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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바닥에 쓰러진 남자는 꼼작하지 않았다.

“끌고 가서 개한테 먹여!”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순간 온지유는 죽을지언정 살고 싶지 않아 했던 여자아이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만.”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명의 남자가 시선을 보냈다.

요한을 발견한 순간 그들은 안색이 확 변하며 고개를 숙였다.

“요한 님!”

요한은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남자를 힐끗 바라보며 살아 있는지 확인했다.

“아직 살아 있어. 죽었다고 해도 개 먹이로 버리는 건 아니지. 요즘 노예 찾기도 어려워. 법로 님의 실험이 성공하기 전에는 인원을 아껴야지.”

“네, 요한 님.”

남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그들은 조금 전의 기세를 잃은 채 한없이 공손하기만 했다.

온지유는 이제야 노예 수용소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갈라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젠이 여자 노예의 관리인이라면, 요한은 남자 노예의 관리인인 모양이다.

요한은 신무열을 도련님이라고 부른다. 법로도 아는 것을 봐서 신무열과 율은 법로의 자식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이 지옥을 만들어낸 악마는 법로일 것이다.

온지유는 주먹을 꽉 쥐었다. 벌써 특권과 같은 것을 얻었으니 법로와 만나는 것도 시간문제인 것 같았다.

복잡한 생각을 멈춘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 무열 씨랑 만날 수 있을까요?”

“도련님께서 그런 지시는 없었어요. 하지만 이곳에서 돌아다니는 건 문제 없어요. 생각 없으면 이만 돌아가서 쉬고, 괜찮으면 제가 길을 안내할게요.”

거절당했다.

온지유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가 결국 결정을 내렸다.

“안내해 주세요.”

“네.”

그렇게 온지유는 요한을 뒤따랐다.

이곳은 그녀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마당의 중앙에는 커다란 나무도 있었다. 나무의 가지는 바깥세상까지 뻗어 있었다.

요한을 따라 구경하다 보니 성벽과 같은 거대한 벽 바깥에도 경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요한과 미리 돌아봐서 다행이지, 나무를 타서 도망가려고 했다가 다시 잡혀 오면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

아니, 죽는 게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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