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42화

Author: 류한나
강태규는 온지유를 경고하고 싶었다. 여이현을 잘 단속해야 한다고 말이다.

강태규가 아픈 몸으로 자신까지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온지유는 미소 지은 얼굴로 대답했다.

“알았어요. 이번에는 저도 이미 아는 일이라 괜찮아요. 시간이 늦었는데 이만 들어갈까요? 이러다가 감기 걸리시겠어요.”

“그래.”

강태규도 눈치껏 입을 닫았다.

강태규를 병실에 바래다준 다음 온지유는 산부인과에 가봐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했다. 이때 마침 주소영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유 씨, 병원에서 잠깐 만날 수 있을까요? 저 할 얘기가 있어요.”

온지유는 바로 주소영의 병실로 향했다.

병실 밖에 서 있던 배진호는 온지유가 온 것을 보고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오면 안 되는 곳에 오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사모님이 어떻게 오셨어요?”

억지 미소를 지은 배진호와 달리 온지유는 아주 무덤덤했다.

“무슨 일 있어요?”

“아... 저 일단 대표님한테 와보시라고 할게요.”

배진호의 반응에 온지유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저한테 숨길 일이라도 있어요?”

배진호는 말할지 말지 한참이나 망설였다. 그러다가 병실에 있는 주소영을 힐끗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세요.”

온지유는 병실 안의 주소영을 힐끗 봤다. 그녀는 어두운 안색과 반대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유 씨, 왔어요.”

그녀는 침대에서 내리려다가 다시 발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침대에서 내릴 수 없어서요. 대표님이 조심해야 한다고 그렇게 잔소리를 하고 갔어요. 괜찮죠?”

배진호는 주소영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거슬렸다. 없는 말을 지어내는 능력이 이토록 뛰어난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온지유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겉으로 티 내지 않았다. 그녀는 아주 사무적인 말투로 물었다.

“어디 다쳤어요?”

“피부가 살짝 까진 게 전부여서 큰 문제는 없어요.”

‘그런데도 입원했다고...?’

“하지만 알고 보니 제가 임신했더라고요.”

이 말을 들은 온지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3화

    배진호는 허락을 구하는 듯 온지유를 힐끗 봤다.“나가요.”배진호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주소영은 이제야 이불을 거두고 몸을 일으키더니 기대하는 표정으로 배를 쓰다듬었다.“대표님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저도 알아요.”온지유는 주먹을 꽉 쥐었다. 주소영은 여전히 머리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제가 그분을 닮아서 대표님이 좋아해 주시는 거라면서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제가 바라는 것도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는 것뿐이에요.”말을 마친 주소영은 온지유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계속 말했다.“지유 씨도 알죠? 그분 이름 승아라고 하던데?”온지유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주소영이 이것까지 알 줄은 몰랐던 것이다.“대표님이 알려줬어요? 자기는 승아라는 사람을 좋아하고, 주소영 씨는 대용품이라고요?”“대용품이고 뭐고, 저는 신경 쓰지 않아요. 제 출신에 이 정도 사랑받을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죠.”여이현이 직접 말하지 않은 한 주소영은 절대 알지 못할 일이다.마음이 차갑게 식은 온지유는 손톱이 살에 박힐 정도로 힘껏 주먹을 쥐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노승아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지유 씨는 대표님한테 이런 사랑 받아본 적 없죠?”주소영은 대놓고 온지유를 자극했다. 온지유는 절대 자신의 위치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맹목적인 자신감이 담긴 눈빛으로 말이다.“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저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온지유는 피식 웃었다.“아니에요. 지구는 누구 한 명 사라져도 계속 돌아요. 대표님한테서 벗어나면...”그녀는 지난날을 떠올리며 가볍게 말했다.“나는 오히려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네요.”주소영은 살짝 놀랐다. 그녀가 이토록 덤덤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는 법이다. 이게 바로 주소영이 생각하는 사랑이다.‘무슨 포기가 이렇게 빨라? 그래, 내 앞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게 틀림없어.’어찌 됐든 주소영은 현실에 만족스러웠다. 아이라는 보험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4화

