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서 다들 손호영이 SC그룹 신제품 CF 모델로 발탁된 것이 윤시라의 함정이었음이 밝혀졌다.소은정의 당당한 복수에 다들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손호영이란 인물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가정폭력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말하는 것만 들어보면 그렇게 비이성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단 말이야. 적어도 윤시라와 함께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으니까.SNS에서 소은정을 팔로우한 사람들은 각 그룹 재벌 2세들이나 각 기업 엘리트들, 이제 다들 윤시라가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윤시라의 집안과는 비즈니스적인 협력도 뚝 끊길 게 분명했다.소은정과 한유라가 여유롭게 에스테틱을 나서던 그때 이성을 잃은 듯한 윤시라가 달려들었다.“소은정, 너 미쳤어? 그 영상 뭐야? 감히 몰카를 해? 난 그렇다 치고 우리 집 체면은 어떡할 건데. 아니지. 너희 집안은 무사할 것 같아?”당황한 윤시라가 두서없이 말을 내뱉었다.윤시라는 소은정의 자태에서 흘러나오는 우월감이 죽도록 싫었다. 비록 연예계 사람은 아니지만 영향력은 웬만한 톱 연예인들보다 더 대단했고 이런저런 스캔들이 흘러나올 때마다 그녀의 편을 드는 네티즌들도 미웠다.개돼지보다 못한 대중들... 도대체 저딴 애가 뭐가 좋다고...윤시라의 말에 소은정이 차갑게 웃었다.“아니요. 우리 집안은 멀쩡할 거예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그쪽 집안이겠죠. 아 아저씨와 아빠가 한때 막역한 사이였던 건 맞지만 지금은 그 조차도 과거 일에 불과하죠. 게다가 영상만 보면 우리 SC그룹이 피해자이니 아빠도 이해할 거라 믿어요.”소은정이 말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윤시라의 휴대폰은 알림을 멈추지 않았다.가족들이 보낸 문자 테러였다. 30년만에 만난 딸, 동생이라며 오냐오냐 해주던 사람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확 바뀐 태도에 윤시라는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여전히 여유로운 소은정의 모습에 윤시라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얼음장 같은 한기가 발가락 끝부터 몸 구석구석, 모공 하나하나를 침식하는 듯한 느낌이 들
나였으면 윤시라 그 여자를 납치를 하든 뭘 하든 아예 없애버렸을 텐데.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나 몰라. 속도 좋지.아니야. 지금도 늦지 않았어.“손호영... 윤시라 그 여자랑 함께 놀아나진 않았지만 정정당당하게 들어온 것도 아니고...”손호영의 이미지 세탁까지 하면서까지 CF 모델로 써야 하나?아직도 손호영에 대한 반감이 남아있는 소은해였다.“CF 모델은 일단 교체하지 않는 게 좋겠어. 사실 우리 신제품과 손호영의 이미지... 은근 잘 들어맞는단 말이야. 진중한 스타일의 제품이라 상큼한 신인보다 손호영이 더 나을지도 몰라. 그 남자 뭐랄까... 말로 설명하기 힘든 신비로운 매력이 있어...”소은정이 설명하던 그때 집사가 우유 한 잔을 들고 다가왔다.“아가씨, 회장님 손님께서 오셨습니다. 회장님 옛 친구분이시라는군요. 회장님은 제가 모시고 오겠습니다.”하, 빨리도 왔네. 엔간히 급했나 봐?소은정과 소은해가 서로를 바라보았다.두 사람 모두 소찬식의 옛 친구라고 칭하는 이가 다른 사람이 아닌 윤시라의 친부, 천한강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무슨 염치로 여기까지 온 거래?”소은해가 코웃음을 치고 잠깐 망설이던 소은정이 휴대폰을 건넸다.“아저씨. 아빠한테 일단 이 영상부터 보여주세요. 보시고 나서 아마 만나실지 마실지 결정하실 거예요.”휴대폰을 받은 집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소찬식이 낚시 중인 정원으로 향했다.그리고 잠시 후 집사가 액정이 깨진 휴대폰을 들고 돌아왔다.“회장님께서 화가 너무 많이 나셔서... 이걸 어쩌죠?”“아니에요. 이제 바꿀 때도 됐죠 뭐.”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아빠도 참... 화 많이 나셨나 보네. 이참에 신상으로 바꿔야겠다.이때 소찬식이 구시렁대며 집으로 들어왔다.“천한강 그 자식... 무슨 염치로 여기까지 찾아와! 애 잃어버리고 마음이 어떨까 싶어서 친하게 지낸 건데... 그 딸은 또 뭐야? 감히 우리 그룹에 그딴 짓을 해?”“아빠, 아저씨도 아마 모르셨을 거예요. 정말 아셨다면 이렇게 급하게 달려오지
