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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7-11 19:00:00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여진숙이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그녀는 여진숙의 앞에서 대놓고 싫은 티를 낼 수 없었다.

그리고 악녀가 되기도 싫었다.

한참 후.

누군가가 노크했다.

방에 있던 주소영은 노크 소리에 물었다.

“누구세요?”

“저에요. 노승아.”

주소영은 머뭇거리다가 문을 열어주었다.

노승아는 무언가가 담긴 그릇을 들고 서 있었고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쉬고 싶다고 하셔서 제가 국 좀 떠왔어요. 아주머니께서 끓이신 건데 아주 맛있거든요.”

주소영이 대꾸했다.

“전 입맛이 없네요.”

주소영은 국그릇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혹시 저 때문에 입맛이 없는 거예요?”

주소영이 급히 말했다.

“아녜요. 정말 그런 거 아녜요.”

“그럼 됐어요.”

노승아는 친근하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직 어리니까 그냥 언니라고 불러요. 혹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도 돼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다 도와줄게요.”

열정적인 그녀의 모습에 주소영은 조금 당황했다.

“전...”

“괜찮으니까 불러봐요. 전 외동딸이라 어릴 때부터 여동생이 그렇게 갖고 싶었거든요. 마침 소영 씨가 저랑 닮았으니까 언니 동생처럼 지내고 싶어서 그래요.”

노승아는 뭔가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

“참, 제가 비서한테 아이 옷 좀 사 오라고 했어요. 마음에 드나 안 드나 한번 봐줘요. 혹시 마음에 안 들면 우리 같이 가서 다른 거로 바꿔요.”

말을 마친 뒤 노승아는 쇼핑백에서 아이의 옷을 두 벌 꺼냈다.

순간 주소영은 그녀에게서 친근감을 느꼈고 바로 모성애가 가득한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

“괜찮은데 뭘 이런 걸 다 사 오셨어요. 제 아이 옷을 선물해준 사람은 언니가 처음이에요. 하지만 아직 임신 4주 차라 배도 그렇게 나오지 않았어요.”

그녀는 노승아가 꺼낸 아이의 옷을 받았다.

아직 아이의 옷을 사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자그마한 옷을 보니 아주 귀엽게 느껴졌다.

노승아가 말했다.

