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을 죽인 범인이 없어졌다.이제 더 이상 조사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증거를 찾을 필요도 없다. 이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노 아가씨, 당신의 진술은 끝났습니다. 이제 상처를 치료하러 가세요.” 경찰이 말했다.매니저가 말했다. “노승아 언니, 당신은 너무 착해요. 자신도 다쳤는데 병원에 가지 않고 먼저 경찰서에 와서 일을 마무리하다니.”노승아의 눈가는 빨갛고 얼굴은 매우 창백했다. “그만 말해, 이미 끝났어. 이제 병원에 가자.”매니저는 노승아를 부축하며 걸었다. 그녀는 매우 허약해 보였지만 억지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그들은 바로 온지유와 마주쳤다.노승아는 온지유를 보며 말했다. “정말 우연이네요, 경찰서에서도 만나게 되다니.”온지유는 노승아의 손이 다쳤고 옷이 피로 범벅인 것을 보았다. “우연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사람이 떨어져 죽었는데 하필 당신 집에서 떨어졌다고요?”노승아는 잠시 멈췄다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말했다. “그 소녀 말하는 거예요?”그녀는 태연하게 서 있었고 다시 말했다. “그 소녀가 왜 날 찾아왔는지 모르겠어요.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예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녀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들었어요. 아마도 도망치다가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걸 거예요.”“맞아요, 그녀와 몇 번 만났어요. 항상 여씨 가문에서 봤어요. 그녀는 여이현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들었어요. 그녀는 내가 여이현과 관련이 있는 것을 알고 질투해서 나를 죽이려고 했을지도 몰라요.” 노승아는 모든 것을 명확하게 말하며 덧붙였다. “그녀는 여이현을 좋아했어요. 단 하룻밤의 관계였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을 여주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예요.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잘못된 길을 걸었어요.”노승아는 모든 책임을 자신과는 무관하게 돌렸다.“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온지유는 노승아를 주시하며 말했다. “주소영이 저지른 어리석은 일들은 당신이 뒤에서 조종한 거겠죠.”“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난 그녀와 친하지
“배 비서, 얼른 병원에 데려가요.”“네, 대표님.”여이현의 말에 배진호가 달려오자 노승아가 여이현을 향해 물었다.“오빠는 같이 안 가요?”“난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좀 있어. 일 끝나면 갈게.”나중에 온다는 여이현의 말에 노승아가 안심하며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나 먼저 병원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말을 마친 노승아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는 온지유를 쳐다보았다.여이현이 노승아를 아끼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었고 이번에는 다치기까지 했으니 걱정하는 게 당연했기에 온지유는 못마땅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너 괜찮아?”여이현이 그런 온지유를 눈치채고 묻자 온지유는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갔을 때 주소영은 이미 죽어 있었어요. 경찰이 그러는데 다른 용의자가 없으면 삼촌 사건은 그렇게 종결 날 거래요.”“주소영이 확실하대?”“네. 사람이 죽어서 그냥 그렇게 끝낼 수밖에 없대요.”처음에는 다른 사람한테 당했다는 게 화가 났지만 사람도 다 죽고 나니 여기서 더 따져봤자 뭐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다 끝났으면 우린 그만 가자.”“어디로요?”“어디 가고 싶은데?”잠시 고민하다 묻는 여이현에 온지유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노승아 씨 다친 거 보러 가야 하잖아요. 내가 가려는 곳이랑은 다른 방향일 텐데 뭐하러 나한테 물어요. 얼른 거기나 가봐요.”온지유는 아무렇지 않은 듯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질투하고 있었다. 노승아는 온지유에게 넘지 못할 벽 같은 존재였다.여이현은 그런 온지유를 가만히 바라봤지만 더는 말하지 않고 자신의 등을 떠밀기만 하는 그녀에 여이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혼자 어디 가려고?”“집에요.”온지유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말했다.“본가에 갈 거예요. 부모님한테서 연락 왔어요.”여이현의 집에 가지 않겠다는 대답에 여이현은 담담히 대꾸했다.“그래.”그런 여이현을 보고 있던 여이현이 주먹을 꽉 쥐며 생각만 해왔던 그 말을 내뱉었다.“일이 너무 딱
