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그들은 이혼했지만, 이런 악몽을 꾸면 온지유는 여전히 가슴이 떨렸다. 악몽 때문에 그녀는 잠이 확 깨버렸다. 그녀는 불을 켠 뒤 배를 움켜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켜 물 마시러 나갔다. 그리고 핸드폰을 켜고 다시 인터넷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이때 인터넷이 외부 소식을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길이였다. 여성 시체 사건에 대한 소식은 아무런 진전이 없었기에 그녀는 걱정을 멈추지 못했다.온지유는 갑자기 인명진이 떠올랐다. 지난번에 그의 작업실에서 본 이후로 그녀는 다시는 그를 본 적이 없었다. 일이 하도 바쁜지라 그녀는 옆집에 인기척이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그녀는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갔다. 지금은 밤이 깊어 바늘이 땅에 떨어져도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온지유는 인명진의 집 문 앞에 서 있었지만 어떤 마음으로 인명진을 맞이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자신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타인들에게 페를 끼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서가 매우 혼란스러웠다. 인명진이 온지유가 문 앞에 서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바로 문을 열었다. “인명진 씨.”“들어오세요, 지유 씨.”인명진은 언제나처럼 다정하게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온지유는 아무 생각 없이 그의 집에 발을 들여놓았다. 들어가 보니 예전보다 더 짙은 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인명진은 즉시 우유를 데워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온지유는 소파에 앉아 뜨끈뜨끈한 우유를 손에 쥐고 한 모금 마셨더니 달콤한 우유였다. “이건 어떻게 아셨나요?”온지유가 의혹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인명진은 그녀에게 이런 습관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여이현 씨가 알려줬어요. 지유 씨가 이미 알고 있으니 저도 숨기기 싫습니다, 지유 씨가 쓰러진 날, 제가 제때 도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이현 씨가 저에게 말해줬기 때문이에요. 여이현 씨는 제가 지유 씨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온지유는 안쓰러운 마음에 입술을 씹었지만, 의혹을 이기지 못하고
금방 잠에서 깬 온지유는 아직 정신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 “무슨 말씀이세요?”“드라마 말이야! 우리 역습 성공이야!”지선율의 말에 온지유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녀는 바로 일어나 휴대폰을 켜고 드라마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어제만 해도 2위였는데 지금은 1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어제 실시간 조회 수보다 오늘 아침에 조회 수가 몇 배나 늘었고 드라마에 대한 평점도 서서히 오르고 있었다. 이미 요 며칠 동안의 실시간 인기 신기록을 돌파했다. 이 결과는 온지유에게 큰 놀라움과 기쁨을 주었다. 만약 인기가 계속 오르면 드라마 스토리가 무너지지 않는 한 좋은 결과를 얻을것이다. 온지유는 한동안 걱정했던 마음을 놓고 날아갈 듯 즐거웠다.그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노력만 충분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재빨리 세수를 하고 동료들을 만날 준비를 했다.나가는 길에 아래층에서 우연히 인명진을 마주쳤다. 그는 벤츠 창문을 내리고 물었다. “어디 가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온지유는 기분이 워낙 좋아서 그를 거절하지 않았다.차 문을 열고, 그녀는 그와 좋은 소식을 공유할 준비를 했는데 인명진이 먼저 축하 인사를 보냈다. “축하해요, 지유 씨 드라마 대박 났던데요.”“감사해요. 하늘은 노력하는 사람을 저버리지 않아요. 사실 손해만 안 보면 돼요, 제 아들의 생활비를 벌 수 있으면 되죠.”온지유는 모든 재산으로 도박을 벌였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그녀는 틀림없이 손해를 보지 않고 도리여 조금 더 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온지유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였다. 드라마가 잘 된다면 투자자와 출연자 모두에게 나쁘지 않았다.인명진이 웃으며 물었다. “왜 아들이라고 확신하는 거죠?”온지유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배를 어루만지며 대답했다. “사실 딸도 좋아해요. 아들이든 딸이든 다름이 없는데 느낌이 딱 남자아이인 것 같아요.” 육감이 그녀에게 아들이라고 말해주었다. 인명진은 더는 말을 건네지 않고 그녀의 배만 바라보았다. 온
