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이현은 하나씩 배제해 보았다.상대가 총기까지 꺼낸 것을 보아 오히려 그에게 원한이 있는 것 같았다.그들은 처음에 온지유를 목적으로 납치를 했다. 배 속의 아이도 목적이 아니었다.납치범들은 대부분 나약한 아이를 목표로 삼기를 좋아했지만, 장기밀매가 목적일 수도 있다.이번의 노출로 그들은 보수적인 선택을 할 것이고 동일한 인물을 목표로 삼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온지유를 선택할 리가 없었다.그렇다는 건 누군가 사주했을 가능성이 더 컸다.“대장님, 어제 그 여자가 또 대장님을 찾아왔었습니다.”이때 다른 부하가 말릴 새도 없이 보고했다.한편 노승아는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병실로 나온 여이현을 본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연예인이었던지라 외출할 때 선글라스는 필수였다. 얼굴을 꽁꽁 가린 그녀는 최대한 자신의 모습이 기사에 나지 않도록 신경 썼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붉어진 눈시울로 여이현을 보며 줄 끊어진 진주처럼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아주 가련해 보였다.“이현 오빠, 괜찮은 거야?”노승아는 그가 아주 걱정되었다.“걱정돼 죽는 줄 알았어. 깨어나서 정말로 다행이야. 오빠가 깨어나지 않아서 그동안 잠도 이룰 수 없었어. 이젠 드디어 푹 잘 수 있을 것 같아.”그녀는 흥분한 얼굴로 깨어난 그를 보며 아주 기뻐했다,그리고 이내 여이현을 이리저리 살폈다.“대체 어디를 다친 거야? 얼른 봐봐.”여이현은 그녀의 손을 탁 잡았다. 아무리 안색이 창백해도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어제 왔었다고?”노승아는 자신을 의심하던 온지유가 떠올랐다. 여이현도 자신을 의심할까 봐 두려워 얼른 변명했다.“어제는 너무 정신이 없었어. 오빠가 너무 걱정되어서 오빠 얼굴 한번 보고 싶었는데 다들 못 들어가게 막았거든. 그래서 더 오빠한테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불안했나 봐. 난 병원 재방문하다가 우연히 온지유가 여기 있는 걸 본 거야. 사람이 많이 모여 있기에 오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로 생각해서
어떻게 된 일일까.두 사람이 다시 화해하기라도 한 걸까?두 사람을 어떻게든 갈라놓으려고 했던 행동이 오히려 두 사람의 감정을 더 돈독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노승아는 남몰래 주먹을 움켜쥐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치밀었다.‘왜 나는 안 되고 온지유는 되는 건데!'그녀는 여이현과 친분이 있는 사이가 되기 위해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그러니 절대 온지유가 쉽게 여이현을 차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이건 너무 불공평했다.“노승아.”여이현의 매서운 눈빛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내 말, 듣고 있는 거야?”노승아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감정을 갈무리하면서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알아. 나도 더는 그런 기사가 나지 않게 조심할 거야. 그리고 난 이미 드라마 몇 편이나 받았어. 이젠 일에 집중할 때가 되었고 이미지 관리해야 한다는 거 알고 있어,”그녀는 이미 한번 망할 뻔했었다.이미지를 다시 바꾸고 싶다면 부단히 작품을 찍으며 연기를 해야 했다. 그녀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준다면 대중들도 언젠가 그녀의 노력을 알아줄 것이었다.지금은 인터넷 시대였다. 무엇을 하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든 전부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만들어 홍보했다.여이현은 그녀에게 일 얘기만 했다.“그래.”노승아는 여전히 여이현에게 기대를 품고 있었다. 애초에 그녀를 위해 기획사까지 차렸으니 말이다.물론 그는 그저 그때의 일로 은혜를 보답하려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여이현의 목숨을 구해주었으니 어떻게든 보답하려고 했다.그러니 그녀는 더는 그의 마음을 이용할 수 없었다.오히려 여이현에게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다. 언젠가 연예계 최정상 자리에 앉아 그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었다.“너만 괜찮다면 나도 괜찮아.”노승아는 다시 선글라스를 꼈다.“이따 일정이 있으니까 난 먼저 가볼게.”“그래.”여이현은 차갑게 대답했다.노승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다시 한번 병실에 누워있는 온지유에게로 향했다. 뭐가 어찌 되었든 온지유가 평