    “뭐라고요?”주소영은 사색이 된 얼굴로 현실을 부정했다.“아닐 거예요. 제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요. 시간이 전부 맞아떨어져요. 그 사람은 대표님이 틀림없어요.”“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쪽에서 여자를 찾기 시작한 걸 보도 나도 네가 계 탄 줄 알았다고, 이 년아. 근데 우리가 착각했어. 네가 그날 밤 만난 남자는 여이현 대표가 아니라... 웬 50대 아저씨야.”주소영의 안색은 삽시에 창백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바라보면서 언성을 높였다.“그러니까 지금 제가 그 50대 아저씨의 아이를 가졌다는 거예요?”엄청난 소식에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의 기쁨도 헛되고 말았다.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실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날 밤 만난 남자가 여이현이라는 것을 안 순간 그녀는 인생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믿었다.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 덕분에 팔자를 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 남자가 여이현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니... 그녀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소영아, 우리 정신 차리자. 그 남자 나이가 많아도 돈은 꽤 있어. 너 하나 평생 먹여 살리는 건 얼마든지 가능해.”마담은 이미 현실을 받아들인 듯했다. 그녀도 실망하기는 했지만, 현실을 부정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직 돈뿐이다. 50대 남자에게서도 돈은 빼먹을 수 있기에 크게 걱정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주소영은 아니었다. 전화를 끊은 다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꿈에서 살고 있었다.“아, 아니야. 나는 대표님의 아이를 가졌어. 남들은 다 부러워서 거짓말하는 거야. 믿으면 안 돼!”그녀는 배를 끌어안으며 미친 듯이 중얼거렸다....병원에서 나간 온지유는 바로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거리를 따라 걸으며 밤바람을 쐬었다. 기분은 여전히 저조했다. 만약 두 사람이 그날 밤에 만난 것이라면 주소영의 아이는 절대 여이현의 아이일 리가 없다. 그 전부터 만나는 사이였다면 모를까...그녀가 알기로 주소영은 우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5화

    여이현의 말에 배진호는 순간 넋을 잃었다. 그날 밤 여이현과 만난 여자가 주소영이라면 틀림없이 그의 아이를 가졌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이때 여이현이 말했다.“가요.”“네.”배진호는 차를 시동 걸었다. 그러자 여이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말했다.“차에서 내리라는 말이었어요.”“대표님, 아직 참석해야 할 모임이 있어요.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그리고 여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요.”배진호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이곳이 위험해 보였다. 온지유에게는 별문제 없겠지만, 여이현에게는 달랐다. 더군다나 여이현은 절대 이런 곳에 오지 않을 성격의 사람이었다.여이현은 배진호를 응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배 비서 이런 분위기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요?”“네?”배진호는 순간 여이현의 질문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여이현은 마치 그를 위해 놀아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했기 때문이다.의도가 어찌 됐든 여이현의 날카로운 눈빛 앞에서 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네, 좋아합니다.”“그럼 내려요.”여이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다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묵묵히 오가는 사람을 바라봤다.그는 이런 곳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짧은 한순간의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달려오는 것도 당연히 이해하지 못했다.이런 생각과 함께 그는 경멸 어린 미소를 지었다.“조심하세요, 대표님.”배진호는 옆에서 그가 사람들과 부딪힐까 봐 조심스럽게 길을 터주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온지유를 따라갔다.나민우와 함께 고리를 던지며 즐거워하는 온지유를 보자, 그의 눈살은 더욱 깊어졌다. 어린아이도 유치해 할 놀이에 왜 이토록 즐거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온지유는 50개의 고리를 들고 있었다. 4000원에 50개, 가격도 꽤 저렴했다.그녀는 가장 먼 곳에 있는 도라에몽 인형을 원했다. 덩치가 크고 거리가 멀어서 맞추기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그래도 사람들은 항상 최고를 원한다. 고리 던지기에서도 마찬가지다.“난 도저히 안 되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6화

