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최주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네 아내는 네 할아버지께서 정해주신 거잖아. 그래서인지 확실히 괜찮은 여자이긴 하네. 얌전하고 말도 잘 듣고 네가 밖에서 여자 몇 명을 만나든 신경 쓰지도 않고 말이야. 이렇게 좋은 아내가 있는데 왜 기분이 안 좋다는 거냐?”여이현은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얌전하고 말 잘 듣는 건 확실히 아내로서 좋긴 하지.”“그런데 왜 네 신경은 온통 저 여자한테 쏠린 거냐. 너 혹시 진짜 좋아하게 된 거 아니지?”최주하는 그의 모습이 이상했다. 아무리 온지유가 괴롭힘당했다고 해도 여이현이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창밖을 내다보니 온지유는 다른 직장 동료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내가 보기엔 네 아내 인기 많은 거 같아. 누구랑도 다 잘 지내잖아. 너 예전에 언젠가 이혼할 거라고 하지 않았나? 이혼하게 되면 줄을 설 남자들이 가득해 보이네.”최주하의 말에 여이현은 미간을 확 구겼다. 온지유에겐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일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최주하의 말대로 그녀는 누구와도 잘 지냈다.그의 목소리는 더욱 가라앉았다.“너도 온지유는 좋은 아내라며. 그럼 계속 좋은 아내로 남게 해줘야 하지 않겠냐.”모든 생수를 나눠주고 나니 온지유의 옷은 땀으로 잔뜩 젖어 있었다.그녀는 직원들과 사무실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온 비서님, 완전 의외네요. 힘이 그렇게 셀 줄은 몰랐어요. 저희 남자들에게 전혀 뒤처지지 않는 힘이었어요!”그들은 온지유와 대화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랬기에 그녀에 대해 잘 몰랐다.온지유가 그들에게 주는 첫인상은 차갑고 도도하고 힘도 없는 나약한 사람이었다.설령 그들과 함께 일한다고 해도 그저 가만히 있는 꽃병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막상 그녀와 함께 일하고 보니 차갑고 도도한 느낌은 없었고 오히려 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지냈다.“뭘요. 정말로 힘이 필요한 일들은 여러분들이 해주고 계시잖아요. 전
“아니요.”그때의 그녀는 겉옷을 입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었다.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겉옷을 벗으려던 때 그가 그녀를 비상계단으로 확 끌고 오게 된 것이다.“지금 가려봤자 늦었다는 거 알아?”여이현은 차갑게 웃으며 욕망에 휩싸인 눈빛으로 그녀를 보면서 손을 들어 그녀의 가슴에 올렸다.온지유는 그런 그의 눈빛을 보았다. 그는 그녀를 여자로 보는 듯했다. 그의 이런 눈빛을 처음 보았다.위험을 감지한 그녀는 얼른 도망가려고 애를 썼다.그러나 여이현은 그녀를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고 계속 그녀를 구석으로 몰았다.“온지유, 이게 네가 말한 행복을 되찾을 권리라는 거야?”온지유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네?”여이현은 그녀에게 바싹 다가가며 차갑게 비웃었다.“네 목표는 한둘이 아닌가 보네. 나랑 이혼하고 바로 다른 남자랑 재혼할 생각인 거지?”온지유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속으로 점차 들어오자 느껴지는 두려움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웅크렸다.“전 그런 생각한 적 없으니까 이것 좀 놔요. 우리 대화로 풀어요. 이러면 다른 사람한테 들킨다고요!”여이현은 얼굴이 붉어진 그녀를 보았다. 셔츠가 젖어 몸매가 보이는 채로 남자직원들 사이에 있던 그녀를 떠올리기만 하면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그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러자 온지유는 무의식적으로 바닥에 웅크려 앉았다.여이현은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풀었다. 옷차림이 흐트러진 온지유를 보니 욕망이 불타올랐다.“다른 사람한테 들키고 싶지 않은 거라면 급한 불부터 꺼야 하지 않겠어?”온지유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야에 그의 정장 바지가 들어왔고 순간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안 할 수가 없었다. 해주지 않으면 그는 절대 그녀를 쉽게 놓아줄 리가 없었으니까.그녀의 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었다......반 시간 뒤.온지유는 화장실로 달려가 얼굴을 씻은 후 입안을 헹구었다.고개를 들어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니 처참했다. 잔뜩 헝클어진