온지유가 웃으며 창난 쳤다. “이거 저작권 침해 아닌가요?”“아니에요!”지선율이 급히 해명했다. “제가 증언할 수 있어요. 해적판이 아니라 정품 발행이에요. 이것은 시제품이고 이미 인터넷에서 팔리고 있어요. 꽤 잘 팔릴 것 같아요!"“꿈이 아닌가 보네요. 우리 《글로리》정말로 대박 났네요.”온지유는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어제만 해도 반응이 별로였는데, 하루가 지나 바로 인기가 급상승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이미 조회 수가 1억을 돌파했어요. 1억은 꿈도 못 꿨어요! "공아영이 신바람이 나서 큰소리로 환호했다. 온지유가 한 번 봤는데, 전부 1억 뷰를 돌파했다.댓글이 곳곳에 떠다니며, 모두 드라마가 스릴 있고 재미있다고 한다. 리뷰도 만개까지 올랐으니 웹드라마가 이 정도면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 “우리 아들 분유값은 벌어들인 셈이군요.” 온지유는 들뜬 마음으로 재미있는 농담을 했다. “저희가 《요골》을 꼭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공아영이 지금 상황을 분석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글로리》 인기가 점점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모두 홍보가 적은 다크호스라고 해요! ”“유튜브에서 드라마 편집이 많이 보이던데 모두 수십만 ‘좋아요’를 얻었어요.”온지유는 더는《요골》의 소식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글로리》가 성공하기만 하면 《요골》의 성적이 얼마나 좋아도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요골》의 성적도 매우 좋다고 했다. 더군데나 위성TV와 네트워크에서 함께 방송하니 이 트래픽이면 성적이 그녀들보다 두 배 더 좋을 것이다. “축하파티 열어야죠! 특히 지유 씨랑 감독님! 한턱 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공아영이 그녀들을 부추기며 떠들고 있었다. “당연하죠! 당연히 한턱내야죠! 근데 지유 씨는 한번 봐줍시다. 이제 얘를 키워야 하잖아요. 제가 쏠게요. 저는 뭐 솔로라서 저에게 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녁에 크게 한턱쏠게요!”“오올, 우리 감독님 통이 크시군요!”그들이 떠들썩하고 즐거워할 때,
“걱정되면 한번 만나는 게 어때요?”장다희는 온지유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었다. “여이현 씨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유 씨를 위해서 하는 말이에요. 여이현 씨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아야 지유 씨가 시름을 놓죠.”이쪽. 노승아는 여이현의 안전이 걱정되어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녀는 너무 걱정된 나머지 노석명에게 전화를 걸어 여이현의 안부를 물어보았다.노석명은 여이현에게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근심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여전히 걱정되었다. 노승아는 아침이라 피곤하고 졸렸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포착되면 여이현이 돌아온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여이현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노승아는 밀려오는 초조함 때문에 《요골》의 시청률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어제 《요골》의 시청률이 아주 높았고 《글로리》의 시청률은 생각보다 좋지 않아 점점 더 참담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소식이 그녀의 정서를 조금이나마 안정시켜주었다. 드디어 그녀가 온지유를 한번 이길 수 있었다. 그녀는 명예든 사랑이든 모두 온지유에게서 빼앗을 생각이다. 무슨 일을 해내든지 그중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은 노승아의 자랑이기도 하다. 오직 여이현의 안위만이 그녀를 골치 아프게 했다. 그녀는 소파에 누운 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노승아는 여이현이 드디어 돌아온 줄로 알아 기쁜 마음으로 뛰어가 문을 열었다. “돌아왔……”문밖에는 노승아에게 아침을 준비해온 비서가 서 있었다. “승아 씨, 아침을 준비했어요.”노승아는 순간 풀이 죽어 대답했다. “저기 놓으면 돼요.”비서는 아침을 차리며 노승아에게 말을 걸었다. “승아 씨, 오늘 실시간 검색어 봤어요? 시청자들이《글로리》에 대한 반응이 좋아졌던데요. ”노승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으며 말했다. “시청자들 반응이 좋아진다고 결과가 달라지나요? 시작할 때는 누구나 실시간 검색어를 사는 거죠. 안 그