“회사에도 할 일이 남았잖아. 삼촌분 일 처리 끝났으면 이젠 회사 일에 집중해야지.”여이현은 온지유의 또 다른 신분을 상기시켜주었다.온지유는 여이현의 비서였기에 그에 따르는 업무가 존재했다.곧 이직할 거라서 일을 해야 하는 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지만 집에서 삼촌 일을 처리하느라 휴가를 다 써버려서 출근하지 않으면 월급이 깎일 수 있었기에 온지유는 출근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하던 일은 마무리 해야 했기에 온지유는 고민 끝에 대답했다.“네, 대표님.”만족스러운 대답에 여이현이 온지유에게 향했던 눈길을 거두고 앞장서 걷자 온지유가 그 뒤를 따랐다.그렇게 둘은 예전처럼 부부가 아니라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로 돌아갔다.온지유는 여이현의 눈빛만 보아도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바로 가져다줬기에 여이현도 그렇게 많은 비서를 보아왔지만 맘에 드는 건 온지유뿐이었다.둘이 처음으로 향한 곳은 온지유의 예상대로 병원이었다.온지유는 여이현이 노승아에게 정성을 쏟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마침 요즘은 노승아도 쉬고 있었으니 사랑놀이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였다.노승아를 보러 가는 엘리베이터에 있는 게 온지유와 여이현이었기에 둘 사이에는 정적이 감돌 수밖에 없었다.둘이 병실에 도착했을 때는 노승아가 이미 상처를 다 치료한 다음이었는데 의사 말을 들어보니 심신 안정을 취해야 해서 심리 상담을 받아보는 걸 추천하는 듯싶었다.안 그래도 위로가 필요했는데 이 와중에 마침 여이현이 들어오는 걸 본 노승아는 벌떡 일어나 여이현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안기며 팔을 잡아끌었다.“이현 오빠.”“나 너무 무서워요.”문에 기대어 있던 온지유는 이젠 둘이 안고 있는 모습을 봐도 아무렇지 않은 저 자신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질투도 뭣 모를 때 얘기지 이젠 이런 일이 하도 자주 일어나다 보니 여이현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지 오래였기에 더이상 상처받지도 않았다.여이현은 그런 온지유를 신경 써서인지 노승아를 떼어내며 물었다.“상처는 다 치료한 것
그 말에 이상함을 느낀 여이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십 분 동안이나 실랑이했다던데? 그동안 아무도 안 왔다고요? 그러다가 혼자 발을 헛디뎌서 떨어진 거예요?”“방안에 승아 언니랑 주소영 씨뿐이고 얘기만 하는 거니까 저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경호원 오빠들은 승아 언니가 하필 그날 다 휴가를 줘버려서...”김예진은 여이현이 저를 탓하기라도 할까 봐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노승아의 매니저씩이나 돼서 제일 위험할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한 건 업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것이었기에 탓해도 할 말은 없었다.“신고는 누가 했어요? 경찰이 엄청 빨리 왔던데.”사건이 벌어지자마자 거의 경찰이 왔으니 신고를 한참 전에 해야 가능한 일이었다.그런데 김예진도 누가 신고를 했는지 몰랐기에 그 질문에는 답을 할 수 없었다.김예진이 노승아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경찰차의 소리를 들었을 때였다.“내가 신고했어요.”그때 노승아가 나지막이 말하며 종이로 이따금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냈다.“주소영 씨는 그때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면서 자기가 죄를 너무 많이 지어서 경찰이 잡으러 올 거라고 했어요.”그러면서 노승아는 시선을 온지유에게로 옮겼다.“지유 언니, 나도 그날 소영 씨 말 듣고 나서 언니 삼촌이 그렇게 된 거 알았어요. 그리고 언니를 납치한 것도 다 소영 씨 짓이었어요.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못 될 수가 있어요? 법은 다 무시하고 나쁜 짓만 하니까 나도 화나서 바로 경찰에 신고한 거예요.”“그리고 내가 신고하는 걸 보더니 날 죽이려고 달려들었어요.”노승아는 그 일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었다.온지유는 그저 여이현을 따라온 것이기에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제 삼촌을 먼저 언급하는 노승아에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노승아의 말을 삼촌을 죽인 범인이 주소영이고 자신이 그걸 알고 경찰에 신고했으니 온지유가 고마워해야 된다는 뜻으로 들렸다.만약 정말 그런 거면 다행이지만 온지유는 그렇다고만 믿을 수가 없어 노승
