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는 폭력이 당연한 것이었다. 심지어 약물 실험과 각종 인체 실험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정말 죽는 편이 나을 정도로 잔인한 일들이었다.이야기를 듣고 난 온지유는 비참한 느낌이 들었다. 여자아이는 피식 비웃으며 말했다.“여기서는 시체도 다 쓸모가 있어요.”여자아이는 시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또 설명해 줬다. 온지유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이곳은 노예 수용소도 아닌 그냥 지옥이었다....한편, 같은 공간의 다른 방에는 호화로운 장식으로 꾸며진 고급스러운 방이 있었다. 율은 이 방 안에 있었다.그녀의 테이블에는 값비싼 보석들과 정교한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여유 적적하게 즐기기만 하면 된다.갑자기 드르륵 소리가 나더니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율은 그들의 착장만 보고 누구인지 알아챘다. 곧이어 검은 망토로 몸을 가린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검은색 가면을 쓰고 있어서 얼굴은 물론 눈조차 보이지 않았다.율은 즉시 일어나서 공손히 남자에게 다가갔다.“아버지.”남자는 율과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 그리고 목이 망가진 사람과 같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율아, 너 요즘은 뭘 하고 있니?”율은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가 찾아온 게 우연이 아님을 알았다. 그녀가 이곳에 온 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딱히 한 건 없어요...”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한 게 없다고? 난 네가 누군가 데려왔다고 들었는데?”남자는 율이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갔다. 율은 긴장한 기색으로 말했다.“그 사람이 먼저 저를 괴롭혔어요. 저 거의 죽을 뻔했어요. 그래서 복수하고 싶었는데, 하 장로님이 막더라고요.”율은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없는데도 반응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기분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며 덧붙였다.“아버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걔는 그냥 평범한 여자인데 왜 장로님의 보호는 받는 거죠? 혹시 장로님을 믿고 저를 괴롭히는 건 아닐까요
율의 눈에 섬뜩한 기운이 스쳤다. 그래도 이미 온지유를 이곳으로 데려왔으니 절대 살아서 나가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남자가 떠난 지 반 시간도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율의 대답을 듣고, 한 남자가 몸보신을 위한 인삼탕을 들고 들어왔다. 남자는 그녀 앞에서 공손하게 말했다.“아가씨, 법로 님께서 건강을 챙기라고 하시며 이 인삼탕을 가져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여기 둬요. 옷 갈아입고 먹을게요.”율은 인삼탕을 힐끗 본 후 등을 돌렸다. 인삼탕은 이곳에 와서 꽤 자주 나왔다. 그래서 그녀는 이미 인삼탕에 질려 있었다.남자는 그녀의 말대로 인삼탕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법로 님께서 반드시 다 드시는 걸 지켜보라고 하셨습니다.”율은 말없이 옷을 갈아입고 나서 테이블 앞에 앉아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닭고기 냄새와 한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그녀는 숨을 참고 억지로 탕부터 마셨다.“좀 유연하게 대처할 순 없나요? 꼭 내가 다 먹는 걸 지켜봐야겠어요? 내가 그렇게 약골은 아니잖아요.”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지시에 따를 뿐입니다.”율은 답답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저 손을 흔들며 그를 내보냈다.“알겠어요. 나가요.”지난날의 모든 고통을 견뎌온 그녀가 인삼탕 따위에 굴할 리가 없었다.“네.”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갔다. 율도 머리를 질끈 묶고 베일을 쓴 후 방을 나섰다.그녀는 온지유를 보러 가려고 했다. 하지만 조금 전의 남자가 다시 앞을 가로막았다. 남자는 공손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법로 님께서 당분간 아가씨가 푹 쉬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마세요.”이 말을 듣자 율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돌아다니지 말라니, 이건 그녀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었다.마음속에 화가 났지만, 그녀는 표현하지 않았다. 억울한 마음으로 돌아선 그녀는 김명무에게 몰래 문자를 보냈다.[온지유의 상태를 확인하고 영상 찍어줘요.]그녀가 발이 묶인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녀에
