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백지희의 라이벌인 나빛나였다.나빛나는 백지희가 전시를 열자마자 바로 다음 날 전시를 열었고 디자인도 대부분 백지희의 것을 따라 디자인했다.대부분 직원들은 고객을 등급 매겨 아부했다.온지유는 백지희가 마음에 들어 하는 옷을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수 없었다.가방에서 여이현의 블랙카드를 꺼내 직원에게 건넸다.“이걸로 결제해줘요. 저 옷도 전부 살 거니까요.”온지유는 백지희의 손을 잡고 피팅룸에서 나왔다.굳이 입어볼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기세로 이미 나빛나를 이겨 버렸으니 말이다.나빛나와 직원은 블랙카드를 보자마자 눈이 커졌다. 특히 나빛나는 더 화가 치밀었다.“하, 일개 비서 주제에 감히 회사 대표님 카드를 들고 거드름을 피우는 거예요?”그녀는 이곳의 VVIP였다.백지희는 물론 재능이 있긴 했지만, 재력 부분에선 그녀에게 한참 뒤처지는 사람이었다.게다가 온지유도 그저 한 회사의 비서일 뿐이었다.“말 가려서 해!”백지희는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 원래부터 그녀가 하는 모든 것을 따라 하던 나빛나였기에 일부 나빛나의 극성팬들은 항상 다짜고짜 그녀에게 악플을 달곤 했다.그런데 나빛나는 지금 가만히 있는 그녀에게 시비를 건 것도 모자라 그녀의 절친한 친구 온지유까지 모욕하지 않았는가. 백지희는 당연히 참을 수 없었다.나빛나는 거만하게 팔짱을 끼면서 코웃음을 쳤다.“흥, 말 가려서 하라고? 왜, 가려서 하면 내가 말한 게 사실이 아니게 되나 봐? 저 여자가 먼저 남의 블랙카드를 들고 위세를 부린 거잖아. 아니면 저 여자가 여이현 아내라도 되는 거야?”여이현에게 아내가 있었다면 분명 성대한 결혼식을 치렀을 것이었다.“아, 아니지. 다른 가능성도 있었지? 저 여자는 여이현의 스폰을 받는 내연녀 같은 거겠네!”나빛나는 점차 머리를 거치지 않고 말을 막 뱉어내고 있었다.입꼬리에 걸린 비웃음은 유난히 분명했다.온지유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백지희가 다가가 뺨을 때렸다. 경쾌한 소리가
[다들 그만 하세요! 저 여자가 폭행당하든, 온지유가 스폰을 받든 다 저희랑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에요! 저희는 저희 앞가림만 잘하면 된다고요! 남의 일에 뭔 관심이 그렇게 많아요?!][스폰을 받는 사람이 블랙카드로 거드름을 피운다? 정말 어이가 없네요. 어쩐지 젊은 나이에 대표님 비서라고 했더니, 침대 기술이 꽤 좋은가 보네요?][온지유는 아주 대단한 사람이에요. 지난번 파티에서도 여이현 대표가 온지유를 위해 나서주면서 화를 냈다니까요? 온지유가 여이현 대표님 첫사랑마저 밀어냈다는 거 다들 모르죠?][에이, 설마요. 온지유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데 왜 여이현 대표랑 결혼은 못 했대요?][재벌가 며느리 자리에 앉기 쉬운 줄 알아요?]...얼마 지나지 않아 네티즌들은 전부 온지유를 질책하였고 심지어 누군가는 그녀의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만들어 전파하기도 했다.노승아는 아주 기뻤다.이런 때에 연기를 잘해준다면 그녀는 온지유를 밀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온지유가 가져온 자양제를 열었다.몸보신에 좋은 보약이었다.노승아는 김예진에게 먹기 좋게 컵에 따라오라고 했다. 반 시간 뒤, 그녀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침대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바로 여이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전화를 받은 사람은 배진호였다.배진호의 일관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노승아 씨,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세요. 제가 대표님께 전해 드리겠습니다.”“배 비서님, 저 중독된 것 같아요... 이현 오빠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예요? 보약 하나를 먹고 나니 몸 곳곳이 너무 아파요!”노승아는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목소리를 들은 배진호는 지금 노승아가 괴로운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배진호가 답했다.“노승아 씨, 대표님께선 지금 회의 중이십니다. 회의가 끝나는 대로 대표님께 알려드리겠습니다.”“네, 부탁드릴게요. 지금 언니 상태가 많이 심각하거든요.”들려온 것은 노승아의 목소리가 아닌 매니저 김예진이었다.배진호는 담담히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통화를 종료할 때 배