노승아는 이대로 가만있지 못했다. 온지유뿐만 아니라 여이현까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안돼, 나가봐야겠어. ”노승아는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다. 비서가 아침을 차려놓고 노승아를 보며 물었다. “승아 씨, 어디 가세요?”“이현 씨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를 찾으러 갈 거에요.”말을 마친 노승아는 옷을 바꾸러 갔다. “아침은요?”“안 먹을 거예요.”외출 준비를 마친 후, 노승아는 가방을 들고 서둘러 집을 떠나서 기사님에게 여이현의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여이현의 집에서 기다려야 그녀는 비교적 안심할 수 있었다. 그가 돌아온다면 첫눈에 그를 볼 수 있었으니까. 여이현의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익숙한 새 차가 노승아의 눈에 뜨였다. 그 차는 이전에 온지유가 운전하고 다녔다. 노승아가 아는 바에 따르면 그 차는 여이현이 온지유에게 선물해준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혼 합의서에 이 차는 포함되지 않았다. 계약에 따라 온지유에게 별장 한 채와 40억이 나누어졌지만 여이현의 전부 재산과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별장 한 채와 40억을 거지에게 베푸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한 노승아는 당연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물건을 가지고 간다면 여이현의 여자친구로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승아는 열려있는 차창 너머로 조수석에 앉아 있는 온지유를 발견했다. 그녀는 온지유를 꺾고 싶은 마음에 투지가 불타올랐다. 그리고 이 방향은 여이현의 별장으로 가는 길인데 온지유가 왜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지 몰랐다. 노승아는 더는 참지 못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차를 불러세웠다. “잠깐 멈추세요.”기사 아저씨는 할 수 없이 차를 멈추었다. 온지유는 차에서 한창 폰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장다희의 제안을 거절했다. 비록 여이현이 걱정되었지만, 그녀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 설사 찾으러 간다 해도 무슨 신분으로 만나야 하는가? 그녀는 여이현의 차가운 태도에도 계속 곁에 붙어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온지유는 장다희와 함
“언니!”뒤늦게 도착한 김예진은 양산을 펼치며 달려갔다. 그러나 노승아의 치마는 이미 더러워진 다음이었다.“온지유 씨 진짜 미친 거 아니에요? 제가 닦아드릴게요.”그녀는 급하게 휴지를 꺼내 닦기 시작했다.눈을 크게 뜬 채 온지유가 멀어진 방향을 바라보는 노승아는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저 지경이 돼서도 내 앞에서 센 척해? 두고 봐. 내 앞에서 비는 날이 올 거니까.’아직 거리에 있었던 노승아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이현 오빠 별장에 가서 기다리자.”장다희는 백미러로 노승아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먼저 도발할 때는 언제고 정색하기는.”온지유는 노승아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솔직히 그녀는 노승아가 안중에도 없었다. 그녀를 먼저 괴롭히는 건 언제나 노승아 쪽이었다.“오늘 날씨 좋네요. 캠핑 가면 참 좋겠어요.”온지유가 태양을 바라보며 말했다.“좋은 생각이에요. 그럼 사람들 불러서 준비할까요? 지유 씨가 빨리 전화해 봐요.”온지유는 핸드폰을 꺼냈다. 오늘 밤 캠핑이라도 가보려고 말이다.이때 인명진이 마침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전화 건너편에서 인명진은 긴장한 목소리로 외쳤다.“차 세워요!”인명진의 목소리에는 자동차 경적 소리도 껴 있었다.온지유는 앞을 살펴봤다. 도로에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명진 씨, 방금 뭐라고요?”“차 세우...”이 순간 온지유는 안색이 확 변하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다희 씨, 차 세워요! 당장!”말하기 바쁘게 쾅 소리와 함께 뒤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도로는 다닐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곧이어 비명도 들리기 시작했다.갑작스런 폭발에 도로에 있던 차들은 정처 없이 밀려다녔다. 두 사람이 탄 차도 마찬가지다. 하도 흔들려서 핸들을 잡기도 어려웠다.장다희가 최대한 핸들을 꽉 잡았는데도 여파는 엄청났다. 브레이크를 밟은 동시에 차는 그냥 미끄러져 나가고 말았다.폭발에 차창 유리는 전부 깨졌다. 엄청난 파워였다. 장다희의 이마에는 유리 조각에 긁힌 상처
