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서린 검은색 눈동자는 온지유를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율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고생 좀 하라고 데려온 온지유가 요한을 따라다닐 줄은 말이다.요한은 신무열의 사람이다. 더군다나 남자 노예의 관리인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이 온지유를 데리고 산책이나 하고 있었던 것이다.‘여기가 휴양지인 줄 알아?’율은 이를 악물었다. 주먹을 꽉 쥐자 손톱은 손바닥에 박히게 되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김명무의 문자였다.[온지유 씨가 도련님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도련님께서 블랙카드까지 줬습니다.]모든 글씨가 비수가 되어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 눈이 아픈 건 물론 심장은 뒤틀려지기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분노와 질투가 마음속에서 빠르게 자라났다.그녀는 김명무에게 전화를 걸어 단호하게 말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여자를 괴롭혀요. 절대 가만히 내버려둬서는 안 돼요. 죽고 싶게 만들어 달라고요!”“...어렵지만 최선을 다 해볼게요. 그런데 도련님 말고도 하 장로님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김명무는 고민 끝에 대답했다.안 그래도 기분이 나빴던 율은 김명무의 답을 듣고 더욱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나도 알아요! 그래서 지금 내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거예요?”율의 입장에서는 말 안 듣는 수하를 버리고 다른 수하를 들이면 되는 일이었다.“아닙니다.”김명무가 대답하기 바쁘게 율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핸드폰을 꽉 붙들었다. 온지유를 절대 살려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말이다....한편, 온지유는 재채기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그래도 요한의 안내 덕분에 수용소에 부쩍 익숙해졌다.이때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이에서 들려왔다.“요한 님, 큰 일 났습니다.”요한의 안색은 빠르게 어두워졌다. 그것만으로도 기세가 훨씬 강해졌다.하지만 온지유를 바라볼 때는 훨씬 가다듬어진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처리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구경하고 싶으면 계속 구경하다가 지내던 곳으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누구야?”지금은 모두 일정대로 움직일 때이다. 그러나 온지유는 이곳에서 통행증과 같은 블랙카드를 들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온지유도 부쩍 긴장했다. 법로의 땅에서 이 정도의 권위가 있는 사람이라면 대단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눈앞의 남자가 어떤 위치에 있을지 그녀는 상상도 안 됐다.그녀는 경계 태세로 말했다.“저는 무열 도련님 쪽 사람이에요. 온 지 얼마 안 돼서 적응 중이에요.”온지유는 아직 홍혜주와 마주치지 못했다. 나민우가 어디에 있는지도 막막했다. 그녀는 빠른 시일 내에 두 사람을 찾아야 했다.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부쩍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 그렇다면 빨리 수용소의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무열 도련님 쪽 사람이라...”남자는 그녀의 말을 반복했다.“네, 저는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온지유는 괜한 사람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공손하게 정체를 밝혔다. 적어도 안 좋은 일을 당하는 일은 없도록 말이다.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선은 빤히 그녀에게 향해 있었다. 얼굴, 눈, 그리고 뒷모습까지... 만약 하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면 장미꽃 옆에 서 있는 모습이 꼭 기억 속의 그녀와 같았다.“다크.”남자가 말했다. 곧이어 건장한 체형의 다크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다크는 예리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마스크를 쓴 남자에게는 아주 공손했다.“법로 님.”법로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저 여자 따라가서... 아니다, 무열이를 불러줘.”“네.”다크는 바로 명령을 수행하러 가려고 했다. 그가 몸을 돌린 순간 법로가 또 불러 세웠다.“율이 쪽은 어때?”발걸음을 멈춘 다크는 다시 몸을 돌려서 대답했다.“아가씨는 인삼탕을 안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지금 기분도 약간 언짢으십니다.”“안 좋아해? 그래, 무열이한테 저녁쯤 오라고 전해줘.”“네.”다크를 보낸 후 법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약 2시간 후, 법로는 직접 율의 방에 나타났다. 정원에 있을 때와 달리 그는 가면
