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63화

온지유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아니에요. 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저도 계약서 내용을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누굴 좋아하는지 잘 알고 계시잖아요.”

그녀가 이런 말을 하면 여이현이 무조건 화낼 것이 분명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여이현에게 자신이 질투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 말을 꺼내자마자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점차 사라지고 표정이 구겨졌다.

“여긴 회삽니다. 온지유 씨는 내 비서고요. 내가 시킨 일에 그냥 하겠다고만 대답하면 되는 겁니다.”

그 말인즉슨 쓸데없는 소리 적당히 해라는 의미였다.

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발걸음을 옮겨 여이현의 뒤로 갔다.

손을 들어 천천히 그의 어깨와 목 부위를 안마했다. 사실 그는 온지유의 은은한 체향을 아주 좋아했다. 맡으면 맡을수록 심신이 안정되는 기분이었고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두 눈을 감은 채 편히 쉬었다.

...

같은 시각, 여진숙은 온지유의 본가로 찾아왔다.

지난번 병원에서 온지유에게 손을 댄 후류 정미리는 여진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이번에 여진숙을 보았을 때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싫은 티를 냈다.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여진숙은 명품 가방을 든 채 거만한 시선으로 정미리를 보았다.

“그쪽 딸은 원래부터 우리 이현이랑 계약 결혼을 한 거였죠. 그때는 20억 받고 결혼했으니 말해보세요, 얼마를 주면 현이랑 이혼할 거죠?”

여진숙의 말에 정미리는 다시 분노가 치밀었다.

그녀는 옆에 있던 빗자루를 들어 여진숙을 쫓아내려 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알아서 이혼하겠죠. 하지만 아직 이혼 안 했잖아요. 그쪽 아들이 지금 우리 딸을 붙잡고 안 놓아준다고요! 자꾸만 돈 가지고 사람 모욕하지 마세요. 만약 여이현도 우리 딸한테 아무 마음도 없었으면 처음부터 왜 결혼하자고 했겠어요?”

온경준이 외출한 상태였기에 오늘은 두 여자의 싸움이 되었다.

여진숙은 정미리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