티브이에서 그 문구를 본 여진숙은 더는 냉정함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분노치는 극에 달했다.그녀는 바로 곁에 있던 경호원에게 지시를 내렸다.“지금 당장 여이현과 온지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 와.”온지유가 경찰서로 연행되었으니 여이현은 당연히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었다.사실을 증명하듯 여이현은 이미 경찰서에 도착했다.온지유, 백지희, 나빛나는 같은 취조실에 앉아 있었다. 나빛나는 사람을 부른 터라 진술만 하면 바로 경찰서에서 나올 수 있었다.그녀는 일부러 온지유와 백지희와 같은 취조실에 있겠다고 요구했다.같은 취조실에 있어야만 진술을 끝내고 두 사람의 앞에서 약 올리며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온지유 쪽에서 먼저 사람이 올 줄은 몰랐다. 게다가 다른 누구도 아닌 여진 그룹의 대표 여이현이 왔다.여이현은 회색의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키도 크고 자세도 곧아 위엄이 느껴졌다. 하지만 싸늘하기 그지없는 그 눈빛은 차마 똑바로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여이현이 등장한 순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온지유가 여이현의 내연녀든 아니든, 지금 이 순간 온지유를 걱정하는 여이현의 마음은 진짜였다.그는 온지유를 위해 직접 경찰서로 온 것이다.심지어 온지유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그녀는 여이현을 똑바로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시비가 걸려 경찰서로 온 것이 얼마나 창피한 일이란 밀인가!“그쪽이 온지유가 내 카드를 들고 위세를 부린다고 했습니까?”여이현은 눈을 가늘게 접으며 나빛나를 보았다.칠흑 같은 두 눈동자에선 압박감이 느껴졌다.나빛나도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말까지 더듬었다.“대, 대표님, 저랑 온지유 씨는 그냥 사소한 일로 다툰 것뿐이에요.”그러자 여이현이 피식 웃었다.그의 웃음은 오래 가지 않아 사라져 버렸고 눈빛은 점점 더 싸늘해졌다.“사소한 다툼으로 경찰서까지 왔다고요. 그럼 대체 어떤 일이 그쪽한테는 큰 문제인 거죠?”나빛나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
나빛나는 거부할 수가 없었다.“알겠어요.”온지유는 계속 말을 이었다.“말로만 하는 약속은 믿을 수 없으니까 지희의 모든 것을 따라 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하나 쓰죠.”“네, 그럴게요.”나빛나는 여이현의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서는 각서를 쓰는 수밖에 없었다.3분도 안 된 시간에 나빛나는 각서를 썼다. 심지어 지장도 찍었다.그러나 온지유에게 각서를 보여주려고 하자 온지유가 차갑게 그녀를 보며 말했다.“각서의 대상은 지희에요.”나빛나는 하는 수 없이 다시 백지희에게 각서를 보여주었다.백지희는 각서 내용을 한번 훑어보았다. 나빛나가 빠르게 쓴 것 치고는 내용이 괜찮았다. 이때, 가만히 있던 여이현이 한 마디 보충했다.“배 비서, 지금 당장 여론을 일으킨 사람 찾아서 구치소에 보내요!”“네, 알겠습니다.”배진호는 빠르게 대답했다.나빛나는 멍해졌다. 그녀는 패션디자이너였고 조금 인기 있는 화가기도 했다. 심지어 나씨 가문의 딸이었지만 만약 구치소에 수감되기라도 하면, 이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대표님... 온지유, 아니, 온지유 님. 제발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절 구치소에 보내지 말아 주세요. 전 정말로 반성하고 있어요. 제발요!”여이현은 온지유에게 눈빛을 보냈다.온지유는 백지희의 손을 잡고 여이현의 뒤로 갔다.그들은 애원하는 나빛나를 무시한 채 취조실에서 나가버렸다.배진호는 뒤에서 이 일을 처리하고 있었고 나빛나는 결국 구치소에 수감되고 말았다. 그리고 인터넷에 떠도는 기사와 악플을 배진호가 전부 삭제해 버려 다시 클릭했을 땐 오류로 떴다....경찰서에서 나온 뒤 백지희는 온지유에게 말했다.“지유야, 여이현 씨가 왔으니까 그럼 난 이만 가볼게. 마침 갈 곳이 있었거든.”백지희는 여이현과 같은 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남아 보았자 여이현에게 상대도 되지 않았고 온지유를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괜히 남았다가 여이현의 얼굴만 보면 짜증만 치밀었기에 차라리 자리를 피하는 것이 나았다.여이현은 온지유에게 눈
