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저랑 약속하신 겁니다. 오빠가 알면 기뻐할 거에요.”노석명은 딸이 걱정되어 신신당부했다.“조심해서 돌아가. 여자 시체가 발견됐어, 지금 도시안이 안전하지 않아.”그 말을 들은 노승아는 물었다. “아버지, 설마 또 조직이 출동했나요? 저도 가끔 오빠와 그의 부하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어요.”노석명은 고개를 들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여이현이 이 일을 조사하고 있니?”노승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라고 했다. 이때 좋은 아이디어가 노석명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는 갑자기 웃으며 노승아에게 말했다. “그럼 소식하나 전해주렴. 빨리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이야.”——“안절부절못하고 급해 죽을 지경이네.”지선율은 마치 엉덩이에 못이 박혀 앉기 어려운 것처럼 매우 초조하게 여기저기 서성거렸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뭐가 그리 급해요? 전에 감독님 이런 모습 본 적 없네요.”“지유 씨는 이해 못 해요, 이것은 저의 심혈이에요, 당연히 좋은 결과를 얻기 바라죠.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니 더 걱정되는 겁니다.”“알았으니 앉으세요.”온지유는 팽이처럼 돌고 있는 지선율을 붙잡아 자리에 앉혔다. “좋고 나쁨은 오늘 저녁 8시에 결정돼요. 결과가 그다지 좋지 못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기회가 있잖아요.”“아니, 우리 재산을 탕진했는데 꼭 성공해야지! 지유 씨는 이제 애도 키워야 하고.”두 사람 어깨에 짊어진 책임이 막중했기에 지선율은 걱정 할 수 밖에 없었다. 온지유도 마음속의 긴장을 금할 수 없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했고 그 결과가 근심되었다. 그러나 일단 일을 시작했으니 물러설 곳이 없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까 생각해야 한다. 그녀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투자비 외에 선전비 등등을 써야 했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거 알아요? 《요골》도 오늘 8시 드라마래요. 일부러 우리의 시간과 같이 맞춰 시청률을 빼앗으려는 거
백지희는 사람들이 자신감을 되찾게 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모두 기대가 높았는데 마음속의 이상치에 이르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잃게 되었다.지선율은 급기야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제 대본이 너무 별로였나요? 왜 이렇게 차이가 심한 거죠. 저는 남들 못지않게 열심히 했는데.”“아니에요!”온지유는 큰 타격을 받고 자신감이 꺾인 지선율을 위로했다. “저희는 홍보를 많이 하지 않아서 인기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제 막 방송을 시작했잖아요. 며칠 있다가 상황을 봐야죠.”지선율은 새빨간 눈으로 울먹이며 대답했다. “저는 처음부터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저희 드라마 반응이 꽤 좋아요.”온지유는 시청자들이 남긴 댓글을 읽어보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보고 나서 장르가 새롭고 보는 게 속이 트여서 더 보고 싶대요.”“하지만 인기가 올라가지 못하잖아요. 시청률이 플랫폼 2위로 1위랑 한참 뒤떨어져 있는데 호평하면 뭐해요.”“인기는 꼭 올라 갈 거예요.”온지유는 주눅이 든 지선율을 격려했다. “오늘이 첮 번째 날인데 벌써 맥을 못 주시면 안되죠!”지선율은 온지유의 말이 도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다시 일어섰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온지유는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실시간 검색어 속 《글로리》의 댓글을 보기 시작했다. 사실 드라마는 따질 곳이 없이 훌륭했다. 본 사람들은 모두 재밌다며 ‘좋아요’를 눌었다. 하지만 《요골》의 첫날 시청률은 올해 최고 기록을 돌파했다. 그에 비하면 《글로리》는 이미 크게 뒤떨어졌다. 그것도 웹드라마였으니 시청률을 올리기 힘들었다. 지금, 노승아는 이미 축하파티를 열고 있었다!“승아 씨, 감독님 축하해요! 드라마 방영 첫날 부터 기록을 깼으니 꼭 대박 날 거에요.”“모두 감사해요.”노승아는 밝은 미소를 머금고 사람들 사이에서 빛을 내며 서 있었다.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좋