그녀의 말에 주소영은 충격받은 표정을 짓더니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그러니까 온지유 씨가 여이현 씨 아내라고요?”주소영은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걸까.만약 여이현이 정말로 온지유의 남편이었다면 그녀가 모를 리가 없다고, 두 사람이 결혼 사실을 숨길 리도 없다고 생각했다.“네, 맞으니까 얼른 이 손 좀 놔요.”온채린은 손을 빼냈다.“제 형부는 여이현이에요.”주소영은 두 사람을 보았다. 여전히 의심하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지금 저한테 거짓말하시는 거죠? 온지유 씨는 여이현 씨 비서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아내인 거예요?”“거짓말할 게 뭐가 있어요.”장수희가 말을 이었다.“내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두 귀로 직접 들은 건데. 우리 조카사위는 심지어 우리 아주버님도 만나러 갔다고요. 우리 아주버님이 온지유 아빠죠. 조카사위는 여이현이고요.”두 사람의 말은 들은 주소영은 다시 충격에 빠졌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정리하곤 말했다.“혹시... 예전에는 모르고 계셨어요?”장수희는 그런 그녀가 의아하면서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도 최근에 알게 되었어요. 일찍 알았다면 우리 집은 부자가 되어 있었겠죠!”여씨 가문은 온경준에게만 20억이라는 돈을 주었다.이 돈은 평범한 집안에서 평생을 일해도 모을 수 없는 돈이었다.만약 일찍 이 사실을 알았다면 그들도 돈을 달라고 요구했을 것이다.많이 바라지는 않고 그들은 좋은 집을 하나 마련해줬으면 했다.“여씨 가문이 그렇게 큰데 결혼식은 물론이고 뷔페도 못 가봤다니까요! 둘이 결혼한 것도, 심지어 저렇게 좋은 가문에 시집갔으면서 친척인 우리한테 알려주지도 않고 말이에요. 만약 내가 아주버님을 만나러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것이 아니었다면 평생을 모르고 살았을 거예요!”장수희는 말하면서 입을 삐죽 내밀며 투덜댔다. 그러면서 자신들에게 결혼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온지유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우리 조카도 참 대단하네요. 행여나 내가 그 떨어지는 콩고물을 조금이라도 받아먹을까 봐 숨기
주소영은 원래부터 긴장하고 있었다. 온지유에게 밀려날 것 같았지만 두 사람의 말을 들으니 다시 자신이 생겼다.온지유는 여씨 가문 안주인의 자리에 앉고 있긴 했지만 아무도 몰랐다. 그러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게다가 나중에 이혼할 가능성이 아주 컸다.그녀는 두 사람을 보더니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말했다.“두 분 성급하게 들어가지 마세요. 여진 그룹은 들어가기 쉽지 않거든요. 아마 들어가 보기도 전에 문 앞에서 쫓겨날 거예요.”주소영이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난 여이현의 숙모라고요. 누가 감히 날 막아요!”장수희는 숙모라는 명분으로 들어가 심지어 대접받기를 바라고 있었다.그러자 주소영이 말했다.“온지유 씨가 두 분을 경계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요. 온지유 씨는 여이현 씨의 비서예요. 두 분의 출입 소식은 온지유 씨가 제일 먼저 듣게 된다고요. 그런데 정말로 쫓겨나지 않을 거로 생각하세요?”장수희는 그제야 생각을 하며 다소 불쾌한 듯 말했다.“듣고 보니 그렇네요. 병원에 있을 때부터 따박따박 말대꾸했으니까 분명 우리를 쫓아내려고 하겠네요!”“조카라는 년이 어른을 공경할 줄 하나도 모르고 대체 학교에서 뭘 배운 건지, 쯧!”온채린은 그녀의 말에 불안한 듯 말했다.“그럼 어떻게 해요?”장수희는 높게 솟은 건물을 보았다. 건물 제일 위쪽엔 여진 그룹의 로고가 걸려 있었다.이 건물 전체가 여씨 가문의 소유였으니 분명 돈은 차고 넘쳐 흐를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의 가족 중 부잣집으로 시집갈 사람이 있으리라곤 전혀 상상조차 못 해봤다.“제게 방법이 있어요! 그런데 두 분 동의하실지 모르겠네요.”주소영이 말랬다.장수희는 고개를 돌려 주소영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아이고 아가씨, 참 좋은 사람이네요. 어떤 방법이 있는데요?”반 시간 뒤.여진 그룹 문 앞에서는 소란이 일어났다.장수희는 로비 직원에게 온지유를 찾으러 왔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분명 그들은 온지유의 친척이었지만 온지유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로비 직원은 온지유가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모두에게나 친절하고 욕심도 없는 사람이었고 장수희가 말한 것과 다른 사람이었다.장수희가 계속 난동을 부리니 오히려 장수희가 무례하고 막무가내인 사람으로 느껴졌다.그녀는 보안 요원을 불러 내쫓고 싶었다.하지만 마침 기자 스티커를 붙인 차가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게다가 문 앞에는 환경미화원들이 있었다.기자들은 전부 사회부 기자였고 그들을 취채하러 온 것이니 이런 난동을 그들에게 보일 수 없어 그녀는 장수희에게도 손을 대지 못했다.그때 장수희도 로비 직원이 무엇을 신경 쓰는지 눈치채곤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기자가 있었다.이것은 그녀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장수희는 더는 난동을 부리지 않았고 밖으로 나갔다.