    다행히 사장님은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터라 총을 쏘기도 전에 몸을 피하고 있었다.“배 비서, 명중했어요?”여이현은 신경이 온통 다른 곳에 쏠린 듯한 모습으로 물었다.“...”배진호는 안색이 창백해진 여이현을 보며 말했다.“명중할 뻔했어요!”나민우는 온지유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이렇듯 즐겁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보는지라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며 다정하게 물었다.“이젠 감 잡은 거야?”“응, 감 잡았어. 너무 재밌어.”온지유가 웃었다.사장님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음을 지었다.“아이고 젊은이 대단하네요. 저 뒤엣것을 맞추는 사람은 아주 드물거든요!”그는 얼른 도레미몽 인형을 온지유에게 건넸다.온지유는 인형을 끌어안았다. 뭔가 원래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편안한 것이 아주 만족스러웠다.“남은 건 어떻게 할 생각이야?”나민우가 물었다.“흐음, 그냥 다 맞춰보지 뭐. 그러다가 또 맞출 수 있으면 더 좋고.”“응, 알았어.”나민우는 그녀의 말대로 남은 것을 전부 던져 시도했다. 신기하게도 그가 던지는 족족 맞춰 들어갔다. 비록 아무것에도 쓸데가 없는 작은 물건들이었지만 즐겁긴 했다.그러나 옆은 난리판이었다.사장님은 위험하다고 생각해 얼른 입을 열었다.“아이고 젊은 양반, 내가 환불해 줄게요. 환불해 줄 테니까 그만 해요!”배진호는 얼른 사장님을 달랬다.“사장님 괜찮아요. 저희가 망가뜨린 건 이따가 전부 살게요.”탕 소리가 나고 장난감 총의 탄알이 옆에 있던 도자기 인형에 맞춰졌다.도자기 인형은 순간 깨져버렸다.“이보게 젊은이, 풍선을 쏘는 거 아니었나요? 왜 자꾸 여기로 쏴요!”사장은 기분이 나쁜 듯 이내 장난감 총을 제공한 사장한테 화를 냈다.“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에요? 제 장사가 잘되니까 질투해서 손님한테 여기로 쏘라고 시킨 거죠?!”그러자 장난감 총 가게 사장님도 불쾌한 듯 말했다.“아니, 그쪽이 장사 잘된다고 나도 장사 잘되지 말란 법 있어요? 여기 줄 수 있는 손님들 안 보여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7화

    배진호는 땀을 삐질 흘렸다. 여이현은 그의 밥줄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여이현의 좋지 못한 안색을 발견한 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대표님, 화내지 마시고 온 비서님도 계속 놀고 싶은 것 같은데 함께 하자고 할까요?”여이현은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누가 같이 놀고 싶다고 했죠.”그의 말에 온지유는 아쉬운 것이 없다는 듯 나민우에게 말했다.“저쪽에 재밌는 거 더 많아 보이니까 우리 저쪽으로 가자.”“그래.”나민우는 고개를 돌려 여이현을 보았다.“그럼 여 대표님, 전 이만 가볼게요.”두 사람은 걸음을 옮겼다.여이현은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더니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고 누가 들어도 불쾌함이 느껴지는 어투로 말했다.“배 비서, 저 두 사람이랑 같이 놀고 싶어요?”“네, 네!”배진호는 바로 그들을 불렀다.“온 비서님, 전 함께하고 싶어요.”말을 마치자마자 여이현도 따라갔다.두 사람은 나민우와 온지유의 뒤에서 걷고 있었고 시선은 당연히 도레미몽을 품에 꼬옥 안고 있는 온지유에게로 향했다.“흥, 고작 인형 하나 가지고 뭘 저렇게 좋아하는 건지.”방금 그녀가 기뻐하는 모습은 꼭 보물이라도 발견한 사람의 모습 같았다.분명 하잘것없는 싸구려 인형을 안고 있었음에 말이다!그가 거액을 주고 낙찰받은 에메랄드 보석 팔찌를 그녀에게 주었을 때도 방금처럼 기뻐하지 않았다.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온지유의 머릿속엔 무엇이 있는지 말이다.값비싼 물건보다 노력해서 얻은 싸구려 인형을 그녀는 더 좋아했다.“여기는 표창을 던질 수 있나 봐.”온지유는 꼭 자객처럼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신기한 듯 말했다.그들이 내놓은 1등 선물은 20번의 기회 중 10번만 지정한 곳을 맞추면 얻을 수 있다고 했다.아직 1등 선물을 받아간 사람은 없었다.이것은 아주 큰 도전이었다.흥미를 느낀 온지유는 시도해보고 싶었다.여이현은 관심을 보이는 온지유의 모습에 배진호에게 시켜 결제하라고 했다.배진호는 이번이 여이현이 실력을 보여줄 기회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화

