노석명은 총을 꺼내 남자의 머리에 겨누고 말했다.“이번 검사는 무관하다는 결과가 나와야 해!”“네, 네.”검은 총구에 남자의 머리카락이 쭈뼛 섰고 그는 대답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30분 후.남자는 보고서를 요한에게 건넸다.“결과가 나왔습니다.”요한은 보고서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갔다.이 장면을 노석명은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그 장면을 보고 있는 노석명의 눈빛은 차가웠다. 이윽고 노석명은 요한을 따라가도록 사람을 보냈다.요한은 곧 신무열의 곁으로 돌아와 감정 결과를 그에게 건넸다. 신무열은 기쁜 마음으로 보고서를 펼쳤지만 혈연관계가 없다는 결과에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단 말인가!“요한, 이 검사...”“도련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저는 실험실 밖에서 계속 지키고 있었습니다.”그는 의심스러운 사람은 전혀 보지 못했다. 실험실의 모든 사람은 그를 잘 알고 있었으며 그의 앞에서 조작할 가능성은 없었다.신무열이 온지유의 피를 채취해 검사를 지시한 때에서야 요한은 왜 그가 온지유에게 그토록 특별한 감정을 가지는지 이해하게 되었다.신무열의 머리는 윙윙거렸다. 온지유와 자신이 혈연 관계가 아니라면 이 구슬은 어떻게 그녀의 손에 들어갔단 말인가? 인명진은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가진 것일까?신무열은 얼굴을 어둡게 물들이며 말했다.“인명진을 찾아 와. 산 채로든 시신으로든 꼭.”“알겠습니다.”요한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즉시 대답했다.요한이가 실험실로 달려가 검사를 요청한 이 모든 상황은 법로에게
검사 결과가 눈앞에 놓여 있었고 율이와는 아직 검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슬은 온지유의 손에 있었다. 어쩌면 이것은 인명진의 음모일지도 모른다.진실을 명확히 밝히기 전까지는 당사자인 온지유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 되었다.신무열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내 지시에 따라 실행하면 잘못될 일은 없어.”신무열은 옷을 갈아입고 법로의 곳으로 향하기 전 문 앞에서 율이와 합류했다. 율이는 그를 보자마자 얼굴의 베일을 벗고 부드럽게 말했다.“오빠.”율이의 얼굴은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백무열은 담담하게 응답했다.“그래.”율이는 마음이 우울해졌다.그녀가 신무열 앞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그는 항상 무심한 태도를 보였다. 온지유에게는 요한까지 배치해 보호했으면서 말이다.그녀는 온지유가 어떻게 그렇게 큰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들어와라.”법로는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를 듣고 바로 말했다.율이는 기뻐하며 말했다.“오빠, 아버지께서 부르셔. 빨리 들어가자.”신무열은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들이 들어가자 법로는 둥근 식탁에 앉아 식사를 권했다. 법로의 얼굴에는 또 다른 가면이 씌워져 있었다. 가면은 그의 턱 위쪽만 가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목구비와 표정은 볼 수 없었다.법로의 턱과 얇은 입술로 그의 외모가 나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그때, 법로의 목소리가 율이의 생각을 끊었다.“너희를 여기에 부른 것은 한 가지 중요한 일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난 이제 나이가 많다. Y국은 통합이 필요하며 분열되어선 안 된다. 앞으로 나는 연구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부족의 일은...”“언제부터 관여하셨는데요?”신무열은 직설적으로 말을 끊었다. 법로는 오로지 자신의 실험에만 몰두해 왔으며 가장 충성스러운 부하들은 악행을 일삼고 있었다.하지만 법로는 이를 저지하지 않았고 이는 곧 그의 묵인과 다름없었다.Y국의 내부 분열과 전투, 그리고 풍부한 광물 자원은 다른 연합군들이 이 지역을 노리게 된 이
율이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저는 안 돼요, 오빠.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법로의 지위를 물려받는 것은 좋은 일이긴 했지만, 법로가 이유 없이 물러날 리는 없었다. 이 일은 신무열을 시험하기 위한 것일 수도, 혹은 자신을 시험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이 문제에 휘말려서는 안 되었다.신무열은 웃으며 말했다.“모르면 배우면 되지. 너는 항상 빨리 배웠잖아?”법로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며 말했다.“너희를 이 자리에 부른 건 서로 책임을 돌리라고 한 것이 아니다. 형제자매로서 서로를 더 많이 지지해야 지. 율아, 이전 기억은 생각나지 않아도 괜찮다. 앞으로가 더 중요해. 연회 때는 Y국의 좋은 인재들을 너희에게 소개해 주마.”선택의 여지가 없는 결정이었다.율이는 식사 내내 억눌린 분노를 참으며 가까스로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서둘러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김무명에게 노석명을 불러달라고 전하려 했지만 노석명이 먼저 찾아왔다.노석명은 침울한 눈빛으로 말했다.“신무열 앞에서는 조심해!”“장로, 그게 무슨 뜻이죠?”율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법로가 자신을 부족원들에게 공개하려는 것은 알지만 이제 자신의 정체는 영지 내 모든 이들이 알고 있었다. 그녀는 법로의 딸이자 명실상부한 아가씨였다. 신무열과 특별히 관계가 가까운 것도 아니었고 그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왜 그 앞에서 조심해야 하는 걸까?노석명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신무열은 온지유와 자신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그는 실험실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혈액이 요한에 의해 전달되고 또한 그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요한은 신무열의 충성스러운 부하로 오직 신무열만을 위해 일했다.율이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노석명이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이 일은 그대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율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눈빛에 싸늘한 기색이 스쳤다.“나는 온지유가 이곳을 살아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