“빨리 막아요!”로비 직원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얼른 보안 요원들에게 장수희를 막으라고 소리를 쳤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사람을 이렇게 막 붙잡아도 되는 거예요?!”장수희는 보안 요원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소리를 쳤다.“온지유가 나 붙잡으라고, 내 입 막으라고 시킨 거죠! 그렇죠!”온채린은 장수희가 곧 붙잡힐 것 같아지자 소리를 질렀다.“살려주세요! 여기 무고한 사람을 때리려고 해요! 사람 때려요!”밖에 있던 기자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회사 안을 보았다.여진 그룹 안에서 일어난 난동에 중요 뉴스감을 잡은 듯 기자들은 바로 달려 들어왔다.그런 기자들을 입구 보안 요원들이 막고 있었지만, 그들은 생방송으로 찍고 있었다.그들은 마침 환경미화원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던 차였다.온채린은 그런 기자들을 보곤 바로 달려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여러분들 보세요! 저희는 이 회사 비서인 온지유의 친척이에요. 온지유에 대해 밝힐 것이 있습니다...”그녀의 말에 기자들은 눈을 반짝였다.온지유라는 비서에 대해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온지유는 여이현의 수행 비서였다. 게다가 금방 환경미화원의 입에서 온지유의 좋은 평가를 듣게 되었으니 이것은 여진 그룹의 스캔
“온 비서님, 큰일 났어요!”온지유는 마침 화장실에서 매무새를 정리하고 나오던 참이었고 다급하게 달려오는 이윤정의 모습에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왜 그렇게 다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는데요.”“온 비서님의 일이에요!”이윤정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저요?”온지유는 이해가 되지 않아 담담하게 물었다.“저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요.”“온 비서님 숙모랑 사촌 여동생이라는 분이 찾아왔어요.”그녀의 말에 온지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두 사람의 이름만 들어도 엄청 골치 아픈 일이 생겼으리라 생각했다.이윤정은 핸드폰을 꺼내 생방송을 보여주었다.그녀의 숙모와 사촌 동생은 그녀의 가족에게서 돈을 뜯어내지 못하자 기자들 앞에서 불쌍한 사람인 척 이미지를 만들고 있었다.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다.심지어 그들은 피땀을 흘려 번 돈으로 그녀의 대학 등록금까지 내주었다고 말했다.겨우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조금 살만하니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삼촌과 숙모를 모르는 사람 취급한다고, 자신들에게 일전 한 푼 준 적이 없다고, 그녀의 대학 등록금을 부담한 탓에 집안의 재산을 전부 탕진해 온채린이 좋은 학교에 갈 수 없었다고 했다.지금은 집안에 큰일이 생겼지만 온지유는 그럼에도 그들을 도와주지 않았고 가만히 삼촌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무정하고 냉정하며 배은망덕한 이미지를 그녀에게 만들어주고 있었다.실시간으로 방송하고 있었던 터라 많은 댓글이 달렸다.[대박,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이런 일이 있다니. 정말 인간도 아니네!][이 두 사람도 참 불쌍하네요. 옷차림도 소박한 것을 보아 평소에 돈을 아주 아끼며 살았겠네요. 제가 아까 온지유라는 사람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는데 비싼 것만 입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명품 가방까지 들고 있고 말이에요. 참, 이번에 여진 그룹 자선 활동에 한 벌에 몇억 하는 옷을 입고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 여자랑 이 두 사람을 비교해보니 참 하늘과 땅 차이네요!][아, 온지유요? 저 알아요. 저랑 같은 학교 다녔는데
온지유는 로비로 내려가자마자 문 앞에 있는 수많은 기자들을 발견하게 되었다.앞으로 들이민 카메라를 향해 장수희는 울면서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하고 있었다.온채린의 심지어 눈물에 부어버린 눈으로 카메라를 보며 말하고 있었다.“여러분들의 관심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있으니 저희는 곧 억울함을 풀 수 있겠네요.”“어떤 억울함?”온지유가 싸늘한 얼굴로 나오며 말했다. 그녀는 두 사람처럼 연기하는 것을 싫어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연기를 한다고 내가 두려움을 느끼고 두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줄 거로 생각했어요?”그들은 모두 온지유에게 시선을 돌렸다. 온지유는 그들이 다가와도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그러자 장수희는 더욱 히스테릭하게 울면서 온지유를 향해 손가락질도 했다.“온지유, 이 양심 없는 것. 난 네 숙모야. 네 숙모한테 어떻게 매정할 수가 있는 거니! 