“일찍 준비해두면 좋죠. 소영 씨 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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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한테 돈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 좀 살려주세요!”온지유의 몸엔 옷이 젖을 정도로 식은땀이 났다. 그녀는 입을 크게 벌려 숨을 몰아쉬었다.그녀는 일단 살고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두 눈에 점차 초점이 생기고 그제야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그녀는 아주 어지러운 창고에 두 손 묶여 있었다.눈앞에 있는 사람을 본 그녀는 창백해졌다.“삼촌.”온재준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이제야 날 삼촌이라고 부르는 거니?”온지유는 온재준이 자신을 납치할 줄은 몰랐다.그녀도 더는 온재준에게 무언갈 바라지 않았다.“어떻게 해야 절 풀어주실 건가요?”“아까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돈이 있다고.”온재준은 말을 이었다.“이 카드에 돈이 있는 거, 맞지?”온재준이 들고 있던 카드는 여이현이 준 카드였다.“네, 있어요.”온재준은 바로 미소를 지으며 탐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얼마 들어 있는데?”온지유가 물었다.“그 돈을 주면 절 풀어주실 거예요?”그가 그러겠다고 말하려던 순간 갑자기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요!”창고엔 다른 사람도 있었다.온지유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여자는 어두운 구석에 숨어 나오지 않았다.“풀어주면 안 돼요. 풀어주면 아저씨는 감방에 가게 될 거라고요!”여자의 목소리를 듣고도 온지유는 상대가 누군지 알아채지 못했다.여자는 일부러 자신의 목소리 톤을 바꾸었다. 행여나 온지유가 자신인 것을 알아챌까 봐 말이다.“삼촌, 여기 다른 사람도 있네요.”온재준이 말했다.“그러게 순순히 내놓으라고 할 때 내놓았으면 좋았잖아. 네가 안 내놓고 버티니까 이렇게 된 거잖아.”“그래서. 비밀번호는 뭔데?”그는 또 물었다.온지유는 그가 들고 있는 카드를 보았다.“제가 그걸 알려드리면 절 풀어줄 거라는 확신은 어떻게 하죠? 삼촌이 데리고 온 사람은 아마도 내 목숨이 목적인 것 같은데요.”반응이 이토록 격렬한 것을 보니 여자는 온재준을 이용해 그녀를 납치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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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태건은 권다솔의 멘탈이 무너지고 아주 힘들어할 때 손을 내밀어줄 생각이었다. 그래야만 권다솔의 기억 속 그의 이미지도 뒤바뀔 것이고 철저하게 배진호를 증오하게 될 것이다.“네, 대표님. 그럼 전 이만 처리하라던 서류를 마저 하러 가겠습니다.”비서는 그의 마음이 완벽하게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었다.정말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행복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악플의 위력은 어마무시했다. 그런데 남태건은 도와주지 않고 그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기에 비서는 남태건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다만 그는 일개 비서였고 월급쟁이였던지라 그가 끼어들 처지는 아니었다.비서가 나가자 남태건은 계속하던 일을 하면서 드문드문 여론을 확인했다.그는 아직도 미적지근한 사람들의 반응에 속으로 투덜댔다. 결국 성격이 급했던 그는 자기 지갑을 열어 여론을 만들었다....한편 권씨 가문.이혼 서류 신청하고 나온 뒤 권다솔은 비록 남태건의 차를 타고 오긴 했으나 오는 도중에 내렸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부모님에게도 말했다.“아빠, 엄마. 오늘 이혼 신청하러 갔으니까 이혼숙려기간만 지나면 완벽하게 남이 될 거예요. 그동안 전 아파트에서 혼자 살 거니까 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다솔아, 네가 혼자 나가 살고 싶다고 해도 엄마는 반대할 생각 없어. 하지만 너 혼자 짐을 다 옮길 순 없을 테니까 엄마랑 아빠가 함께 가주마.”김영은이 먼저 그녀에게 이사를 도와주겠다고 했다.권다솔은 원래 두 사람에게 부탁할 생각이 없었다.여하간에 나이가 많기도 했고 이사 업체에 연락하며 알아서 다 잘해주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온 것도 모자라 이사까지 부탁하면 그녀는 자신이 불효녀인 것처럼 느껴졌다.그러나 두 사람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권다솔은 계속 거절만 하면 두 사람에게 상처가 될까 봐 걱정되었기에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엄마랑 아빠는 물건을 옮기실 필요 없어요. 제가 이사 업체에 연락해주면 알아서 옮겨줄 거니까 두 분은 그냥 저랑 함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49화

    그런 두 사람을 뒷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배진호였다. 배진호는 가슴이 찢어질 듯 괴로웠다.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권다솔에게 집에 가자고 하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그에겐 그럴 자격이 없었다.“진호 씨, 전 권다솔 씨랑 같은 여자로서 잘 알아요. 권다솔 씨는 지금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었음에도 진호 씨를 놓아주지 않으려고 해요. 전형적인 어장관리녀인 거죠.”석규리는 계속 말을 이었다.배진호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전 여자를 때리지 않아요. 하지만 계속 내 인내심의 한계에 도전한다면 지금 마지막 경고를 해두죠. 그 입 닥쳐요.”“진호 씨!”석규리는 여전히 포기할 수 없었다.배진호가 대체 왜 이토록 권다솔을 사랑하는 것인지 이해 가지 않았다.하지만 적당한 선에게 멈추어야 했다. 만약 여기서 ‘적당히'를 모르고 계속 나댔다간 배진호의 분노를 일으켜 더는 수습하지 못할 정도가 되어버릴 것이다.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떠나가는 배진호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았다.곧이어 그녀는 미리 연락해둔 언론사에 다시 연락했다.“제가 찍으라고 한 건 전부 찍었죠? 제가 하라는 대로 하세요. 일이 끝나면 약속한 남은 돈을 입금할 테니까요.”그녀가 주겠다고 약속한 금액이 꽤나 많았다. 그러니 언론사에서도 당연히 거부할 리가 없었다.빠르게 인터넷엔 권다솔의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심지어 영상 편집본까지 첨부되었다.영상 속의 권다솔은 가정 법원에서 나오자마자 남태건의 꽃다발을 받는 모습이었다.거기에다 일전에 남태건이 김영은에게 전송했던 사진도 석규리는 언론사 기자에게 연락해 전부 기사로 내라고 했고 얼추 타임라인까지 정리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권다솔은 네티즌들의 악플 공격을 받게 되었다.[그러니까 권다솔이라는 사람이 이혼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남자랑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다는 거네요? 둘이서 바닷가도 가고 가정 법원에서 나온 뒤 꽃다발도 받고? 두 사람 뭐가 이렇게 급하대요?][정말 역겹네요. 설마 이혼 신청하고 나온 가정 법원 앞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48화

