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채현의 말은 여이현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여이현은 그녀의 쓸데없는 말이 듣고 싶지 않았다.“이채현 씨는 온지유의 자리를 채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착각은 거기까지만 하세요!”“네, 대표님. 제가 지금 바로 식당 주방장에게 연락해 다시 주문해 오겠습니다.”이채현은 여이현을 힐끗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여이현은 차갑게 말했다.“됐습니다!”말을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이채현을 뒤로 한 채 방을 나가버렸다.여이현이 사무실을 나가도 이채현은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다. 여이현은 그녀가 온지유의 자리를 대신에 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온지유가 그녀를 채용한 것은 원래부터 자신의 자리를 그녀가 대신하길 바라서였다.여이현의 반응을 보니 언제든지 그녀를 해고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가 입사한 회사는 여진이었다. 만약 여이현에게 해고당한다면 다른 회사로 간다고 해도 그녀의 이력서를 본 순간 대부분 거절할 것이 분명했다.더구나 그녀의 상사는 이 도시에서 제일 권력자로 불리는 여씨 집안의 후계자였다.그렇게 생각하니 이채현의 눈빛이 달라졌다.‘반드시 살아남을 거야!'...온지유는 여이현의 말대로 수려원으로 가지 않았다.본가로 돌아왔다.부모님은 처음부터 그녀가 여이현과 계약 결혼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정미리는 그녀가 이혼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난번 여이현이 그녀와 함께 온재준의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도 정미리는 여이현의 앞에서 단 한 번도 이혼 얘기를 꺼내지 않았기에 갑자기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이혼 얘기를 꺼낸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어 부모님 집으로 온 것이다.그녀가 본가로 오자마자 심각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온경준은 그녀가 들어오자 바로 입을 열었다.“마침 잘 왔구나. 오늘부터 여이현 그 녀석 집으로 가지 말아라. 그냥 이혼 서류에 사인해서 택배로 보내. 그 녀석이 사인을 안 하려거든 그럼 이혼 소송 걸어!”여진숙이 찾아왔던 시간대에 온경준은 외출한 상태였다. 만약 그때
정미리는 생각이 달랐다.“그 여자가 또 찾아온다면 그땐 절대 그냥 돌아가게 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잘 못 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왜 그 여자를 두려워해야 하는데요?!”온지유의 눈가가 붉어졌다.두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도 사실상 전부 그녀를 위해서였다.온지유는 살짝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전 두 분이 다른 사람과 다툼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시어머님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여진숙은 원래부터 그녀를 무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여이현이 이혼을 원치 않고 있었기에 어쩌면 여진숙 쪽을 해결할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그녀는 부모님께 저녁을 해드리고 나서야 집에서 나왔다.그러나 아파트 단지 입구로 나와 택시를 잡으려 할 때 길가에 서 있는 검은색 차량을 발견했다.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고 여이현의 얼굴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그는 창문으로 팔을 내놓고 있었고 긴 손가락 사이엔 반쯤 타버린 담배가 있었다.온지유는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다가갔다.문을 여는 그녀의 행동은 바로 여이현의 주의를 끌었다.여이현은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그녀를 보았을 땐 그녀는 이미 조수석에 앉은 상태였다. 설령 여이현이 창문을 열고 담배를 태웠다고 해도 차 안에는 코를 찌르는 매캐한 담배 냄새가 났다.아마도 임신한 탓에 후각이 예민해진 것 같았다.예전의 그녀는 이 정도 담배 냄새를 맡아도 아무렇지 않았었다.여이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넌 이채현을 너처럼 똑같이 가르친 거야?”“아니요.”온지유는 여이현이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지만 바로 부정했다.지원자 중에서 이채현을 뽑지 않았다고 해도 그녀는 똑같이 상세한 정보가 적힌 노트를 다른 사람에게 주었을 것이다. 이채현이 잘 해내고 있다는 것은 그녀가 눈치를 잘 살폈기 때문이다.일도 깔끔하게 처리하고 머리도 좋았기에 금방 여이현의 인정을 받아냈다.여이현은 코웃음을 쳤다.“네가 나간 후에 이채현이 뭘 했는지 알기나 해? 마음대로 내 일정을 짜려고 하더군. 네 자리를 대신할 생각을 하고