네가 어릴 때부터 내가 그렇게 예뻐해 주고 그렇게 잘해주었는데 어떻게 우리한테 그럴 수가 있는 거니!”“언니, 양심에 찔려서 나온 거죠? 지금이라도 저랑 우리 엄마를 도와준다면 전처럼 다시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거예요.”온채린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기자는 온지유를 보더니 마이크를 건네며 물었다.“온지유 씨, 이 두 분이 사촌 여동생과 숙모라고 주장하시는데 사실인가요?”온지유는 카메라를 보며 담담하게 답했다.“네.”그러자 댓글창이 또 한 번 난리가 났다.[세상에, 전부 사실인가 보네. 그런데도 이렇게 뻔뻔하게 대답하다니, 정말이지 배은망덕한 사람이었어!][인간은 은혜를 잊어서는 안 돼요. 아무리 지금 잘나간다고 해도 가족을 버리다니요. 심지어 대학교도 무사히 졸업할 수 있게 도와준 숙모인데 대학교에서 헛공부를 했나 보네요.][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나네요. 저도 삼촌이랑 숙모 품에서 자랐는데 너무 공감되네요. 절대 키워준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되죠!][우리 가서 신고합시다. 저 여자 여진에서 해고당해야 마땅하다고요! 우리가
온채린이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언니를 위해서 집안의 돈을 다 쓴 탓에 제 대학 등록금도 부모님이 여기저기서 빌린 돈으로 내고 있다고요.”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그들의 거짓말은 점점 더 켜졌다. 더는 주위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았다.“배은망덕한 년!”“뻔뻔한 더러운 년!”이때 누군가가 갑자기 온지유를 향해 달걀을 던졌고 그녀의 앞에 툭 떨어졌다.온지유는 고개를 들어 보았다. 그쪽에는 이미 몇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손에는 달걀과 밀가루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전부 온지유를 향해 던졌다.온지유는 급히 손으로 막았다. 보안 요원도 얼른 그들에게 다가가 막아섰다.“뭘 막아요! 애초에 뻔뻔하고 사악한 사람인데! 남의 가정을 파탄 낸 것도 모자라 비서인 척 누군가의 내연녀 짓이나 하고 있고 말이에요!”그녀를 향해 달걀을 던진 사람이 말했다.그녀의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어딘가 준비된 사람 같기도 했다.장수희가 찾아오고 사람들이 달걀을 던진다는 건 꼭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이런 상황을 꾸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장수희를 보았다. 기세등등한 것이 그녀가 굴복하는 모습이 보고 싶은 듯했고 여론의 힘을 이기지 못해 얌전히 자신들에게 돈을 주기를 바란 것 같았다.기자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물었다.“온지유 씨, 저분들의 말이 사실인가요? 계속 누군가의 내연녀로 살아오면서 남의 가정을 파탄을 냈나요?”온지유는 화가 치밀었다. 기자들이면서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기삿거리를 위해 막무가내로 취채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녀는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되었다. 만약 여기서 이성을 잃고 화를 냈다간 저들의 말이 사실로 변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당장 저 사람들 잡으세요!”온지유가 차갑게 말했다.“카메라에 찍혔으니 끝까지 책임을 지게 할 겁니다.”“네, 온 비서님!”보안 요원들은 사람들을 둘러쌌다.온지유가 강경하게 나오자 그들은 더는 소란을 피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다시 마음을 다잡은 온지유는 기자를 보면서 네티즌들
“다른 사람들은 다 가까이 다가가도 되는데 왜 나만 안 돼? 지금 날 따돌리고 있는 거잖아. 그런데 어떻게 가족처럼 지내? 애초에 날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일 생각도 없었던 거잖아!”소미는 말을 하면 할수록 괴로웠다.만약 온하윤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사라진다면 별이에게 남은 동생은 자신 한 명뿐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녀에게만 잘해줄 것이고 모든 사람들의 관심도 그녀에게만 쏟아질 것이니 온하윤 때문에 누군가 자신에게 짜증을 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약을 더 먹이는 거였는데.'‘그래, 어차피 약병은 내 가방에 있어. 그 나쁜 사람들이 그 약의 효과가 엄청나다고 했었어. 반병만 먹어도 어른 한 명은 거뜬히 죽일 수 있다고 했으니까 아기한테는 그 절반을 먹이면 되겠지.'‘기회를 봐서 조금만 더 먹이면 돼. 그러면 온하윤은 이 세상에서 완벽히 사라질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엄마도 볼 수 있고 별이 오빠도 온전히 내게만 잘해줄 거야.'“이상한 생각하지 마. 우린 가족이 맞아. 우리가 가족이니까 동생을 챙겨야 하는 거고 엄마도 배려해 줘야 하는 거야.”별이는 계속 설명했다.그러나 아무리 설명해도 소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였다.그들은 한 가족이 되었다곤 하지만 온하윤은 유독 그녀만을 보면 울기 시작했다.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온하윤에게 다가가는 것은 괜찮았지만 유독 그녀만 다가갈 수 없었다. 가족이라면 차별하지 않는가.“어쨌든 지금은 혼자 놀고 있어. 난 엄마를 도와서 하윤이를 돌봐야 하니까. 하윤이가 나아지면 그때 같이 놀아줄게. 그때 가서 우리 같이 아쿠아리움도 가자.”“그럼 그때 가서 하윤이도 데리고 갈 거야?”소미가 물었다.별이는 곰곰이 생각했다.“아마 당연히 데리고 갈 것 같아.”“그럼 그때 오빠 동생이 방금처럼 울면서 칭얼대면?”“그럼 다음에 가면 되지.”그녀가 한 질문에 별이는 빠르게 대답했다.어쨌든 그들에겐 시간이 많았으니 급할 건 없었다.오늘 갈 수 없다면 내일,