비록 그들은 이혼했지만, 이런 악몽을 꾸면 온지유는 여전히 가슴이 떨렸다. 악몽 때문에 그녀는 잠이 확 깨버렸다. 그녀는 불을 켠 뒤 배를 움켜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켜 물 마시러 나갔다. 그리고 핸드폰을 켜고 다시 인터넷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이때 인터넷이 외부 소식을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길이였다. 여성 시체 사건에 대한 소식은 아무런 진전이 없었기에 그녀는 걱정을 멈추지 못했다.온지유는 갑자기 인명진이 떠올랐다. 지난번에 그의 작업실에서 본 이후로 그녀는 다시는 그를 본 적이 없었다. 일이 하도 바쁜지라 그녀는 옆집에 인기척이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그녀는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갔다. 지금은 밤이 깊어 바늘이 땅에 떨어져도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온지유는 인명진의 집 문 앞에 서 있었지만 어떤 마음으로 인명진을 맞이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자신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타인들에게 페를 끼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서가 매우 혼란스러웠다. 인명진이 온지유가 문 앞에 서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바로 문을 열었다. “인명진 씨.”“들어오세요, 지유 씨.”인명진은 언제나처럼 다정하게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온지유는 아무 생각 없이 그의 집에 발을 들여놓았다. 들어가 보니 예전보다 더 짙은 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인명진은 즉시 우유를 데워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온지유는 소파에 앉아 뜨끈뜨끈한 우유를 손에 쥐고 한 모금 마셨더니 달콤한 우유였다. “이건 어떻게 아셨나요?”온지유가 의혹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인명진은 그녀에게 이런 습관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여이현 씨가 알려줬어요. 지유 씨가 이미 알고 있으니 저도 숨기기 싫습니다, 지유 씨가 쓰러진 날, 제가 제때 도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이현 씨가 저에게 말해줬기 때문이에요. 여이현 씨는 제가 지유 씨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온지유는 안쓰러운 마음에 입술을 씹었지만, 의혹을 이기지 못하고
금방 잠에서 깬 온지유는 아직 정신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 “무슨 말씀이세요?”“드라마 말이야! 우리 역습 성공이야!”지선율의 말에 온지유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녀는 바로 일어나 휴대폰을 켜고 드라마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어제만 해도 2위였는데 지금은 1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어제 실시간 조회 수보다 오늘 아침에 조회 수가 몇 배나 늘었고 드라마에 대한 평점도 서서히 오르고 있었다. 이미 요 며칠 동안의 실시간 인기 신기록을 돌파했다. 이 결과는 온지유에게 큰 놀라움과 기쁨을 주었다. 만약 인기가 계속 오르면 드라마 스토리가 무너지지 않는 한 좋은 결과를 얻을것이다. 온지유는 한동안 걱정했던 마음을 놓고 날아갈 듯 즐거웠다.그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노력만 충분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재빨리 세수를 하고 동료들을 만날 준비를 했다.나가는 길에 아래층에서 우연히 인명진을 마주쳤다. 그는 벤츠 창문을 내리고 물었다. “어디 가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온지유는 기분이 워낙 좋아서 그를 거절하지 않았다.차 문을 열고, 그녀는 그와 좋은 소식을 공유할 준비를 했는데 인명진이 먼저 축하 인사를 보냈다. “축하해요, 지유 씨 드라마 대박 났던데요.”“감사해요. 하늘은 노력하는 사람을 저버리지 않아요. 사실 손해만 안 보면 돼요, 제 아들의 생활비를 벌 수 있으면 되죠.”온지유는 모든 재산으로 도박을 벌였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그녀는 틀림없이 손해를 보지 않고 도리여 조금 더 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온지유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였다. 드라마가 잘 된다면 투자자와 출연자 모두에게 나쁘지 않았다.인명진이 웃으며 물었다. “왜 아들이라고 확신하는 거죠?”온지유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배를 어루만지며 대답했다. “사실 딸도 좋아해요. 아들이든 딸이든 다름이 없는데 느낌이 딱 남자아이인 것 같아요.” 육감이 그녀에게 아들이라고 말해주었다. 인명진은 더는 말을 건네지 않고 그녀의 배만 바라보았다. 온
