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에게 새로운 남자가 없다는 사실을 소은정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소은해의 마음을 받아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소은정은 잘 생각하고 결정해야 된다고 알려주었다.이 사실을 소은해에게 말할 수 없다.소은해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 잘 하고 있네. 우리 미래 형수님께서 좋아하는 연예인을 약혼식 게스트로 초대할게요. 저의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연예계에서 그는 든든한 거물이다.한시연은 기쁨에 찬 눈길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말했다.“정말요? 유준열! 저 유준열 좋아해요!”오호?그 기생오라비?소은정은 주먹을 쥐고 눈에서 빛이 반짝반짝하는 한시연을 쳐다보았다.“유준열, 우리 아기 너무 귀여워요. 가능할까요?”소은해가 사악하게 웃었다. 그가 우쭐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당연히…”그가 고개를 든 순간, 소은호가 경고의 눈빛을 보내왔다. 그는 하려던 말을 삼켰다.“당연히… 안 되죠!”반짝거리던 한시연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렵나요?”소은해의 직급으로 한창 잘나가는 신인 스타를 초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데?소은해가 멋쩍은 웃음을 터뜨렸다.“유준열 씨가 요즘 유명한 작가 대본을 받고 합숙을 시작했어요. 합숙장소에서 나오기 어려울 거예요.”한시연은 한숨을 쉬었다. 예쁜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가득했다.“아쉽네요. 유준열 씨에게 제 말을 전달해 줄래요? 촬영 열심히 하고 제가 많이 응원하고 있다고요. 이제 크면…”이제 크면?소은해와 소은정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왜 위험한 냄새가 날까?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소찬식은 이 분위기에 끼고 싶지 않아 머리를 받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머리가 아파서 쉬어야겠어.”젊은이들의 대화에 함부로 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소은호가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다 크면 어쩔 건데? 나보다 좋은 것 같아?”한시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냥 해본 말이야…”소은해와 소은정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황막한 장소에서 빨
두 사람이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하고 전동하는 시시각각 그녀에게 연락을 보냈다.밥도 잘 챙겨 먹고, 휴식도 하고, 커피를 적게 마셔라는 문자를 자주 보냈다.소은정도 그의 문자를 확인하며 제때에 답장을 했다. 업무가 바쁜 날에는 그냥 지나치기도 했다.전동하는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고 5분에 한 번씩 문자를 보내왔다.그녀는 이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이 되었다.하루 종일 조용한 전화에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전동하의 문자를 찾아보았다. 그가 먼저 보낸 메시지만 가득했다.그녀는 채팅창에 글을 썼다.“뭐 하고 있어요?”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전화를 걸어야겠어!몇 초 후.전화가 연결되었다.“예쁜 누나, 보고 싶어요…”귀여운 마이크!소은정이 웃으며 말했다.“누나도 마이크 보고 싶어. 왜 네가 전화를 받아? 아빠는?”마이크는 한참을 망설였다.“아빠 폭행당해서 많이 아파요. 당장 죽을 것 같아요!”마이크의 말에 소은정은 깜짝 놀랐다. “폭행을 당했다고?”마이크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많이 다쳤어요. 곧 죽을 것 같아요!”소은정의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하루 종일 연락이 없는 이유를 알았다.그녀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미리 연락하지 않은 자신을 탓했다.“어디에 있는 거야. 내가 지금 갈게…”“네. 예쁜 누나. 어서 저를 데리고 나가줘요. 아빠가 진짜 죽으면 저는 누나와 함께 살아도 돼요?”마이크는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아빠가 죽으면 많이 슬프겠지만 예쁜 누나와 함께 살면 많이 슬프지 않을 것 같아…허약한 몸으로 침대에 누운 전동하는 마이크의 말을 빠짐없이 듣고 있었다.그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화를 내지 않으려고 참고 또 참았다.아이의 생각과 신념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마이크를 교육했다.그는 참지 못하고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몽둥이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야!소은정은 전동하가 죽는다는 말에 마음이 조급해졌다.그녀는 더 생각할 겨를 없이 휴대폰만 손에 쥐고 달려갔다.우연준은 그녀의