    “이거면 충분한가?”여이현이 물었다.“네 손에 든 것보다 더 귀여운 것 같은데?”“...”온지유는 여이현보다 더 큰 인형을 보았다. 그녀가 들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분명 땅에 질질 끌릴 것이었기에 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너무 커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인형은 아니에요.”여이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난 이것이 네가 들고 있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니까 이거 들고 있어!”그는 그녀가 안고 있던 인형을 빼서 휙 던졌다.온지유는 자신의 품에 안긴 커다란 인형을 보았다. 너무나도 커서 숨쉬기도 힘들 지경이었다.“여이현 씨, 그만 해요!”온지유는 이 커다란 인형마저 바닥에 던져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겨우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말했다.여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싸늘해진 얼굴로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그녀를 보았다.‘인형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나?'‘내가 더 큰 인형을 안겨주었으니 그럼 더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왜 화를 내는 거지?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온지유는 자신의 심한 말에 여이현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을 것을 알고 다시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이건 너무 크고 무거워서 들고 있기 버거워요.”“내가 도와줄게.”이때 나민우가 렛소 인형을 안으며 말했다.“이러면 되잖아.”“고마워.”온지유는 그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배진호는 싸늘해진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었다. 여이현의 몸에서는 어두운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이미 그에게도 그 어두운 기운이 닿고 있었다.게다가 온지유는 여이현에게 관심이 없어 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그는 심지어 여이현이 불쌍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여이현을 향해 박수를 쳐주었지만 온지유만은 그러지 않았으니 말이다.“목마르지 않아? 저기 밀크티 가게가 있는데.”나민우가 온지유에게 물었다.“응, 가자. 마침 목이 말랐거든.”온지유가 답했다.두 사람이 자리를 옮기려던 순간 배진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9화

    상처 소독약으로 상처를 소독한 뒤 붕대로 감아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배진호가 차를 끌고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왔다.온지유는 여이현을 부축하며 차에 태우곤 나민우를 보았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던 여이현은 그녀가 정말로 나민우에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다.나민우가 먼저 입을 열어 다정하게 말했다.“먼저 가 봐. 여 대표 다쳤잖아. 아픈 사람을 보살피는 게 더 중요하지.”그는 온지유의 입장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가 뭘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여이현은 그녀의 상사이니 당연히 보살펴야 했다.온지유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럼 난 먼저 가볼게. 오늘 같이 놀아줘서 고마워.”“응, 그래.”나민우가 답했다.차 문이 닫혔다.배진호는 원래 다시 차에 타려고 했지만 무언가 생각났는지 웃으면서 나민우의 앞으로 다가갔다.“나 대표님, 고마웠습니다.”그는 예의 있게 감사 인사를 하곤 그가 들고 있던 렛소 인형을 가져왔다.여하간에 이 인형은 여이현이 온지유에게 준 것이니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배진호는 여이현이 오늘처럼 열심인 모습은 처음 보았다.차는 서서히 떠나가고 나민우는 그들이 탄 차를 빤히 보았다. 그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이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군가가 문자를 보낸 것이다.[저녁 이미 차려놨는데 언제 와?]그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집에 도착한 뒤 온지유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행여나 표창 때문에 세균에 감염되기라도 했을까 봐 주치의도 집으로 불렀다.의사는 그에게 파상풍 주사를 놓아주었다.여이현은 틈이 날 때마다 나민우와 함께 있던 온지유의 모습이 생각나 떠보듯 물었다.“이번에도 나민우와 우연히 만난 거야?”정말로 우연이었다.온지유가 답했다.“저랑 민우는 그냥 친구예요. 친구끼리 만나는 게 뭐가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게다가 퇴근하고 만난 것이니 업무에도 지장 주지 않았어요.”여이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정말로 그 사람이랑 친구라고 생각하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0화