온지유가 웃으며 창난 쳤다. “이거 저작권 침해 아닌가요?”“아니에요!”지선율이 급히 해명했다. “제가 증언할 수 있어요. 해적판이 아니라 정품 발행이에요. 이것은 시제품이고 이미 인터넷에서 팔리고 있어요. 꽤 잘 팔릴 것 같아요!"“꿈이 아닌가 보네요. 우리 《글로리》정말로 대박 났네요.”온지유는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어제만 해도 반응이 별로였는데, 하루가 지나 바로 인기가 급상승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이미 조회 수가 1억을 돌파했어요. 1억은 꿈도 못 꿨어요! "공아영이 신바람이 나서 큰소리로 환호했다. 온지유가 한 번 봤는데, 전부 1억 뷰를 돌파했다.댓글이 곳곳에 떠다니며, 모두 드라마가 스릴 있고 재미있다고 한다. 리뷰도 만개까지 올랐으니 웹드라마가 이 정도면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 “우리 아들 분유값은 벌어들인 셈이군요.” 온지유는 들뜬 마음으로 재미있는 농담을 했다. “저희가 《요골》을 꼭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공아영이 지금 상황을 분석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글로리》 인기가 점점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모두 홍보가 적은 다크호스라고 해요! ”“유튜브에서 드라마 편집이 많이 보이던데 모두 수십만 ‘좋아요’를 얻었어요.”온지유는 더는《요골》의 소식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글로리》가 성공하기만 하면 《요골》의 성적이 얼마나 좋아도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요골》의 성적도 매우 좋다고 했다. 더군데나 위성TV와 네트워크에서 함께 방송하니 이 트래픽이면 성적이 그녀들보다 두 배 더 좋을 것이다. “축하파티 열어야죠! 특히 지유 씨랑 감독님! 한턱 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공아영이 그녀들을 부추기며 떠들고 있었다. “당연하죠! 당연히 한턱내야죠! 근데 지유 씨는 한번 봐줍시다. 이제 얘를 키워야 하잖아요. 제가 쏠게요. 저는 뭐 솔로라서 저에게 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녁에 크게 한턱쏠게요!”“오올, 우리 감독님 통이 크시군요!”그들이 떠들썩하고 즐거워할 때,
“걱정되면 한번 만나는 게 어때요?”장다희는 온지유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었다. “여이현 씨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유 씨를 위해서 하는 말이에요. 여이현 씨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아야 지유 씨가 시름을 놓죠.”이쪽. 노승아는 여이현의 안전이 걱정되어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녀는 너무 걱정된 나머지 노석명에게 전화를 걸어 여이현의 안부를 물어보았다.노석명은 여이현에게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근심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여전히 걱정되었다. 노승아는 아침이라 피곤하고 졸렸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포착되면 여이현이 돌아온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여이현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노승아는 밀려오는 초조함 때문에 《요골》의 시청률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어제 《요골》의 시청률이 아주 높았고 《글로리》의 시청률은 생각보다 좋지 않아 점점 더 참담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소식이 그녀의 정서를 조금이나마 안정시켜주었다. 드디어 그녀가 온지유를 한번 이길 수 있었다. 그녀는 명예든 사랑이든 모두 온지유에게서 빼앗을 생각이다. 무슨 일을 해내든지 그중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은 노승아의 자랑이기도 하다. 오직 여이현의 안위만이 그녀를 골치 아프게 했다. 그녀는 소파에 누운 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노승아는 여이현이 드디어 돌아온 줄로 알아 기쁜 마음으로 뛰어가 문을 열었다. “돌아왔……”문밖에는 노승아에게 아침을 준비해온 비서가 서 있었다. “승아 씨, 아침을 준비했어요.”노승아는 순간 풀이 죽어 대답했다. “저기 놓으면 돼요.”비서는 아침을 차리며 노승아에게 말을 걸었다. “승아 씨, 오늘 실시간 검색어 봤어요? 시청자들이《글로리》에 대한 반응이 좋아졌던데요. ”노승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으며 말했다. “시청자들 반응이 좋아진다고 결과가 달라지나요? 시작할 때는 누구나 실시간 검색어를 사는 거죠. 안 그