옆에 있던 온지유는 들리는 ‘중독'이라는 두 글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노승아 씨 병원에 있는 거 아니었나? 병원에서 중독되었다고?'‘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노승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가슴이 차갑게 식어갔다. 여이현은 그녀의 상태를 알고 있었음에도 바로 달려오지 않았다. 예전의 여이현이였다면 분명 소식을 듣고 당장 달려와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을 것인데 그는 변해버렸다.그녀는 바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이현 오빠, 혹시 내가 꾀병 부린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야, 내 모든 검진 결과가 그 자양제에 문제가 있다고 나왔어. 그 자양제 성분을 지금 분석하고 있다고.”온지유는 그제야 상황을 알게 되었다.노승아는 자양제를 먹고 중독되었다. 그리고 그 자양제는 그녀가 가져다준 것이다. 여진숙은 노승아를 아주 예뻐해 노승아의 건강에 좋은 보약을 지어왔다.그러니 여진숙은 자양제에 독을 탈 사람이 아니었다.그러면 유일하게 남은 의심 가는 사람은 그녀였다.온지유가 차갑게 말했다.“전 어머님이 가져온 그대로 병원에 가져다드렸어요. 안에 어떤 보약이 들어있는지도 열어보지 않아서 몰라요. 만약 제가 열어보았다면 노승아 씨가 받자마자 눈치 못 챌 리가 없잖아요.”그녀가 하지 않은 일이니 굳이 억울하게 당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핸드폰 너머에 있던 노승아도 온지유의 말을 전부 듣고 있었다. 핸드폰을 잡은 그녀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가고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그녀는 온지유가 여이현의 곁에 있으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온지유의 목소리가 이렇듯 잘 들리는 것을 보면 아주 가까이 붙어 앉아 있는 것이 분명했다.대체 어떤 공간에 같이 있어야 온지유의 목소리가 이 정도로 잘 들려올까?“온지유 씨, 전 누군가 독을 탔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먼저 그 얘기를 꺼내다니 지금 자백하는 건가요?”노승아는 이를 빠득 갈면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꾹꾹 눌렀다.여이현은 두 사람이 핸드폰으로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지 않았다.“그
여이현은 침묵했다.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의 입술은 일자가 되어 불쾌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잘생긴 얼굴은 유난히도 싸늘하게 보였다.“온지유, 이혼하기 위해 지금 불쌍한 척 연기하는 거야? 하, 지금 당장이라도 연예계 데뷔해도 손색이 없겠네.”비꼬는 어투가 그녀의 귓가에 들어왔다.온지유는 믿기지 않았다.“이현 씨 눈에는 내가 연기하는 거로 보여요?”그녀는 그의 곁에 꽤나 오랫동안 있었다. 설령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그녀의 성격만큼은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는 그녀의 성격마저 잘 몰랐다.그녀에게 이런 말을 했다는 자체가 그녀는 조금 충격이었다.온지유는 실망을 느꼈다.“그래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어차피 우린 계약 결혼한 거니까 결혼 생활을 제외한 다른 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죠. 저한테 그럴 자유가 있으니까 말이에요. 이현 씨도 제 자유를 억압할 권리는 없어요.”연예계로 데뷔하든 말든 전부 그녀의 자유였다.노승아가 중독되었다고 했으니 그녀는 자신을 위해 결백을 밝혀야 했다.“대표님, 출발하실 건가요? 혹시 아직도 시동 걸 생각이 없으시면 전 이만 내릴게요.”말을 마친 뒤 온지유는 문을 열려고 했다.그러나 여이현이 버튼을 꾹 누르며 잠가 버렸다.그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전벨트 매.”여이현이 운전할 기미를 보이니 그녀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빠르게 여이현은 수려원에 도착했다.옷은 전부 원래 살던 집에 있었기에 수려원에서 정리할 짐이라곤 딱히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옷은 대부분 여이현이 배진호를 시켜 새로 산 것이었다.온지유는 친구들을 떠올렸다.그런데 탐정과 경찰이 존재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바로 경찰에 신고한 뒤 여씨 가문에서 나와 차를 타고 병원에 들어가는 CCTV 영상까지 전부 찾아냈다.동시에 보약을 지은 업체도 찾아내 성분을 분석했다.그녀가 말한 대로 보약 포장은 2차 개봉한 흔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노승아가 제일 처음 개봉했다는 의미였다.다만 온지유는