기사는 노승아도 쓰러뜨려서 둘러멨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다른 차로 옮겨 타더니 유유히 사라졌다....온지유는 정신을 잃고서도 흔들림을 느꼈다. 구역질도 약간씩 올라왔다.정신 차린 그녀는 자신의 손발이 단단히 묶여 있음을 발견했다. 주변에는 주유소 냄새가 맴돌고 있었다.그녀가 있는 곳은 목제 집이었다. 그녀는 나무 기둥에 묶여 있었는데, 뒤에 사람이 한 명 더 있는 것 같았다.온지유는 힘껏 고개를 돌려서 상대의 옷깃을 봤다. 그리고 금방 누군지 알아차렸다.‘노승아?’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 왜 노승아와 함께 납치됐는지 의아했던 것이다.‘여긴 어디지?’당황한 와중에도 온지유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다.노승아도 함께 납치당한 걸 봐서 범인은 그녀가 아니었다. 아니라면 가장 유력한 후보였을 텐데 말이다.두 사람에게 동시에 한이 있거나, 여이현과 연관되어 있거나, 혹은 얼마 전 나타난 여자의 시체와 연관 되어 있거나... 셋 중 하나였다.“누구예요?! 누가 날 납치한 거예요?!”뒤늦게 정신 차린 노승아는 긴장한 기색으로 주변을 경계했다. 그녀는 있는 힘껏 몸부림쳤다.온지유는 입술을 깨물었다. 원래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경고했다.“가만히 있어요. 여기 사람 한 명 더 있거든요?”노승아는 이제야 뒤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온지유 씨? 온지유 씨가 날 납치했죠! 날 질투해서 이런 일을 벌인 거죠!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요?”“생각이라는 걸 해보면 안 돼요? 저도 같이 묶여 있거든요?”온지유는 인내심을 잃은 듯 투덜댔다. 노승아는 여전히 겁에 질린 목소리로 외쳐냈다.“대체 누가 감히 날 납치한 거예요? 내가 누군지 알아요?”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그녀를 보고 온지유는 어이가 없었다.“독 안에 든 쥐가 찍찍댄다고 해서 누가 들어줄 것 같아요? 괜히 시끄럽게 굴지 말고 가만히 있죠?”노승아는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할 줄 꿈에도 몰랐다. 그녀를 납치할 만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
노승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 눈앞도 약간 흐릿했다.“그걸로 협박이 될 거로 생각해? 죽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고 있어! 그럼 좀 봐줄 수도 있으니까.”노승아는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온지유는 하도 긴장해서 식은땀에 흠뻑 젖었다. 그녀는 홑몸이 아니었다. 그녀는 임신한 몸이기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넌 아직도 살아있을 줄 몰랐네.”흉터남은 온지유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여이현이 신경 많이 쓴 모양이야.”“그게 여이현 씨랑 무슨 상관이죠? 저희 헤어진 거 몰라요? 살인 충동이라면 제가 더 강할 것 같네요.”흉터남은 또 노승아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네가 좀 똑똑한가 보구나. 자기 아버지랑 아주 똑같네.”온지유가 물었다.“도대체 저는 왜 납치한 거예요? 여이현 씨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랑은 상관없잖아요.”“그래, 상관없지. 여이현이 너랑 헤어진 것도 알고 있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두 년 다 잡아 오는 게 안전하지 않겠어?”흉터남은 아무런 실수도 없어야 했다. 한쪽은 여이현의 아내고, 다른 한쪽은 애인이었다. 실수가 없기 위해서는 양쪽 다 잡아야 했다.더군다나 노승아의 아버지는 그를 함정에 빠지게 했다. 더욱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죽게 되더라도 혼자 죽지는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쫓아왔어요!”홍혜주는 긴장한 기색으로 달려와서 말했다.“준비를 하려면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해요.”홍혜주를 발견한 온지유는 잠깐 멈칫하다가 시선을 돌렸다. 별다른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그녀는 홍혜주가 왜 이곳에 있는지 몰랐다. 그래도 흉터남이 추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과 이곳에 남아 있다가는 자신도 죽으리라는 것은 알았다.흉터남은 차가운 눈빛으로 홍혜주를 바라보다가 배를 퍽 찼다. 뒤로 쓰러진 홍혜주는 힘겹게 다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인명진은? 너희 둘도 날 배신했지? 이제 다 컸다고 나는 안중에도 없는 거 아니야?”“저는 죽어서도 아버지를 따를 거예요. 하지만 명진이는 잘 모르겠어요. 만약 죽이라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갔고 착하게 자란 윤별은 초등학교에 간 지 며칠 되지 않아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으며 여이현도 매우 기뻐했다.하지만 윤별은 항상 외할아버지를 기억하고 있었고 심지어 작은 빨간 꽃을 만들어 외할아버지가 있던 방에 붙여놨다.온지유는 윤별의 행동을 눈치채고 바로 다가가서 위로해 주며 말했다.“별아, 너무 슬퍼하지 마. 외할아버지는 지금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셔서 우리를 보고 계실 꺼야. 그리고 내년이면 외숙모 집에서 별이 남동생과 여동생도 태어날 거야.”“그런데요 엄마, 외할아버지께서 제가 1학년이 되어 글자를 배우면 공부를 가르쳐 주신다고 약속했어요. 그리고 외할아버지께서 또...”