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계란이 익는 사이에 베란다에서 박수혁에게 전화를 걸었다.박수혁은 그녀의 전화를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소은정? 나 너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우리 진짜 텔레파시가…”“박수혁, 사람을 때리는 기분이 어때? 그렇게 재밌으면 너 스스로 너를 때리지 그래. 어디 재밌나 보게?소은정은 입술을 깨물고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박수혁 진짜 미친놈!박수혁은 몇 초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날이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너를 찾아가 고자질이라도 한 거야?”소은정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찾아왔을까 봐? 눈이 있으면 다 보여!”박수혁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렸다.맷집도 없는 놈. 겨우 한 대 때렸을 뿐인데 그것도 못 참아?“경고하는데, 다시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 대지 마. 용서하지 않을 거야!”소은정은 박수혁을 협박하며 말했다. 박수혁 너만 사람을 때릴 줄 알아?착각하지 마!박수혁이 변명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박수혁의 곁에 있는 이한석이 그의 통화 내용을 모두 들어버렸다.박 대표는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초인종 소리가 들렸다.소은정의 부탁을 받고 달려와준 소 씨 가문의 가정의였다. 소은정은 문을 열고 그들을 맞이했다.한 남자와 여자. 모두 익숙한 얼굴이었다.“아가씨, 환자는 어디에 있나요?”소은정은 침실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침실로 향했다.소은정은 주방으로 돌아와 계란이 끓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약한 불로 10분. 소은정이 계란을 식히고 주방에서 나왔을 때, 마침 의사들도 방에서 나왔다.“어때요?”남자 의사: “방금 해열제를 먹였어요. 한 시간 뒤면 열이 내릴 거예요. 얼굴에 있는 상처는….”여자 의사가 조금 망설이며 말했다.“저에게 연고가 하나 있어요. 흉터가 모두 사라지려면 3일은 걸려야 해요.”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마워요.”그녀는 연고를 받고 배웅한 뒤 계란을 손에 쥐고 방에 돌아왔다.침대에 걸터앉은 전동하는 무기력해 보였다.소은정은
전동하의 키스는 공기처럼 가벼웠다. 잔뜩 긴장했던 소은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때 방금 전보다 훨씬 더 뜨거운 키스가 휘몰아쳤다.지금까지 누구보다 힘들게 참아온 전동하였다. 오랜 갈증 끝에 달콤한 이슬 한 방울이 쏟아지니 참을 수 없는 조갈이 밀려들었다.거절하지 않는 소은정의 모습에 이대로 그녀를 잠식하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들었고 모공 하나하나가 흥분으로 날뛰고 있었다.전동하의 혀끝은 소은정의 입술을 탐닉하고 또 탐닉했다. 천신만고 끝에 펼쳐진 풍성한 만찬을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입술 피부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강렬한 키스에 소은정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전동하의 단단한 팔이 그녀를 꼭 끌어안지 않았더라면 바로 중심을 잃고 쓰러졌을지도?그냥 키스일 뿐이잖아.주책맞게 달아오르는 얼굴과 쑥스러운 기분에 소은정도 당황스러웠다.남자 손길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 걸 거야. 분명 그런 걸 거야...평소에는 누구보다 점잖던 선비 같은 사람이 스킨십을 시작하니 이렇게 저돌적으로 변할 줄이야.이런 반전매력이 있나 싶은 생각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다른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점점 더 빠져들었다.온몸이 뜨거워지고 거의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무렵에야 남자는 아쉬운 기색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놓아주었다.사랑이 가득 담긴 전동하의 눈동자가 아름답게 휘어졌다.“숨 쉬어요...”살짝 쉰 목소리는 치명적인 섹시함을 가지고 있었다.순간 정신이 든 소은정이 숨을 들이쉬었지만 전동하는 이미 그녀의 쑥스러운 모습을 눈동자에 담은 뒤였다.심장이 왜 이렇게 빨리 뛰는 거야. 이건 이상해... 정상이 아니야!당황한 소은정이 벌떡 일어섰지만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그대로 다시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다행히 전동하가 순발력있게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신음이 흐르고 전동하가 싱긋 미소 지었다.“내가 그렇게 좋아요?”역시... 남자들은 다 늑대라는 말... 맞았어.소은정은 달아오르는 얼굴을 식히기 위해