여진숙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여이현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여진숙은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가려 했다.그러나 몇 걸음 못 가 보안 요원들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그중 직위가 높아 보이는 직원이 말을 걸었다.“사모님, 저희를 난처하게 하지 말아 주세요. 저희도 대표님께서 시켜서 하는 겁니다. 대표님을 만나고 싶으시다면 이따가 댁에서 만나시거나, 아니면 먼저 연락이라도 드려보는 게 어떨까요.”보안 요원은 이내 한 마디 더 보태면서 여진숙에게 말했다.“생각해보세요. 여기를 지나가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누가 사진이라도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라도 하면 보기 안 좋잖아요.”여진숙의 호흡이 다소 거칠어졌다.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날 막아선 것도 모자라 나한테 지금 전화까지 해보라고?'‘결국은 다 온지유를 위해서잖아! 내가 온지유를 괴롭힐까 봐!'‘그래!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여이현 이 녀석 지금 온지유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여진숙은 화를 내며 떠났다....대표이사실.여이현은 온지유를 데리고 온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가만히 놀고만 있을 수 없었던 온지유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 컴퓨터를 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온지유는 커피를 들고 여이현의 방으로 가는 이채현을 발견했다.“온 비서, 거래처 계약서 가지고 와요.”“에, 알겠습니다.”온지유는 생각을 멈추고 계약서를 찾아 여이현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여이현은 이채현이 내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가자 여이현은 이채현을 칭찬했다.“커피 맛이 괜찮네요.”“전부 온 비서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한 거예요. 온 비서님께서 아주 잘 가르쳐 주셨거든요. 대표님, 오늘 저녁 메뉴는 뭐로 준비할까요?”이채현은 여이현의 말에 대답하면서 잊지 않고 그녀를 칭찬했다.여이현은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알아서 준비해줘요. 이 비서 실력 믿고 있으니까.”온지유는 가슴이 답답해졌고 목에 생선 가시라도 걸린 것처
온지유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아니에요. 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저도 계약서 내용을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누굴 좋아하는지 잘 알고 계시잖아요.”그녀가 이런 말을 하면 여이현이 무조건 화낼 것이 분명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여이현에게 자신이 질투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녀가 그 말을 꺼내자마자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점차 사라지고 표정이 구겨졌다.“여긴 회삽니다. 온지유 씨는 내 비서고요. 내가 시킨 일에 그냥 하겠다고만 대답하면 되는 겁니다.”그 말인즉슨 쓸데없는 소리 적당히 해라는 의미였다.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리고 발걸음을 옮겨 여이현의 뒤로 갔다.손을 들어 천천히 그의 어깨와 목 부위를 안마했다. 사실 그는 온지유의 은은한 체향을 아주 좋아했다. 맡으면 맡을수록 심신이 안정되는 기분이었고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두 눈을 감은 채 편히 쉬었다....같은 시각, 여진숙은 온지유의 본가로 찾아왔다.지난번 병원에서 온지유에게 손을 댄 후류 정미리는 여진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이번에 여진숙을 보았을 때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싫은 티를 냈다.“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여진숙은 명품 가방을 든 채 거만한 시선으로 정미리를 보았다.“그쪽 딸은 원래부터 우리 이현이랑 계약 결혼을 한 거였죠. 그때는 20억 받고 결혼했으니 말해보세요, 얼마를 주면 현이랑 이혼할 거죠?”여진숙의 말에 정미리는 다시 분노가 치밀었다.그녀는 옆에 있던 빗자루를 들어 여진숙을 쫓아내려 했다.“계약 기간이 끝나면 알아서 이혼하겠죠. 하지만 아직 이혼 안 했잖아요. 그쪽 아들이 지금 우리 딸을 붙잡고 안 놓아준다고요! 자꾸만 돈 가지고 사람 모욕하지 마세요. 만약 여이현도 우리 딸한테 아무 마음도 없었으면 처음부터 왜 결혼하자고 했겠어요?”온경준이 외출한 상태였기에 오늘은 두 여자의 싸움이 되었다.여진숙은 정미리가