윤별은 말하다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전에 윤별이가 브람을 따라갔을 때 브람은 매우 엄하게 대했지만, 온경준이 경성에 데려다 키우는 동안은 윤별에게 끝없는 사랑을 주면서 모든 것을 만족시켜 주었다.그리고 윤별의 몸이 허약하니 온경준은 옆에서 정성껏 보살펴 주었고 쓴 약도 잘 먹게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달래여 먹이면서 많은 추억을 쌓아 주었다.그때 윤별은 온경준에게 물었었다.“할아버지는 할아버지 집에 가고 싶지 않아요?”온경준의 집은 Y 국이었고 윤별의 말에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해 주었다.“별이랑 엄마가 어디에 있으면 할아버지 집은 거기에 있는 거야. 할아버지는 예전에 많은 잘못을 했고 그렇게 되어 너희 엄마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었어. 이제 겨우 같이 살게 되였는데 할아버지가 어찌 Y 국에 다시 돌아가고 싶겠어? 게다가 이쪽에 오래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온경준은 그때 윤별이랑 함께 많은 수공예도 했고 병아리도 기르고 꽃을 심고 풀도 심었지만, 지금은 반 친구들 외에 하민 동생이 놀러 오고 평소에 윤별은 항상 혼자였다.온지유는 윤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외할아버지는 그저 우리보다 먼저 다른 세계로 가신 거야. 모든 사람이 이 세상에 오면 사명이라는 걸 가지고 와. 그리하여 사람은 언젠가 죽을 것이고 앞으로 때가
여이현이 추천해 주겠다는 의사는 인명진이었다.인명진의 능력은 상당히 좋았다.당시 그와 지석훈이 하민에게 수술을 해주지 않았더라면 하민은 지금처럼 이렇게 빨리 낫지 않았을 것이다.“난 병이 없거든.”나도현이 자신의 심병을 인정하지 않자 여이현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지난 4년 동안 치료해 온 걸 아니까 너의 이런 심리는 이해는 할 수 있어. 근데 넌 배 비서가 말했듯이 양시은 씨의 우수함을 부정하면 안 돼. 그녀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도 있을 텐데 네 옆에만 가둬 두고 있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게다가 네가 뭐 사랑을 강제로 시키는 대표도 아니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사소한 일로 다투지 마.”나도현은 여이현의 말을 다 알아들었지만 자신의 답답하고 복잡한 이 심정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그는 양시은이 모두에게 존중받는 것도 원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앞에서만 이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마시다 보니 나도현은 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양시은은 오늘 저녁에야 출장에서 돌아왔고 여이현이 만취한 나도현을 데려온 것을 보고 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여이현 씨, 저의 남편 데려다줘서 고마워요.”“별말씀을요. 둘이 잘 소통해 봐요.”여이현의 한마디에 양시은은 바로 눈치채고 나도현이 열일곱 살 난 아이 같아 유치하다고 생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양시은은 도우미를 불러 나도현을 위층으로 옮기고 침대에 눕혀 신발을 벗기고 넥타이를 풀어줬다.금방 출장 다녀온 탓에 힘들었지만 인내성 있게 나도현을 돌보았고 혹시라도 토할까봐 곁에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그런데 뜻밖에도 나도현은 갑자기 양시은을 품에 안더니 그녀에게 입을 맞추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양시은, 나 정말 널 너무 사랑해. 그래서 또 잃을까 봐 두려워.”“너의 마음을 나도 다 알고 있어.”“니가 너무 우수해서 다른 사람들이 눈여겨볼까 봐 겁이 나, 그리고...”양시은은 그의 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바보야, 너는 내가 인생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남자이고
‘말로는 못 하지만 행동으로는 가능한 거니까, 진짜 임신 되였다면 양시은이 지우지는 않을 거잖아?’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던 나도현은 진짜 행동으로 옮기려 했지만, 뜻밖에도 양시은이 출장을 가게 되어 그는 매우 우울했고 회사에서도 정신을 다른 곳에만 두고 있었다.차준기는 하루 종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나도현이 걱정되어 물었다.“대표님, 안되면 제가 부인님한테 연락해 회사로 나오시라고 할까요?”차준기는 양시은이 비서직을 그만두고 본인의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부터 매일 혼이 나간 사람처럼 지내는 나도현을 보고 분명 그녀를 그리워하는 행동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출장 갔는데 어떻게 불러.”나도현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니면 대표님이 갑자기 어디 아프시다고 할까요?”차준기의 건의는 좋은 방법이 맞지만 문제는 혈기 왕성한 젊은 남자가 자주 아프다고 밖에 소문이라도 나면 안 좋을 것 같았고 게다가 나진 그룹에는 나도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됐어, 그 방법은 안 통해.”