    “배진호 씨.”권다솔은 몸을 돌려 그를 보았다.“지금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죠?”배진호가 입을 열기도 전에 금방 택시에서 내린 석규리가 달려오며 대신 대답했다.“당연히 전남편의 자격으로 말하는 거죠. 권다솔 씨의 이혼이 완전하게 끝난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전까지는 기혼인 거죠. 그런 상태서 다른 남자의 장미 꽃다발을 받는다는 건 대놓고 바람을 피우겠다는 게 아닌가요?”권다솔은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지금 나더러 바람을 피운다고 한 거야?'‘그럼 배진호는? 본인들이 한 건 뭔데?!'그녀와 남태건의 사이는 떳떳했다. 여하간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으니까. 설령 두 사람 사이에 정말로 뭔가가 있었다고 해도 유부남을 꼬신 석규리에게 입을 열 자격이 없지 않겠는가.“석규리 씨, 누가 여길 오라고 했죠?”배진호는 잔뜩 화가 난 눈길로 석규리를 보았다.‘왜 매번 석규리가 나타나서 자꾸만 내 일에 방해하는 거지!'그는 석규리를 밀쳐냈다.“그쪽이 끼어들 자리는 없으니까 당장 내 앞에서 사라져요!”“진호 씨,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이 여자가 이 남자를 만나고 다닌 게 어디 하루 이틀이겠어요? 진호 씨랑 이혼하기도 전부터 두 사람은 이렇게 만나고 다녔다고요. 아직도 모르겠어요?”석규리는 울면서 말했다.그녀는 배진호에게 보여줄 뿐 아니라 옆에 있던 연예부 기자들에게도 보여줄 생각이었다.정미진이 그녀를 이곳에 보낸 이유가 바로 둘 사이를 방해하라는 것이었다.하지만 방해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배진호는 애초에 그녀의 방해에도 넘어오지 않았다. 설령 그녀가 가정 법원 앞에서 난동을 부린다고 해도 배진호 마음속에 있는 여자는 권다솔뿐이었다.난리를 피우려면 크게 피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녀는 이미 이곳으로 오기 전에 언론사에 연락했었다. 권다솔의 스캔들인데 어느 언론사가 마다하겠는가.“석규리 씨!”배진호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그는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사람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47화

