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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2층으로 올라간 온지유는 방문이 반쯤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여이현은 분명히 그 안에 있을 것이다.

온지유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차가운 표정으로 문을 열어젖혔다.

"이현 씨, 비겁하게 굴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서 이야기 해요!"

온지유는 문 앞에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이현을 발견 했다.

그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그 주변에는 수많은 술병이 널려 있었다.

손에는 아직 마시다 남은 술병이 들려 있었다.

하루 종일 술을 마신 듯했다.

온지유는 여이현을 어떻게 윽박지를지 이미 다 생각 해두고 있었다.

오늘이야말로 차마 들을 수 없을 정도의 독설을 퍼부어 그의 자존심을 완전히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술에 취해 비굴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그를 보고 온지유는 더 이상 독한 말을 뱉을 수가 없었다.

여이현은 이미 그녀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상태였다.

온지유는 의아했다. 왜 이렇게까지 술을 마신 것일까?

그는 노승아와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지 않았던가?

그는 온지유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았던가?

온지유는 처참히 농락당했고 여이현은 충분히 만족하였을 텐데.

분명히 기뻐해야 할 텐데, 왜 그는 이토록 슬퍼 보이는 걸까?

지금의 여이현은 온지유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그의 무력함, 좌절감, 그리고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온지유는 주먹을 꽉 쥐었다.

복잡해진 마음에 그와 싸우려던 생각도 사라져 방을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돌아서려는 순간 뒤에서 아주 미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유야..."

쉰 목소리로 낮게 부르는 소리였다.

온지유는 돌아서려는 마음이 없었다.

"지유야..."

발걸음을 떼려 했지만 여이현은 계속해서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온지유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그를 돌아보았다.

여이현은 옆으로 몸을 일으켜 눈을 반쯤 뜬 채 그녀를 보고 있었고, 그녀를 붙잡으려는 듯 손을 뻗고 있었다.

온지유의 감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온지유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꿈일까?"

여이현은 온지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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