온지유는 이곳에 와서 남자를 본 적 없다.여자아이가 대답하려고 한 순간 문이 열리고 유젠이 들어왔다. 그녀는 온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나와.”온지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온지유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 여자아이도 미간을 찌푸렸다. 쉬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찰나 유젠이 데리러 왔으니 말이다.‘이제 결국 벌하려는 건가?’여자아이의 얼굴은 차분했다. 시선도 차갑기 그지없었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죽더라도 유젠은 꼭 데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안 그러면 그녀가 지금껏 한 고생이 헛될 것 같았다.같은 시각, 온지유는 조심스럽게 경계하며 유젠을 뒤따랐다. 유젠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동안 걷다가 한 남자 앞에 가서 멈춰 섰다.남자는 온지유도 아는 사람이다. 바로 얼마 전 그녀를 구해준 적 있는 요한이라는 사람이었다.“요한 님, 말씀대로 데려왔으니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유젠은 빨리 나가고 싶은 듯 빠르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요한의 발에 차였던 곳이 아직도 아팠다. 뼈가 바들바들 떨리는 것 같은 정도였다. 그러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유젠이 떠나고, 이 공간에는 그녀와 요한만 남게 되었다. 요한은 검은색 카드를 건넸다. 위에는 검은색 밧줄이 감겨 있었다.“이걸 가지고 있으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이곳을 떠나지 않는 전제하에 어디든 갈 수 있어요.”온지유는 카드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열 씨의 뜻인가요?”신무열은 그녀가 이곳에 있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위험에 처한 줄 알고 요한도 보낸 것 같다.근데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카드를 주면서 왜 나가지는 못하게 하는 걸까? 온지유는 알 수 없었다.요한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요?”요한은 한 번도 온지유 앞에서 정체를 밝힌 적 없다. 심지어 별다른 말을 한 적도 없다. 하지만 온지유는 신무열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가 신무열의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도련님이 알려줬나?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도련님은 함부
바닥에 쓰러진 남자는 꼼작하지 않았다.“끌고 가서 개한테 먹여!”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순간 온지유는 죽을지언정 살고 싶지 않아 했던 여자아이의 마음을 이해했다.“그만.”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명의 남자가 시선을 보냈다.요한을 발견한 순간 그들은 안색이 확 변하며 고개를 숙였다.“요한 님!”요한은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남자를 힐끗 바라보며 살아 있는지 확인했다.“아직 살아 있어. 죽었다고 해도 개 먹이로 버리는 건 아니지. 요즘 노예 찾기도 어려워. 법로 님의 실험이 성공하기 전에는 인원을 아껴야지.”“네, 요한 님.”남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그들은 조금 전의 기세를 잃은 채 한없이 공손하기만 했다.온지유는 이제야 노예 수용소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갈라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젠이 여자 노예의 관리인이라면, 요한은 남자 노예의 관리인인 모양이다.요한은 신무열을 도련님이라고 부른다. 법로도 아는 것을 봐서 신무열과 율은 법로의 자식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이 지옥을 만들어낸 악마는 법로일 것이다.온지유는 주먹을 꽉 쥐었다. 벌써 특권과 같은 것을 얻었으니 법로와 만나는 것도 시간문제인 것 같았다.복잡한 생각을 멈춘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저 무열 씨랑 만날 수 있을까요?”“도련님께서 그런 지시는 없었어요. 하지만 이곳에서 돌아다니는 건 문제 없어요. 생각 없으면 이만 돌아가서 쉬고, 괜찮으면 제가 길을 안내할게요.”거절당했다.온지유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가 결국 결정을 내렸다.“안내해 주세요.”“네.”그렇게 온지유는 요한을 뒤따랐다.이곳은 그녀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마당의 중앙에는 커다란 나무도 있었다. 나무의 가지는 바깥세상까지 뻗어 있었다.요한을 따라 구경하다 보니 성벽과 같은 거대한 벽 바깥에도 경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요한과 미리 돌아봐서 다행이지, 나무를 타서 도망가려고 했다가 다시 잡혀 오면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아니, 죽는 게 사치