    배진호는 권다솔의 비꼬는 말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그저 죄책감만 잔뜩 들었다.“미안해요, 다솔 씨. 내가 정말 미안해요.”“아니요. 사과할 필요 없어요. 굳이 나한테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곧 우리 차례네요. 이혼을 신청하고 절차도 끝나면 배진호 씨는 당당하게 석규리 씨랑 함께 살 수 있을 거예요.”권다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배진호와 함께 신청서 제출 창구로 간 후 직원에게 말했다.“안녕하세요, 저희는 이혼 신청서를 제출하러 왔어요.”“두 분 정말로 이혼하시려고요?”직원이 절차대로 다시 한번 확인하는 질문을 했다.권다솔은 고개를 끄덕였다.배진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 이혼하기 싫다는 말을 써놓은 것처럼 그 기분이 그대로 드러났다.이혼숙려기간이 있는 이유는 이혼율을 낮추기 위함이었다. 직원은 그런 배진호의 마음을 눈치채고 하던 행동을 멈춘 채 계속 물었다.“부부간에 성격이 안 맞아서 싸우는 일도 있죠. 이건 다 흔한 일이에요. 그래도 이혼은 피하는 게 좋을 거예요. 저도 이 일 하면서 많은 부부를 봤거든요. 대부분 이혼하고 후회해서 다시 재혼하겠다는 부부가 많아요.”“저흰 이미 결정했으니까 그냥 그대로 진행해주세요.”권다솔이 직원의 말허리를 자르며 말했다.그녀의 태도는 확고했기에 직원도 하는 수 없이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이혼숙려기간은 한 달이라는 거 아시죠? 그 기간 동안 후회가 된다면 언제든 와서 취소할 수 있어요. 이혼숙려기간이 지나면 두 사람은 완전한 남이 돼요.”권다솔은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문밖으로 나가자 남태건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한 손엔 붉은 장미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너무도 눈에 거슬렸다.그녀의 뒤를 따라 나오던 온지유는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돌려 배진호를 보았다. 그리고 뭔가를 깨닫게 되었다.원래부터 두 사람 사이에 찬 바람이 쌩쌩 몰아치던 차였다. 그런데 권다솔에게 다가가려는 남자가 있으니 배진호가 권다솔의 마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46화

    “배진호 씨.”권다솔도 자꾸만 반짝이는 그의 핸드폰을 발견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전화 오면 받으면 돼요. 어차피 우린 곧 이혼할 거니까 굳이 날 신경 쓸 필요 없어요.”이제 이혼숙려기간만 지나면 두 사람은 완전히 남이 되는 것이다.그때가 되면 서로에게 더는 신경 쓸 필요 없었다.배진호는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정미진의 전화를 너무도 받고 싶지 않았기에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어머니. 무슨 일이세요?”“진호야, 이틀 동안 어디에 있었던 거니?”정미진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배진호가 병실에서 홍경천 약재를 언급한 그 날 그녀는 얼른 남편을 집에 돌려보낸 후 배성연에겐 시간을 끌어보라고 했다.홍경천은 이미 성공적으로 처리해 버렸기에 배진호가 아무리 집안을 샅샅이 뒤져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정미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배진호는 그 뒤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보러 오지도 않았다.심지어 배성연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오늘은 배진호와 권다솔이 이혼 서류를 접수하는 날이었던지라 정미진은 어떻게든 배진호와 통화해 상황을 알아보려고 했다.“진호야, 오늘 가정 법원으로 가야 한다는 거 잊지 않았지?”“어머니, 그렇게 집요하게 전화를 거신 이유가 저한테 이 말을 해주시려고 그런 거예요? 가정 법원에 꼭 가라고요?”배진호는 이런 정미진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혼하러 온 부부도 있고 혼인 신고하러 온 커플도 있었다.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들의 이혼을 바라며 연락하는 부모는 없었다. 정미진의 연락에 배진호는 실망을 느끼게 되었고 더는 그들과 함께 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배진호는 자신이 이런 말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정미진이 그의 입장을 조금만 생각해줬더라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니까.그는 마지막으로 권다솔을 보았다. 오늘이 지나면 권다솔과 다시 만나게 될 날은 한 달 뒤가 될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아마도 기회조차 없게 된다.“전 이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45화