“푸흡!”소은정의 리액션에 그녀를 바라보는 전동하의 눈동자에 사랑이 한층 더 깊어졌다.평소 수많은 남성들과 염문설을 뿌리고 다니는 아름답고 치명적인 여성 대표라는 그녀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소녀 같은 면 때문이었다.고고하지만 순수하고, 가끔씩 이 세상 만사를 꿰뚫어보는 듯하면서도 은근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 소은정의 눈동자에서 흐르는 경악과 놀라움을 보는 순간,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여자가 내 여자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전동하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은정 씨. 우린 연인 사이잖아요. 이런 건 변태가 아니에요. 연인끼리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요.”잠깐 침묵하던 전동하가 웃으며 질문했다.“그래서... 좋았어요?”갑자기 진지하게 변한 전동하의 모습에 소은정의 가슴이 콩닥거렸다.전동하... 숙맥인 줄 알았더니 완전 고수잖아! 여기서 밀리면 안 돼!괜한 자존심에 소은정은 눈치없이 콩닥대는 심장을 누르고 또 누르려 했다.안 돼. 다시 떠올리지 마. 아까 그 키스... 다시 떠올리면 얼굴이 또 빨개질 거란 말이야...소은정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진지하게 평가를 이어갔다.“스킬은 평범한데 숙련도는 아주 높았달까요? 동하 씨, 도대체 나 전에 몇 명이나 사귄 거예요?”솔직히 과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기도 했고 남자친구의 전 애인에게 집착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게다가 분명 연애는 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방금 전 그 키스는 첫키스라고 하기엔 너무나 익숙하고 뜨거웠다.이런데도 연애를 한 적이 없다? 누굴 속이려고?소은정은 팔짱을 낀 채 전동하의 반응을 살폈다.하지만 전동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은정 씨가 내 첫 여자친구 맞아요. 그냥 재능이 있나 보죠. 당신만 원한다면 더 훌륭한 스킬들도 배워올게요. 은정 씨가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요.”당당한 전동하의 모습에 오히려 소은정이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하, 이게 아닌데... 내가 졌다...이때 마침 마이크
전동하에게 옮은 걸 수도 있다는 소은정의 말에 마이크의 하얀 얼굴에 초조함이 실렸다.잔뜩 긴장한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던 마이크가 말했다.“바로 의사선생님부터 부를게요.”소은정이 휴대폰을 가지러 달려가는 마이크의 손목을 잡았다.아이고. 얘도 참. 아까 동하 씨가 아플 때는 일단 아무 약이나 막 먹이고 보더니... 얘도 은근 불효자라니까.“괜찮아. 누나도 약 먹으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배고프지? 누나가 죽 끓여줄까?”소은정이 웃으며 물었다.동하 씨도 아프고... 담백한 게 좋지 않을까?소은정의 질문에 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이다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죽 끓이는 거 번거롭잖아요. 예쁜 누나 고생하는 거 싫어요. 그냥 굶을래요!”마이크의 말에 소은정의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렸다.“괜찮아. 하나도 안 번거로워. 30분이면 끓일 걸?”말과 함께 소은정은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하늘이 점점 어둑어둑해지고 소은정과 마이크는 간단하게 죽으로 끼니를 때웠다.4시쯤, 마이크는 공부할 시간이라며 쪼르르 방으로 들어갔다.소은정도 전동하 방문을 살짝 열었다.곤히 잠든 전동하에게로 다가간 소은정이 그의 이마를 짚어보았다.다행이다. 열은 내렸네.소은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휴대폰 진동이 울리고 소은정은 다시 조심스레 방을 나섰다.“우 비서님, 무슨 일이에요?”“급하게 검토하셔야 할 파일이 있습니다. 지금 시간 괜찮으시면...”이런 급한 일거리도 이미 익숙해진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메일로 보내줘요.”통화를 마친 소은정은 식탁 위에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바로 위아래층이라 다행이네... 일 잠깐 하고 다시 올라와도 늦진 않을 거야.서재에 있는 컴퓨터로 파일을 확인한 소은정은 수정해야 할 점들을 표시한 뒤 다시 우연준에게 보내주었다.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우연준이 보낸 수정판까지 다시 검토하고나니 급격히 잠이 몰려왔다.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문자도, 부재중통화도 없었다.아직도 자는 건가? 괜히 방해