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여이현의 링거도 때마침 뺄 때가 되었기에 저녁 먹을 준비를 했다.그는 이미 병실에 저녁을 준비해 두었다. 그것도 영양 가득한 임산부 특식으로 말이다.뚜껑을 연 그는 국물이 담긴 그릇을 그녀의 앞으로 밀었다.온지유는 국물을 마셨다. 그녀가 직접 만든 것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최근 그녀는 식욕이 샘솟았다.여이현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돼지 간을 한 조각 집어 베어 물던 그녀는 비린 맛이 확 느껴졌다.“윽, 이건 맛이 없네요. 이현 씨가 먹어요.”그녀는 바로 여이현의 그릇에 내려놓고 계속 국물을 마셨다.여이현은 자신의 그릇에 놓인 돼지 간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행동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맛없는 음식을 발견했을 때 제일 먼저 그를 떠올리며 그에게 처리를 맡길 줄이야.그 말인즉 그는 그녀에게 필요한 사람이란 얘기였다.그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그래, 네 입맛에 안 맞는 건 전부 내가 다 먹어줄게.”그는 온지유가 남긴 것만 먹었다.온지유는 딱히 이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본능적으로 한 행동이었다.그녀가 배불리 먹은 뒤에야 여이현은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여이현은 그녀가 남긴 음식을 전부 먹어치웠다.온지유는 저도 모르게 놀란 눈으로 그를 보며 물었다.“왜 내가 남긴 것만 먹었어요.”그러자 여이현이 말했다.“네가 남긴 것이 뭐 어때서? 방금 말했잖아, 네 입맛에 안 맞는 건 전부 내가 먹어치우겠다고.”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 따스해지는 기분을 느꼈다.여이현처럼 귀하게 자란 사람들은 절대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녀가 남긴 음식이 아닌가.꼭 그와 다시 잘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그녀는 조용히 식사하는 그를 보았다. 이상한 기분은 들지 않았고 오히려 두 사람 사이에 달달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웃으며 물었다.“이현 씨가 싫어하는 음식도 나 대신 다 먹어줄 거예요?”여이현이 말했다.“네가 준 거라면
온지유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딸기 케이크가 먹고 싶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여이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난 마음을 읽는 마법을 부릴 수 있거든."온지유는 믿지 않았다.이런 우연이 있을 리가.온지유는 여이현을 빤히 쳐다보다 다시 방 한쪽에 있는 옷장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못미덥다는듯 옷장 앞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그 안에는 과자, 과일, 케이크 등 각종 간식들로 가득 차 있었다.모든 공간이 온통 먹거리로 채워져 있었다.온지유는 여이현을 쳐다보았다.여이현은 약간 어색한 듯 말했다."그게... 전부 내가 먹으려고 준비한 거야."온지유는 웃음을 터뜨렸다.“연기는 거기까지만 하세요. 저 한번 기쁘게 해주려고 정말 애쓰셨네요."여이현은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문 앞에 서 있던 용경호를 바라보았다.용경호는 그의 시선을 피해 아무 말 없이 자책하듯 벽을 보고만 있었다.30분 전, 여이현과 용경호는 어떻게 온지유에게 서프라이즈를 줄 수 있을지 의논하고 있었다.그때 용경호가 말했다."옷장 안에 온갖 간식을 가득 채워 두고, 때가 되면 마법처럼 사모님이 좋아하는 것 하나를 꺼내 보세요. 이 수법은 안 먹힐 때가 없었어요. 제가 아는 모든 여자들이 좋아했었던 겁니다."여이현이 반신반의하며 물었다."정말 그렇다고?""당연히 정말이죠. 해봤는데 다들 진짜 좋아했어요. 그걸로 다 제게 푹 빠졌었죠!"용경호는 자신 넘치게 여의현에게 장담했다.그 당당한 태도에 여이현도 용경호의 제안을 따랐다.하지만 정작 계획은 몇 초도 안 돼 들통이 나 버렸다.여이현은 용경호를 보며 속삭였다."다 푹 빠진다고 하지 않았나?"용경호가 당황하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저도 사모님이 눈치가 이리 빠를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조카들에게 써봤을 때는 정말 좋아했었거든요."여이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조카들?"용경호는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사실... 제 여자 경험은 그저 제 조카들과의 장난을 말한 거였습니다."여이현의 얼굴이 점점 어