    별이는 아는 게임을 전부 말했지만 아이는 계속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아이는 더는 울지 않았다. 그저 커다란 눈으로 호기심 가득 별이를 보았다.“방금 네가 말한 게임들은 어떻게 하는 거야? 난 들어본 적도 없어.”“나랑 같이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면 알게 될 거야. 어린이집엔 친구들이 많거든. 그럼 내가 말한 게임도 여러 번 할 수 있어.”별이는 일부러 게임 정보를 전부 말해주지 않았다.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유인하기 위해서 말이다.아이는 역시나 별이의 말에 홀랑 넘어갔다.바닥에서 떼를 쓰던 아이는 일어나 별이의 손을 잡았다.“그럼 너랑 같이 들어갈래. 방금 네가 말한 게임 전부 해보고 싶어!”아이의 부모들은 그제야 마음이 놓여 온지유에게 다가가 감사 인사를 하며 별이를 칭찬했다.“두 아이는 같은 반 친구일 뿐인걸요. 앞으로 아마 절친한 친구가 될 것 같으니까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돼요.”온지유는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별이의 뒷모습을 보았다. 어딘가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그녀와 여이현은 별이를 아주 잘 키웠다.두 아이가 어린이집으로 들어가 더는 모습이 보이지 않자 온지유는 그제야 차에 올라탄 뒤 가정 법원으로 가자며 기사에게 말했다.조금 뒤면 배진호와 만날 생각에 권다솔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긴장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이미 며칠 동안 만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배진호가 그간 석규리와 함께 지낸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게다가 정미진과 배상준은 배진호와 석규리가 결혼하길 바랐으니 아마 중간에서 계속 이어주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와 남태건을 이어주려는 것처럼 말이다.어린이집에서 가정 법원으로 가는 길이 권다솔에겐 한 세기가 지나는 것처럼 느리게 느껴졌다. 드디어 차가 멈춰 섰다.온지유는 그녀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가정 법원 앞에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진호가 나타났다. 그는 혼자였다.“다솔 씨, 오랜만이에요.”권다솔을 본 순간 배진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두 사람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44화

    “흥, 말만 잘하지.”온지유는 그를 살짝 째려본 뒤 그릇을 들고 주방에서 나갔다.만들어 둔 음식을 식탁에 내려놓자마자 별이를 불렀다.“별아, 아침밥 완성되었으니까 얼른 손 씻고 와. 손 씻고 먹는 거야.”“엄마, 전 이미 손도 씻고 왔어요.”별이는 손을 들어 온지유에게 보여주었다.“어린이집 선생님이 저한테 손을 깨끗하게 씻는 방법을 가르쳐줘서 깨끗하게 씻고 왔어요.”“별이 정말 말했네! 우리 별이 이젠 어른이 다 되었네!”온지유는 별이를 안아 의자에 앉힌 뒤 달걀을 까주었다.여이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우유를 꺼내 권다솔의 컵에 따라주었다.“고마워요, 대표님.”권다솔은 얼른 감사 인사를 전했다.여이현은 그녀의 앞에서 배진호의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뭘요. 얼른 들어요.”아침을 먹는 동안 권다솔은 아주 조용했다.그녀는 눈앞에서 웃으며 즐겁게 아침을 먹는 세 사람을 보았다. 부러움이 넘쳐 흘러나올 것 같았다.예전에 그녀도 배진호와 사이가 좋았을 때 이렇게 서로 마주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었다. 특히 임신했을 때 두 사람의 감정은 극에 달했다.만약 정미진이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지 않았다면 이미 아기를 낳고 눈앞에 있는 온지유 가족처럼 단란하게 지냈을 것이다.하지만 세상엔 만약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상처를 받았으며 두 사람의 결말은 이것뿐이었다.오늘 아침 여이현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별이와 온지유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권다솔은 온하윤을 돌보는 것을 자처했다.품에 안은 아기를 보다가 거실에서 웃고 떠드는 세 사람을 보니 그녀는 마치 남의 행복을 구경하러 온 방청객 같았다.온하윤이 졸고 있자 권다솔은 온하윤을 다시 아기 흔들의자에 내려놓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그녀는 방에서 온 오후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을 먹을 때 즈음에야 나왔다.온지유가 묻자 권다솔은 대충 핑계를 댔다.“이틀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거든요. 너무 졸려서 그냥 잤어요.”저녁을 먹은 뒤 그녀는 계속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43화

