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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작가: 류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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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금방 회사 앞을 떠났다. 점점 멀어지는 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온지유는 주먹을 꽉 쥐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대표님과 아는 사이였던 거예요?”

“저렇게 안고 갔는데 모르는 사이일 리가 없죠. 대표님이 저희 책임을 물으면 어떡하죠?”

직원들의 말소리를 듣고 온지유는 저도 모르게 우울해졌다. 그녀는 여이현이 여자에게 매정한 모습도, 다정한 모습도 전부 본 적 있다. 기준은 여이현이 그 여자에 대한 마음에 있었다.

여이현은 노승아를 좋아한다. 그래서 자그마한 상처도 용납하지 못하고 당장 병원에 데려갔다. 주소영도 마찬가지다. 사고가 나기 바쁘게 그녀는 병원에 가고 있다.

직원은 잔뜩 당황한 표정이었다. 자신 때문에 주소영이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직원은 온지유가 아직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황급히 다가갔다.

“온 비서님, 만약 대표님이 책임을 물으시려고 한다면 대신 설명 좀 해주세요.”

온지유는 정신 차리고 감정을 다잡았다.

“사고는 우연히 일어난 거예요. 여러분이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대표님이 나중에 책임을 물으시면 제가 설명할게요.”

“고마워요, 온 비서님.”

직원들은 안심하며 말했다.

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여이현이 주소영을 데리고 나간 지 10분도 안 돼서 사무실에는 온통 그 소식뿐이었다.

사람들은 여이현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고 떠들어댔다. 그는 여전히 그런 타입의 여자를 좋아한다면서 말이다.

온지유는 여이현이 어떤 타입의 여자를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노승아와 주소영은 어떤 유형인지, 그리고 자신은 그들과 얼마나 다른지 생각했다.

‘언제쯤이면 나도 대표님의 취향이 되어서 사랑을 받을까?’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너무 순진하게 느꼈다.

타고난 성격은 이미 정해져 있다. 성격을 바꾼다고 해도 잠깐의 관심만 가질 수 있을 뿐이다. 그럴 바에는 자신답게 사는 게 나았다.

퇴근 후, 온지유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강태규를 찾아갔다. 온경준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뿐더러 정미리가 돌봐주고 있어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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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2화

    강태규는 온지유를 경고하고 싶었다. 여이현을 잘 단속해야 한다고 말이다.강태규가 아픈 몸으로 자신까지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온지유는 미소 지은 얼굴로 대답했다.“알았어요. 이번에는 저도 이미 아는 일이라 괜찮아요. 시간이 늦었는데 이만 들어갈까요? 이러다가 감기 걸리시겠어요.”“그래.”강태규도 눈치껏 입을 닫았다.강태규를 병실에 바래다준 다음 온지유는 산부인과에 가봐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했다. 이때 마침 주소영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유 씨, 병원에서 잠깐 만날 수 있을까요? 저 할 얘기가 있어요.”온지유는 바로 주소영의 병실로 향했다.병실 밖에 서 있던 배진호는 온지유가 온 것을 보고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오면 안 되는 곳에 오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사모님이 어떻게 오셨어요?”억지 미소를 지은 배진호와 달리 온지유는 아주 무덤덤했다.“무슨 일 있어요?”“아... 저 일단 대표님한테 와보시라고 할게요.”배진호의 반응에 온지유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저한테 숨길 일이라도 있어요?”배진호는 말할지 말지 한참이나 망설였다. 그러다가 병실에 있는 주소영을 힐끗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냥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세요.”온지유는 병실 안의 주소영을 힐끗 봤다. 그녀는 어두운 안색과 반대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지유 씨, 왔어요.”그녀는 침대에서 내리려다가 다시 발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죄송하지만 제가 침대에서 내릴 수 없어서요. 대표님이 조심해야 한다고 그렇게 잔소리를 하고 갔어요. 괜찮죠?”배진호는 주소영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거슬렸다. 없는 말을 지어내는 능력이 이토록 뛰어난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온지유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겉으로 티 내지 않았다. 그녀는 아주 사무적인 말투로 물었다.“어디 다쳤어요?”“피부가 살짝 까진 게 전부여서 큰 문제는 없어요.”‘그런데도 입원했다고...?’“하지만 알고 보니 제가 임신했더라고요.”이 말을 들은 온지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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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4화