방안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소은정은 전동하의 숨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전동하를 가만히 지켜보니 콧등이 시큰해났다.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역시 뜨거웠다.그녀가 손을 가져가려고 할 때, 갑자기 나타난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헙.그의 커다란 손이 그의 체온처럼 뜨거웠다.소은정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깼어요?”그를 놀랠까 봐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전동하의 말라비틀어진 목소리는 사막에 있는 모래알 같았다.“여긴 어떻게 왔어요?”소은정의 눈시울이 빨갛게 되었다.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그가 입술을 만지며 말했다.“전화를 걸었는데 마이크가 받았어요. 열이 난다고 해서…”전동하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괜찮다고 웃어 보이며 그녀를 위로했다.“괜찮아요. 걱정시켜서 미안해요. 그래도… 이렇게 저를 보러 와줘서 기뻐요.”“잠시만요. 제가 의사에게 전화를 걸게요.”소은정이 그를 위안했다.전동하는 그녀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전동하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눈을 뜰 힘도 없는 것 같았다.그녀는 누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물어보았다.“누가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어요?”전동하는 힘겹게 눈을 뜨고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괜찮아요. 일부러 때리지 않았어요. 그냥 조금 화가 났을 뿐이에요.”“화가 난다고 사람을 때려요? 풍선도 아니고. 대체 누구예요?”전동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았다.소은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적이 몇 명인 거예요? 전기섭 아니면 박수혁이겠지. 제가 전화를…”전동하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은정 씨…”그의 쉰 목소리에서 아픔이 배어 나왔다.“박 대표님 이미 많이 봐주셨어요. 저 괜찮아요…”화가 난 소은정은 몸을 떨었다.“왜 사람을 때려? 박수혁 진짜 미쳤어!”박수혁 이렇게 기본도 안되는 사람이었어?전동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은정
소은정은 계란이 익는 사이에 베란다에서 박수혁에게 전화를 걸었다.박수혁은 그녀의 전화를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소은정? 나 너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우리 진짜 텔레파시가…”“박수혁, 사람을 때리는 기분이 어때? 그렇게 재밌으면 너 스스로 너를 때리지 그래. 어디 재밌나 보게?소은정은 입술을 깨물고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박수혁 진짜 미친놈!박수혁은 몇 초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날이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너를 찾아가 고자질이라도 한 거야?”소은정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찾아왔을까 봐? 눈이 있으면 다 보여!”박수혁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렸다.맷집도 없는 놈. 겨우 한 대 때렸을 뿐인데 그것도 못 참아?“경고하는데, 다시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 대지 마. 용서하지 않을 거야!”소은정은 박수혁을 협박하며 말했다. 박수혁 너만 사람을 때릴 줄 알아?착각하지 마!박수혁이 변명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박수혁의 곁에 있는 이한석이 그의 통화 내용을 모두 들어버렸다.박 대표는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초인종 소리가 들렸다.소은정의 부탁을 받고 달려와준 소 씨 가문의 가정의였다. 소은정은 문을 열고 그들을 맞이했다.한 남자와 여자. 모두 익숙한 얼굴이었다.“아가씨, 환자는 어디에 있나요?”소은정은 침실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침실로 향했다.소은정은 주방으로 돌아와 계란이 끓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약한 불로 10분. 소은정이 계란을 식히고 주방에서 나왔을 때, 마침 의사들도 방에서 나왔다.“어때요?”남자 의사: “방금 해열제를 먹였어요. 한 시간 뒤면 열이 내릴 거예요. 얼굴에 있는 상처는….”여자 의사가 조금 망설이며 말했다.“저에게 연고가 하나 있어요. 흉터가 모두 사라지려면 3일은 걸려야 해요.”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마워요.”그녀는 연고를 받고 배웅한 뒤 계란을 손에 쥐고 방에 돌아왔다.침대에 걸터앉은 전동하는 무기력해 보였다.소은정은