“그럼...”차준기가 머리를 짜내면서 나도현을 위해 방법을 찾고 있었지만 나도현 본인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짜증 내며 말했다.“됐어, 이제 나가봐. 내가 혼자서 생각해 볼게.”하지만 나도현 혼자서는 절대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그때 갑자기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생각난 나도현은 여이현과 당시 온지유는 매일 함께 있었으니 그는 틀림없이 많은 방법을 가르쳐줄 거라 믿고 즉시 전화를 걸어 팀을 만들려고 했다.그들 팀은 합치면 제갈량을 능가할 정도였다.지석훈과 최주하는 일이 있다고 하면서 지금까지도 일을 처리 못 하여 오지 않았고 여이현과 그의 비서 배진호만 왔다.그들은 나도현의 우거지상을 보자 배진호가 먼저 조롱하면서 입을 열었다.“나 대표님께서 지금 무슨 걱정이 있으시겠습니까. 들어보니 양시은 씨도 이제 자신의 노력으로 사업을 더욱 잘하고 계신다던데 더 이상 바랄 것이 있나요?”나도현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말해줘 봐요. 어떻게 하면 아내를
그 뒤로 양시은의 노력과 함께 그녀는 점점 더 바빠졌고 아침 일찍 나가면 저녁 늦게까지 일하다 보니 결국 나도현과의 시간이 자주 어긋나 한집에 있으면서도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다.헤어져 있었던 시간이 있다 보니 나도현은 양시은과 함께 있는 시간을 각별히 신경 쓰고 소중히 여겼다.하여 양시은의 바쁜 일상을 나도현은 원치 않았고 그녀를 가로막으며 물었다.“양시은, 난 그래도 전에 집, 회사, 가족 모두 잘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넌 나랑 아들만 집에 두고 일만 하네? 이젠 우리도 널 만나려면 예약하고 만나야 하는 거 아니야?”양시은은 나도현이 이런 말까지 할 줄은 몰라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난 단지 최근에 좀 바빴을 뿐이야. 이 시기가 지나면 매일 너랑 함께 있을 수 있는거잖아.”양시은은 나도현의 발걸음을 맞추려고 재빨리 걸었다.이렇게 해야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엔 항상 나도현에게 의지만 했던 양시은이 아닌 어깨를 나란히 걷고 있는 부인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나도현은 불만 있는 어조로 말했다.“한번 이런 일이 생기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되겠지. 내가 일을 못 해본 사람도 아니고,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거야?”나도현의 말에 양시은은 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나도현, 내가 언제 얼렁뚱땅 넘어갔다고 그래? 전에는 나보고 열심히 일하라고 해놓고 지금은 내가 바빠지니 또 그게 싫은 거야? 마음이 바뀐 거야?”나도현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양시은은 그의 침묵이 바로 인정이라고 생각되었다.이 순간, 나도현은 어머니가 그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아 키우라던 말이 머리를 스쳐지나가자 바로 양시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양시은, 한 나이라도 젊을 때 우리 아이 몇 명 더 낳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도현은 바로 양시은의 허리를 껴안고 그녀를 들어 올려 안았다.양시은은 나도현의 품에서 허우적대며 말했다.“나도현, 너 미친 거 아니야? 너 저번에 나한테 아이는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협박으로 인해 현장에는 의견이 있어도 감히 먼저 나서서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이 연회를 빌어 나도현은 양시은이 자신의 아내라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뜻밖에도 그와 여이현의 스캔들로 마무리가 되dj 여이현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말했다.“이현아, 미안해. 사람들이 우리 사이를 이 정도로 생각할 거라 생각 못 했어.”“괜찮아. 전에도 이런 일들이 많았잖아. 이런 사소한 일로 내가 화를 내면 나중에 더 큰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할 거야. 그냥 잘 지내면 돼, 그럼 사람들이 함부로 말하지 않을 거야.”여이현은 그 사람들을 무대 위에 세워놓고 위협하고 당사자들한테 사과하게 할뿐더러 다른 계획까지 세우고 나성원을 시켜 사적으로 헛소문을 퍼뜨렸던 사람들을 다시 찾게 했다.연회가 끝나고 여이현이랑 함께 나온 온지유는 그를 조롱하며 말했다.“너랑 나도현 사이에 부적절한 스캔들은 한두 번이 아니잖아? 그 사람들은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이젠 결혼도 하고 아이까지 있는 사람들인데 너희 둘을 그렇게 생각하다니.”“여론을 만드는 사람들 따로 있나 봐. 이런 거 신경 쓸 필요 없어. 남들은 몰라도 넌 잘 알잖아.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지 여자를 좋아하는지, 너의 발언권이 제일 효력 있는 거 아니야?”