    마침 여이현이 외출하고 돌아왔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직원이 내뱉는 말을 듣고 있었다.“대표님, 오늘 오후 한 시에 그쪽으로 보내라고 이미 말해두었습니다.”여이현은 멀지 않은 곳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온지유를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온 비서.”온지유는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네, 대표님.”“오후에 일정이 없으면 따라가죠.”그가 말을 마치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의외라는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그런 일은 아주 힘들어 여직원들이 아주 꺼렸다. 그래서 전부 남자직원에게 배정된 일이었다.온지유는 이곳의 유일한 여직원이었다.게다가 바깥은 해가 쨍쨍 내리쬐고 있었고 온지유는 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있어 앉기도 불편할뿐더러 그곳을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다.그러나 여이현의 지시이니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온지유는 바로 대답했다.“네, 대표님.”“그래요.”여이현은 더는 그녀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다. 담담히 자신의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온 비서님, 제가 도와드릴게요.”이윤정이 그녀를 도와주려고 했다.“괜찮아요. 일손은 부족하지 않으니 그냥 사무실에 남아 있어도 돼요.”오후 한 시는 해가 제일 뜨겁게 내리쬘 때였다.길을 청소하던 환경미화원들도 쉬지 않고 청소하고 있었다.온지유는 생수 상자를 들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어느새 그녀는 땀을 가득 흘리고 있었다.그렇게 한 상자 옮기고 난 뒤 환경미화원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그들은 나이가 많았던지라 그녀가 생수를 주니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아가씨, 자선활동 하는 김에 우리한테도 생수 나눠주는 게 어때요.”이때 몇 명의 길 가던 남자들이 치마와 스타킹을 신은 온지유를 보고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생수를 달라는 핑계로 다가왔다.온지유도 그들의 불손한 시선을 느끼고 뒷걸음질을 치며 인상을 구겼다.“이 물은 환경미화원분들께 나눠드리는 겁니다.”“아, 특별대우를 하시겠다는 거네요.”남자들은 온지유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온지유는 그런 시선을 아주 혐오했기에 단호하게

Latest chapter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57화

    “왜? 마음이라도 아픈 거야?”“알았어요.”그녀는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잠시 후, 집으로 돌아와 불을 켜던 그녀는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최지후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왜 불도 안 켜고 있어요?”여울은 놀란 가슴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어두컴컴한 게 좋아서.”그가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이리 와봐.”여울은 얌전히 다가가 살짝 몸을 숙여 그의 관자놀이를 주물렀다.“왜요? 기분 안 좋아요?”“응.”무심하게 대답하던 그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당신은 나 배신하지 않을 거지?”그 말에 여울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설마 최지후가 뭔가 눈치라도 챈 걸까?’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그냥 궁금해서.”그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당연히 그럴 일 없죠. 난 지후 씨 곁에 평생 있을 거예요.”그녀는 예쁜 말로 골라서 했고 원하는 답을 들은 최지후는 이내 환하게 웃었다.“그래. 당신이 날 배신한다면 내가 당신을 지옥으로 끌고 갈 거야.”농담처럼 들리지만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졌다. ...“윤슬 씨, 나 어떡하죠? 최근에 회사의 프로젝트들이 지석훈 때문에 다 엉망이 되어버렸어요.”엄우정이 다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문지원을 건드린 것이 엄청 후회되었다.강윤슬은 그녀를 보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바보같이 왜 일을 만들어서는... 일이 틀어지니까 날 찾아와?’“윤슬 씨, 말 좀 해봐요. 내가 누구 때문에 그런 건데요?”강윤슬이 말이 없자 엄우정은 더 초조해졌다.이번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집에도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강윤슬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우정 씨, 석훈이는 이제 우정 씨가 알던 사람이 아니에요. 나도 우정 씨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어요.”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문지원 씨를 찾아간다면 어쩌면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몰라요. 문지원 씨는 줄곧 우정 씨와 협력하고 싶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56화

    최주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역시 그럴 줄 알았어. 문지원 씨 때문이 아니라면 네가 나한테 보자고 할 일도 없겠지.”“말해 봐.”한참을 망설이던 지석훈은 끝내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됐다. 술이나 먹으러 가자.”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최주하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술잔을 들자마자 최주하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해 보니 여울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잠깐 전화 좀 받게 올게.”지석훈은 고개를 끄덕였고 최주하는 밖으로 나오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무슨 일이야?”“볼 일이 있어서요...”전화를 끊고 최주하는 다시 지석훈에게로 다가갔다. “미안하다. 일이 있어서 가 봐야 할 것 같아. 나중에 시간 되면 내가 술 살게.”“됐어. 일 있으면 가.”최주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혼자 술을 마시던 지석훈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신한 그룹의 그 프로젝트, 나한테 넘겨.”전화를 끊은 후, 그는 눈앞의 술잔을 쳐다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 버렸다. 자신이 왜 신한 그룹을 겨냥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이 본능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한편, 프라이빗한 호텔에 도착한 최주하는 흰 원피스를 입은 채 소파에 앉아 있는 꽃 같은 여인, 여울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의 눈빛은 아무런 파동이 없었다. “말해.”여울은 그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주하 씨, 최지후 씨가 저한테 마음을 완전히 연 것 같아요.”그녀의 말대로 확실히 성공적이었다. 현재 최지후는 여울을 완전히 신임하고 있었고 무방비 상태라 그녀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알아. 하지만 난 더 가치가 있는 것이 필요해.”최주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왠지 모르게 갑자기 부담감이 확 밀려왔고 최주하가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자신의 처지가 곤란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저... 최지후 씨가 최근에 입찰을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입찰 문서를 손에 넣었어요.”그녀는 급히 입을 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55화