온지유는 용경호의 말에 갸우뚱하며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러세요?"용경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엊저녁 대장님이 제게 벌을 주셨어요. 한밤중까지 훈련을 시키시더니, 아침에는 새벽에 우는 수탉보다 일찍 일어나라 하시는 거 아닙니까."온지유는 그제야 눈치챘다."그랬었구나, 이현씨는 용경호씨가 밤에 운동하는 걸 좋아한다고 하던데요?"용경호는 너무 억울하다는 듯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나요? 그래요, 대장님이 그러시면 제가 밤에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걸로 해야죠."집 아래에 도착하고 온지유가 말했다."여기서 잠깐 기다려줘요. 금방 다녀올게요.""알겠습니다."용경호는 온지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기해야 했지만, 사생활을 존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부대에서 이미 이 아파트의 보안 수준은 확인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했다.온지유는 돌아가던 길에 인명진의 방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그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다.인명진이 왜 그토록 자신을 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혹시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라도 있는 걸까?그는 지금 집에 있을까?온지유는 잠시 망설이다 초인종을 눌렀다.그 자리에서 몇 번을 눌렀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집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려던 순간, 인명진의 문이 열렸다.온지유가 급히 돌아보며 말했다."인..."길고 늘씬한 몸이 힘없이 그녀 쪽으로 기울어졌다.온지유는 놀라서 급히 그를 부축했다.다행히 인명진이 문을 붙잡고 있었기에 모든 무게가 온지유에게 쏠리는 일은 없었다.그 덕에 온지유는 비교적 쉽게 쓰러진 인명진을 부축할 수 있었다."인명진 씨? 무슨 일이에요?"인명진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율아..."그 이름을 들은 온지유는 부정하지 않고 먼저 인명진을 집 안으로 밀어 들어섰다.집에 들어온 온지유는 강한 피비린내를 맡았다.쓰레기통 안에는 피로 얼룩진 붕대들이 가득했다.온지유는 인명진을 소파에 눕혔다. 그의 복부는 이미 선명한 피로 물들어 있었다.온지유는 순
"그럴 리가요?"온지유는 이런 인명진을 본 적이 없었다.왜 그가 자신이 싫어질까 봐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인명진은 그런 두려움을 가질 이유가 없는 사람 같았다.하지만 지금은 인명진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었다.온지유는 부드럽게 말했다."일단은 제 말을 따라줘요. 먼저 상처를 치료해 줄게요."인명진은 여전히 망설였다.하지만 온지유는 그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의연히 그를 돕기로 결심했다.온지유는 그의 옷을 풀고 그의 상처들을 바라보았다.하얀 피부에 깊게 새겨진 상처들에 온지유의 마음도 덩달아 쓰려왔다.그의 테이블 위에는 약이 놓여 있었다.온지유는 약을 가져와 조심스럽게 그의 상처에 발랐다.그리고 물었다."어제 나를 보러 왔었나요?"인명진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온지유는 그의 상처를 치료하며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일들을 정리하고 다시 묻기 시작했다."어제 나를 보러 왔었죠. 나를 보러 왔지만 마주치지는 않았어요. 그때는 상처가 없었을 텐데, 그 후에 다친 거네요. 내가 납치된 이후예요. 그 빨간 머리 여자, 홍혜주 씨 맞죠? 당신과 아는 사이였어요. 나를 납치한 사람이죠. 당신과 그 사람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이 상처들도 그 사람들 때문인가요?"온지유의 추측일 뿐이었다.하지만 그 추측은 거의 다 맞았다.인명진은 상황을 숨기고 싶었지만 동시에 온지유에게 진실을 말하고 싶기도 했다.그는 조용히 말했다."맞아요, 홍혜주.""그럼..."온지유가 그날을 떠올리며 말했다."그럼 그날 택시를 운전했던 사람도 홍혜주였나요?""그래요."인명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내가 지유 씨를 구할 수 있었던 거예요."온지유는 인명진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혹시 우리... 작은 방에서 만난 적 있나요?"이 말에 인명진은 온지유를 바라보며 그녀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했다.그러나 온지유의 눈빛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온지유는 모든 것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온지유는 그에 깜짝 놀랐다."지금 뭐 하려는 거예요?”온지유는 인명진의 가슴을 밀어내며 물었다.인명진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차갑게 말했다."낯선 남자의 방에 이렇게 무턱대고 들어오다니, 위험할 거란 생각은 안 했나 봐요?"온지유는 대답했다."알고 지낸 지 꽤 됐잖아요.""내 정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데?"