“이미 열이 내렸다고 하지 않았어?”소미는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온하윤을 보며 순간 또 나쁜 마음을 먹게 되었다.‘온하윤은 이미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잖아. 그런데 왜 나한테서 별이 오빠를 빼앗아 가는 거야?'분명 별이와 함께 놀고 싶었으나 별이는 그녀의 작은 요구도 들어주지 않았다.“응, 열은 내렸는데 그래도 좀 걱정돼서.”별이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보이었다. 어느새 소미를 보는 시선엔 짜증이 조금 섞여 있었다.“일단 혼자 놀고 있으라니까. 나 좀 그만 찾아와. 하윤이는 내 동생이니까 내가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별이는 전처럼 소미가 귀엽게 느껴지지 않았다.그의 친동생은 온하윤이지 소미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소미를 가족처럼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려고 했다.그런데 지금 온하윤은 아팠다. 언니로서 소미도 자신처럼 걱정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소미는 계속 자신을 찾아오며 놀아달라고 칭얼대고 있었다.“오빠?”소미는 당황하고 말았다.방금 별이는 있는 힘껏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처음이었다. 별이가 이렇게까지 짜증을 낸 적은.순식간에 눈에 눈물이 맺혔다.“미안해. 내가 오빠를 방해하고 있었어. 오빠한테 자꾸 놀아달라고 칭얼거리면 안 되는 건데. 그럼 오빠랑 같이 하윤이를 돌봐도 돼?”“그래. 나도 미안해. 일부러 짜증을 내려던 건 아니었어. 그냥 난 지금 놀 기분이 아니었을 뿐이야.”별이는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온하윤은 아기였기에 아무것도 몰랐다. 그랬기에 소미의 행동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 행동임을 몰랐다.하지만 아기들의 감은 정확했다.소미가 다가온 순산 조용하던 온하윤이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소미가 다가갈수록 더 크게 울어댔다.“하윤아, 뚝. 괜찮아. 오빠가 옆에 있잖아.”별이가 얼른 온하윤을 토닥여주며 달랬다.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소미가 이 자리에 있는 한 온하윤은 울음을 그칠 생각이 없었다.빠르게 집 안의 사람들도 아기의 울음소리에 모여들었다. 소미는 덩그러니 서서 어찌
심지어 밤에도 편히 눈을 감지 못했다. 두 시간에 한 번씩 잠자리에서 일어나 온하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그녀는 아주 열심히 아기를 돌봤다. 온하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아기에게 분유를 제외한 다른 음식을 먹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알겠어요. 일단 들어가 보세요.”여이현은 증거가 없는 상태였다. 그랬기에 김명자를 붙들고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없었다.만약 전부터 집 안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두었다면 아마 누가 온하윤을 해친 것인지 바로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김명자는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비서가 그에게 연락했다.“대표님, 이미 찾아낸 자료를 전부 전송해 드리겠습니다.”비서가 찾은 자료엔 김명자의 가족 관계는 아주 단일했다.김명자에겐 딸이 한 명 있었다. 몇 년 전에 결혼해 남편과 함께 작은 마트를 운영하고 있었고 아이도 낳았다. 그녀에겐 빚도 없었을 뿐 아니라 통장에 거액의 돈이 오간 흔적도 없었다.업계에서 김명자에 대한 평가는 아주 좋았다. 그녀를 베이비 시터로 고용한 사람들은 대부분 아기에게 정성을 다한다고 말했고 친할머니 같다는 평가도 있었다.자료만 봐도 여이현은 김명자가 아주 좋은 베이비 시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온하윤은 대체 왜 갑자기 중독된 것일까?여이현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러다 그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온지유가 그에게 전화한 것이다. 그가 병원을 나서기 전보다 온지유의 목소리는 많이 평온해졌다.“이현 씨, 하윤이는 제때 치료받아서 지금 열도 내리고 있어. 많이 괜찮아졌어.”“응, 괜찮아졌다면 다행이야. 내가 지금 갈게.”여이현은 원래 병원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별이의 모습이 떠올라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별이를 데리고 가기로.“소미야, 나랑 같이 하윤이 보러 가지 않을래?”집을 나서기 전 별이는 고개를 돌려 소미에게 물었다.소미는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지금 여이현의 두 눈을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다만 같은 공간에 있던 모든