여이현이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정미리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신호음 소리가 들려오고 여이현은 점차 분노가 치밀었다. 핸드폰을 꽉 들면서 순식간에 잘생긴 얼굴에 시커먼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온지유는 들어오자마자 이런 여이현을 발견했다.그의 손에는 그녀의 핸드폰이 들려있었다.온지유는 가심이 덜컥 내려앉았다.병원에서 개인 정보를 쓸 때도 전부 여이현이 들고 있던 핸드폰 번호를 적은 것이다.게다가 여이현의 표정을 보니 그녀의 진료 기록과 결제 내역을 찾아본 게 아닌가 의심도 되었다.특히 여이현의 차갑게 식어버린 두 눈이 자신에게 닿자 온지유는 등골이 서늘해져 대체 어떻게 여이현을 상대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여이현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지유, 우리 이혼할 거라고 장모님께 말씀드렸어?”원래부터 겁에 질린 그녀였다. 그런데 여이현의 말을 듣고 나니 괜스레 안심되었다.그녀는 입술을 틀어 물었다.“자식이 부모님께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을 말씀드리는 건 정상적인 일이잖아요.”비록 여이현이 그녀의 전화를 대신 받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와의 이혼은 예전부터 부모님께 말씀드린 적 있었기에 딱히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그녀가 지금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여이현이 그녀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 것이었다.어쩌면 그녀를 놓아줄지는 몰라도 아이는 반드시 데려가려 할 것이다.여이현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내 동의도 없이 친정집으로 가서 이혼하겠다고 말했는데, 이게 정상적인 일이라고? 온지유, 난 네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었는지 정말 궁금해!”여이현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그녀가 악플 공격을 받고 경찰서에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바로 배진호에게 경찰서로 가서 그녀를 구해주려 했다. 그런데 그녀는?온지유는 고개를 푹 숙였다.“딱히 다른 생각한 적 없어요. 전 그냥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까 이젠 이 결혼 생활도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여이현 씨, 지금 이혼하고
하지만 이채현의 말은 여이현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여이현은 그녀의 쓸데없는 말이 듣고 싶지 않았다.“이채현 씨는 온지유의 자리를 채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착각은 거기까지만 하세요!”“네, 대표님. 제가 지금 바로 식당 주방장에게 연락해 다시 주문해 오겠습니다.”이채현은 여이현을 힐끗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여이현은 차갑게 말했다.“됐습니다!”말을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이채현을 뒤로 한 채 방을 나가버렸다.여이현이 사무실을 나가도 이채현은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다. 여이현은 그녀가 온지유의 자리를 대신에 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온지유가 그녀를 채용한 것은 원래부터 자신의 자리를 그녀가 대신하길 바라서였다.여이현의 반응을 보니 언제든지 그녀를 해고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가 입사한 회사는 여진이었다. 만약 여이현에게 해고당한다면 다른 회사로 간다고 해도 그녀의 이력서를 본 순간 대부분 거절할 것이 분명했다.더구나 그녀의 상사는 이 도시에서 제일 권력자로 불리는 여씨 집안의 후계자였다.그렇게 생각하니 이채현의 눈빛이 달라졌다.‘반드시 살아남을 거야!'...온지유는 여이현의 말대로 수려원으로 가지 않았다.본가로 돌아왔다.부모님은 처음부터 그녀가 여이현과 계약 결혼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정미리는 그녀가 이혼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난번 여이현이 그녀와 함께 온재준의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도 정미리는 여이현의 앞에서 단 한 번도 이혼 얘기를 꺼내지 않았기에 갑자기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이혼 얘기를 꺼낸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어 부모님 집으로 온 것이다.그녀가 본가로 오자마자 심각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온경준은 그녀가 들어오자 바로 입을 열었다.“마침 잘 왔구나. 오늘부터 여이현 그 녀석 집으로 가지 말아라. 그냥 이혼 서류에 사인해서 택배로 보내. 그 녀석이 사인을 안 하려거든 그럼 이혼 소송 걸어!”여진숙이 찾아왔던 시간대에 온경준은 외출한 상태였다. 만약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