    문지원은 이미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였고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고통스러웠다. 지석훈에게 붙어있으면 조금은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손을 뻗어 그의 목을 감싸고는 필사적으로 그를 향해 더 가까이 다가갔다. 부드러운 입술이 닿자 흠칫 놀라던 그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그가 앞에 앉아 있는 운전기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출발해요. 가장 가까운 호텔로 갑시다.”이내 가림막이 내려졌고 문지원은 여전히 끙끙거리며 그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길에 그의 몸도 덩달아 뜨거워졌다. 얼마 후, 차가 호텔 앞에 멈춰 섰고 그가 그녀를 안아 들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프런트 데스크에 다가가 블랙 카드를 꺼내며 한마디 했다.“스위트룸으로 잡아줘요.”프런트 데스크의 직원은 훤히 다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룸에 들어온 후, 그는 문지원을 침대에 눕혔다. 막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그녀가 그의 목을 감싸며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가지 마요.”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문지원, 이건 당신이 선택한 거야.”더 이상 그도 참지 않았고 들끓어 오른 욕정을 드러냈다. ...뜨거웠던 밤이 지나고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잠에서 깨어난 문지원이 몸을 움직이는데 갑자기 온몸이 쑤시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자마자 그녀는 바로 고개를 돌렸고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그가 천천히 눈을 뜨는데 눈빛은 평온하기만 했다.“깼어?”“저기... 우리...”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지석훈은 아주 자연스러웠다.“걱정하지 마. 책임질게.”“책임... 책임질 필요 없어요. 어젯밤 일은 사고였어요.”어젯밤의 일에 대해 기억이 남아있었고 자신이 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이 일로 지석훈한테 뭔가를 요구하고 싶지 않았고 오히려 그한테 고마웠다. 그가 아니었다면 어젯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르니까.“왜? 그렇게 나랑 선 긋고 싶은 거야?”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는 차갑게 입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54화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종업원은 바로 환하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부탁이라니요.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다른 분이셨다면 아마 저한테 드레스값을 배상하라고 했을 거예요. 제 형편에 그건 턱도 없는 일이죠. 정말 감사드립니다.”문지원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냥 옷 한 벌일 뿐이에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에요.”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탈의실로 향했다.“바로 여기입니다. 들어가시죠.”그녀는 별생각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탈의실 안에는 아주 좋은 향이 났고 옷장에는 깨끗한 새 옷이 걸려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세련미가 넘치는 옷들이었다. 손을 뻗어 옷들을 어루만지며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연한 파란색의 긴 드레스를 선택했다. 입고 있던 드레스의 지퍼를 여는데 손이 지퍼에 잘 닿지가 않았다. 사람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이곳은 사람이 흔히 드나드는 곳이 아니었다. 지퍼를 열려고 애를 쓰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도와줄까?”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급히 고개를 돌리니 음흉한 얼굴의 남자가 눈앞에 서 있었다.딱 봐도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순식간에 그녀의 안색이 차가워졌다.“여긴 여자 탈의실이에요. 당장 나가시죠.”말을 마친 그녀가 밖으로 걸어 나가려는데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졌고 몸이 나른해지면 바닥에 쓰러졌다.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른 그녀를 남자가 번쩍 안아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많이 예뻐해 줄게.”아직 약간의 의식이 남아 있던 그녀는 몸부림치고 싶었지만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파티장 안, 엄우정은 일부러 무심코 한마디 했다.“방금 탈의실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파티장에서 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다른 여자들도 그 소리를 듣고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막았다. “설마요. 혹시 방금 문...”순간 그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사람들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53화