노승아는 이대로 가만있지 못했다. 온지유뿐만 아니라 여이현까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안돼, 나가봐야겠어. ”노승아는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다. 비서가 아침을 차려놓고 노승아를 보며 물었다. “승아 씨, 어디 가세요?”“이현 씨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를 찾으러 갈 거에요.”말을 마친 노승아는 옷을 바꾸러 갔다. “아침은요?”“안 먹을 거예요.”외출 준비를 마친 후, 노승아는 가방을 들고 서둘러 집을 떠나서 기사님에게 여이현의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여이현의 집에서 기다려야 그녀는 비교적 안심할 수 있었다. 그가 돌아온다면 첫눈에 그를 볼 수 있었으니까. 여이현의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익숙한 새 차가 노승아의 눈에 뜨였다. 그 차는 이전에 온지유가 운전하고 다녔다. 노승아가 아는 바에 따르면 그 차는 여이현이 온지유에게 선물해준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혼 합의서에 이 차는 포함되지 않았다. 계약에 따라 온지유에게 별장 한 채와 40억이 나누어졌지만 여이현의 전부 재산과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별장 한 채와 40억을 거지에게 베푸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한 노승아는 당연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물건을 가지고 간다면 여이현의 여자친구로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승아는 열려있는 차창 너머로 조수석에 앉아 있는 온지유를 발견했다. 그녀는 온지유를 꺾고 싶은 마음에 투지가 불타올랐다. 그리고 이 방향은 여이현의 별장으로 가는 길인데 온지유가 왜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지 몰랐다. 노승아는 더는 참지 못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차를 불러세웠다. “잠깐 멈추세요.”기사 아저씨는 할 수 없이 차를 멈추었다. 온지유는 차에서 한창 폰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장다희의 제안을 거절했다. 비록 여이현이 걱정되었지만, 그녀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 설사 찾으러 간다 해도 무슨 신분으로 만나야 하는가? 그녀는 여이현의 차가운 태도에도 계속 곁에 붙어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온지유는 장다희와 함
“언니!”뒤늦게 도착한 김예진은 양산을 펼치며 달려갔다. 그러나 노승아의 치마는 이미 더러워진 다음이었다.“온지유 씨 진짜 미친 거 아니에요? 제가 닦아드릴게요.”그녀는 급하게 휴지를 꺼내 닦기 시작했다.눈을 크게 뜬 채 온지유가 멀어진 방향을 바라보는 노승아는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저 지경이 돼서도 내 앞에서 센 척해? 두고 봐. 내 앞에서 비는 날이 올 거니까.’아직 거리에 있었던 노승아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이현 오빠 별장에 가서 기다리자.”장다희는 백미러로 노승아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먼저 도발할 때는 언제고 정색하기는.”온지유는 노승아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솔직히 그녀는 노승아가 안중에도 없었다. 그녀를 먼저 괴롭히는 건 언제나 노승아 쪽이었다.“오늘 날씨 좋네요. 캠핑 가면 참 좋겠어요.”온지유가 태양을 바라보며 말했다.“좋은 생각이에요. 그럼 사람들 불러서 준비할까요? 지유 씨가 빨리 전화해 봐요.”온지유는 핸드폰을 꺼냈다. 오늘 밤 캠핑이라도 가보려고 말이다.이때 인명진이 마침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전화 건너편에서 인명진은 긴장한 목소리로 외쳤다.“차 세워요!”인명진의 목소리에는 자동차 경적 소리도 껴 있었다.온지유는 앞을 살펴봤다. 도로에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명진 씨, 방금 뭐라고요?”“차 세우...”이 순간 온지유는 안색이 확 변하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다희 씨, 차 세워요! 당장!”말하기 바쁘게 쾅 소리와 함께 뒤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도로는 다닐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곧이어 비명도 들리기 시작했다.갑작스런 폭발에 도로에 있던 차들은 정처 없이 밀려다녔다. 두 사람이 탄 차도 마찬가지다. 하도 흔들려서 핸들을 잡기도 어려웠다.장다희가 최대한 핸들을 꽉 잡았는데도 여파는 엄청났다. 브레이크를 밟은 동시에 차는 그냥 미끄러져 나가고 말았다.폭발에 차창 유리는 전부 깨졌다. 엄청난 파워였다. 장다희의 이마에는 유리 조각에 긁힌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