도망치 듯 가버린 소은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전동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누나 얼굴 또 빨개졌어요. 아직도 열이 나는 걸까요?”“경호원 아저씨가 아파트 아래서 기다리고 있어. 얼른 도서관이나 가...”전동하가 마이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 자식... 은정 씨 얼굴 보고 갈 거라고 떼만 안 썼으면 진작 치워버리는 건데. 많이 봐줬으니까 얼른 가라...한편 아빠의 말에 마이크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아빠 매일 아팠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옆에 꼭 붙어서 보살펴 드릴 텐데. 휴, 난 역시 효자라니까....얼마 후, 며칠 내내 기분이 다운되어 있던 한유라가 갑자기 기운을 차렸는지 소은정을 불러냈다.“야, 이럴 때일 수록 돈도 좀 써주고 해야 해. 나 요즘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피부도 푸석해졌단 말이야. 우리 피부 관리 받으러 가자~ 응?”“하늘이는?”“하늘이는 바쁘대. 강희도 괜히 나한테 짜증만 내고... 너 밖에 없단 말이야.”“휴... 그래.”그렇게 한유라, 소은정 두 사람은 vip 에스테틱으로 향했다. 2시간 뒤, 온갖 관리를 받은 두 사람이 빛나는 얼굴로 안마의자에 앉아 마지막 여유를 즐기기 시작했다.한유라의 눈치를 살피던 소은정은 한시연과 소은호가 곧 약혼식을 앞두고 있다는 말을 꺼냈다.잠깐 동안 침묵하던 한유라가 홀가분한 미소를 지었다.“이 세상에 정말 동화 같은 사랑이 있긴 하네. 나 이제 다시 사랑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부드러운 한유라의 목소리를 들은 소은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은호 오빠를 정말 놓아주기로 했나 보네... 그래, 유라도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겠지.그 뒤로 두 사람은 최근 있었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민하준은 이혼 뒤에도 한유라에 대한 집착을 멈추지 않았으며 한유라의 약혼 기사를 보고 미친 듯이 그녀의 집으로 달려갔다고 한다.다행인지 불행인지 한유라의 엄마도 집에 있었고 바로 경호원에게 끌려났지만 말이다.그 과정에서 다리도 부러졌다고 하긴 하지만... 적어도 한유
윤시라는 잔뜩 신난 목소리로 새 친구들에게 불평을 이어갔다.“소은정 그 여자 박수혁 대표랑 이혼한 건 다들 알고 있지? 그런데 그 여자... 욕심이 어찌나 많은지. 전동하 대표랑 썸타고 있으면서도 박수혁 대표한테 계속 집착하는 거 있지? 나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거지 뭐.”“설마... 신포그룹에서 나온 것도... 소은정 때문이라는 거야? 언니가 박수혁 대표 옆에 있는 게 질투나서?”양미라의 눈이 커다래졌다.“당연하지. 박 대표님이 신포그룹 대표라는 게 밝혀지기 전까지 나 되게 잘 나갔었어. 한국지사 지사장 후보로까지 올라갔었다고. 그런데 박 대표님의 신분이 밝혀나고 여러 사건이 터지면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거지.”윤시라가 아쉬움 가득한 한숨을 내쉬었다.세 사람 중 윤시라, 양미라를 제외한 다른 여자, 이한채가 입을 열었다.“소은정 그 여자가 워낙 드센 성격이라는 건 알고 있긴 했지만... 이번 일은 좀 심했네. 친구들한테서 들었는데 부모님들이 단단히 당부했다잖아요. 소은정 대표는 건드리지 말라고. 시라 언니도 이제 겨우 친아빠를 만났잖아요. 앞으로 인생 핀 거나 마찬가지인데 괜히 건드리지 말아요.”하지만 윤시라는 그녀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코웃음을 쳤다.“하, 나 이제 당하고도 가만히 있는 윤시라가 아니야. 나도 아빠백 있다고. 그 여자가 나한테 함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양미라가 질세라 아부를 건넸다.“그러니까. 이제 언니도 재벌 2세야. 돈 많겠다 이쁘겠다. 언니가 소은정 그 여자한테 꿀리는 게 뭔데? 게다가 언니는 혼자 힘으로 신포그룹에서 입사했고 지사장 후보까지 올라갔던 능력자잖아.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물고 태어난 그 여자랑은 차원이 다르다고. 언니가 회사를 물려받으면 분명 잘해낼 수 있을 거야.”양미라의 말에 한유라가 웃음을 터트렸다.세 사람의 시선이 잠깐 동안 한유라에게 쏠렸지만 마스크팩을 하고 있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사실 박수혁 대표 같은 사람한테는 언니가
