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요?”주소영은 사색이 된 얼굴로 현실을 부정했다.“아닐 거예요. 제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요. 시간이 전부 맞아떨어져요. 그 사람은 대표님이 틀림없어요.”“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쪽에서 여자를 찾기 시작한 걸 보도 나도 네가 계 탄 줄 알았다고, 이 년아. 근데 우리가 착각했어. 네가 그날 밤 만난 남자는 여이현 대표가 아니라... 웬 50대 아저씨야.”주소영의 안색은 삽시에 창백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바라보면서 언성을 높였다.“그러니까 지금 제가 그 50대 아저씨의 아이를 가졌다는 거예요?”엄청난 소식에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의 기쁨도 헛되고 말았다.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실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날 밤 만난 남자가 여이현이라는 것을 안 순간 그녀는 인생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믿었다.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 덕분에 팔자를 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 남자가 여이현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니... 그녀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소영아, 우리 정신 차리자. 그 남자 나이가 많아도 돈은 꽤 있어. 너 하나 평생 먹여 살리는 건 얼마든지 가능해.”마담은 이미 현실을 받아들인 듯했다. 그녀도 실망하기는 했지만, 현실을 부정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직 돈뿐이다. 50대 남자에게서도 돈은 빼먹을 수 있기에 크게 걱정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주소영은 아니었다. 전화를 끊은 다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꿈에서 살고 있었다.“아, 아니야. 나는 대표님의 아이를 가졌어. 남들은 다 부러워서 거짓말하는 거야. 믿으면 안 돼!”그녀는 배를 끌어안으며 미친 듯이 중얼거렸다....병원에서 나간 온지유는 바로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거리를 따라 걸으며 밤바람을 쐬었다. 기분은 여전히 저조했다. 만약 두 사람이 그날 밤에 만난 것이라면 주소영의 아이는 절대 여이현의 아이일 리가 없다. 그 전부터 만나는 사이였다면 모를까...그녀가 알기로 주소영은 우연
여이현의 말에 배진호는 순간 넋을 잃었다. 그날 밤 여이현과 만난 여자가 주소영이라면 틀림없이 그의 아이를 가졌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이때 여이현이 말했다.“가요.”“네.”배진호는 차를 시동 걸었다. 그러자 여이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말했다.“차에서 내리라는 말이었어요.”“대표님, 아직 참석해야 할 모임이 있어요.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그리고 여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요.”배진호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이곳이 위험해 보였다. 온지유에게는 별문제 없겠지만, 여이현에게는 달랐다. 더군다나 여이현은 절대 이런 곳에 오지 않을 성격의 사람이었다.여이현은 배진호를 응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배 비서 이런 분위기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요?”“네?”배진호는 순간 여이현의 질문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여이현은 마치 그를 위해 놀아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했기 때문이다.의도가 어찌 됐든 여이현의 날카로운 눈빛 앞에서 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네, 좋아합니다.”“그럼 내려요.”여이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다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묵묵히 오가는 사람을 바라봤다.그는 이런 곳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짧은 한순간의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달려오는 것도 당연히 이해하지 못했다.이런 생각과 함께 그는 경멸 어린 미소를 지었다.“조심하세요, 대표님.”배진호는 옆에서 그가 사람들과 부딪힐까 봐 조심스럽게 길을 터주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온지유를 따라갔다.나민우와 함께 고리를 던지며 즐거워하는 온지유를 보자, 그의 눈살은 더욱 깊어졌다. 어린아이도 유치해 할 놀이에 왜 이토록 즐거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온지유는 50개의 고리를 들고 있었다. 4000원에 50개, 가격도 꽤 저렴했다.그녀는 가장 먼 곳에 있는 도라에몽 인형을 원했다. 덩치가 크고 거리가 멀어서 맞추기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그래도 사람들은 항상 최고를 원한다. 고리 던지기에서도 마찬가지다.“난 도저히 안 되겠