    물론 권용민에게 사심도 있었다.만약 권다솔이 집을 나가 혼자 살게 되면 그들이 남태건과 이어줄 방법이 없지 않겠는가.“아빠, 그러면 제가 매일 집에 들르면 되는 거잖아요. 아니면 주방장이라도 보내서 하루 세 끼를 먹게 하면 되잖아요. 그러니까 허락해 주세요. 전 기분 전환이 필요해요.”권다솔의 요구에 권용민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그날 밤 권다솔은 편히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침대는 편했지만,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일이 많았다.다음 날 아침 여이현은 온지유와 함께 아침을 만들었고 권다솔의 몫도 만들어 주었다.“지유야, 난 아무리 생각해도 배진호가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 안 해. 두 사람이 이렇게 된 거엔 분명 오해가 있을 거야.”온지유가 만든 음식을 식탁으로 가져가려던 때 여이현이 말했다.사실 온지유도 같은 생각이었다.두 사람은 사이가 아주 좋았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렇게 이혼하는 건 아쉬운 일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다솔 씨는 금방 유산했어. 지금 심신이 힘든 상태라 같은 여자인 나도 지금 다솔 씨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어. 그래서 난 설득하기가 조금 어려워.”“그럼 내가 가서 배진호한테 물어봐? 일단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오해가 있는지 파악하는 거야. 그러면 두 사람을 더 정확하게 도와둘 수 있을 거야.”“아니야, 됐어. 일단 연락하지 마.”온지유는 곰곰이 생각했다.어차피 내일 그녀는 별이를 어린이집으로 데려다줘야 했기에 돌아오는 길에 권다솔과 함께 가정 법원으로 갈 생각이었다.그때가 되면 배진호와 만나게 될 것이고 직접 얼굴 보며 물어보는 것이 전화 통화해서 묻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나도 석규리라는 사람이 궁금해. 어떻게 생겼는지도 궁금하고. 대체 왜 자기가 내연녀라는 거 알면서도 기꺼이 자처하는 지도 궁금해.”석규리를 언급하면서 온지유는 미간을 구겼다.세상에 자기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연녀를 자처하는 여자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42화

    그녀의 결혼 생활은 이미 파탄이 났기에 여이현과 온지유만큼은 행복하게 이어가길 바랐다.“그럼 저녁엔 뭐 좀 먹었어요?”온지유는 권다솔이 걱정되었다.조금 전 권다솔이 엄청 힘들어했던 모습이 여전히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녀의 집으로 온 이상 손님이지 않은가.손님을 그냥 방치할 수는 없었다.권다솔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걱정하지 말아요. 집에서 뭘 좀 먹고 왔어요. 저도 어른인데 당연히 몸 챙겨야죠.”“그럼 됐어요. 혹시라도 배가 고프게 되면 이모님한테 말씀드리면 돼요. 그럼 이모님이 야식거리라도 만들어 주실 거예요.”온지유는 다시 한번 당부했다.그러고 난 후 권다솔을 손님방으로 안내했다. 손님방은 아주 컸고 안에는 샤워실과 드레스룸도 있었다.“고마워요.”권다솔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온지유가 나간 뒤 권다솔은 혼자 방 안에 머물고 있었다.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얼굴로 불어왔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권용민의 번호였다.권다솔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말을 하기도 전에 벌써 눈시울이 붉어졌다.“다솔아, 거기서 잘 지내고 있는 거니? 아빠가 이미 실력 좋은 경호원으로 뽑아뒀으니까 내일이면 도착할 거다. 그리고 주방장도 알아봐 뒀어. 남의 집이라고 해도 절대 끼니는 거르면 안 된다. 알겠지? 어떻게든 몸조리를 잘해. 아빠는 그래도 우리 딸이 건강하던 모습이 좋으니까.”권용민은 세심하게 당부했다.권다솔은 그의 걱정 가득한 목소리에 목이 메어왔다.“아빠,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돼요. 전 그냥 며칠만 지내다가 갈 거예요. 월요일에 이혼 절차가 끝나면 다시 돌아갈 거예요.”“목소리가 왜 그래?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아빠가 지금 바로 갈까?”권용민은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멍해졌다.권다솔이 온지유의 집에서 며칠 지내겠다고 했을 때 말리지 않은 이유는 권다솔이 기분 전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동의한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아빠로서 딸이 우는 목소리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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