여이현은 김예진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온지유 씨가 묻는 건 승아를 위해서이기도 해요. 승아가 지금 이 사건의 당사자잖아요. 기사만 봐도 이보다 더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 천지에요. 그런 사람들 입부터 막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노승아는 공인이었으니 그녀가 인질로 잡힌 일은 일반인이 인질로 잡힌 것과는 성질이 달랐다.일반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어도 보도는 됐겠지만 사건의 당사자가 노승아라면 여론이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다.노승아도 일이 커지면 제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갈 거라는 걸 알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감히 여이현의 아이를 낳으려 한 주소영이 스스로 제 명을 단축한 것뿐이었다.노승아는 제가 아닌 다른 여자가 여이현의 아이를 낳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었다.물론 여이현이 주소영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 거고 주소영은 그저 제 대타일 뿐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여이현의 아이의 엄마 자리에 주소영은 어울리지 않았다.그리고 주소영은 호시탐탐 노승아의 자리를 노려왔기에 노승아는 그걸 지켜보다 당할 수는 없어서 먼저 손을 쓴 것이었다.하지만 일은 노승아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노승아는 레드카펫을 밟고 모두가 우러러보는 자리에까지 올라가 여이현도 제 매력에 빠지게 만들어 그의 아내로 더 많은 명예를 쌓을 생각이었는데 하필 이럴 때 기사가 터져버린 것이다.노승아는 이미 여러 번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이슈 여왕이었다.문제는 매번 나는 기사마다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노승아는 아직 기사는 보지 못했지만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여이현을 보고 그의 기분이 별로임을 알 수 있었다.“이현 오빠, 내가 또 오빠 귀찮게 했죠? 미안해요.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알았으면 소영 씨를 집에 들이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럼 소영 씨도 살아있었을 거고 나도 아무 일 없었을 텐데. 나 너무 후회돼요.”“언니 잘못 아니잖아요. 주소영이 나쁜 년이고 그 사람이 지옥 가야지 언니가 왜 사과를 하고 있어요!”여이현도 노승아를 탓하지 않고
적어도 배진호가 보기에는 여이현과 노승아는 아무 사이가 아닌 듯싶었다.물론 뭐 둘 사이에 감정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긴 했지만 배진호가 본 여이현은 늘 노승아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물론 둘 사이에 배진호가 모르는 다른 것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사랑은 아니었다.배진호의 위로 아닌 위로에 온지유는 미소를 지었다.“진호 씨, 왜 갑자기 나한테 그런 말 해요? 진호 씨도 알잖아요 그날 봐서. 여이현 씨랑 나는 어차피 이혼할 사이었어요.”여이현이 노승아를 위해 엔터를 차렸다는 것부터가 엄청난 의미였기에 온지유는 배진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배진호는 그들의 결혼이 아무 의미도 없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개인적인 질문 하나만 해도 돼요? 온지유 씨는 대표님이랑 이혼하고 싶으세요?”배진호의 질문에 온지유는 잠시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만약 예전에 온지유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대답은 당연히 부정이었을 것이다. 그때의 온지유는 갖은 노력 끝에 이뤄낸 여이현과의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보낼 거라고 다짐했었다.하지만 온지유가 마주친 현실은 그녀의 그런 바람을 짓밟아 버렸다. 이제는 온지유에게도 의미 없는 바람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마주할 때가 온 것이다.배진호는 쉽사리 대답을 못 하는 온지유를 보더니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말했다.“지유 씨도 이혼은 하기 싫은 거죠? 사실 대표님도...”“이혼할 거예요.”갑자기 입을 여는 온지유에 배진호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온지유는 그런 배진호를 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아까 달력 보고 있었어요. 이틀 뒤면 이현 씨와 약속한 날이에요. 그날 법원에 가서 이혼하기로 이미 얘기 끝냈어요.”“저랑 대표님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건 비밀로 해주세요.”온지유는 웃으며 배진호를 향해 말했다.“조용하게 왔다가 조용하게 가고 싶어요. 그래야 아무한테도 피해가 안 갈 것 같아요. 대표님도 유명한 분이신데 괜한 일에 이름 거론되는 거 싫어요.”온지유를 위로해주려던 배진호는 위로 따