율은 온지유가 멀쩡히 지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녀는 요한이 직접 온지유를 보호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어찌 됐든 온지유는 무조건 죽어야 한다.법로는 율의 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얼마 전 하 장로의 일에서 약간 기분이 나빴던 것 외에는 참 마음에 드는 성격이었다.“그렇게 생각해 주니 기쁘구나. 전에 무열이를 만난다던 건 어떻게 됐어?”법로가 물었다.율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온지유와 만난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그건 왜 물으세요?”율이 조심스럽게 떠 봤다. 법로가 이유 없이 이런 걸 물을 일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오늘 한 여자를 봤는데, 네 오빠의 사람이라고 하더구나.”‘온지유!’율은 주먹을 꽉 쥐었다. 온지유를 가만히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더욱 결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필시 온지유를 단단히 괴롭혀주고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할 것이다.“아버지, 저는 이제 막 돌아왔어요. 그리고 오빠는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오빠의 사람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율은 고개를 숙였다. 법로는 잠시 침묵한 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격은 다 익혔어?”율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명무 씨가 전부 가르쳐 줬어요.”“좋아, 난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네.”율은 법로를 배웅하고 나서 새 원피스를 열어 봤다. 케이크는 입도 대지 않았다.원피스는 하얀색이었는데 목 부분에 핑크색 장미가 달려 있었다. 이곳과 참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더군다나 그녀가 좋아하는 디자인이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법로가 준 것이니 말이다....같은 시각.정원에서 벗어난 온지유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며 주변 지형을 기억해 뒀다. 또 일정한 규칙도 알아냈다.이곳은 경비가 교대할 때마다 2분의 빈틈이 생겼다. 도망가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온지유는 주변을 너무 노골적으로 살피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노예를 가둔 곳이 여러 군데로 나뉘어져
온지유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가 물었다.“그대로 돼요?”요한은 신무열의 지시를 잊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누구를 찾으려는 거예요?”“홍혜주라고 하는 여자랑 나민우라고 하는 남자예요.”온지유가 대답했다.가능하다면 직접 들어가서 찾는 것이 좋겠지만 블랙카드에는 그 정도의 특권이 없을 것이다. 유젠은 그녀를 도와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요한은 가능성이 있었다.“알았어요. 먼저 돌아가요. 소식이 생기면 알려줄게요.”“감사합니다.”온지유는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다. 요한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또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반대로 요한은 잠시 넋이 나갔다. 이곳에서 그는 죽으라는 저주를 수도 없이 들어왔다. 감사 인사는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온지유의 인사는 진심이었다.이때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요한 님, 새로 들어온 노예들이 있습니다. 지금 가서 선택하시겠습니까?”요한은 정신을 차리고 낮게 대답했다.“응.”잠시 후 새로 온 노예들이 요한 앞에 줄을 맞춰 섰다.이번 노예들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몸은 마르고 얼굴은 말도 아니었다.모두 너무 말랐고, 외모도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평범했다. 하지만 요한의 눈길이 마지막 줄에 있는 한 노예에게 멈췄다.그 노예는 키가 190cm 정도 되어 보였다. 얼굴은 평범했지만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너... 이름이 뭐야?”지목받은 노예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노아라고 합니다.”요한이 명령했다.“다른 사람들은 B구역에 데려가고, 노아는 A구역에 데려가.”노아는 곧바로 A구역에 호송되었다. 가는 내내 그는 주의를 살펴보았다....온지유는 평소 지내던 곳으로 돌아갔다. 특권 덕분에 그녀는 작은 방까지 제공받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불만이 있었다.“제가 전에 약 발라줬던 애를 데려와요. 안 그러면 이거 다 안 받을 거예요.”그녀는 고립되고 싶지 않았다. 수용소에 관한 정보를 알려면 곁에 사람을 둬야 했다.온지유의 요구에 경비도 별수 없었다
