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이현은 황급히 핸드폰을 들어 CCTV에 찍힌 남자의 종적을 보았다.상대는 아마도 자신의 행동이 CCTV에 찍힐 거라곤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 CCTV를 피하긴 했지만, 구석에 있던 또 다른 CCTV에 옷 갈아입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납치범을 찾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하지만 결국엔 찾아냈다.“당장 출발해요.”그들은 빠르게 납치범이 종적을 쫓아 떠났다....온지유는 엄청난 피로감을 느꼈고 온몸에 힘도 없었다. 분명 쉬고 있음에도 깊은 잠에 빠져 눈을 뜰 수가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어렴풋이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이제 어떻게 하죠?”“납치까지 했는데 당연히 깔끔하게 처리해야죠!”여자의 목소리도 들려왔다.“처리하라니요? 지금 나더러 사람을 죽이라는 소린가요? 이 아이는 내 조카예요. 안 돼요, 돈을 더 줘요!”온재준은 조금 망설여졌다. 그는 온지유를 죽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여이현한테 전화를 걸어서 돈을 달라고 해야겠어. 아내를 살리고 싶으면 어떻게든 돈을 주겠지!”“미쳤어요?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온재준이 핸드폰을 꺼내자 여자는 당황한 듯 그를 말렸다.“여이현이 알게 되면 우리 둘 다 죽은 목숨이라고요. 그쪽이 온지유를 여기까지 납치했으니 어쩌면 이미 알아내서 여기로 올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얼른 처리해야죠. 더 큰 화를 입기 전에!”온재준은 눈앞에 있는 여자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자꾸만 처리하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도 거슬렸다.“아니, 내 골칫거리를 해결해 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설마 처음부터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거예요?”여자는 바닥에 누워있는 온지유를 보았다. 아직도 살아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여자는 아주 초조해졌다.“우린 모두 한 사람을 미워하고 있어요. 온지유가 그쪽한테 어떻게 대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그쪽 상황을 알고도 무시했잖아요. 아니지, 오히려 불구덩이로 밀어 넣었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왜 가족인 척하는 거예요? 얼른 처리해요. 그래야 모든 게 해결되니까요!”
“저한테 돈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 좀 살려주세요!”온지유의 몸엔 옷이 젖을 정도로 식은땀이 났다. 그녀는 입을 크게 벌려 숨을 몰아쉬었다.그녀는 일단 살고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두 눈에 점차 초점이 생기고 그제야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그녀는 아주 어지러운 창고에 두 손 묶여 있었다.눈앞에 있는 사람을 본 그녀는 창백해졌다.“삼촌.”온재준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이제야 날 삼촌이라고 부르는 거니?”온지유는 온재준이 자신을 납치할 줄은 몰랐다.그녀도 더는 온재준에게 무언갈 바라지 않았다.“어떻게 해야 절 풀어주실 건가요?”“아까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돈이 있다고.”온재준은 말을 이었다.“이 카드에 돈이 있는 거, 맞지?”온재준이 들고 있던 카드는 여이현이 준 카드였다.“네, 있어요.”온재준은 바로 미소를 지으며 탐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얼마 들어 있는데?”온지유가 물었다.“그 돈을 주면 절 풀어주실 거예요?”그가 그러겠다고 말하려던 순간 갑자기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요!”창고엔 다른 사람도 있었다.온지유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여자는 어두운 구석에 숨어 나오지 않았다.“풀어주면 안 돼요. 풀어주면 아저씨는 감방에 가게 될 거라고요!”여자의 목소리를 듣고도 온지유는 상대가 누군지 알아채지 못했다.여자는 일부러 자신의 목소리 톤을 바꾸었다. 행여나 온지유가 자신인 것을 알아챌까 봐 말이다.“삼촌, 여기 다른 사람도 있네요.”온재준이 말했다.“그러게 순순히 내놓으라고 할 때 내놓았으면 좋았잖아. 네가 안 내놓고 버티니까 이렇게 된 거잖아.”“그래서. 비밀번호는 뭔데?”그는 또 물었다.온지유는 그가 들고 있는 카드를 보았다.“제가 그걸 알려드리면 절 풀어줄 거라는 확신은 어떻게 하죠? 삼촌이 데리고 온 사람은 아마도 내 목숨이 목적인 것 같은데요.”반응이 이토록 격렬한 것을 보니 여자는 온재준을 이용해 그녀를 납치한 것 같았다.