[와, 대박. 이걸 소재로 영화를 찍어도 되겠네. 분명 대박 날 거야!]...온지유는 더는 댓글을 읽어보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증거를 올린 이상 그녀가 결백하다는 것을 밝힐 수 있었고 인터넷에서 뭐라고 하든 이제 더는 그녀와 상관없는 일이 된다.수려원에서 살고 있었기에 그녀는 조금의 물건만 남겨두었다.필요한 것만 가방에 챙기고 필요하지 않은 건 대부분 남겨두었다.물건은 딱히 많지 않았기에 빠르게 정리를 끝마칠 수 있었다.문을 열자 방 앞에 서 있는 여이현을 발견했다. 그는 그녀가 들고 있는 짐을 빤히 보더니 한껏 가라앉은 눈빛으로 변했다.“원래는 이현 씨에게 증거를 보여주려고 했었어요. 하지만 저를 향한 악플이 너무도 심해서 결국 제 계정에 올려서 결백을 밝히는 수밖에 없었어요.”노승아가 정말로 그녀를 해치려 하든, 아니면 누군가가 그녀가 독을 탔다고 의심을 하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녀는 이미 결백을 밝힌 상태였으니 말이다. 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여이현이 화가 났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그러나 여이현은 인터넷에 올라온 것들에 관해 관심이 없었고 심지어 댓글을 보지도 않았다. 그가 지금 신경 쓰는 건 온지유 손에 들려있는 짐과 그녀가 내뱉은 말이었다.“온지유, 자꾸만 내 인내심의 한계에 도전하려 하지 마.”여이현이 서슬 퍼런 목소리로 말했다.온지유는 그가 노승아 때문에 화난 것으로 생각하며 냉정하게 말했다.“제가 제 결백을 밝힌 게, 그게 이현 씨 인내심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었어요? 왜죠, 이 일이 노승아 씨와 연관이 있어서 그런 건가요?”그녀는 자신의 결백을 밝히자 네티즌들은 노승아의 자작극이라며 몰아갔다. 하지만 그것은 네티즌의 생각일 뿐 그녀와 아무런 관계도 없지 않은가.잔뜩 어두워진 그의 안색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온지유는 비록 마음이 괴롭긴 했지만, 어차피 그와 이혼할 것이 아니던가.게다가 분명하게 말을 해줘야 나중에 덜 고통스러울 것이다.일자로 된 여이현의 입술은 심기 불편함을 그대
온지유의 검은 두 눈동자엔 단호함이 담겨 있었고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다음 주 수요일에 접수하러 가지.”여이현이 차갑게 말했다.온지유는 결심한 것이다.그녀는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오늘이 월요일이니 다음 주 수요일까지 며칠의 시간이 있었다. 1분 1초마다 세상은 변해가는 데 더구나 며칠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니!온지유는 입술을 틀어 물었다.“왜 오늘은 안 되는 건데요? 전 시간을 더 끌고 싶지 않아요.”“승아 일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어.”그는 차갑게 이 말을 툭 던졌다. 그녀와 더는 이 일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그렇다는 건 그녀와 1초도 말을 섞기 싫다는 의미기도 했다.게다가 그가 내뱉은 말에도 문제가 있었다.그는 노승아가 중독된 일에 그녀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하지만 그녀는 이미 증거를 자신의 계정에 올렸는데 여이현이 여전히 이런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그녀가 조사한 것을 믿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그래도 그가 이혼 서류에 사인해 주기로 했으니 전처럼 계속 버티고 있는 것보단 나았다....서재로 돌아온 여이현.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자마자 배진호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배진호는 사실 그대로 그에게 알렸다.“대표님, 사모님께서 결백을 증명하신 뒤 네티즌들은 현재 노승아 씨가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기획사도 현재 논란에 휩싸였습니다.”이것은 전부 그가 예측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일이 커지면 회사에 영향이 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럼 그 보약은 어떻게 된 거죠? 누가 독을 탄 건지 알아냈나요?”여이현은 눈을 가늘게 접었다. 그의 눈빛에선 서늘함이 느껴졌다.배진호가 답했다.“그쪽은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모든 정황이 독을 탄 사람은 사모님이라고 나오고 있습니다만 사모님께선 이미 결백을 증명하셨죠.”그 말인즉, 독을 탄 사람은 노승아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의미기도 했다. 여이현이 기억하는 노승아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고
