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욱의 무심한 반응에도, 임지유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부드럽게 웃었다.그리고 한명현과 박찬호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그녀는 일부러 한 사람 한 사람 따로 인사하진 않았다.국무위원급 인사들에게 먼저 나서서 일일이 인사하는 건 경우에 따라선 오히려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한명현과 박찬호의 시선은 이미 오래전부터 연미혜 쪽에 머물러 있었다.그들 역시 지철호처럼, 임해철과 임지유가 등장했을 때 연미혜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진 걸 알아차렸고 그 눈빛의 이유를 짐작
반대편 룸 안.식사가 마무리되자 한명현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천재는 많이 봤지만 미혜 씨처럼 젊은 나이에 이렇게까지 성과를 낸 친구는 드물지. 그래서 여기 있는 아저씨 셋이 다 같이 한번 보고 싶다고 했던 거야. 혹시 불편했다면 미안하네.”말끝은 가볍지만 그 말이 지닌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한명현은 국방부 장관으로서 정계 실세 중 한 명이었다. 그가 직접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곧 연미혜에 대한 ‘인정’이었다.연미혜는 몸을 바로 세우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과찬이십니다. 장관님, 이렇게 귀한 자리에 함께할
더군다나 그들 곁엔 경민준이 있다. 임지유에 대한 그의 애정과 신뢰를 생각하면, 두 사람의 결혼은 시간문제일지도 몰랐다.‘그렇게만 된다면 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은 또 한 단계 위로 올라갈 테고 연씨 가문은 그 뒤를 쫓기도 힘들어질 거야!’한효진은 혼자 히죽 웃더니, 연미혜 쪽을 곁눈질하며 비웃듯 흘겨보았다. 그러고는 가족들과 함께 임지후를 남학생 기숙사로 데려다주었다.연유라의 짐 정리를 끝내고 학교를 나선 연미혜는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 소리와 함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문을 열
연미혜가 시선을 멈춘 방향을 따라가던 김태훈도 곧 경민준과 임지유를 발견했다.김씨 가문과 경씨 가문은 예전부터 교류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김태훈 역시 경씨 가문 본가에 가본 적이 없었고, 그 본가가 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경민준과 임지유를 본 그는 입꼬리를 비틀듯이 씰룩이며 말했다.“쟤네 둘은 왜 또 우리 눈앞에 나타난 거야? 여긴 또 왜 왔대?”연미혜는 시선을 거두며 덤덤히 말했다.“저기가 경씨 가문 본가로 들어가는 유일한 진입로예요.”연미혜가 무심히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김태훈은 순간 멈칫하더니
경민준은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그래. 알겠어.]토요일 아침.연미혜는 차를 몰아 고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고씨 가문의 가족 대부분은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저택에는 도우미 몇 명만 있을 뿐, 고창완 혼자 머무르고 있었다.연미혜가 도착하자, 고창완은 직접 현관까지 나와 반갑게 맞이했다.“우리 미혜 왔구나?”“할아버지,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려요!”연미혜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그의 얼굴에 여전히 기운이 있어 보이자 마음이 놓였지만 문득 걱정이 앞섰다.“많이 야위셨어요.”고창완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좀 빠지긴
고창완은 정말로 화가 나 있었다.그는 경민준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연미혜를 바라보며 말했다.“가자! 미혜야, 할아버지가 밥 사줄게.”연미혜는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네.”그 말이 끝나자마자, 고창완은 경민준에게 다시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연미혜와 함께 자리를 떴다.경민준은 여전히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차를 마셨고, 두 사람을 따라 나가지도, 붙잡지도 않았다.연미혜와 고창완이 함께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던 임지유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떡해...”경민준은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괜찮아. 시
연미혜가 아이리스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 9시가 넘어 있었다.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휴대폰을 켜자마자 동료들과 친구들에게서 온 생일 축하 메시지가 한가득 쌓여 있었지만, 정작 경민준에게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연미혜의 미소도 씁쓸한 표정으로 바뀌었다.저택에 도착했을 땐 벌써 10시가 넘은 늦은 밤이었다.유순자는 갑자기 나타난 그녀를 보곤 순간 멈칫했다.“사모님, 말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민준 씨랑 솜이는요?”“대표님은 아직 안 들어오셨고 다솜 아가씨는 방에서 놀고 계세요.”연미혜는 짐을 유순자에게
밤 9시가 넘어가자, 경민준과 다솜이 집으로 돌아왔다.경다솜은 아빠의 옷자락을 꼭 움켜쥔 채 차에서 내리는 걸 한없이 미뤘다.솔직히, 엄마가 집에 있는 오늘 같은 날엔 아예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지유 이모가 ‘엄마는 일부러 널 보러 온 거야. 만약 집에 안 가면 엄마가 속상해할 거야.’라고 했고, 아빠도 ‘오늘 밤에 안 들어가면, 내일 엄마가 바다를 보러 가는 데 따라가겠다고 할 거야.’라고 했던 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아오기로 했던 것이었다.경다솜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남아 있었고, 이내 찝찝한 얼굴로 중얼거