다행히 사장님은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터라 총을 쏘기도 전에 몸을 피하고 있었다.“배 비서, 명중했어요?”여이현은 신경이 온통 다른 곳에 쏠린 듯한 모습으로 물었다.“...”배진호는 안색이 창백해진 여이현을 보며 말했다.“명중할 뻔했어요!”나민우는 온지유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이렇듯 즐겁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보는지라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며 다정하게 물었다.“이젠 감 잡은 거야?”“응, 감 잡았어. 너무 재밌어.”온지유가 웃었다.사장님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음을 지었다.“아이고 젊은이 대단하네요. 저 뒤엣것을 맞추는 사람은 아주 드물거든요!”그는 얼른 도레미몽 인형을 온지유에게 건넸다.온지유는 인형을 끌어안았다. 뭔가 원래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편안한 것이 아주 만족스러웠다.“남은 건 어떻게 할 생각이야?”나민우가 물었다.“흐음, 그냥 다 맞춰보지 뭐. 그러다가 또 맞출 수 있으면 더 좋고.”“응, 알았어.”나민우는 그녀의 말대로 남은 것을 전부 던져 시도했다. 신기하게도 그가 던지는 족족 맞춰 들어갔다. 비록 아무것에도 쓸데가 없는 작은 물건들이었지만 즐겁긴 했다.그러나 옆은 난리판이었다.사장님은 위험하다고 생각해 얼른 입을 열었다.“아이고 젊은 양반, 내가 환불해 줄게요. 환불해 줄 테니까 그만 해요!”배진호는 얼른 사장님을 달랬다.“사장님 괜찮아요. 저희가 망가뜨린 건 이따가 전부 살게요.”탕 소리가 나고 장난감 총의 탄알이 옆에 있던 도자기 인형에 맞춰졌다.도자기 인형은 순간 깨져버렸다.“이보게 젊은이, 풍선을 쏘는 거 아니었나요? 왜 자꾸 여기로 쏴요!”사장은 기분이 나쁜 듯 이내 장난감 총을 제공한 사장한테 화를 냈다.“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에요? 제 장사가 잘되니까 질투해서 손님한테 여기로 쏘라고 시킨 거죠?!”그러자 장난감 총 가게 사장님도 불쾌한 듯 말했다.“아니, 그쪽이 장사 잘된다고 나도 장사 잘되지 말란 법 있어요? 여기 줄 수 있는 손님들 안 보여요
배진호는 땀을 삐질 흘렸다. 여이현은 그의 밥줄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여이현의 좋지 못한 안색을 발견한 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대표님, 화내지 마시고 온 비서님도 계속 놀고 싶은 것 같은데 함께 하자고 할까요?”여이현은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누가 같이 놀고 싶다고 했죠.”그의 말에 온지유는 아쉬운 것이 없다는 듯 나민우에게 말했다.“저쪽에 재밌는 거 더 많아 보이니까 우리 저쪽으로 가자.”“그래.”나민우는 고개를 돌려 여이현을 보았다.“그럼 여 대표님, 전 이만 가볼게요.”두 사람은 걸음을 옮겼다.여이현은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더니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고 누가 들어도 불쾌함이 느껴지는 어투로 말했다.“배 비서, 저 두 사람이랑 같이 놀고 싶어요?”“네, 네!”배진호는 바로 그들을 불렀다.“온 비서님, 전 함께하고 싶어요.”말을 마치자마자 여이현도 따라갔다.두 사람은 나민우와 온지유의 뒤에서 걷고 있었고 시선은 당연히 도레미몽을 품에 꼬옥 안고 있는 온지유에게로 향했다.“흥, 고작 인형 하나 가지고 뭘 저렇게 좋아하는 건지.”방금 그녀가 기뻐하는 모습은 꼭 보물이라도 발견한 사람의 모습 같았다.분명 하잘것없는 싸구려 인형을 안고 있었음에 말이다!그가 거액을 주고 낙찰받은 에메랄드 보석 팔찌를 그녀에게 주었을 때도 방금처럼 기뻐하지 않았다.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온지유의 머릿속엔 무엇이 있는지 말이다.값비싼 물건보다 노력해서 얻은 싸구려 인형을 그녀는 더 좋아했다.“여기는 표창을 던질 수 있나 봐.”온지유는 꼭 자객처럼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신기한 듯 말했다.그들이 내놓은 1등 선물은 20번의 기회 중 10번만 지정한 곳을 맞추면 얻을 수 있다고 했다.아직 1등 선물을 받아간 사람은 없었다.이것은 아주 큰 도전이었다.흥미를 느낀 온지유는 시도해보고 싶었다.여이현은 관심을 보이는 온지유의 모습에 배진호에게 시켜 결제하라고 했다.배진호는 이번이 여이현이 실력을 보여줄 기회인