    “뭐라고요?”주소영은 사색이 된 얼굴로 현실을 부정했다.“아닐 거예요. 제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요. 시간이 전부 맞아떨어져요. 그 사람은 대표님이 틀림없어요.”“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쪽에서 여자를 찾기 시작한 걸 보도 나도 네가 계 탄 줄 알았다고, 이 년아. 근데 우리가 착각했어. 네가 그날 밤 만난 남자는 여이현 대표가 아니라... 웬 50대 아저씨야.”주소영의 안색은 삽시에 창백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바라보면서 언성을 높였다.“그러니까 지금 제가 그 50대 아저씨의 아이를 가졌다는 거예요?”엄청난 소식에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의 기쁨도 헛되고 말았다.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실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날 밤 만난 남자가 여이현이라는 것을 안 순간 그녀는 인생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믿었다.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 덕분에 팔자를 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 남자가 여이현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니... 그녀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소영아, 우리 정신 차리자. 그 남자 나이가 많아도 돈은 꽤 있어. 너 하나 평생 먹여 살리는 건 얼마든지 가능해.”마담은 이미 현실을 받아들인 듯했다. 그녀도 실망하기는 했지만, 현실을 부정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직 돈뿐이다. 50대 남자에게서도 돈은 빼먹을 수 있기에 크게 걱정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주소영은 아니었다. 전화를 끊은 다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꿈에서 살고 있었다.“아, 아니야. 나는 대표님의 아이를 가졌어. 남들은 다 부러워서 거짓말하는 거야. 믿으면 안 돼!”그녀는 배를 끌어안으며 미친 듯이 중얼거렸다....병원에서 나간 온지유는 바로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거리를 따라 걸으며 밤바람을 쐬었다. 기분은 여전히 저조했다. 만약 두 사람이 그날 밤에 만난 것이라면 주소영의 아이는 절대 여이현의 아이일 리가 없다. 그 전부터 만나는 사이였다면 모를까...그녀가 알기로 주소영은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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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5화

    여이현의 말에 배진호는 순간 넋을 잃었다. 그날 밤 여이현과 만난 여자가 주소영이라면 틀림없이 그의 아이를 가졌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이때 여이현이 말했다.“가요.”“네.”배진호는 차를 시동 걸었다. 그러자 여이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말했다.“차에서 내리라는 말이었어요.”“대표님, 아직 참석해야 할 모임이 있어요.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그리고 여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요.”배진호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이곳이 위험해 보였다. 온지유에게는 별문제 없겠지만, 여이현에게는 달랐다. 더군다나 여이현은 절대 이런 곳에 오지 않을 성격의 사람이었다.여이현은 배진호를 응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배 비서 이런 분위기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요?”“네?”배진호는 순간 여이현의 질문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여이현은 마치 그를 위해 놀아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했기 때문이다.의도가 어찌 됐든 여이현의 날카로운 눈빛 앞에서 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네, 좋아합니다.”“그럼 내려요.”여이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다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묵묵히 오가는 사람을 바라봤다.그는 이런 곳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짧은 한순간의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달려오는 것도 당연히 이해하지 못했다.이런 생각과 함께 그는 경멸 어린 미소를 지었다.“조심하세요, 대표님.”배진호는 옆에서 그가 사람들과 부딪힐까 봐 조심스럽게 길을 터주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온지유를 따라갔다.나민우와 함께 고리를 던지며 즐거워하는 온지유를 보자, 그의 눈살은 더욱 깊어졌다. 어린아이도 유치해 할 놀이에 왜 이토록 즐거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온지유는 50개의 고리를 들고 있었다. 4000원에 50개, 가격도 꽤 저렴했다.그녀는 가장 먼 곳에 있는 도라에몽 인형을 원했다. 덩치가 크고 거리가 멀어서 맞추기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그래도 사람들은 항상 최고를 원한다. 고리 던지기에서도 마찬가지다.“난 도저히 안 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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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6화