고창완은 정말로 화가 나 있었다.그는 경민준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연미혜를 바라보며 말했다.“가자! 미혜야, 할아버지가 밥 사줄게.”연미혜는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네.”그 말이 끝나자마자, 고창완은 경민준에게 다시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연미혜와 함께 자리를 떴다.경민준은 여전히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차를 마셨고, 두 사람을 따라 나가지도, 붙잡지도 않았다.연미혜와 고창완이 함께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던 임지유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떡해...”경민준은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괜찮아. 시
경민준은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그래. 알겠어.]토요일 아침.연미혜는 차를 몰아 고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고씨 가문의 가족 대부분은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저택에는 도우미 몇 명만 있을 뿐, 고창완 혼자 머무르고 있었다.연미혜가 도착하자, 고창완은 직접 현관까지 나와 반갑게 맞이했다.“우리 미혜 왔구나?”“할아버지,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려요!”연미혜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그의 얼굴에 여전히 기운이 있어 보이자 마음이 놓였지만 문득 걱정이 앞섰다.“많이 야위셨어요.”고창완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좀 빠지긴
연미혜가 시선을 멈춘 방향을 따라가던 김태훈도 곧 경민준과 임지유를 발견했다.김씨 가문과 경씨 가문은 예전부터 교류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김태훈 역시 경씨 가문 본가에 가본 적이 없었고, 그 본가가 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경민준과 임지유를 본 그는 입꼬리를 비틀듯이 씰룩이며 말했다.“쟤네 둘은 왜 또 우리 눈앞에 나타난 거야? 여긴 또 왜 왔대?”연미혜는 시선을 거두며 덤덤히 말했다.“저기가 경씨 가문 본가로 들어가는 유일한 진입로예요.”연미혜가 무심히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김태훈은 순간 멈칫하더니
더군다나 그들 곁엔 경민준이 있다. 임지유에 대한 그의 애정과 신뢰를 생각하면, 두 사람의 결혼은 시간문제일지도 몰랐다.‘그렇게만 된다면 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은 또 한 단계 위로 올라갈 테고 연씨 가문은 그 뒤를 쫓기도 힘들어질 거야!’한효진은 혼자 히죽 웃더니, 연미혜 쪽을 곁눈질하며 비웃듯 흘겨보았다. 그러고는 가족들과 함께 임지후를 남학생 기숙사로 데려다주었다.연유라의 짐 정리를 끝내고 학교를 나선 연미혜는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 소리와 함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문을 열
반대편 룸 안.식사가 마무리되자 한명현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천재는 많이 봤지만 미혜 씨처럼 젊은 나이에 이렇게까지 성과를 낸 친구는 드물지. 그래서 여기 있는 아저씨 셋이 다 같이 한번 보고 싶다고 했던 거야. 혹시 불편했다면 미안하네.”말끝은 가볍지만 그 말이 지닌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한명현은 국방부 장관으로서 정계 실세 중 한 명이었다. 그가 직접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곧 연미혜에 대한 ‘인정’이었다.연미혜는 몸을 바로 세우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과찬이십니다. 장관님, 이렇게 귀한 자리에 함께할
유명욱의 무심한 반응에도, 임지유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부드럽게 웃었다.그리고 한명현과 박찬호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그녀는 일부러 한 사람 한 사람 따로 인사하진 않았다.국무위원급 인사들에게 먼저 나서서 일일이 인사하는 건 경우에 따라선 오히려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한명현과 박찬호의 시선은 이미 오래전부터 연미혜 쪽에 머물러 있었다.그들 역시 지철호처럼, 임해철과 임지유가 등장했을 때 연미혜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진 걸 알아차렸고 그 눈빛의 이유를 짐작
놀란 것도 잠시, 염성민은 이 자리에 김태훈과 유명욱까지 함께 있다는 사실을 보고 고개가 끄덕여졌다.‘유 교수님 정도 인맥이면... 연미혜가 이 자리에 있어도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지.’그는 혼잣말처럼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염용석 역시 아들과 이 자리에서 마주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 물었다.“성민아, 고객 만나러 온 거야?”“네. 아버지.”그 대화를 들은 한명현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용석아... 이 청년이 네 아들이야?”염용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내 아들 녀석이야. 이렇게 우연히 얼굴을 보여주게 됐
임지유는 이제 세인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방금까지 자리에 없던 건 경민준 일행과 회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지유 언니!”손아림이 반갑게 달려와 임지유 옆에 붙었다. 그러곤 슬쩍 연미혜를 흘끗 바라본 뒤,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연미혜가 꽃 받았다고 아까는 으쓱대더니, 언니한테 꽃이랑 선물 잔뜩 왔단 얘기, 거기다 형부가 지분까지 넘겼단 말 듣고는 완전 말문이 막혔지 뭐야.”임지유는 특별한 반응 없이 조용히 연미혜 쪽을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에 묘한 여유가 스쳤다.손아림은
세인티로 향하던 차 안에서 연미혜의 휴대폰이 울렸다. 노현숙이 걸어온 전화였다.전화를 받자 익숙하고도 정겨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미혜야... 잘 지내지?”“그럼요. 할머니도 잘 계시죠?”“며칠 전에 다솜이가 그러더라. 너 요즘 일 많아서 밤샘도 한다고... 그래서 내가 며칠 전에 선물 받은 보약 좀 챙겨놨어. 곧 도착할 테니까 꼭 챙겨 먹어. 알겠지?”연미혜는 설령 거절해도, 노현숙은 끝까지 밀어붙일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더는 사양하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감사해요. 할머니,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