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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그녀는 시동을 다시 끄고 노승아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노승아는 그녀가 산 도시락을 들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왜 들어오지도 않고 가요? 제가 오빠랑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불쾌하던가요?”

“할 말 있으신 건가요?”

온지유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앞까지 다가온 노승아를 보았다.

“아직 제 말에 대답하지 않으셨잖아요.”

온지유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

“혹시 그거 알아요? 아무것도 없으면서 뭔가 있는 척 연기를 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으스댈수록 원하는 걸 더 얻을 수 없다는 말이 있거든요.”

노승아가 이 틈을 타 자신을 비웃으려는 의도를 눈치채고 있었다.

아마 그녀의 앞에서 자랑질할 생각이겠지.

노승아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온지유의 모습을 아주 싫어했다.

“뭘 연기하고 있어요. 분명 불쾌하잖아요. 제가 이현 오빠랑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현 오빠 마음엔 항상 제가 있거든요. 그쪽도 잘 알 거 아니에요. 이현 오빠는 절 위해 연예 기획사도 세웠어요. 제가 연기하고 싶다고 하니까 바로 좋은 감독과 배역을 알아봐 주었다고요. 이것이 뭘 의미하고 있겠어요? 이현 오빠 마음속에 저밖에 없다는 소리잖아요. 그리고 온지유 씨는 어차피 버려질 패에 불과하죠. 이현 오빠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패 말이에요!”

그녀의 말에 온지유는 결국 주먹을 움켜쥐었다.

순간 여이현과 여희영의 대화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는 확실히 하나의 패에 불과했다. 여이현에게 회사 지분을 가져다줄 수 있는 패였다.

3년 결혼 생활의 희생자기도 했다.

이렇게 모욕을 당하고 있어도 나중엔 쉽게 버려지는 패였다. 그럴 바엔 마지막까지 자신의 체면이라도 지키는 것이 나았다.

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노승아를 보았다. 노승아는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전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거예요. 이현 오빠에겐 쓰레기가 필요 없거든요!”

말을 마친 뒤 노승아는 온지유의 앞에서 그녀가 사 온 도시락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노승아는 일부러 그녀의 앞에서 버린 것이었다.

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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