    다행히 사장님은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터라 총을 쏘기도 전에 몸을 피하고 있었다.“배 비서, 명중했어요?”여이현은 신경이 온통 다른 곳에 쏠린 듯한 모습으로 물었다.“...”배진호는 안색이 창백해진 여이현을 보며 말했다.“명중할 뻔했어요!”나민우는 온지유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이렇듯 즐겁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보는지라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며 다정하게 물었다.“이젠 감 잡은 거야?”“응, 감 잡았어. 너무 재밌어.”온지유가 웃었다.사장님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음을 지었다.“아이고 젊은이 대단하네요. 저 뒤엣것을 맞추는 사람은 아주 드물거든요!”그는 얼른 도레미몽 인형을 온지유에게 건넸다.온지유는 인형을 끌어안았다. 뭔가 원래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편안한 것이 아주 만족스러웠다.“남은 건 어떻게 할 생각이야?”나민우가 물었다.“흐음, 그냥 다 맞춰보지 뭐. 그러다가 또 맞출 수 있으면 더 좋고.”“응, 알았어.”나민우는 그녀의 말대로 남은 것을 전부 던져 시도했다. 신기하게도 그가 던지는 족족 맞춰 들어갔다. 비록 아무것에도 쓸데가 없는 작은 물건들이었지만 즐겁긴 했다.그러나 옆은 난리판이었다.사장님은 위험하다고 생각해 얼른 입을 열었다.“아이고 젊은 양반, 내가 환불해 줄게요. 환불해 줄 테니까 그만 해요!”배진호는 얼른 사장님을 달랬다.“사장님 괜찮아요. 저희가 망가뜨린 건 이따가 전부 살게요.”탕 소리가 나고 장난감 총의 탄알이 옆에 있던 도자기 인형에 맞춰졌다.도자기 인형은 순간 깨져버렸다.“이보게 젊은이, 풍선을 쏘는 거 아니었나요? 왜 자꾸 여기로 쏴요!”사장은 기분이 나쁜 듯 이내 장난감 총을 제공한 사장한테 화를 냈다.“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에요? 제 장사가 잘되니까 질투해서 손님한테 여기로 쏘라고 시킨 거죠?!”그러자 장난감 총 가게 사장님도 불쾌한 듯 말했다.“아니, 그쪽이 장사 잘된다고 나도 장사 잘되지 말란 법 있어요? 여기 줄 수 있는 손님들 안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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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7화