독기 서린 검은색 눈동자는 온지유를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율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고생 좀 하라고 데려온 온지유가 요한을 따라다닐 줄은 말이다.요한은 신무열의 사람이다. 더군다나 남자 노예의 관리인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이 온지유를 데리고 산책이나 하고 있었던 것이다.‘여기가 휴양지인 줄 알아?’율은 이를 악물었다. 주먹을 꽉 쥐자 손톱은 손바닥에 박히게 되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김명무의 문자였다.[온지유 씨가 도련님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도련님께서 블랙카드까지 줬습니다.]모든 글씨가 비수가 되어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 눈이 아픈 건 물론 심장은 뒤틀려지기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분노와 질투가 마음속에서 빠르게 자라났다.그녀는 김명무에게 전화를 걸어 단호하게 말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여자를 괴롭혀요. 절대 가만히 내버려둬서는 안 돼요. 죽고 싶게 만들어 달라고요!”“...어렵지만 최선을 다 해볼게요. 그런데 도련님 말고도 하 장로님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김명무는 고민 끝에 대답했다.안 그래도 기분이 나빴던 율은 김명무의 답을 듣고 더욱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나도 알아요! 그래서 지금 내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거예요?”율의 입장에서는 말 안 듣는 수하를 버리고 다른 수하를 들이면 되는 일이었다.“아닙니다.”김명무가 대답하기 바쁘게 율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핸드폰을 꽉 붙들었다. 온지유를 절대 살려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말이다....한편, 온지유는 재채기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그래도 요한의 안내 덕분에 수용소에 부쩍 익숙해졌다.이때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이에서 들려왔다.“요한 님, 큰 일 났습니다.”요한의 안색은 빠르게 어두워졌다. 그것만으로도 기세가 훨씬 강해졌다.하지만 온지유를 바라볼 때는 훨씬 가다듬어진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처리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구경하고 싶으면 계속 구경하다가 지내던 곳으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누구야?”지금은 모두 일정대로 움직일 때이다. 그러나 온지유는 이곳에서 통행증과 같은 블랙카드를 들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온지유도 부쩍 긴장했다. 법로의 땅에서 이 정도의 권위가 있는 사람이라면 대단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눈앞의 남자가 어떤 위치에 있을지 그녀는 상상도 안 됐다.그녀는 경계 태세로 말했다.“저는 무열 도련님 쪽 사람이에요. 온 지 얼마 안 돼서 적응 중이에요.”온지유는 아직 홍혜주와 마주치지 못했다. 나민우가 어디에 있는지도 막막했다. 그녀는 빠른 시일 내에 두 사람을 찾아야 했다.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부쩍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 그렇다면 빨리 수용소의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무열 도련님 쪽 사람이라...”남자는 그녀의 말을 반복했다.“네, 저는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온지유는 괜한 사람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공손하게 정체를 밝혔다. 적어도 안 좋은 일을 당하는 일은 없도록 말이다.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선은 빤히 그녀에게 향해 있었다. 얼굴, 눈, 그리고 뒷모습까지... 만약 하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면 장미꽃 옆에 서 있는 모습이 꼭 기억 속의 그녀와 같았다.“다크.”남자가 말했다. 곧이어 건장한 체형의 다크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다크는 예리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마스크를 쓴 남자에게는 아주 공손했다.“법로 님.”법로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저 여자 따라가서... 아니다, 무열이를 불러줘.”“네.”다크는 바로 명령을 수행하러 가려고 했다. 그가 몸을 돌린 순간 법로가 또 불러 세웠다.“율이 쪽은 어때?”발걸음을 멈춘 다크는 다시 몸을 돌려서 대답했다.“아가씨는 인삼탕을 안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지금 기분도 약간 언짢으십니다.”“안 좋아해? 그래, 무열이한테 저녁쯤 오라고 전해줘.”“네.”다크를 보낸 후 법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약 2시간 후, 법로는 직접 율의 방에 나타났다. 정원에 있을 때와 달리 그는 가면