여이현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온지유는 그런 여이현의 뜻을 알아채고 즉시 여이현을 노려보며 말했다.“나이가 몇인데 유치하게 아직도 그런 말이 나와?”여이현은 웃으며 말했다.“내 아내하고 말하는데 또 뭐가 어때서? 근데 나 지금 급하게 할 일이 생겼어, 우리 빨리 집에 가야 돼.”“갑자기 무슨 급한 일인데?”온지유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나도현이 애가 한 명이라 지금 둘째도 계획하고 있을 거란 말이야. 그럼 나도 빨리 움직여 걔보다 앞서야지, 안 그래?”여이현은 온지유의 귀에 대고 속삭여 말했다.온지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여이현의 가슴을 살짝 두드리며 말했다.“전에 누가 나한테 다시는
양시은은 그런 나도현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나도 알아, 너의 마음도 다 이해해. 이젠 내가 옆에 있잖아.”“그래, 영원히 내 옆에 있어 줘.”나도현은 중얼거리며 반복해 말했다.4년 동안의 헤어짐은 항상 나도현을 불안에 떨게 했고 매일 먼저 눈을 뜨면 양시은이 곁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안심하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나도현은 시도 때도 없이 항상 양시은을 곁에 두고 싶었고 그녀가 더 우수해지기를 원했으며 물론 어머니가 말씀하신 네 명의 아이까지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다.그 뒤로 나도현은 여이현의 명성을 빌어 연회를 열었고 경성의 부권 사람들이 다 오게끔 하여 자신에게 양시은 같은 훌륭한 아내가 있다는 것을 자랑하려고 했다.연회를 여는 일에는 아무런 막힘이 없었고 친구로서 여이현도 당연히 참석했지만, 나도현은 그날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의혹만 받았다.“변호사 직업을 버리고 대표 자리를 차지하더니, 이제 그것도 모자라 가업을 논하고 있어요? 근데 옆에 있는 아내라는 분은 비서 아니에요?”“다들 잊었어요? 여대표님의 아내도 비서였었잖아요.”“저 두 사람 진짜 사랑하는 사이 맞아요?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결혼하고 이건 그냥 여대표님의 사랑 이야기를 전부 복사하는 거 아니에요?”“그러니까요. 나도현은 모든 걸 여이현을 따라 하는 듯해요. 이렇게 여이현의 관심을 끌려는 거잖아요. 너무 무서운 사람이네요.”한가하게 앉아 헛소문을 토론하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듣던 나도현은 어이가 없어 한마디 하려 했지만 한발 빠른 여이현이 먼저 나서며 나성원을 불러 뒤에서 험담하는 사람들을 전부 끄집어 데려오라고 하고 그들을 앞에 세우고 말했다.“당신들 잘 들어요. 저랑 나도현은 형제 같은 친구이고 우리의 감정 경력을 보면 당신들은 비슷하다고 말하지만 전혀 다르거든요. 저는 처음에 온지유가 저 사람인 줄 모르고 만났고 그 뒤로 오 년 동안 헤어졌지만, 지금은 다시 만나 애도 낳고 살고 있어요. 하지만 나도현은 완전 어머님의
임다혜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몰라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나 대표님이라면... 나도현의 아버지를 말하는 건가? 아니면 나도현?’나도현이 임다혜를 약혼녀로 받아들이기 싫어 그녀에게 손을 쓴 건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일일 텐데 이렇게 쉽게 풀어주는 것이 이해가 안 된 임다혜는 확인하고 싶어서 되물었다.“어느 나 대표님을 말씀하시는 거죠?”눈앞의 남자는 그녀의 물음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당신이 건드린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서 이렇게 물어보는 거예요?”틀림없이 나도현일 거로 생각한 임다혜는 그가 왜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그를 찾아갔다.그때 나도현과 양시은은 서로 웃고 떠들며 사랑을 나누고 있었고 멀리서 다가오는 임다혜를 보자 양시은이 먼저 앞에 나섰다.변화된 양시은의 모습을 본 임다혜는 이제 겨우 얼마나 지났다고 사람이 이 정도로 개변되였을가라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당신이 나도현 씨한테 절 풀어주라고 한 거예요?”임다혜는 나도현이 어떤 원한이라도 있으면 반드시 갚는 사람이고 이미 결정한 일이면 쉽게 사람을 풀어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 틀림없이 양시은의 뜻일 거로 생각했다.“저랑 나도현은 지금 너무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임다혜 씨를 풀어주지 않으면 그냥 행인일 뿐인 사람을 우리가 여전히 신경 쓰고 있다는 것밖에 안 되기에 그렇게 한 거예요.”갑자기 훅 들어온 행인이란 단어가 임다혜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임다혜는 그렇게 오랫동안 나도현을 쫓아다니면서 사랑했지만, 나도현은 한 번도 그녀를 돌아본 적 없었고 이제 와보니 결국 혼자 마음고생한 것이었다.“이런 말을 해주셔서 고마워요. 양시은 씨,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임다혜는 목이 메여 말도 잘하지 못했다.양시은이 아니었으면 임다혜는 아직도 갇혀 있었을 것이니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맞는 말이었다.“당신 가족도 더 이상 피해 볼 일 없을 거예요. 그러니 앞으로는 자신의 사업을 잘 이어가