“좋아. 근데 나도 도움이 필요해. 너... 여기 오래 있었지?”온지유는 여자아이의 어깨를 잡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여자아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물론 그 대가로 받을 것도 있었다.“네, 오래 있었어요. 약물에 면역이 된 덕분에요. 저 정말 무서워요. 죽어가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봤어요.”“이해해. 너 여기서 지내는 동안 홍혜주라는 사람을 만난 적 있어?”온지유의 머릿속에는 홍혜주와 나민우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살아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니 말이다.여자아이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이름은 관리인만 알고 있어요. 저희한테는 말할 기회도 별로 없어요. 실험은 끝이 없고요.”온지유는 침묵에 잠겼다. 역시 요한에게 부탁한 것이 옳았다.“혹시 사람을 찾으러 일부러 들어온 거예요?”여자아이도 눈치가 빨랐다. 온지유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응,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어. 우리가 잘 협력하면...”온지유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여자아이가 말을 잘랐다.“협력할 게 뭐 있어요? 언니 블랙카드 있잖아요. 빨리 저랑 같이 나가요. 여기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에요. 설마 여길 폭파라도 하려는 건 아니죠?”온지유는 어이없어하며 대답했다.“그런 건 불가능해.”그녀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홍혜주와 나민우를 찾아서 함께 탈출하고 싶었을 뿐이다.여자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중 멀리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큼큼.”여자아이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온지유는 요한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눈빛이 여자아이에게로 향했다.“너, 당장 제자리로 돌아가!”이 방은 온지유를 위해 마련된 독립된 공간이었다. 여자아이는 단순한 노예였기에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하지만 온지유는 여자아이를 뒤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제가 데려오라고 했어요.”요한은 입술을 다물고 잠시 침묵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유젠한테 물어봤는데 그 두 사람 여기에 없어요.”‘없다고? 그럴 리가!’모든 증거가 두 사람이 이
남자 역시 온지유를 지켜보고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온지유는 남자의 눈빛이 마치 밝게 빛나는 달빛 같다고 생각했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이상하게도 그 남자에게서는 말 못 할 익숙함이 느껴졌다.온지유는 곧 시선을 돌렸다.남자의 시선 깊은 곳에서는 거센 파도가 소용돌이쳤다.“이 자가 그 나민우라는 사람인가요?”요한은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온지유가 한 말에 따르면 홍혜주와 나민우가 노예 수용소에 갇힌 지 꽤 된듯했지만 눈앞의 노아는 막 이제 잡혀 온 사람이었다.“아니에요.”온지유가 낮게 부정했다.눈앞의 남자는 나민우와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었다.남자는 온지유의 부정과 나민우라는 세글자에 눈빛이 어두워졌다.곧 A구역의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차례로 한 명씩 온지유의 앞을 지나갔지만 온지유는 나민우를 찾지 못했다.그때 요한이 귀띔을 했다.“A구역의 600명은 오늘 모두 확인했습니다. 오늘은 이미 시간이 늦었으니 찾으려면 내일 다시 오시죠.”“그래요.”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이곳은 온지유가 마음대로 간섭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럼 돌아가시죠.”요한이 말을 마친 그 순간, 온지유의 뒤에서 연이은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온지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 목소리는!‘쿵!’번개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왜 남자의 눈빛이 그토록 익숙하게 느껴졌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그랬구나!온지유는 마음속의 흥분을 억누르며 요한과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길모퉁이에 다다르자 온지유가 요한에게 물었다.“요한 씨도 매일 바쁘실 텐데 사람을 찾는 일은 제가 혼자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온지유는 가슴을 졸였다.요한이 허락 해줄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래도 시도해 봐야 했다.요한은 온지유가 그 여자애를 찾으려 한다고 생각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경고했다.“도련님이 챙겨 준다고 너무 과분한 걸 바라지는 마시죠!”온지유의 행동을 요한은 이해할 수 없었다