전동하의 키스는 공기처럼 가벼웠다. 잔뜩 긴장했던 소은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때 방금 전보다 훨씬 더 뜨거운 키스가 휘몰아쳤다.지금까지 누구보다 힘들게 참아온 전동하였다. 오랜 갈증 끝에 달콤한 이슬 한 방울이 쏟아지니 참을 수 없는 조갈이 밀려들었다.거절하지 않는 소은정의 모습에 이대로 그녀를 잠식하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들었고 모공 하나하나가 흥분으로 날뛰고 있었다.전동하의 혀끝은 소은정의 입술을 탐닉하고 또 탐닉했다. 천신만고 끝에 펼쳐진 풍성한 만찬을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입술 피부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강렬한 키스에 소은정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전동하의 단단한 팔이 그녀를 꼭 끌어안지 않았더라면 바로 중심을 잃고 쓰러졌을지도?그냥 키스일 뿐이잖아.주책맞게 달아오르는 얼굴과 쑥스러운 기분에 소은정도 당황스러웠다.남자 손길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 걸 거야. 분명 그런 걸 거야...평소에는 누구보다 점잖던 선비 같은 사람이 스킨십을 시작하니 이렇게 저돌적으로 변할 줄이야.이런 반전매력이 있나 싶은 생각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다른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점점 더 빠져들었다.온몸이 뜨거워지고 거의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무렵에야 남자는 아쉬운 기색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놓아주었다.사랑이 가득 담긴 전동하의 눈동자가 아름답게 휘어졌다.“숨 쉬어요...”살짝 쉰 목소리는 치명적인 섹시함을 가지고 있었다.순간 정신이 든 소은정이 숨을 들이쉬었지만 전동하는 이미 그녀의 쑥스러운 모습을 눈동자에 담은 뒤였다.심장이 왜 이렇게 빨리 뛰는 거야. 이건 이상해... 정상이 아니야!당황한 소은정이 벌떡 일어섰지만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그대로 다시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다행히 전동하가 순발력있게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신음이 흐르고 전동하가 싱긋 미소 지었다.“내가 그렇게 좋아요?”역시... 남자들은 다 늑대라는 말... 맞았어.소은정은 달아오르는 얼굴을 식히기 위해
“푸흡!”소은정의 리액션에 그녀를 바라보는 전동하의 눈동자에 사랑이 한층 더 깊어졌다.평소 수많은 남성들과 염문설을 뿌리고 다니는 아름답고 치명적인 여성 대표라는 그녀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소녀 같은 면 때문이었다.고고하지만 순수하고, 가끔씩 이 세상 만사를 꿰뚫어보는 듯하면서도 은근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 소은정의 눈동자에서 흐르는 경악과 놀라움을 보는 순간,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여자가 내 여자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전동하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은정 씨. 우린 연인 사이잖아요. 이런 건 변태가 아니에요. 연인끼리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요.”잠깐 침묵하던 전동하가 웃으며 질문했다.“그래서... 좋았어요?”갑자기 진지하게 변한 전동하의 모습에 소은정의 가슴이 콩닥거렸다.전동하... 숙맥인 줄 알았더니 완전 고수잖아! 여기서 밀리면 안 돼!괜한 자존심에 소은정은 눈치없이 콩닥대는 심장을 누르고 또 누르려 했다.안 돼. 다시 떠올리지 마. 아까 그 키스... 다시 떠올리면 얼굴이 또 빨개질 거란 말이야...소은정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진지하게 평가를 이어갔다.“스킬은 평범한데 숙련도는 아주 높았달까요? 동하 씨, 도대체 나 전에 몇 명이나 사귄 거예요?”솔직히 과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기도 했고 남자친구의 전 애인에게 집착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게다가 분명 연애는 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방금 전 그 키스는 첫키스라고 하기엔 너무나 익숙하고 뜨거웠다.이런데도 연애를 한 적이 없다? 누굴 속이려고?소은정은 팔짱을 낀 채 전동하의 반응을 살폈다.하지만 전동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은정 씨가 내 첫 여자친구 맞아요. 그냥 재능이 있나 보죠. 당신만 원한다면 더 훌륭한 스킬들도 배워올게요. 은정 씨가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요.”당당한 전동하의 모습에 오히려 소은정이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하, 이게 아닌데... 내가 졌다...이때 마침 마이크