현재호는 찻잔을 내려놓고 나직하게 말했다.“쓸데없는 말 좀 작작 해. 이현이가 어련히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겠지.”여진숙은 더 화가 났다.“당신은 대체 왜 그렇게 무관심한 건데요? 알아서 해결한다니, 알아서 해결하다가 나중에 이혼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현재호는 고개를 들어 여진숙을 보며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이혼하든 말든 현이가 알아서 하겠지. 뭘 그렇게 당신이 화를 내고 걱정해?”“내 아들인데, 내가 화를 내고 걱정하지 않으면 누가 해요?”여진숙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현재호는 질린다는 눈빛으로 보다가 다시 원래의 표정대로 돌아왔다.여진숙은 더 짜증이 치밀었다.“당신은 현이를 아들이라고 생각한 적 있기나 해요? 그동안 한 번도 현이한테 관심도 없었잖아요. 당신이 이 집안에 존재하든 말든 변하는 게 하나도 없고 말이에요!”“그래도 그동안 현이가 알아서 잘 컸잖아?”현재호는 여전히 담담했다. 마치 여이현을 자기 아들이 아닌 것처럼 얘기하고 있었다.여진숙이 말했다.“현이가 부모인 우리한테 거리를 두는데, 대체 뭐가 잘 컸다는 거예요?! 이건 다 당신 탓이에요. 당신만 멀쩡한 아빠였으면 현이도 우리한테 선을 긋지 않았을 거라고요!”여진숙은 흥분한 상태였다. 두 눈에 눈물이 핑 돌면서 현재호를 향해 손가락질도 했다.현재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질려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말했다.“난 물건 가지러 잠깐 들린 거야. 물건만 챙기고 바로 갈 거니까 내 밥은 준비할 필요 없어.”말을 마친 그는 서재로 들어갔다.여진숙은 그를 보며 분노했다.“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나가려는 거예요!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그래? 밖에서 만나는 여자가 나보다 더 소중하다는 거예요? 그럼 앞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요! 평생, 영원히!”현재호는 그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있었다. 물건을 챙긴 뒤 여전히 히스테리를 부리는 그녀를 무시하며 차 타고 떠나버렸다.여진숙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었다.
이 말을 꺼낸 여이현의 어투는 한없이 차가웠다.온지유는 여이현의 어투에서 가소로움과 차가움을 눈치챘다.너무도 아이러니했다.“그냥 물어본 거예요. 공짜 여행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요. 알겠어요, 혹시 다른 할 말은 없죠?”그 말인즉 별다른 할 말 없으면 백지희의 집으로 떠나겠다는 의미였다.여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지유도 그가 말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서재에서 나갔다.그러나 여이현은 노승아가 손목을 그으며 자살할 줄은 전혀 몰랐다.노승아의 매니저인 김예진이 급하게 그에게 연락했다.“대표님, 승아 언니는 모든 잘못을 온지유 씨에게 돌릴 생각 하지 않으셨어요. 그 보약도 제가 보는 앞에서 드셨어요. 전 언니 곁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언니를 해칠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었어요. 언니는 대표님 회사에 피해를 주는 게 싫어서 결국 목숨으로 결백하다는 걸 증명하려고 했어요...”김예진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왔다. 두려움에 휩싸인 그런 목소리였다.“지금 상태는 어떻죠?”여이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김예진은 울음을 터뜨렸다.“지금 응급 수술 들어갔어요. 대표님, 한 번만 와주시면 안 될까요. 저 너무 무서워요...”김예진은 더는 뒷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그러죠. 지금 갈게요.”여이현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다소 긴장한 얼굴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여이현이 차를 몰고 대문 밖까지 나왔을 때 길가에 서 있는 온지유를 발견했다.온지유는 택시를 잡고 있었다.그녀는 여이현과 더는 얽히고 싶지 않았고 여이현의 차를 타면서 운전 기사에게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고 싶지 않았다.택시가 잡히지 않아 결국 앱으로 콜택시를 불렀지만, 그녀와 아직 4.6 km 떨어진 거리에서 달려오고 있어 기다려야 했다.여이현은 그녀의 앞에서 멈추었다.“타, 데려다줄 테니까.”“괜찮아요. 콜택시 불렀어요.”여이현의 시선을 느낀 그녀는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작아졌다.그의 싸늘한 시선 탓에 등골이 서늘해진 그녀는 결국 하는 수 없이 콜택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