    배진호는 땀을 삐질 흘렸다. 여이현은 그의 밥줄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여이현의 좋지 못한 안색을 발견한 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대표님, 화내지 마시고 온 비서님도 계속 놀고 싶은 것 같은데 함께 하자고 할까요?”여이현은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누가 같이 놀고 싶다고 했죠.”그의 말에 온지유는 아쉬운 것이 없다는 듯 나민우에게 말했다.“저쪽에 재밌는 거 더 많아 보이니까 우리 저쪽으로 가자.”“그래.”나민우는 고개를 돌려 여이현을 보았다.“그럼 여 대표님, 전 이만 가볼게요.”두 사람은 걸음을 옮겼다.여이현은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더니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고 누가 들어도 불쾌함이 느껴지는 어투로 말했다.“배 비서, 저 두 사람이랑 같이 놀고 싶어요?”“네, 네!”배진호는 바로 그들을 불렀다.“온 비서님, 전 함께하고 싶어요.”말을 마치자마자 여이현도 따라갔다.두 사람은 나민우와 온지유의 뒤에서 걷고 있었고 시선은 당연히 도레미몽을 품에 꼬옥 안고 있는 온지유에게로 향했다.“흥, 고작 인형 하나 가지고 뭘 저렇게 좋아하는 건지.”방금 그녀가 기뻐하는 모습은 꼭 보물이라도 발견한 사람의 모습 같았다.분명 하잘것없는 싸구려 인형을 안고 있었음에 말이다!그가 거액을 주고 낙찰받은 에메랄드 보석 팔찌를 그녀에게 주었을 때도 방금처럼 기뻐하지 않았다.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온지유의 머릿속엔 무엇이 있는지 말이다.값비싼 물건보다 노력해서 얻은 싸구려 인형을 그녀는 더 좋아했다.“여기는 표창을 던질 수 있나 봐.”온지유는 꼭 자객처럼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신기한 듯 말했다.그들이 내놓은 1등 선물은 20번의 기회 중 10번만 지정한 곳을 맞추면 얻을 수 있다고 했다.아직 1등 선물을 받아간 사람은 없었다.이것은 아주 큰 도전이었다.흥미를 느낀 온지유는 시도해보고 싶었다.여이현은 관심을 보이는 온지유의 모습에 배진호에게 시켜 결제하라고 했다.배진호는 이번이 여이현이 실력을 보여줄 기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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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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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86화

    “그래, 별이한테도 친구가 생겼으니 우리도 둘만 있을 시간이 더 많아지겠지.”여이현은 손가락으로 온지유의 손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따듯하면서도 간지러웠다.온지유는 붉어진 얼굴로 그를 밀어냈다.“그러지 마. 아이들이 밖에 있다고. 만약 소리를 듣기라도 한다면 안 좋아.”별이는 아주 똑똑한 아이였다. 만약 별이가 그것이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면 온지유는 정말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정말이지 너무도 민망했다.“이 호텔은 방음이 아주 잘 되어 있어. 더구나 꼬맹이들은 지금 티브이에 정신이 팔렸잖아. 그래도 걱정된다면 티브이 음량을 더 높이면 되지.”온지유가 반박의 말을 하기도 전에 여이현은 이미 손을 뻗어 리모컨을 들고 오더니 음량을 두 개 정도 높였다.그리고 몸을 돌려 그녀에게 키스했다.그의 리드에 온지유는 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하늘에 어둠이 깔리고 나서야 두 사람의 몸은 떨어지게 되었다. 온지유는 티브이를 끈 뒤 녹초처럼 침대에 흐느적 누웠다.땀에 몸은 끈적거렸기에 너무도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가고 싶었으나 움직이는 것이 귀찮았다.여이현은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따듯한 물 받아놓았다. 그리고 다시 나와 온지유를 안은 후 천천히 그 욕조 안으로 내려놓았다.온지유는 몸을 감싸는 따듯한 온기에 온몸이 나른해졌다.“지유야.”여이현이 나직하게 그녀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도 매혹적이었다.“나 오늘 너랑 같이 자면 안 될까?'온지유는 하마터면 그의 목소리에 홀려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다행히도 정신이 번쩍 들어 그의 요구를 거부했다.“안 돼. 꿈도 꾸지 마. 내일 아이들이랑 놀이공원도 가기로 했단 말이야.”이미 조금 전의 일로 힘이 전부 빠진 그녀였다. 만약 또 반복하게 된다면 내일은 아마 눈을 뜰 수 없을지도 모른다.여이현은 점점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얼른 씻어. 밖에서 기다릴게.”그도 온지유를 피곤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목욕을 마친 온지유는 샤워 가운을 입고 나와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여이현은 자연스럽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85화