전동하에게 옮은 걸 수도 있다는 소은정의 말에 마이크의 하얀 얼굴에 초조함이 실렸다.잔뜩 긴장한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던 마이크가 말했다.“바로 의사선생님부터 부를게요.”소은정이 휴대폰을 가지러 달려가는 마이크의 손목을 잡았다.아이고. 얘도 참. 아까 동하 씨가 아플 때는 일단 아무 약이나 막 먹이고 보더니... 얘도 은근 불효자라니까.“괜찮아. 누나도 약 먹으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배고프지? 누나가 죽 끓여줄까?”소은정이 웃으며 물었다.동하 씨도 아프고... 담백한 게 좋지 않을까?소은정의 질문에 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이다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죽 끓이는 거 번거롭잖아요. 예쁜 누나 고생하는 거 싫어요. 그냥 굶을래요!”마이크의 말에 소은정의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렸다.“괜찮아. 하나도 안 번거로워. 30분이면 끓일 걸?”말과 함께 소은정은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하늘이 점점 어둑어둑해지고 소은정과 마이크는 간단하게 죽으로 끼니를 때웠다.4시쯤, 마이크는 공부할 시간이라며 쪼르르 방으로 들어갔다.소은정도 전동하 방문을 살짝 열었다.곤히 잠든 전동하에게로 다가간 소은정이 그의 이마를 짚어보았다.다행이다. 열은 내렸네.소은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휴대폰 진동이 울리고 소은정은 다시 조심스레 방을 나섰다.“우 비서님, 무슨 일이에요?”“급하게 검토하셔야 할 파일이 있습니다. 지금 시간 괜찮으시면...”이런 급한 일거리도 이미 익숙해진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메일로 보내줘요.”통화를 마친 소은정은 식탁 위에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바로 위아래층이라 다행이네... 일 잠깐 하고 다시 올라와도 늦진 않을 거야.서재에 있는 컴퓨터로 파일을 확인한 소은정은 수정해야 할 점들을 표시한 뒤 다시 우연준에게 보내주었다.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우연준이 보낸 수정판까지 다시 검토하고나니 급격히 잠이 몰려왔다.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문자도, 부재중통화도 없었다.아직도 자는 건가? 괜히 방해
도망치 듯 가버린 소은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전동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누나 얼굴 또 빨개졌어요. 아직도 열이 나는 걸까요?”“경호원 아저씨가 아파트 아래서 기다리고 있어. 얼른 도서관이나 가...”전동하가 마이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 자식... 은정 씨 얼굴 보고 갈 거라고 떼만 안 썼으면 진작 치워버리는 건데. 많이 봐줬으니까 얼른 가라...한편 아빠의 말에 마이크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아빠 매일 아팠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옆에 꼭 붙어서 보살펴 드릴 텐데. 휴, 난 역시 효자라니까....얼마 후, 며칠 내내 기분이 다운되어 있던 한유라가 갑자기 기운을 차렸는지 소은정을 불러냈다.“야, 이럴 때일 수록 돈도 좀 써주고 해야 해. 나 요즘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피부도 푸석해졌단 말이야. 우리 피부 관리 받으러 가자~ 응?”“하늘이는?”“하늘이는 바쁘대. 강희도 괜히 나한테 짜증만 내고... 너 밖에 없단 말이야.”“휴... 그래.”그렇게 한유라, 소은정 두 사람은 vip 에스테틱으로 향했다. 2시간 뒤, 온갖 관리를 받은 두 사람이 빛나는 얼굴로 안마의자에 앉아 마지막 여유를 즐기기 시작했다.한유라의 눈치를 살피던 소은정은 한시연과 소은호가 곧 약혼식을 앞두고 있다는 말을 꺼냈다.잠깐 동안 침묵하던 한유라가 홀가분한 미소를 지었다.“이 세상에 정말 동화 같은 사랑이 있긴 하네. 나 이제 다시 사랑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부드러운 한유라의 목소리를 들은 소은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은호 오빠를 정말 놓아주기로 했나 보네... 그래, 유라도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겠지.그 뒤로 두 사람은 최근 있었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민하준은 이혼 뒤에도 한유라에 대한 집착을 멈추지 않았으며 한유라의 약혼 기사를 보고 미친 듯이 그녀의 집으로 달려갔다고 한다.다행인지 불행인지 한유라의 엄마도 집에 있었고 바로 경호원에게 끌려났지만 말이다.그 과정에서 다리도 부러졌다고 하긴 하지만... 적어도 한유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