    지석훈은 밖으로 나온 뒤 그녀를 놓아주었고 문지원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뭐 하는 거예요? 이번 협력이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그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뭐 대단한 프로젝트도 아니잖아. 당신은 자존심도 없어? 그렇게 모욕을 주는 데도 왜 가만히 있는 건데?”그의 말을 듣고 나니 왠지 모르게 억울한 느낌이 들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순간 당황한 지석훈은 얼른 휴지를 꺼내 건네주었다.“왜 울어?”방금 엄우정한테 그런 모욕을 당하고도 그녀는 울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지석훈의 말 몇 마디에 그녀는 억울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나도 뭐 수모를 당하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요? 하지만 방법이 없잖아요. 문정 그룹은 이번 협력이 필요하고 난 의지할 사람이 없어요.”“내가 다른 프로젝트를 찾아줄 테니까 나한테 의지해.”그가 갑자기 한마디 내뱉었다. 그 말에 문지원도 그도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엄우정과의 협력을 내가 망쳤으니 당연히 내가 보상해 줘야지.”“준비하고 있어. 저녁에 나랑 같이 파티에 참석해.”말을 마치고 그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문지원은 웃음이 저절로 나왔고 마음속이 따뜻해졌다. ...그날 저녁, 문지원은 지석훈을 따라 파티 장소로 향했다. 서먹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가 팔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팔짱 껴.”망설이고 있는데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팔짱 안 끼고 나 혼자 들어가게 둘 거야? 사람들이 날 비웃을 텐데?”입술을 오므리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다. 그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살짝 올라갔다.저도 모르게 본인이 웃었다는 사실조차 그는 자각하지 못한 것 같다. 파티장에 들어간 뒤, 지석훈은 그녀를 데리고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멀지 않은 곳, 강윤슬이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문지원, 이 여우 같은 년.”“지석훈이 문지원한테 푹 빠진 모양이네요.”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52화

    고개를 숙이고 자세를 낮추는 그녀의 모습에 엄우정은 엄청 통쾌했다.“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기회를 줘야죠. 하지만...”잠시 말을 멈추던 엄우정은 끝내 뒷말을 계속하지 않았다. 반면, 그 어떠한 기회도 놓치기 싫었던 문지원은 이내 앞으로 다가서며 물었다.“하지만요?”엄우정은 악랄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카톡의 모든 남자 친구에게 당신이 다른 여자의 남자 친구를 빼앗은 나쁜 여자라고 문자를 보내요.”그 순간, 문지원은 분노에 가득 찬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건 그녀에 대한 모욕이었다.마음속으로 대충 짐작이 된 그녀는 분노가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엄 대표님, 협력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입니다. 대표님께서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장난을 치시면 안 되죠. 사적인 감정을 업무에 끌어들이면 되겠습니까?”“그래요? 그럼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 같네요.”문지원의 말에 엄우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문지원, 네까짓 게 뭔데...’“문성 그룹에서 이번 기회를 놓친 건 오롯이 당신 문지원 때문이라는 것만 알아둬요.”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말 한마디를 남긴 채 발걸음을 옮겼다.그 순간, 문지원이 그녀의 팔목을 덥석 잡았고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팔목을 잡고 있는 문지원의 눈빛이 조금은 차분해졌다. 침을 꿀꺽 삼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방금은 제가 감정 조절이 잘 안됐습니다.”“그 뜻은 문자를 보내겠다는 말인가요?”그녀의 요구는 악랄했고 이번 협력에 대해 장난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던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억지로 이 굴욕을 삼켰다. 그녀한테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자를 보내는 것일 뿐, 어디가 덧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진실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피식 웃던 엄우정은 조롱이 가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문지원 씨,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설마 달랑 문자 하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51화

    최지후는 피식 웃었다. 눈앞의 여자가 순수하고 귀여웠다. “여울 씨 생각은?”여울은 그가 최주하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최주하에 비하면 어리석고 오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쉽게 손에 잡히다니, 너무 시시한데...’잠깐 망설이던 그녀는 손을 떨며 치마 뒤에 있는 지퍼를 열었다. 지퍼를 반쯤 내리자 매끄럽고 하얀 등이 훤히 드러났고 그가 바로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여기서 말고.”모처럼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으니 여기서 대충 관계를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순순히 그를 따라 나갔다. 한편, 최주하는 핸드폰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최지후가 이렇게 쉽게 걸려들 것이라는 건 진작부터 예상하고 있던 일이라 전혀 놀라지 않았다. 남들 앞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는 사생아의 신분이니 좋은 여자를 만나봤을 리가 있겠는가?그는 최지후 자신보다 최지후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캐슬 호텔.룸 안, 문지원은 두 손을 꼭 잡은 채 초조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녀는 가끔 고개를 숙이고 손목시계를 확인했고 약속된 시간을 이미 훨씬 넘긴 시각이었다. 미팅을 하기로 했던 협력자가 나타나지 않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심하게 찌푸렸다. 얼마 후, 문 앞에서 자물쇠가 비틀리는 소리가 들렸고 검은색 긴 드레스를 입은 차가운 여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문 대표님, 죄송해요. 제가 좀 늦었네요.”문지원은 바로 고개를 들었고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협력은 그녀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었다. 오랜 기다림에 대한 분노는 온데간데없고 눈앞의 사람이 약속 장소에 나타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문지원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저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말을 하면서 문지원은 손을 뻗어 의자를 끌어당겼다. 그러나 눈앞의 여자는 자리에 앉지 않고 그녀를 쳐다보며 차갑게 웃었다 .“문지원 씨, 저랑 협력하고 싶은 거예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50화