온지유는 입술을 꾹 다물고, 한치의 두려움 없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당신이 제게 감히 뭘 할 수 있는데요?""당신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 쳐도, 나한테 뭘 어떻게 할 수 있는데요?"온지유는 인명진의 위협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그러자 되려 인명진의 시선이 복잡해졌다.온지유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오자, 그는 반대로 한 발짝 물러섰다.온지유는 그가 단지 말로만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인명진이 정말로 해칠 마음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그녀를 구하지 않았을 것이다.인명진은 결국 소파에서 일어나며, 자기가 졌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지유 씨 말이 맞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저는 당신을 해칠 수 없어요."온지유도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그날 홍혜주도 나를 해치지 않았어요."인명진이 말했다."그 일은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아요.""저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온지유가 계속해서 말했다."기억이 단편적이긴 하지만, 저도 알아요. 저랑 인명진 씨, 그리고 홍혜주 씨가 예전에 만난 적이 있다는걸요. 우리가 어떤 곳에 있었든 간에, 난 나왔잖아요. 두 분은 나올 수 없는 거예요?"온지유는 인명진과 홍혜주도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그들도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인명진은 온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지유 씨와 저희는 달라요.""왜 다르죠?"인명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만하고 이젠 돌아가세요."인명진은 온지유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려는 듯했다.온지유를 더 이상 위험에 빠뜨릴 수 없었다.온지유는 인명진의 상처를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보며 물었다."전에 손에 끼고 있
용경호는 온지유를 보자마자 말했다."사모님, 이제야 오셨네요. 문을 두드리러 가려던 참이었어요."온지유는 인명진과 만난 일은 말하지 않았다."편집장님과 얘기하다가 좀 오래 걸렸어요. 이제 가요."용경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온지유가 가까이 다가오자 피 냄새를 눈치채고 물었다."사모님, 어디 다치신 건 아니죠?""아니에요."온지유는 자신에게 인명진의 향이 배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덧붙였다."아마도 대표님의 몸에 묻은 냄새일 거예요."용경호는 크게 의심하지 않았지만, 온지유의 손목에 새롭게 생긴 구슬 한 줄을 눈여겨보았다.온지유는 가는 내내 그 구슬을 만지작거렸다.왜 인명진이 이걸 주었을까?온지유는 자세히 살펴보다가, 그 구슬 안에 옅은 붉은 빛이 서려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원래 이런 모습이었나?온지유는 이해할 수 없었다.온지유는 인명진의 과거에 대해 많은 의문을 품고 있었고, 이번 일로 또 하나의 의문이 추가되었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명진이 그녀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길을 가던 중, 공아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지유 씨, 장다희 씨의 역이 빼앗겼어요!"이 소식에 온지유는 적잖게 놀랐다."누가, 어떻게 빼앗은 거예요?"공아영이 대답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분명 누군가 다희 씨를 겨냥해 뒤에서 조종하고 있어요.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뒷배가 있는 거예요."온지유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장다희는 방금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분명히 역할을 따낼 수 있었을 것이다.실력이 출중한 그녀가 역할을 못 따낼 리가 없다.만약 정말로 뒤에서 자본이 개입한 것이라면, 장다희와 대립할 수 있는 가장 명백한 인물은 노승아일 것이다.온지유는 상황을 조금 더 생각해 보았다.장다희가 맡을 예정이었던 역할은 현대극의 여주인공이었다.하지만 장다희가 배제되고, 신인 배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그 신인은 예전엔 주로 하녀 역할을 했던 배우였다.이 사실을 확인한 온지유는 공아영 못지않게 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