    소미는 줄곧 여이현과 온지유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별이는 그녀를 무척 좋아했다. 온지유가 그녀를 보육원에 맡기려 했으나 소미는 온지유의 팔을 꼭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이모, 지금 바로 이모네 집에 가면 안 돼요?”“이젠 우리 집이야.”옆에 있던 별이가 말했다.“네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까지나 머물 수 있어. 우리 아빠, 엄마 모두 정말 좋은 분들이고 여동생도 아주 귀여워.”어떤 아이들은 낯을 가리지만, 온하윤은 절대 그러지 않았다. 낯선 사람을 보아도 웃으며 울거나 떼쓰지 않는 아이였다.“응, 응.”소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한 손으로 별이의 손을 잡았다.“다 같이 있으니 정말 좋아.”원래 여이현과 온지유는 이 도시에 사흘쯤 머무르며 놀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소미가 있으니 집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어졌다.떠나기 전, 그들은 아이들에게 물었다.“별아, 소미야, 놀이공원에 가보고 싶어?” “가고 싶어요!”별이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도 놀이공원에 가본 적은 있지만 늘 혼자서만 놀았다. 이번엔 엄마 아빠도 곁에 있고 방금 사귄 새 친구 소미도 있다. 그와 달리 소미는 좀 더 주저하는 듯했다.“그... 그런데 놀이공원이 뭐예요?” “엄청 재밌는 곳이야. 거기엔 놀이기구가 잔뜩 있고, 큰 목마를 탈 수도 있고,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 수도 있어. 사람보다 더 큰 인형들이 있고 맛있는 음식도 많아.”별이가 간단히 설명했다. 소미의 눈이 점점 반짝였다.“세상에 그런 곳도 있구나!” “당연하지, 혹시 지금까지 한 번도 못 가봤어?”이번엔 별이가 놀랐다. 해외에도 놀이공원은 있을 것이니 말이다.소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점점 목소리를 낮췄다.“엄마 아빠는 나를 한 번도 데려가지 않았어. 갈 때마다 동생들만 데리고 갔거든.” 주변 사람들이 모두 얼어붙은 듯 잠시 말이 없었다. 한참 뒤, 별이가 먼저 사과했다.“미안해, 내가 그런 말을 하지 말아야 했는데...” 그는 생각할수록 자신이 너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84화

    권다솔은 고개를 숙여 문손잡이를 보고는 찰칵 소리를 내며 문을 열었다.마침 석규리가 약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배진호에게 달려들던 순간이었다.배진호는 잠시 방심한 채 도와주려고 했던 상대가 되레 등 뒤에서 들이받을 줄 몰라 예기치 않게 큰 침대 위로 쓰러지고 말았다.석규리는 손을 더듬어 그의 입술로 키스하려고 했다.배진호의 눈동자는 순식간에 어두운 그림자로 뒤덮이며 고개를 젖혀 피했고 그녀의 입술은 그의 턱 끝에 스칠 뿐이었다.그는 찌푸린 얼굴로 그녀를 피한 바로 그때 문이 열렸다.배진호는 깜짝 놀라 문가를 바라봤고, 거기에 서 있는 사람은... 권다솔이었다.권다솔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다솔 씨, 잠깐만. 오해했어요!”항상 침착하고 무너지지 않던 그의 태도에 균열이 가고 허둥대며 일어서려 했다.하지만 권다솔은 그의 움직임에 겁이라도 난 듯 더 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으며 몸을 돌려 곧장 밖으로 나갔다.배진호는 뒤쫓으려 했으나, 석규리가 그를 끌어안으며 막았다.그는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두 눈을 부릅떴다.얼마나 익숙한 장면인가.지난번 권다솔이 떠났을 때, 그는 하루 밤낮을 그녀를 찾아다니고 또 이삼일을 애타게 기다려서야 겨우 그녀를 곁에 둘 수 있었다.이번에는 얼마를 기다려야 할까?이번에도 돌아와 주기는 할까?...권다솔은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집에 돌아왔다. 마침 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도우미가 그녀를 보고 감추지 못할 놀라움을 드러냈다.“웬일이세요? 아직 병원에 계실 때 아닌가요?” 권다솔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누구와도 대화할 마음이 없었다.그녀는 자기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둔 뒤, 배진호의 흔적으로 가득한 공간을 바라보았다. 칫솔은 그의 것이고, 컵도 그렇고, 수건마저 그에게 속한 것이며, 침대 위 이불조차도 반은 그의 몫이었다.그는 언젠가 말했었다. 그녀 외에는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는 그 말을 지키지 못했다. 사람들은 모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83화