율은 온지유가 멀쩡히 지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녀는 요한이 직접 온지유를 보호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어찌 됐든 온지유는 무조건 죽어야 한다.법로는 율의 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얼마 전 하 장로의 일에서 약간 기분이 나빴던 것 외에는 참 마음에 드는 성격이었다.“그렇게 생각해 주니 기쁘구나. 전에 무열이를 만난다던 건 어떻게 됐어?”법로가 물었다.율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온지유와 만난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그건 왜 물으세요?”율이 조심스럽게 떠 봤다. 법로가 이유 없이 이런 걸 물을 일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오늘 한 여자를 봤는데, 네 오빠의 사람이라고 하더구나.”‘온지유!’율은 주먹을 꽉 쥐었다. 온지유를 가만히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더욱 결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필시 온지유를 단단히 괴롭혀주고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할 것이다.“아버지, 저는 이제 막 돌아왔어요. 그리고 오빠는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오빠의 사람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율은 고개를 숙였다. 법로는 잠시 침묵한 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격은 다 익혔어?”율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명무 씨가 전부 가르쳐 줬어요.”“좋아, 난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네.”율은 법로를 배웅하고 나서 새 원피스를 열어 봤다. 케이크는 입도 대지 않았다.원피스는 하얀색이었는데 목 부분에 핑크색 장미가 달려 있었다. 이곳과 참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더군다나 그녀가 좋아하는 디자인이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법로가 준 것이니 말이다....같은 시각.정원에서 벗어난 온지유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며 주변 지형을 기억해 뒀다. 또 일정한 규칙도 알아냈다.이곳은 경비가 교대할 때마다 2분의 빈틈이 생겼다. 도망가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온지유는 주변을 너무 노골적으로 살피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노예를 가둔 곳이 여러 군데로 나뉘어져
온지유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가 물었다.“그대로 돼요?”요한은 신무열의 지시를 잊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누구를 찾으려는 거예요?”“홍혜주라고 하는 여자랑 나민우라고 하는 남자예요.”온지유가 대답했다.가능하다면 직접 들어가서 찾는 것이 좋겠지만 블랙카드에는 그 정도의 특권이 없을 것이다. 유젠은 그녀를 도와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요한은 가능성이 있었다.“알았어요. 먼저 돌아가요. 소식이 생기면 알려줄게요.”“감사합니다.”온지유는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다. 요한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또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반대로 요한은 잠시 넋이 나갔다. 이곳에서 그는 죽으라는 저주를 수도 없이 들어왔다. 감사 인사는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온지유의 인사는 진심이었다.이때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요한 님, 새로 들어온 노예들이 있습니다. 지금 가서 선택하시겠습니까?”요한은 정신을 차리고 낮게 대답했다.“응.”잠시 후 새로 온 노예들이 요한 앞에 줄을 맞춰 섰다.이번 노예들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몸은 마르고 얼굴은 말도 아니었다.모두 너무 말랐고, 외모도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평범했다. 하지만 요한의 눈길이 마지막 줄에 있는 한 노예에게 멈췄다.그 노예는 키가 190cm 정도 되어 보였다. 얼굴은 평범했지만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너... 이름이 뭐야?”지목받은 노예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노아라고 합니다.”요한이 명령했다.“다른 사람들은 B구역에 데려가고, 노아는 A구역에 데려가.”노아는 곧바로 A구역에 호송되었다. 가는 내내 그는 주의를 살펴보았다....온지유는 평소 지내던 곳으로 돌아갔다. 특권 덕분에 그녀는 작은 방까지 제공받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불만이 있었다.“제가 전에 약 발라줬던 애를 데려와요. 안 그러면 이거 다 안 받을 거예요.”그녀는 고립되고 싶지 않았다. 수용소에 관한 정보를 알려면 곁에 사람을 둬야 했다.온지유의 요구에 경비도 별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