온지유가 여기 끌려온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신무열이 어떤 목적을 품고 있던 그가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온지유는 온몸이 성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여이현은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들어와 있었다.여이현은 온지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유야, 네가 잡혀갔다는데 내가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있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그랬다. 용의 굴이든 호랑이 굴이든, 온지유가 있다고 하면 그곳이 어디든 여이현은 기꺼이 목숨을 걸고 찾으러 올 것이다.온지유는 여이현의 눈 속에서 그의 결심을 읽어냈다.순간 목이 메어왔다.부대의 일도 있을 텐데 여이현은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온지유를 찾으러 여기까지 온 것이다.온지유는 문득 여이현이 떠나기 전에 모든 재산을 자신에게 넘겨줬던 일을 떠올렸다. 온지유를 위해 모든 일을 다 마련해 두었던 그였다.“이현 씨, 우린 지금 감시당하고 있어요. 당신도 이미 발각됐을지도 몰라요”그렇게 말하며 온지유는 여이현을 밀어내려 했다.하지만 큰 키를 가진 여이현은 꿈쩍도 하지 않고 온지유의 앞에 서 있었다.여이현은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온지유의 턱을 살며시 들어 올리고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그리고 그대로 온지유의 입을 열고 그녀의 향기와 숨결을 탐했다.이렇게 해야만 온지유가 진짜 곁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여이현은 이성을 잃지 않았다. 온지유의 숨이 가빠지려는 순간 순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지유야, 내가 있는 한 널 한치도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지금 와서 발각되어도 상관 없었다. 온지유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여이현은 이곳에 들어오기 전 몸속에 칩을 심어 두었었다.만약 시스템에서 그의 생체 신호가 끊기면 그의 위치를 따라 미사일이 이곳을 폭파할 것이다.그 전에 온지유의 안전을 먼저 확보해야 했다.온지유는 손을 꽉 쥐었다.“이현 씨... 아니, 그래도 안 돼요. 지금은 거리를 둬야 해요. 언제 사람들이 들이닥칠지 몰라요. 최악의 상황은 아직 생각하지 말아요.”지금은 희
결국, 여이현은 말없이 온지유를 꼭 끌어안았다.온지유가 나민우를 찾으러 왔다고 했을 때는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났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나민우도 온지유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었다.온지유가 그를 찾으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지금은 온지유가 그의 품에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충분했다.온지유는 그의 품에 기대 있었다. 내일에는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함께하고 있었다....한편 신무열 측은.법로를 찾으러 가기 전 요한이 그의 앞에 자취를 나타냈다.“도련님.”“온지유 쪽 상황은?”신무열은 입을 열자마자 온지유를 찾았다. 요한은 신무열이 온지유에게 상당히 큰 관심을 두고 있으리라 예측했다.요한은 사실대로 보고했다.“도련님은 그 여자의 의사를 존중하라고 하셨죠. 지금 온지유는 노예 수용소에서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새로 들어온 노예는 좀... 수상합니다.”그는 노예가 아니라 위장해 침입한 사람일 것이라 요한은 추측했다.일반인에게 그 정도의 박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신무열이 그를 제지했다. “어떤 말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널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아.”온지유를 위해 이곳까지 침입해 왔다면 그 사람은 여이현일 것이 분명했다.처음 온지유를 만났을 때 몸에 차고 있던 푸른 구슬을 본 순간부터 신무열은 그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 여이현의 존재를 알게 됐고 인명진이 온지유와 접촉한 적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온지유와 흩어지게 된 홍혜주의 존재도.“예.”요한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정말 신무열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도련님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온지유와 그 노아라는 자의 연극을 구경하기라고 하자는 건가.’도련님의 결정과 목표를 요한은 감히 물어 볼 수 없었다. 그저 마음속으로 추측할 뿐이었다.다음 순간, 신무열은 요한을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내려가 봐. 넌 그냥 내가 시키는대로 하면 돼.”“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