    배진호는 냉담하게 그녀를 밀어냈고, 석규리는 침대에 쓰러지며 답답한 신음을 토해냈다.그가 약간 힘을 뺀 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마 그녀는 바닥에 나뒹굴었을 터이다.“이미 말했잖아요. 다른 여자한테는 관심 없다고요.”배진호는 차가운 어조로 마지막 말을 던졌다.그는 곧장 문으로 가서 손잡이를 잡았다. 그러나 아무리 돌려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바깥에서 문을 잠근 것 같았다.뒤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자,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에 얇게 다문 입술을 살짝 움직였다.“차가운 물로 샤워라도 하는 게 어때요?”석규리는 붉어진 눈으로 그를 보며 중얼거렸다.“옷이 없어요.” 배진호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그럼 관두죠.”그에게 그녀가 입을 만한 옷은 전혀 없었다. 자기 옷을 빌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한편, 권다솔은 몇 번이나 고민하다가 마침내 배진호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잠시 뒤, 정미진이 문을 열었다.결국 지난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권다솔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문을 닫으려 했다.그런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상한 웃음을 흘리며 다시 문을 열고 말했다.“다솔 씨, 잘 왔어요. 들어와요.”권다솔은 정미진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느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를 들여보내기 싫어하던 정미진이었다.그런데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을까? 혹시 동네 어르신들이 말했던 것처럼, 이 안에 배진호가 다른 여자와 있는 게 맞는 걸까?문턱을 넘어서면 두 사람이 정답게 대화를 나누거나 애정에 빠져 있는 장면을 마주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런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예리하게 찔렸다.권다솔은 심호흡을 하고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남은 미련이 있으니 직접 확인해야 했다.하지만 문턱을 넘어섰을 때, 그녀가 기대했던 충격적인 장면은 전혀 없었다. 배진호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거실에는 배상준만 덩그러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내가 착각했나?’권다솔은 문득 스스로를 의심했다. 어쩌면 배진호는 정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82화

    배진호는 마시고 싶지 않았다.그는 물건만 챙겨 가고 싶었지만, 정미진의 말투에는 미묘한 강압과 간청이 뒤섞여 있어 냉정하게 등을 돌리고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게다가 그는 그 물건들을 권다솔에게 돌려주어야 했다. 아이를 잃은 경위를 그녀가 알 필요가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그의 어머니였다. 20여 년을 길러준 어머니 아니던가.배진호는 목울대를 조금 움직이며 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이 한 잔으로 인연을 칼로 베듯 끊어버리려는 듯이 말이다.다 마신 뒤, 그는 홍경천 통을 들고 문밖으로 향했다.“진호 씨, 왜 가는 거예요?”석규리는 깜짝 놀라 일어섰다. 그러나 말을 마치자마자 몸이 격하게 흔들렸고 양 뺨은 유달리 붉게 달아올랐다.이미 현관까지 다다른 배진호는 머리를 움켜쥐고 뒤로 비틀거리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긴 다리가 탁자에 걸려 날카로운 마찰음을 냈다.아랫배 깊은 곳에서 불덩이 같은 열기가 타오르는 듯 격렬했고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목젖이 오르내리며 형언하기 어려운 갈망이 몸속 어딘가에서 피어났다.곁에 있는 석규리는 훨씬 더 상태가 심각했다. 그래도 배진호는 자제력이 좋아 약간의 의식이라도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더위를 참지 못해 스스로 옷을 벗으려 하고 있었다.배진호는 그쪽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최대한 떨어져 앉았다. 이 상황에서 그는 단번에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어머니, 그 물에 약을 탄 거예요?”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흔들리는 눈빛으로 정미진을 바라봤다. 설마 친모가 이런 짓을 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지금 정미진은 대답할 여유조차 없었다.배진호의 상태를 보고 약이 듣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방 안에 숨은 배상준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 집의 방음이 꽤 좋은 탓에 배상준은 한참 뒤에야 밖으로 나왔다. “얼른 진호랑 규리 씨를 2층 침실로 옮겨.”정미진이 지시했다.2층에는 빈 침실이 세 개 있었고, 그중 두 개는 복도의 맨 왼쪽 끝과 맨 오른쪽 끝에 있어 거리가 멀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81화