온하윤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온지유는 피를 너무 많이 뽑은 탓에 안색이 창백했고 입술에는 혈색이 없었다.그녀는 힘겹게 의자의 손잡이에 의지하며 일어났다. 몸이 잠깐 휘청였지만 그래도 힘을 내서 병실 쪽으로 비틀대며 걸어가려 했다.“앉아서 쉬고 있어요. 저희가 다시 수혈해드릴게요. 지금 이 모습으로는 병실을 돌아가기는커녕 몇 발자국도 못가서 쓰러지게 되실 거예요.”간호사가 얼른 온지유의 팔을 잡으며 부축했다.온지유는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떤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무리하지 않았다. 다시 의자에 앉아 쉬면서 따듯한 차를 마셨다. 어리럼증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는 딸의 병실로 갈 수 있었다.온하윤의 상태는 처음 병원으로 찾아왔을 때보다 마노이 나아져 있었다. 더는 고열에 시달리지 않았지만 열은 있었다.“아마 세 시간쯤 지나야 정상 체온으로 돌아올 거예요. 만약 그동안 체온이 다시 올라간다면 바로 절 불러주세요.”의사가 세심하게 말해주었다.온지유는 주현도의 말을 전부 머릿속에 새겨듣고 있었다.의사가 나간 후 그녀는 딸 옆에 앉아 손을 뻗어 이마를 쓸어주었다.“아가야, 얼른 나아야 해.”한편 여이현 쪽.시동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김명자 씨 가정 상황까지 전부 조사해서 나한테 보내요.”집안에 사람이라곤 몇 없었다. 별이는 친동생을 해칠 리가 없었기에 남은 가능성은 김명자였다.소미는 아직 어렸고 별이와 비슷한 또래였기에 절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여이현이든 온지유든 누구든 소미가 그랬을 거라곤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빠르게 차는 집 앞에 세워졌다. 여이현은 문을 열고 내렸다. 그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별이가 초조한 얼굴로 맞이했다.“아빠, 하윤이는 어때요?”“괜찮아. 열이 내렸으니까 곧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야. 별이 먼저 들어가서 자. 아빠는 이모님이랑 할 얘기가 있으니까.”여이현은 별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그리고 그는 김명자를 뒷마당으로
“둘 다 아니에요. 최근에 구한 베이비 시터 이모님이 대신 돌봐주고 있었어요.”이렇게 말하니 온지유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의사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다음으로 의사는 들고 있던 검사 결과를 그녀에게 건넸다.“하윤이는 중독으로 고열에 시달리고 있는 거예요. 다행히 제때 병원으로 데려와 치료할 수 있게 된 거고요. 만약 한 시간이라도 더 늦게 찾아왔다면 아마 정말로 다시는 못 보게 될 수도 있었을 거예요.”그 순간 온지유는 자신이 잘못 듣기를 바랐다.옆에 있던 여이현이 대신 검사 결과를 받았다. 하얀 종이엔 까만 글씨로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온하윤의 혈액에서 대량의 독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말이다.“전에 우리 병원에서 베이비 시터가 아기한테 약을 먹이고 찾아온 사례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이모님은 수면제를 먹인 거죠. 아기가 자꾸 우니까 수면제를 먹여서 온 하루 자게 만든 거예요. 그런데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요. 아기한테 독을 먹이다니. 이건 두 분 아기의 목숨을 앗아가려고 계획한 거나 마찬가지예요.”의사는 너무도 황당했다.이렇게나 어린 아기를 죽여서 무슨 이득을 손에 넣을 수 있단 말인가.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복수.“선생님, 얼른 제 딸 좀 치료해 주세요. 전 어떻게 된 일인지 가서 알아봐야겠어요.”온지유는 여이현을 보았다.두 사람은 함께 보낸 시간이 아주 길었기에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뜻을 알아챌 수 있었다.“넌 하윤이 곁에 있어 줘. 내가 가서 알아보고 올게.”여이현은 그렇게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온지유는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작고 작은 몸에 가득 연결된 주삿바늘을 보며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그녀에게 대신 아파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정말이지 지금 당장 목숨이라도 바꿔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누군가 이 독을 어린 딸에게 아닌 자신에게 먹인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자신이 고통을 받는 건 얼마든지 괜찮았지만 어린 딸이 고통을 받으며 병원에 눈을 감고 누워있는