“이거면 충분한가?”여이현이 물었다.“네 손에 든 것보다 더 귀여운 것 같은데?”“...”온지유는 여이현보다 더 큰 인형을 보았다. 그녀가 들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분명 땅에 질질 끌릴 것이었기에 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너무 커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인형은 아니에요.”여이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난 이것이 네가 들고 있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니까 이거 들고 있어!”그는 그녀가 안고 있던 인형을 빼서 휙 던졌다.온지유는 자신의 품에 안긴 커다란 인형을 보았다. 너무나도 커서 숨쉬기도 힘들 지경이었다.“여이현 씨, 그만 해요!”온지유는 이 커다란 인형마저 바닥에 던져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겨우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말했다.여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싸늘해진 얼굴로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그녀를 보았다.‘인형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나?'‘내가 더 큰 인형을 안겨주었으니 그럼 더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왜 화를 내는 거지?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온지유는 자신의 심한 말에 여이현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을 것을 알고 다시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이건 너무 크고 무거워서 들고 있기 버거워요.”“내가 도와줄게.”이때 나민우가 렛소 인형을 안으며 말했다.“이러면 되잖아.”“고마워.”온지유는 그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배진호는 싸늘해진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었다. 여이현의 몸에서는 어두운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이미 그에게도 그 어두운 기운이 닿고 있었다.게다가 온지유는 여이현에게 관심이 없어 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그는 심지어 여이현이 불쌍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여이현을 향해 박수를 쳐주었지만 온지유만은 그러지 않았으니 말이다.“목마르지 않아? 저기 밀크티 가게가 있는데.”나민우가 온지유에게 물었다.“응, 가자. 마침 목이 말랐거든.”온지유가 답했다.두 사람이 자리를 옮기려던 순간 배진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상처 소독약으로 상처를 소독한 뒤 붕대로 감아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배진호가 차를 끌고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왔다.온지유는 여이현을 부축하며 차에 태우곤 나민우를 보았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던 여이현은 그녀가 정말로 나민우에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다.나민우가 먼저 입을 열어 다정하게 말했다.“먼저 가 봐. 여 대표 다쳤잖아. 아픈 사람을 보살피는 게 더 중요하지.”그는 온지유의 입장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가 뭘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여이현은 그녀의 상사이니 당연히 보살펴야 했다.온지유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럼 난 먼저 가볼게. 오늘 같이 놀아줘서 고마워.”“응, 그래.”나민우가 답했다.차 문이 닫혔다.배진호는 원래 다시 차에 타려고 했지만 무언가 생각났는지 웃으면서 나민우의 앞으로 다가갔다.“나 대표님, 고마웠습니다.”그는 예의 있게 감사 인사를 하곤 그가 들고 있던 렛소 인형을 가져왔다.여하간에 이 인형은 여이현이 온지유에게 준 것이니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배진호는 여이현이 오늘처럼 열심인 모습은 처음 보았다.차는 서서히 떠나가고 나민우는 그들이 탄 차를 빤히 보았다. 그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이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군가가 문자를 보낸 것이다.[저녁 이미 차려놨는데 언제 와?]그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집에 도착한 뒤 온지유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행여나 표창 때문에 세균에 감염되기라도 했을까 봐 주치의도 집으로 불렀다.의사는 그에게 파상풍 주사를 놓아주었다.여이현은 틈이 날 때마다 나민우와 함께 있던 온지유의 모습이 생각나 떠보듯 물었다.“이번에도 나민우와 우연히 만난 거야?”정말로 우연이었다.온지유가 답했다.“저랑 민우는 그냥 친구예요. 친구끼리 만나는 게 뭐가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게다가 퇴근하고 만난 것이니 업무에도 지장 주지 않았어요.”여이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정말로 그 사람이랑 친구라고 생각하는