대신 일을 해줄 사람이 넘쳐나는데 뭐하러 본인이 고생하냐는 식으로 말하는 박은희에 나도현은 그저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어머니, 시은이 몸 상태도 고려해주셔야죠. 시은이가 최근 4년간 하민이를 위해서 밤낮없이 일만 해온 거 어머니도 잘 아시잖아요. 저랑 같이 살게 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여유를 즐길 틈도 없이 또 덜컥 아이를 가져서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도 여자니까 임신과 출산의 고생을 누구보다도 잘 아실 거 아니에요.”나도현의 그 한마디에 박은희도 할 말이 없었다.나도현은 박은희가 조금 망설이는 것 같아 냉큼 말을 이어갔다.“만약 하민이가 혼자라서 외롭다고 하면 당연히 둘째든 셋째든 낳을 테니까 그 점은 시름 놓으세요. 하지만 시은이와 저의 계획을 물으신다면 그건 그냥 순리에 맡기고 싶어요.”“알겠어, 그럼 너희 뜻대로 해.”박은희는 나도현이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더 밀어붙였다간 양시은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일까 봐 더 말하지 않기로 했다.그제야 박은희는 은근히 걱정됐다.“내가 이렇게 급해 했다고 시은이가 또 오해하진 않겠지?”“그럴리가요. 시은이는 어머니 마음을 이해할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것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나도현이 박은희의 어깨를 토닥이며 별다른 말도 하지 않았을 때 양시은이 박은희를 향해 걸어왔다.양시은이 자신에게 미소를 짓는 것을 보자 박은희는 그제야 무겁게 가라앉았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박은희는 나도현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넌 시은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서 바람을 좀 쐬고 들어와. 회사 일은 절대 걱정하지 말고 둘만의 시간을 좀 보내. 네가 그랬잖니, 그동안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고. 그러니까 이제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현재를 즐겨.”“알겠어요.”나도현은 대답과 함께 양시은에게 다가갔고 둘은 알게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함께 올라갔다.양시은이 단미주와 합작한 프로젝트로 인해 업계의 많은 사람은 양시은을 다시 볼 것이다.양시은은 그 결과에 대해
하민은 박은희와 함께 지낸 지 3년이나 되었고 이 집에서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하지만 하민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갈망했다.그래서 양시은과 나도현은 퇴근하는 대로 집으로 돌아와 하민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가끔 학부모의 참여가 필요한 활동은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하지만 너희들도 보다시피 하민이도 나를 잘 따르고 나도 시연이 널 도와서 아이를 잘 돌봐주잖니. 지금 너랑 도현이도 시간이 있고 하민이도 학교에 다니니까 내가 돌봐줄 수 있을 때 딱 둘만 더 낳는 건 어떠니? 그럼 우리 집안도 더 복작거리고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양시은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을 때 나도현이 말을 가로챘다.“싫다는 게 아니에요. 다만 저랑 시은이는 아직은 하민이만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 아이 일은 나중에 더 말하는 거로 해요.”나도현은 하민이 한 명에게도 제대로 된 사랑을 못 주고 있는데 둘째까지 낳아버리면 하민이가 원래도 부족했던 사랑을 나눠줘야 할 것처럼 느낄까 봐 걱정됐다.“왜? 너희 둘 중에 누가 아프기라도 한 거야?”박은희는 말은 그렇게 해도 눈길은 이미 나도현에게 향해있었다.양시은은 이미 하민이를 낳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박은희의 시선을 느낀 나도현은 어쩔 수 없이 말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맞아요, 제 몸에 문제가 생겼어요. 최근 4년간 병원에 다니고 있었고 일도 바빠서 제 정자 생존율이 엄청나게 낮아졌어요.”그 말을 들은 박은희가 침착할 리 없었다.박은희는 당장 나용민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당신이 기를 쓰고 도현이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부담을 주니까 도현이 몸이 망가졌잖아요. 지금 당장 회사 업무를 이어받아서 책임지고 도현이 좀 푹 쉬게 해줘요. 국가 정책도 개방된 마당에 애가 하나밖에 없는 게 말이 돼요?”박은희에게는 나도현이 유일했다. 애당초 박은희는 나도현이 양시은과 사귈까 봐 온갖 방법을 다 대며 노력을 했지만 결국 나도현은 그런 박은희의 노력을 무시하듯 박은희의 뜻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