“엄마, 저도 갈래요.”별이는 온지유를 쫓아가며 큰 소리로 말했다.소미는 무의식적으로 별이를 붙잡으려 했으나 너무도 빨리 달려가는 별이에 공기만 잡았다.현관까지 걸어온 온지유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별아, 엄마랑 아빠는 지금 정말로 정신이 없어서 별이까지 챙겨줄 수가 없어. 그러니까 별이는 집에 있어 줘. 집에는 이모님이 있으니까. 그래야 엄마랑 아빠도 마음 놓고 하윤이랑 병원에 갈 수 있을 것 같아.”비록 별이가 얌전하고 병원에 데리고 간다고 해도 칭얼대지 않으며 온하윤까지 돌봐줄 것이지만 병원엔 사람도 많고 그녀와 여이현은 별이에게 신경 써줄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가 만약 유괴범이라도 섞여 들어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만약의 상황을 위해 아이를 집에 두고 나가는 것이 나았다.“네. 그럼 엄마, 하윤이가 나아지면 바로 별이한테도 말해줘야 해요.”별이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곤 걸음을 멈추었다. 집을 나서는 온지유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속으로는 온하윤이 얼른 나아 건강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오빠.”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소미는 인형을 들고 다가왔다.“우리 같이 소꿉놀이하자. 나는 얘 언니 할게, 오빠는 오빠 해.”“미안해, 소미야. 난 지금 소꿉놀이할 기분이 아니야.”별이는 고개를 저었다.지금 아픈 사람은 인형이 아니라 별이의 친동생이었다.그러니 소미와 함께 소꿉놀이할 마음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소미는 입술을 틀어 물며 손을 뻗어 별이의 팔을 잡고는 작게 물었다.“오빠, 오빠는 하윤이가 아주 아주 좋아?”“당연하지. 난 하윤이가 너무너무 좋아. 나한테 하윤이는 우리 엄마랑 아빠 다음으로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이라고.”별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별이가 동생을 잘 돌보게 된 것은 여이현과 온지유가 바쁜 이유도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 정말로 동생을 좋아했기 때문이다.소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고개를 떨구었다....한편 병원.온하윤이 너무도 어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응급실로 들
소미는 얼른 약병을 숨기며 가방에 넣고는 태연하게 다시 바닥에 앉았다.“소미야, 나 왔어. 방금 뭐 하고 있었어?”별이는 소미의 곁으로 다가갔다. 소미와 함께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여하간에 소미는 6살 즈음 되는 어린아이였기에 표정 숨기는 것에 능하지 않았고 별이의 맑은 두 눈을 똑바로 볼 엄두가 나지 않아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조금 졸려. 자고 싶어.”“그럼 좀 자. 이모님은?”“내가 배고파서 타르트 만들어 달라고 했어. 근데 지금은 너무 졸리니까 일단 좀 잘게. 이따가 말해.”소미는 소파에서 담요를 끌어당기며 얼굴까지 푹 뒤집어썼다.별이가 온하윤을 엄청나게 좋아했으니 만약 자신이 약을 먹였다는 사실을 별이가 알게 된다면 별이는 더는 자신과 말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영원히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게 된다.여하간에 별이의 부모님을 해치지 않았고 별이한테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별이 동생은...아직 어리고 말도 못 하니 여이현과 온지유가 또 한 명 낳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빠르게 김명자가 갓 구운 타르트를 들고 돌아왔다.“소미가 방금 막 잠들었어요. 타르트는 여기에 놔주세요. 이따가 소미가 깨면 먹을 거예요.”별이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행여나 소미가 깰까 봐 말이다.김명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별이는 혼자 책을 읽었다. 소미는 처음에 자는 척했지만, 나중엔 정말 자게 되었다.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져버렸다. 김명자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온하윤을 보며 이상하게 생각했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를 본 순간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세상에! 하윤이가 열이 나고 있잖아?”“네? 제 동생이 아파요?!”별이는 고개를 확 들었다.