그녀의 말을 들으니 온재준은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그에게 다가온 여자는 분명 다른 목적이 있어 그를 이용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온지유는 이러나저러나 그의 조카였다.그는 정말 머리가 아팠다. 누군지도 모를 여자에게 이용당하고 있었으니 말이다.그는 고개를 들어 여자가 있는 쪽을 보았다.여자는 다급해진 나머지 화를 내면서 말했다.“저 여자는 지금 이간질을 하는 거예요. 만약 제가 아저씨한테 이 방법을 알려드리지 않았다면 온지유가 아저씨한테 돈을 드리겠다고 했을까요? 저희는 지금 협력하고 있는 사이라고요!”뭐가 어찌 되었든 온재준은 자신의 목적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는 온지유를 보았다.“지유야, 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절대 널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고 맹세하지.”온지유는 쉽게 그를 믿을 수가 없었다.망설이고 있던 때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온재준은 순간 당황하게 되었다.그는 바로 온지유를 잡아 끌어당기고는 칼을 그녀의 목으로 들이밀면서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밖에 누구야!”온지유는 그가 들이민 칼을 보았다. 감히 숨도 크게 쉴 엄두가 나지 않았다.여자는 누군가 왔다는 소식에 더 다급해졌다.“온지유는 지금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는 거라니까요!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이미 알려줬겠죠. 아저씨는 온지유에게 속은 거예요!”“온지유! 감히 날 속여?!”온재준은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는 이를 빠득 갈았다.온지유는 누가 올 거라는 것을 몰랐다.순간 희망이 생겼다.칼은 여전히 그녀의 목에 드리워졌고 어느새 베어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아니에요. 삼촌, 삼촌이 절 여기로 납치했잖아요. 전 그동안 정신을 잃은 상태라 아무한테도 연락하지 못했다고요. 전 그냥 살고 싶을 뿐이에요. 지금 가진 것 돈 외엔 아무것도 없어요. 카드 비밀번호는 지금 당장 알려드릴게요. 그러니까 이 칼 좀 치워주세요.”“그 칼을 내리면 여이현이 아저씨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두 여자의 목소리에 온
하긴 그는 망설임도 없이 그녀에게 200억이 든 카드를 준 사람이었다. 그러니 10억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온지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가슴 한구석이 시큰해졌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확실히.매번 잘해준 탓에 그녀는 가슴이 아팠고 포기하기가 힘들었을 뿐 아니라 고통스러웠다.온재준은 활짝 웃으며 바로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여이현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당장 이 계좌번호로 10억을 넣어요!”구석에 숨어 있던 여자는 순간 초조해졌다.‘안 돼, 절대 안 돼!'‘어떻게든 온지유를 죽여야 해!'이때 문자 알림 소리가 들려오고 온재준의 핸드폰에 문자가 떴다.문자를 클릭하니 은행에서 10억이 들어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그는 문자를 보며 0을 하나씩 세어보았다.10억!정말로 10억이었다.살면서 이렇게 큰돈을 가져본 적은 처음이었다.온재준은 아주 기뻤다. 흥분한 채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그럼 내가 온지유를 풀어주면 날 어떻게 풀어줄 거지?”여이현이 말했다.“여기 차가 있습니다. 차를 타고 가세요. 전 막지 않을 겁니다.”“그럼 내가 갈 수 있게 비켜줘.”온재준은 밖에 세워진 수많은 차를 보았다.차를 타고 도망간다면 안전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었다.게다가 통장엔 10억이 있으니 먹고 살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나중에 때가 되면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해외로 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다.모든 것이 다 나아질 것이다.상황을 지켜보던 여자의 눈빛은 싸늘해졌다. 더는 이곳에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다행히 그녀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뒷문을 알아두었었다. 여자는 그들이 온재준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몰래 빠져나갔다.온재준은 온지유를 붙들고 밖으로 나왔다.여이현도 따라 나왔다. 그의 손엔 식은땀이 가득했다. 온지유의 목에 흐른 피를 보았기 때문이다.행여나 자신의 실수로 온지유가 크게 다칠까 봐 두려웠다. 그랬기에 그는 더 조심스러웠다.온재준은 온지유를 끌고 차 옆까지 왔다.