    권다솔은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버렸다. 주변에서 밀려오는 말들은 차디차고 날 선 바람결 같았다. 손가락은 경직되고, 팔다리는 감각을 잃은 듯했다. 이곳에 남은 것은 껍데기뿐인 육신밖에 없었다.‘진호 씨가 나한테 숨겼던 일이 이거였어?’한참이 지나서야 권다솔은 그 상태에서 벗어나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가 위로 향하는 동안, 배진호는 이미 거실에 앉아 있었다. 단지 그의 얼굴빛은 들어올 때보다 한층 더 싸늘했고, 눈동자 깊숙한 곳에는 얼음꽃이 맺힌 듯 미세한 온기조차 엿볼 수 없었다. 곁에 있던 석규리는 억울함이 거의 실체를 띨 듯했다. 그녀는 정미진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아주머니...” 석규리는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조건은 분명히 뛰어난데 배진호가 왜 이러는 걸까. 게다가 그녀는 어머니의 명을 어기고 몰래 이곳까지 찾아온 상황이었다. 조연숙은 배진호가 결혼한 적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 그를 원치 않았지만, 석규리는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날 밤 처음 배진호를 만났던 순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조연숙이 집을 비운 틈을 타 슬쩍 이곳으로 들어왔는데, 어째서 배진호는 여전히 차가운 태도로 일관하는 걸까? 전 아내와 비교해 그녀가 어떤 점에서 모자란다는 건가?“진호야, 규리가 틈내서 이렇게 어렵게 온 건데 얼굴 좀 피워봐.”정미진이 그를 나무랐다. 하지만 배진호가 이곳에 온 목적은 맞선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정미진이 주겠다고 한 물건을 받기 위해 방문했을 뿐인데 도리어 속은 셈이다. 그런데 어찌 좋은 표정이 나올 리 있겠는가?그는 더 이상 인내심이 남아있지 않은 듯, 벌떡 일어나 한겨울 칼바람 같은 표정으로 말을 뱉었다.“물건을 줄 마음이 없으시다면 제가 괜히 헛걸음친 거네요.” 그는 정말 이대로 나가버릴 기세였다. 정미진은 가까스로 그를 속여 불러놓고 이렇게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다급히 문 앞으로 달려가 가로막았고, 석규리 또한 긴장한 얼굴로 일어났다. “알았어, 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80화