그녀의 결정에 배진호는 약간 놀랐다.온지유가 여진그룹에서 지금까지 일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하는 걸 배진호가 지켜보았다.오랫동안 함께 일을 했는데 갑자기 떠나니 약간 섭섭했다.하지만 온지유의 선택이고 결정이니 어떻게 할 수 없다.“정말 결정하셨나요?”온지유는 미소를 지으며, 평정심을 가지고 있었다. 굳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다만 놓아야 할 때면 놓아야 한다.온지유의 이성적인 선택이다.사람은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온지유가 말했다.“결정했어요.”온지유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는데, 새들이 하늘에서 자유롭게 날고 있는 걸 보았다. 온지유도 저 새들처럼 자유로워지고 싶었다.“여진그룹에 계속 있을 수도 없고, 저도 세상 물정을 알아야 하죠.”배진호는 온지유의 결정을 존중했다.“네. 그럼, 앞으로 잘 해봐요. 화이팅!”온지유는 배진호를 보고 웃었다.“그럴게요.”이때, 여이현이 병실에서 나왔다.여이현은 그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몰랐다.다만 아주 즐거워 보였다.여이현은 눈매가 날카로워져서 배진호를 쳐다보았다.배진호는 여이현과 눈이 마주쳤는데, 등골이 오싹해지고 웃음이 굳어져서 말했다.“대표님.”온지유도 고개를 돌렸다.여이현은 배진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올해 성과는 달성하셨어요?”여이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재진호는 어리둥절했다.“아… 연말에 보는 게 아니었나요?”여이현은 차갑게 말했다.“보너스에서 20% 뺄게요!”“…”배진호는 말문이 막혔다.20%는 배진호 석 달간 월급이다.도대체 뭘 잘못 했는지…온지유는 배진호를 보고, 여이현이 약을 잘못 먹었는지 갑자기 이러는 건지.하지만 대표님의 말에 직원이 뭐라 할 수 없다.월급도 아니고 보너스를 깎았으니…도리상 말할 수도 없다.노승아는 문 앞까지 따라왔다. 노승아는 아쉬워하며 여이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멀리 있지 않는 온지유도 쳐다보았다.“오빠. 다음에는 언제 올 거야?”여이현은 문 앞에 멈춰 서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온지유한테 트집을 잡는 것 같았지만, 그리 심각한 것도 아니었다.온지유는 자기가 헛된 생각을 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차 안으로 따라 탔다.시동을 걸자 여이현은 태블릿을 손에 들고, 차 안은 침묵으로 감싸고 있다.온지유도 고향에서 돌아온 후부터 그들의 관계가 서먹하게 변했음을 느꼈다.여이현이 일부러 온지유를 멀리하는 것 같다.아마도 노승아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여이현은 태블릿을 보며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었다.“시간도 늦었으니 데려다줄게.”병원에서 돌아오니 벌써 저녁이 되었다.온지유는 여이현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노승아한테 알면, 온지유는 또 무슨 누명을 쓸지 모른다.어쨌든 주의해야 한다.“아닙니다. 제 차가 아직 경찰서에 있어서, 거기까지 데려다주시면 제가 운전해서 집으로 가겠습니다.”온지유는 바로 거절했다.여니현은 입술을 오므리고 눈빛은 차가웠다. 손가락은 짜증을 낸 듯 스크린에 긁어댔다.그리고 태블릿을 그냥 껐다.여이현은 소리를 크게 내는데, 마치 온지유한테 보여 주려고 하는 듯 했다.온지유도 여이현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더욱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다.10분 후, 경찰서에 도착했다.온지유도 눈치껏 차에서 내려 더 이상 머물지 않았다.또 싸울 수는 없다.여이현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바로 차에서 내리고 그와 말도 하지 않는 온지유를 보고, 얼굴빛이 회색이 됐다.여이현은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출발해!”배진호는 여이현의 안색이 좋지 않고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보고 자기가 너무 느리다고 탓하는 줄 알았다.그래서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서둘러 떠났다.차는 온지유 앞을 스쳐 지나가며, 가스 냄새가 장난 아니었다. 온지유는 눈살을 찌푸리며 차를 바라보았다.떠날 때조차도 온지유의 주의를 끌려고 했다.…여이현은 아침 일찍 회사에 왔다.직원보다 30분 일찍 왔다.배진호가 출근하자, 여이현이 앉아서 서류를 처리하는 걸 보고 좀 의외였다.요즘 여이현이 또 바빠지기 시작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