마침 여이현이 외출하고 돌아왔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직원이 내뱉는 말을 듣고 있었다.“대표님, 오늘 오후 한 시에 그쪽으로 보내라고 이미 말해두었습니다.”여이현은 멀지 않은 곳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온지유를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온 비서.”온지유는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네, 대표님.”“오후에 일정이 없으면 따라가죠.”그가 말을 마치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의외라는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그런 일은 아주 힘들어 여직원들이 아주 꺼렸다. 그래서 전부 남자직원에게 배정된 일이었다.온지유는 이곳의 유일한 여직원이었다.게다가 바깥은 해가 쨍쨍 내리쬐고 있었고 온지유는 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있어 앉기도 불편할뿐더러 그곳을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다.그러나 여이현의 지시이니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온지유는 바로 대답했다.“네, 대표님.”“그래요.”여이현은 더는 그녀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다. 담담히 자신의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온 비서님, 제가 도와드릴게요.”이윤정이 그녀를 도와주려고 했다.“괜찮아요. 일손은 부족하지 않으니 그냥 사무실에 남아 있어도 돼요.”오후 한 시는 해가 제일 뜨겁게 내리쬘 때였다.길을 청소하던 환경미화원들도 쉬지 않고 청소하고 있었다.온지유는 생수 상자를 들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어느새 그녀는 땀을 가득 흘리고 있었다.그렇게 한 상자 옮기고 난 뒤 환경미화원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그들은 나이가 많았던지라 그녀가 생수를 주니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아가씨, 자선활동 하는 김에 우리한테도 생수 나눠주는 게 어때요.”이때 몇 명의 길 가던 남자들이 치마와 스타킹을 신은 온지유를 보고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생수를 달라는 핑계로 다가왔다.온지유도 그들의 불손한 시선을 느끼고 뒷걸음질을 치며 인상을 구겼다.“이 물은 환경미화원분들께 나눠드리는 겁니다.”“아, 특별대우를 하시겠다는 거네요.”남자들은 온지유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온지유는 그런 시선을 아주 혐오했기에 단호하게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최주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네 아내는 네 할아버지께서 정해주신 거잖아. 그래서인지 확실히 괜찮은 여자이긴 하네. 얌전하고 말도 잘 듣고 네가 밖에서 여자 몇 명을 만나든 신경 쓰지도 않고 말이야. 이렇게 좋은 아내가 있는데 왜 기분이 안 좋다는 거냐?”여이현은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얌전하고 말 잘 듣는 건 확실히 아내로서 좋긴 하지.”“그런데 왜 네 신경은 온통 저 여자한테 쏠린 거냐. 너 혹시 진짜 좋아하게 된 거 아니지?”최주하는 그의 모습이 이상했다. 아무리 온지유가 괴롭힘당했다고 해도 여이현이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창밖을 내다보니 온지유는 다른 직장 동료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내가 보기엔 네 아내 인기 많은 거 같아. 누구랑도 다 잘 지내잖아. 너 예전에 언젠가 이혼할 거라고 하지 않았나? 이혼하게 되면 줄을 설 남자들이 가득해 보이네.”최주하의 말에 여이현은 미간을 확 구겼다. 온지유에겐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일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최주하의 말대로 그녀는 누구와도 잘 지냈다.그의 목소리는 더욱 가라앉았다.“너도 온지유는 좋은 아내라며. 그럼 계속 좋은 아내로 남게 해줘야 하지 않겠냐.”모든 생수를 나눠주고 나니 온지유의 옷은 땀으로 잔뜩 젖어 있었다.그녀는 직원들과 사무실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온 비서님, 완전 의외네요. 힘이 그렇게 셀 줄은 몰랐어요. 저희 남자들에게 전혀 뒤처지지 않는 힘이었어요!”그들은 온지유와 대화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랬기에 그녀에 대해 잘 몰랐다.온지유가 그들에게 주는 첫인상은 차갑고 도도하고 힘도 없는 나약한 사람이었다.설령 그들과 함께 일한다고 해도 그저 가만히 있는 꽃병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막상 그녀와 함께 일하고 보니 차갑고 도도한 느낌은 없었고 오히려 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지냈다.“뭘요. 정말로 힘이 필요한 일들은 여러분들이 해주고 계시잖아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