    하지만 지금 권다솔이 과연 좋은 삶을 누리고 있는가?배진호의 눈동자에 흐릿한 망설임이 스쳤다. 그는 문득 자신이 고집해 온 길이 옳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아마 회사를 차리지 않아도 다른 방법으로 권다솔의 부모를 설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이런 사태까진 오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집으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저는 앞으로 나오지 않을 겁니다.”배진호는 한 템포 쉬고 나서 등 뒤의 정미진에게 차분히 말했다.“남은 장홍화는 저한테 주세요.”그 말을 남긴 뒤 그는 곧장 자리를 떴다.이번에도 정미진과 배진호 사이에는 불협화음만 남았다.그 후로 배진호는 쭉 권다솔 곁에 머물며 회사 일조차 손을 놓고 남에게 맡겼다. 여이현이 선뜻 도와줘서 참 다행인 부분이었다.밤낮으로 곁을 지킨 덕분에, 권다솔의 상태는 한결 나아졌다. 아이를 잃은 상실감의 그림자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었다. 드물게 어린아이 용품이나 작은 장난감을 멍하니 응시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였다.그녀의 상태가 좋아지는 걸 보자, 늘 긴장하던 배진호도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며칠간 잠잠하던 정미진이 마침내 전화를 걸어서 장홍화를 넘기겠다고 했다. 배진호는 바로 비서에게 심부름을 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정미진이 그 의도를 못 알아챌 리 없었다. “물건을 가져가려면 네가 직접 와.”배진호는 잠시 생각한 뒤, 권다솔에게 한마디 알리고 집으로 향했다.그는 짐작도 못 했다. 자신이 막 출발한 직후, 권다솔이 병원에서 빠져나와 뒤를 밟을 줄은 말이다.“기사님, 앞에 가는 저 차 따라가 주세요.”권다솔은 택시 기사에게 부탁했다. 기사는 자신과 두 대 앞서 달리는 검은색 차를 힐끗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 대낮에 이런 건 좀 그렇지 않나요.”그러고는 무언가 충고라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제 남편이 바람피우고 있어요. 증거 잡으러 가는 길입니다.” 권다솔의 짧은 한마디에 기사는 할 말을 잃었다. 뭔가 목이 막힌 듯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79화

    조연숙이 말을 꺼내자 순간 방 안은 조용해졌다.정미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녀는 조연숙 모녀의 달라진 기색을 인지하곤 허둥지둥 수습하려고 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배진호가 입을 열었다. “저는 결혼했습니다.”석규리의 젓가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연숙은 분노에 들끓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쏘아붙였다. “네 아들이 결혼했다는 걸 왜 이제 와서 말해?”“아니, 그게 아니고, 얘가 헛소리를...” 정미진은 황급히 배진호를 노려보곤 변명에 나섰다. “우리 집안에 얽혔던 여자가 있었던 건 맞지만,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에 헤어졌어.”하지만 조연숙은 냉소를 지었다. 이런 변명 따윈 세상 물정 다 겪은 사람들 눈에는 뻔히 보이는 허점 덩어리에 불과했다. 설령 정미진의 말대로라고 해도, 결국 배진호는 한번 결혼한 경력이 있는 남자라는 이야기다.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무엇하랴? 잘 키운 딸을 돌싱에게 시집보낼 순 없었다.조연숙은 바로 석규리의 손을 잡아채며 노려봤다. “우리 딸은 그런 사람한테 시집갈 수 없어. 나가자.” 석규리는 아직 멍한 상태였으나 조연숙에게 이끌려 나가면서 미련 어린 시선으로 뒤를 돌아보았다.이렇게 상대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정미진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녀는 답답한 듯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배진호에게 소리쳤다. “왜 그런 말을 했어? 규리가 널 얼마나 마음에 들어 했는지 몰라? 네가 입 다물고만 있었으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텐데!”“어머니, 저는 오늘 물을 게 있어서 온 거예요.” 배진호는 느닷없이 정미진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의 눈동자는 한기 서린 빛을 품고 있었고, 그런 기세에 정미진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뭔데?”“다솔 씨 일 어머니한테 책임이 있죠?”배진호는 또박또박 말했다. 기세도 점점 살벌해졌다.자신이 뒷걸음질 친 사실을 깨달은 뒤, 정미진은 고개를 떨구며 고약한 얼굴빛을 띠었다. “내가 네 엄마인 거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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