온지유는 입술을 깨물고는 신무열 곁으로 다가갔다.“무열 씨는 법로의 아들이니까 여이현의 독에 대해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까...”“아니요. 저는 해독제를 가져다줄 수 없어요.”온지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무열이 말을 끊었다. 온지유는 신무열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는 직접 법로를 찾아가라는 뜻임을 눈치챘다.법로는 극악무도한 사람이라 잘못 엮이게 되면 여이현은 온지유과 등질 수도 있었다. 온지유는 심호흡하고는 입을 열었다.“저랑 여이현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요?”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흘려보내고 앞을 내다보아야 했다. 신무열은 온지유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온지유는 진심으로 말했고 절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검증하기 전에는 반항하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저런 말을 한다고? 온지유도 참 이상한 사람이라니까.’신무열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독은 탄 건 제가 아니니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어요.”“율 아가씨 오셨어요.”온지유가 뭐라고 말하려는데 문밖을 지키던 수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지유는 저도 모르게 신무열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신무열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곧바로 여이현 곁으로 다가갔다. 이때 신무열이 온지유의 팔목을 잡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랑 같이 만나러 가요. 서로 오해한 것이 있다면 풀고요.”온지유가 대답하기도 전에 신무열한테 끌려갔고 율이 준비한 물건을 들고 걸어왔다.“오빠, 이건 김명무가 사준 건데 화국에서 유명한 떡이래. 오빠랑 같이 먹으려고 가져왔어.”신무열은 차분하게 말했다.“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풀어요.”“저는 할 말 없어요.”온지유는 차갑게 대답했다.‘날 여러 번 죽이려고 시도한 사람이랑 무슨 오해...’그러나 율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난 말하지 않으면 몰라. 혹시 오해한 것이 있다면 지금 말하는 게 나아. 난 적보다 친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거든.”율의 검은색 눈동자에 광기가 스
율은 기대에 찬 눈빛을 하고 신무열을 쳐다보았다. 신무열은 차갑게 웃더니 입을 열었다.“그래서 온지유가 굽히고 들어오지 않으면 계속 이대로 지내겠다는 뜻이야?”“맞아.”율이 주먹을 꽉 쥐면서 대답했다.“그럼 네가 직접 얘기해.”신무열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여동생을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율의 성격과 행동마저 눈에 거슬렸다. 온지유가 팔목에 끼고 있던 푸른 구슬을 보고 한편으로 기대하고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검증 결과에 누군가가 손을 댄 게 아닌가 싶었다.하지만 검증 내내 요한이 감시하고 있었기에 검증 결과를 조작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게다가 아무도 신무열과 온지유가 검증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신무열은 곧바로 뒤돌아서 갔고 신무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율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율은 신무열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졌다. 법로가 두 사람의 식사 자리를 마련해주었을 때도 그렇고 지금 율이 직접 부탁했을 때도 신무열은 여전히 차가웠다.두 사람 모두 어머니의 자식인데 왜 차갑게 대하는지 율은 이해할 수 없었다. 율은 신무열에게 강요할 수 없었기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한편, 온지유는 여이현 곁을 지키고 있었다. 여이현을 바라보면서 다급히 물었다.“이현 씨, 괜찮아요?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요? 목마르면 물을 가져다줄까요? 배고프지는 않고요?”온지유가 계속해서 물었지만 여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여이현은 그저 온지유의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여이현은 떨리는 손을 가까스로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지유야, 미안해.”“왜 미안하다고 하는 거예요? 이현 씨가 중독된 것을 눈치채서 그래요?”온지유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이현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이 아파서 결국 대답하지 못했다. 부인할 수 없었던 것은 온지유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여이현은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고 조치를 취한 뒤에 멀리 떠났다. 여이현이 직접 책임져야 할 일이기도 했고 멀리 떠나서 해독제를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온지유는 여이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