그 모습에 소은정이 입꼬리를 올렸다.뭐야? 내가 그렇게 무서운가? 겁 먹은 것 좀 봐.윤시라와 이한채도 꽤나 놀란 눈치였다.게다가 이한채는 한 술 더 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소은정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소 대표님, 안녕하세요!”“풉!”그 모습에 한유라가 웃음을 터트리더니 역시 마스크 팩을 떼어냈다.잔뜩 당황한 얼굴로 마른 침만 삼키던 양미라가 변명을 시작했다.“그게 제가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 그냥 대화에 맞장구만 치다 보니...”바로 손절하는 양미라의 모습에 윤시라가 매서운 눈초리를 날렸다.좋다고 같이 험담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나한테 다 뒤집어 씌우시겠다?하지만 소은정은 애초에 두 엑스트라한테는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윤시라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나에 대한 헛소문을 퍼트리려면 이 두 사람만으로는 부족할 거예요. 애초에 이 바닥에서 이 두 여자는 아무 영향력도 없거든요. 기생충처럼 다른 사람한테 기대 떨어지는 콩고물이나 기대하는 사람들이죠. 뭐 그러니까... 당신한테 들러붙은 거겠지만.”소은정의 팩폭에 양미라, 이한채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달아올랐지만 고개를 푹 숙인 채 찍 소리도 하지 못했다.박예리가 있을 때는 그 옆에 붙어 이런저런 파티에도 참석해 나름 대접을 받았지만 호구가 사라지니 덩달아 낙동갈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린 두 사람이었다.박수혁 같은 남자 하나 잡아 제대로 취집하는 게 두 사람의 목표였지만 그녀들에게 다가오는 건 그저 한 번 놀아보려는 어중이떠중이들 뿐.아니. 좀 논다 하는 재벌 2세들은 오히려 인플루언서들과 놀아나는 게 요즘 트렌드였다. 괜히 건드렸다가 정략 결혼으로 이어지면 골치 아파 질 테니까.물론 소은정에게 그깟 남자들 역시 벌레 같은 존재였지만.치졸한 마음이 들켰다는 생각에 윤시라의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곧 바로 마음을 다잡았다.나도 이제 재벌 2세야. 나도 부자 아빠 있다고... 예전과 달라...게다가 아빠는 30년 만에 날 만나고 내가 해달라는 건 다 들여줄 것 같은 눈
하지만 한유라는 여유로운 미소로 응수했다.“심한 말? 아직 진짜 심한 말은 시작도 안 했는데요? 당신 아버지가 지금 가진 재산 다 당신한테 물려줄 것 같아요? 아니요. 그 티끌만한 재산도 당신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이미 유서 공증까지 다 끝났답니다. 그러니까 당신 몫은 없다는 뜻이에요. 이상하다는 생각 안 해봤어요? 신포그룹 한국지사 지사장 후보까지 올랐다는 건 나름 실무 경험도 많다는 뜻일 텐데... 회사로 나가서 일하라는 말은 듣지도 못했죠?”한유라의 말에 윤시라가 몸을 움찔했다. 요염한 얼굴에 의아함이 스쳤다.그래... 뭔가 이상하긴 했어. 회사일을 돕겠다고 말할 때마다 아빠도 말을 피하는 것 같았고... 언니, 오빠라는 사람들도 내 앞에서 회사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어.다들 친절하게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으니 푹 쉬라”고만 말해서 진짜 내가 사랑받는 공주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설마...한유라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그제야 한유라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멍청한 것...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한편 이 의미없는 대화에 환멸이 난 소은정이 말했다.“됐어. 그런 거 말해 줘서 뭐하게. 윤시라 씨, 자기 주제 파악 똑똑히 하길 바랄게요. 아, 현실 파악에 도움이 될만한 선물 좀 할까요? 뒷담화에서 앞담화가 되긴 했지만 나에 대한 루머를 퍼트린 건 사실이니. 벌은 줘야겠죠?”소은정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윤시라. 괜히 상대하고 싶지 않아서 참고 또 참았는데 호의가 계속 되니까 정말 날 호구로 알잖아?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밟아줄 거야.동시에 휴대폰을 터치하던 소은정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자리를 떴다.지금쯤이면 꽤 시끌벅적해졌겠는데?다시 그렇게 웃을 수 있는지... 두고 볼 거야.소은정과 한유라가 탈의실로 향하고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한유라가 물었다.“도대체 무슨 선물인데?”“SNS 확인해 봐.”한유라가 의아한 얼굴로 휴대폰을 켰고 소은정의 계정을 클릭했다.방금 전 그녀가 올린 영상이 게시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