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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

온지유는 직접적으로 대답하기를 포기하고 말을 돌렸다.

“여기엔 이현 씨 물건을 놓을 자리가 없어요.”

여이현은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찬장을 열어봤다. 그 속에는 자그마한 공간이 남아 있었다.

“여기 두면 되겠네. 난 아무래도 괜찮아. 배 비서!”

“네!”

배진호는 눈치 빠르게 여이현의 옷을 걸기 시작했다. 0.1초라도 고민하면 일자리를 잃는 것처럼 말이다.

온지유는 자신들의 관계가 변한 것 같으면서도 안 변한 것 같았다. 그들은 이혼하지도, 선을 긋지도 않았다. 반대로 여이현은 자꾸만 더 가까이 다가오려고 했다.

정리를 끝낸 배진호는 뒤로 물러났다. 온지유가 말없이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여이현이 먼저 말했다.

“아까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고프지? 우리 뭐라도 좀 먹을까?”

울분이 치밀어 올랐던 온지유는 밥 먹고 싶은 기분이 전혀 없었다.

“배 안 고파요.”

“그래도 먹어야지. 애는 배가 고프대.”

여이현은 그녀가 심술부리며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는 주로 직접 해 먹어요. 이현 씨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거예요.”

“내가 해줄게.”

여이현이 말했다. 그리고 온지유의 깜짝 놀란 표정을 무시한 채 옷소매를 위로 올리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장은 배진호가 이미 봐왔다. 배진호가 남겨둔 봉투 안에는 야채와 통닭이 있었다. 아직은 무슨 요리를 하려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현 씨가... 요리를? 손질까지 필요한 거라면 못할 것 같은데.’

그녀는 딱히 말리지 않았다. 여이현이 스스로 포기하기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 같았던 것이다.

그녀가 꿀물이라도 타 마시려고 꿀을 들어 올리자 배진호가 쏜살같이 다가왔다.

“제가 할게요, 사모님.”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잖아요.”

“그건 회사에 있을 때의 얘기죠. 사석에서는 당연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배진호는 진지하게 말하며 꿀물을 타기 시작했다. 태도는 여이현을 대할 때와 똑같이 공손했다.

온지유는 배진호가 타 준 꿀물을 받아서 들고 소파에 앉았다.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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