온재준이 탔던 차가 순식간에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시뻘건 불길이 하늘로 치솟고 있었고 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온지유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하얀 그녀의 피부에 시뻘건 불길이 반사되고 있었고 눈빛이 흔들렸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차가 왜 폭발한 거냐고!'비록 별로 친하지는 않았지만 여하간에 그녀의 친삼촌이었다.설령 다른 사람이 그녀의 앞에서 죽었다고 해도 그녀도 사람이었기에 공포를 느꼈다.머릿속이 하얘졌다. 눈물이 저도 모르게 줄줄 흐르고 있었다.그녀는 한참 멍하니 서 있다가 좀비처럼 비틀대며 폭발이 일어난 곳으로 다가가려 했다.“온지유!”그런 그녀의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든 여이현은 그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얼른 그녀를 붙잡아야 했다. 그렇게 그는 그녀의 팔을 당겨 품에 가두었다.그는 진지하고도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저긴 가면 안 돼. 위험해!”“배 비서, 얼른 불부터 꺼요!”온지유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여이현을 살짝 밀어내며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난 그냥 멀리서 보기만 할게요. 위험하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그저 보고 싶었다. 온재준이 정말로 죽은 것이 맞는지 말이다.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사람이 죽다니 말이다.그들은 모두 소화기를 들고 나타나 불을 껐다.온지유는 멀리서 서서히 드러나는 형체를 지켜보고 있었다. 온재준은 미동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그에게 미안하다고 했었다.이때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두 눈을 가렸다.“됐어. 보지 마.”그러자 온지유가 물었다.“차는 왜 갑자기 폭발한 걸까요? 혹시 누군가 일부러 폭발물을 설치한 건가요? 당신들이 올 때까지만 해도 멀쩡한 차가 왜 폭발한 건데요! 왜 죽였냐고요! 그냥 법의 심판에 맡기면 되는 일이잖아요. 대체 왜 죽였어요!”여이현이 말했다.“누군가 손을 쓴 것 같아. 그것도 방금. 분명 우리 빼고 다른 사람이 있었을 거야.”그의 말에 온지유는 무언가가 떠올랐다.다른 사
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너 방금 분명 기절했었어. 그러니까 검사 꼭 받아야 해.”온지유는 옷을 꽉 잡았다. 그러다가 여이현의 팔에서 흐르는 피를 발견했다.“저보단 이현 씨가 더 필요한 것 같네요.”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왔다.“전 그냥 목에 상처가 작게 났을 뿐이에요. 그냥 약 바르면 괜찮아져요.”“선생님, 대표님부터 봐주세요.”여이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온지유를 보았다.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그녀의 행동이 너무도 수상했다. 꼭 뭔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 같았다.그녀는 검진이 필요 없다면서 몰래 다른 병원으로 갔다.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의사는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리자 끼어들었다.“여이현 씨, 일단 먼저 벌어진 상처부터 치료하셔야 할 것 같네요.”여이현은 의사에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온지유에게 말했다.“검진받고 싶지 않은 거라면 왜 몰래 다른 병원으로 간 거지? 나한테 뭐 숨기고 있어?”그의 눈빛이 차가워지고 어투도 쌀쌀해졌다.온지유는 긴장해졌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척 그를 빤히 보며 말했다.“다른 병원으로 간 건 제 프라이버시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별로 검진받고 싶지 않네요. 게다가 전 멀쩡하다고요.”여이현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넌 연예인도 아닌데 프라이버시가 왜 중요한 거지?”온지유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 핑곗거리를 찾았다.“지난번 회사 앞에서 그 난리가 있었잖아요. 사람들이 이젠 저를 알아보니까 걱정되어서 그래요. 자꾸만 제가 뭘 숨긴다느니 이상한 생각하지 말아요. 딱히 숨길 것도 없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제가 입원을 하든 말든 원래부터 관심이 없었잖아요. 설령 제가 입원한다고 해도 이현 씨는 바빠서 제가 입원한 줄도 모르고 있을 거잖아요.”그녀의 말에 여이현은 입술을 틀어 물고 그녀를 똑바로 보았다.“그래서 지금 원망하는 거야?”“아니요. 전 그냥 사실만 말했을 뿐이에요.”온지유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오늘 구해줘서 고마웠어요. 전에도 이미 충분히 저를 도와줬는데 제가 왜 이현 씨를 원
