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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배진호는 허락을 구하는 듯 온지유를 힐끗 봤다.

“나가요.”

배진호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주소영은 이제야 이불을 거두고 몸을 일으키더니 기대하는 표정으로 배를 쓰다듬었다.

“대표님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저도 알아요.”

온지유는 주먹을 꽉 쥐었다. 주소영은 여전히 머리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제가 그분을 닮아서 대표님이 좋아해 주시는 거라면서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제가 바라는 것도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는 것뿐이에요.”

말을 마친 주소영은 온지유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계속 말했다.

“지유 씨도 알죠? 그분 이름 승아라고 하던데?”

온지유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주소영이 이것까지 알 줄은 몰랐던 것이다.

“대표님이 알려줬어요? 자기는 승아라는 사람을 좋아하고, 주소영 씨는 대용품이라고요?”

“대용품이고 뭐고, 저는 신경 쓰지 않아요. 제 출신에 이 정도 사랑받을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죠.”

여이현이 직접 말하지 않은 한 주소영은 절대 알지 못할 일이다.

마음이 차갑게 식은 온지유는 손톱이 살에 박힐 정도로 힘껏 주먹을 쥐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노승아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유 씨는 대표님한테 이런 사랑 받아본 적 없죠?”

주소영은 대놓고 온지유를 자극했다. 온지유는 절대 자신의 위치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맹목적인 자신감이 담긴 눈빛으로 말이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저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온지유는 피식 웃었다.

“아니에요. 지구는 누구 한 명 사라져도 계속 돌아요. 대표님한테서 벗어나면...”

그녀는 지난날을 떠올리며 가볍게 말했다.

“나는 오히려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네요.”

주소영은 살짝 놀랐다. 그녀가 이토록 덤덤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는 법이다. 이게 바로 주소영이 생각하는 사랑이다.

‘무슨 포기가 이렇게 빨라? 그래, 내 앞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게 틀림없어.’

어찌 됐든 주소영은 현실에 만족스러웠다. 아이라는 보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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