    방 안에 들어온 여자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과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모두 예외 없이 눈빛 속에 욕망이 가득했다.최지후는 여자들을 한번 스쳐본 후 흥미를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여자들은 흔히 보던 사람들이라 특별할 게 없었다.그는 차가운 태도로 매니저를 쳐다보며 물었다.“이게 네가 말한 새로 온 애들이야?”술집 매니저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최지후는 그의 중요한 고객이었기에 실수하면 큰일 날 수 있었다.“도련님 혹시 마음에 안 드시나요?” 술집 매니저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최지후는 잠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 없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테이블에 놓인 술잔을 들어 매니저의 얼굴에 확 뿌렸다.“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지? 감히 이런 것들로 대충 넘기려고?”술집 매니저는 잠시 멈칫하다가 곧바로 반응했다. 그는 얼굴을 닦으며 더욱 기를 쓰고 웃음을 지었다. “그럴 리가요. 절대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요. 도련님 마음에 안 드신다면 바로 다른 사람들로 교체해 드릴게요.”그때 문이 열리며 한 여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기 802호 맞나요?”최지후는 그 목소리에 곧바로 반응했다. 그는 목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고 그곳에 눈길이 멈췄다.여자는 흰색 긴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검은 머리는 어깨 위로 흘러내려 있었다. 얼굴에는 화장기가 전혀 없었지만 자연스러우며 청순해 보였다. 무엇보다 그녀의 눈에는 불안하고 긴장된 기색이 가득했다.그녀는 신임임이 분명했다.최지후는 술집 매니저를 놓으며 말했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진작에 데려왔어야지. 왜 이제야 데려왔어? 좀 더 일찍 데려왔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술집 매니저는 최지후가 눈앞의 여자를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머릿속으로 그가 데려온 사람 중에 이 여자가 있었나 하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그래도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최지후가 만족하면 그게 제일 중요했다.그는 재치 있게 말했다.“좋은 건 항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49화

    여자는 잠시 멈칫하다가 최주하가 너무 많은 금액에 당황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도 알아요. 이 돈이 적은 금액은 아니라는 거... 하지만 저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주하가 말을 끊었다. 그는 다소 불쾌한 듯 여자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2억만 있으면 뭐든지 할 거야?”여자는 그 말에 희망의 불씨가 다시 피어났다. 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 뭐든지 할 수 있어요.”최주하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좋아. 도와줄 수는 있어. 그런데 너도 나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해.”여자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어요.”그러자 그녀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일어나서 최주하의 옷을 풀려고 손을 뻗었다.최주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여자의 손목을 잡으며 제지했다.“뭐 하는 짓이야?”그의 눈에 드러난 혐오감에 여자는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필요하지 않으신가요?”이건 서로가 알고 있는 은유적인 표현이었다. 여자의 의도는 두 사람 모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여자는 지금 자신이 가진 것 중에서 최주하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은 이 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확실히 네 도움이 필요해. 하지만 그 대상은 내가 아니라 내 동생이야.”그렇게 말하며 최주하는 휴대전화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 남자는 최주하와 어느 정도 닮아 보였다.“내 동생이야. 내 동생을 유혹해서 그 옆에 남아있는 거야.”최주하는 간결하게 설명했다.여자는 혼란스러워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조금은 꺼리는 눈치였다. 그녀의 목표는 분명 최주하였기 때문이다.최주하는 그녀의 태도를 보고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원하지 않는다면 그냥 나가. 강제로 시킬 생각은 없어.”“저 할게요. 하겠습니다.”여자는 곧장 마음을 다잡으며 간절히 말했다.최주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실망하게 하지 마.”최주하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자의 휴대전화에는 1억이 입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