온지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온지유가 노승아한테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한 것도, 저기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제가 좋아하는 사람 있다는 거, 알고 있잖아요.”온지유가 말했다.한마디로 여이현의 입을 막았다.온지유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하지만 여이현은 지금까지 그 남자를 본 적이 없다.마치 그들 사이에서 풀지 못한 숙제 같았다.여이현은 오만가지 생각을 거친 얼굴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말을 꺼내야 했다.“그 남자에 대해 알고 싶지 않습니다. 계약이 끝나는 즉시, 당신을 풀어줄 테니… 그러니 이혼계약서를 가져올 필요도 없습니다.”그들의 결혼 계약이 만료되어야 온지유가 주식을 받을 수 있다.온지유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협조해 줬다.여이현에 대한 보답인 셈이다.“좋아요.”온지유는 휴대폰을 꺼내 캘린더를 보았다.“얼마 남지도 않았네요. 그럼 대표님이 시간 되는 대로 가지고 와주세요.”여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의사가 두 사람의 상처를 꿰매어 주었다.온지유의 상처는 그다지 깊지 않았다. 피부가 좀 베였을 뿐이다. 온재준이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 여자가 꼬드긴 덕분이다.잠시 후, 경찰이 병원에 도착했다.이번 일은 온지유가 피해자이다.경찰은 굳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온지유 씨, 유감스럽지만 온재준 씨는 이번 폭발로 인해 생명을 잃었습니다.”그렇게 큰 폭발 사건에 사람이 살아있는 것도 기적이다.시체도 다 타버릴 것이다.온지유는 이런 일을 처음 겪는데, 두렵고 안타까웠다.온재준이 온지유를 납치하는 것은 감옥에 몇 년 묵으면 되지만, 죽기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그러나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게 된 건 생각지도 못했다.“알겠습니다. 또 다른 발견은 없습니까?”“현장에서 조사한 바로는 누가 차에 손을 댄것 같습니다.”경찰이 사건의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온재준이 그 차를 몰때 기름이 새는 줄 몰랐다. 심지어 차에서 담배까지 피고, 불이 나서 폭발했다.당시 그
온지유는 우유를 손으로 받고, 아직 따뜻했다. 한 모금 마셨는데 달콤하니, 고소하기도 했다.여이현은 온지유를 달래면서 안쓰러웠다.“잠깐 쉬어 있어.”여이현의 상처는 이미 다 싸맸다.“경찰 쪽은 내가 처리할게.”여이현은 온지유가 너무 힘든 걸 보고 싶지 않았다.이렇게 큰 납치 사건인데, 여이현도 당연히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여이현은 쉴 틈도 없었다.온지유는 침대에서 누워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누가 찾아왔다.“지유야!”“엄마!”온지유는 소리를 높였다.정미리는 들어와서 침대에 누워있는 온지유가 몸에 상처가 남은 걸 보고, 바로 눈물부터 흘러내렸다. 그리고 온지유를 품에 안겼다.“온재준, 그 자식. 감히 내 딸을 납치하고, 협박을 해? 정말 나쁜 놈이네. 우리 딸 괜찮아? 앞으로 그 집안 사람들이랑 말도 섞지 마! 너네 아빠랑도 얘기했어. 그렇게 형제간의 정을 중시해서, 이 지경까지 온거지. 네 아빠도 이제는 정신 차렸어. 나중에 한바탕 혼내줄 거래!”온경준은 문 앞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빛에는 마음 아프고 안쓰러움이 가득 찼다.때로는 가족을 너무 중요시해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 때도 있다.이번에 확실히 온경준이 잘 처리하지 못했다.온지유도 이제 마음이 놓였다. 살아 있는 게 가장 축복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온지유는 약간 울먹이면서 말을 꺼냈다.“아빠, 엄마. 삼촌… 돌아가셨어요.”온지유는 자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부모님께 이 얘기를 꺼내는 건 그래도 좀 마음이 이상했다.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갑자기 살아있던 사람이 죽었다고 하면, 얼마나 큰 원한이라도 그 순간 화가 싹 사라진다.“뭐?”정미리는 깜짝 놀랐다.온경준도 순간 말을 잇지 못했지만, 그가 받은 충격과 슬픔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온지유는 목소리를 낮추며 이어서 말했다.“시체는 아마 병원에 보냈을 거예요… 엄마, 아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온지유도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