다급했던 별이는 옆에 누가 잠들어있다는 사실조차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일어나 온하윤의 상황을 살펴보려 했다.“도련님, 일단 여기서 지켜보고 있어요. 내가 얼른 사장님이랑 사모님한테 가서 말하고 올게요.”김명자는 별이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온지유는 소미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몰랐다. 그랬기에 종류별로 접시에 담아주었다.“먹어 봐, 입에 맞는 거 있으면 더 가지러 오면 되니까. 하지만 낭비하면 안 돼. 먹을 만큼 가져가야 해. 알았지?”“아주머니가 골라준 거라면 소미는 전부 좋아요.”소미는 정말로 음식을 낭비하지 않았다.온지유가 담아준 음식은 전부 먹어치웠고 수프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전부 마셨다.배를 채운 후 여이현은 그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소미는 처음에 어색해하면서 편히 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몇 개의 놀이기구를 타고 난 뒤 신나게 놀았다.“오빠, 난 회전목마가 좋아. 우리 한 번 더 타면 안 돼?”“아까 내가 큰 말에 탔으니까 이번엔 네가 큰 말에 타. 내가 작은 말에 탈게.”별이는 소미의 손을 잡았다.두 아이는 아직 어렸기에 위험한 놀이기구는 탈 수 없었다. 어린아이들이 타도 위험하지 않은 놀이기구를 전부 타본 뒤 마지막엔 온지유와 여이현과 함께 관람차를 탔다.관람차가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갔을 때 소미는 두 손을 꼭 모아 말았다.“관람차가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들었어요. 전 오빠랑 오빠 가족이랑 평생 같이 살고 싶어요.”“그럴 거야.”온지유는 아이를 보며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가족 구성원이 넷이면 아주 좋았다. 다섯이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놀이공원에서 나온 뒤 여이현은 호텔로 운전했다. 돌아가는 길에 고속도로를 지나서 온하윤을 태우려고 했다.온하윤은 이틀 동안 아빠와 엄마, 오빠를 보지 못해 반가웠는지 작은 손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아주 좋아했다.“소미야, 봐봐. 하윤이는 내 여동생이야. 귀엽지?”별이는 소미를 데리고 온지유 옆에 서 있었다. 두 아이는 온지유가 안고 있는 온하윤을 보았다.소미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온하윤의 입가로 가져다 댔다. 온하윤은 먹을 것인 줄 알고 혀를 내밀며 소미의 손을 깨물려고 했다.여이현은 얼른 소미를 안아 올렸다.“안 돼. 하윤이한테 손가락 물리면 안
“그래, 별이한테도 친구가 생겼으니 우리도 둘만 있을 시간이 더 많아지겠지.”여이현은 손가락으로 온지유의 손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따듯하면서도 간지러웠다.온지유는 붉어진 얼굴로 그를 밀어냈다.“그러지 마. 아이들이 밖에 있다고. 만약 소리를 듣기라도 한다면 안 좋아.”별이는 아주 똑똑한 아이였다. 만약 별이가 그것이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면 온지유는 정말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정말이지 너무도 민망했다.“이 호텔은 방음이 아주 잘 되어 있어. 더구나 꼬맹이들은 지금 티브이에 정신이 팔렸잖아. 그래도 걱정된다면 티브이 음량을 더 높이면 되지.”온지유가 반박의 말을 하기도 전에 여이현은 이미 손을 뻗어 리모컨을 들고 오더니 음량을 두 개 정도 높였다.그리고 몸을 돌려 그녀에게 키스했다.그의 리드에 온지유는 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하늘에 어둠이 깔리고 나서야 두 사람의 몸은 떨어지게 되었다. 온지유는 티브이를 끈 뒤 녹초처럼 침대에 흐느적 누웠다.땀에 몸은 끈적거렸기에 너무도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가고 싶었으나 움직이는 것이 귀찮았다.여이현은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따듯한 물 받아놓았다. 그리고 다시 나와 온지유를 안은 후 천천히 그 욕조 안으로 내려놓았다.온지유는 몸을 감싸는 따듯한 온기에 온몸이 나른해졌다.“지유야.”여이현이 나직하게 그녀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도 매혹적이었다.“나 오늘 너랑 같이 자면 안 될까?'온지유는 하마터면 그의 목소리에 홀려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다행히도 정신이 번쩍 들어 그의 요구를 거부했다.“안 돼. 꿈도 꾸지 마. 내일 아이들이랑 놀이공원도 가기로 했단 말이야.”이미 조금 전의 일로 힘이 전부 빠진 그녀였다. 만약 또 반복하게 된다면 내일은 아마 눈을 뜰 수 없을지도 모른다.여이현은 점점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얼른 씻어. 밖에서 기다릴게.”그도 온지유를 피곤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목욕을 마친 온지유는 샤워 가운을 입고 나와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여이현은 자연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