소은정이 소찬식을 힐끗 바라보았다.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던 소찬식의 표정이 살짝 풀어지고 한숨을 내쉬었다.“은정이 말이 맞다. 혁신을 추구하는 나와 달리 천한강 그 사람은 가지고 있는 걸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지. 그래서 회사 상황이 어려워진 거기도 하고. 하지만 윤시라 그 여자는 천한강이 직접 기른 아이도 아니잖아? 되찾은 지 며칠밖에 안 되는 딸 때문에 체면 불구하고 여기까지 찾아왔으니까 비즈니스적으로는 복수하지 않는 게 좋겠어. 하지만 그래도 윤시라 그 여자에 대해서는 이대로 쉽게 넘어가면 안 돼.”소찬식이 소은정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천한강과는 그 동안 쌓은 정이 있으니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이었지만 윤시라는 아니었으니까.아버지의 말에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애초에 쉽게 놓아줄 생각도 없었어요, 아버지... 그쪽이 먼저 시비를 걸어온 이상, 저도 물러나지 않을 거라고요.잠시 후, 집사가 다시 돌아왔다.“손님분 돌아가셨습니다. 표정이 많이 안 좋으시더군요. 그리고 아가씨께서 뭘 좋아하시는지 물으셨습니다.”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래도 눈치는 빠르네. 누가 실세인지 바로 알아채고... 내가 용서하지 않으면 아빠도 오빠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겠지.“흥, 남의 딸 취향은 왜 묻는대?”소찬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사실 천한강을 만나 윤시라의 악행을 낱낱이 밝히는 게 어떨까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아버지의 옛 친구를 그것도 아버지 앞에서 난처하게 만드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포기했지만 말이다.2층에 예비용 휴대폰이 있다는 걸 떠올린 소은정이 방으로 올라갔다.그리고 서버가 다운되어 버린 소호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베란다에 있는 그네에 머리를 올려둔 채 눈을 꼭 감고 있는 모습이 멀리서 보면 꼭 목을 매달아 죽은 호랑이 같았다.소은정은 다급하게 신나리에게 영상통화를 걸었고 신나리의 원격 조종 덕에 소호랑은 동그란 눈을 다시 뜰 수 있었다.“왜 갑자기 서버가 다운된 거죠?”“혼자
문이 열리고 소은정이 생글거리는 미소와 함께 마이크를 내려다 보았다.“안녕!”마이크가 귀여운 잠옷을 입은 채 쪼르르 달려갔다.“예쁜 누나다! 누나가 오늘 날 보러 올 거라고 내가 그랬거든요? 그런데 아빠가 안 믿는 거 있죠? 그러면서 나더러 일찍 잠이나 자라고... 아빠 말 안 듣고 일찍 안 자서 다행이에요!”마이크의 머리를 쓰다듬던 소은정이 케이크 상자를 들어보였다.“누나가 케이크 사왔다? 조금만 먹어...”마이크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마이크와 커플 잠옷을 입은 전동하가 방에서 걸어나왔다.방금 전에 샤워를 마쳤는지 머리는 젖어있고 항상 살짝 창백하다 싶던 얼굴에도 홍조가 살짝 올라있었다.머리카락에서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목선을 따라 쇄골에 맺히고 부드러움속에 섹시함까지 느껴지는... 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그 모습에 소은정은 저도 모르게 그와의 뜨거웠던 키스를 떠올렸다.안 돼! 지금 뭐 하는 거야! 생각하지 마!고개를 살짝 흔들던 소은정이 미소를 지었다.“동하 씨도 케이크 먹을래요?”소은정이 올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지 전동하는 살짝 멈칫하다 바로 미소를 띄웠다.“이 시간에 어떻게 왔어요?”“당연히 내가 보고 싶어서 왔겠죠!”마이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어쩜 이렇게 귀여울까?소은정이 아이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당연하지. 우리 마이크 너무 보고 싶어서 왔지.”그 모습에 덩달아 전동하도 미소를 지었다.소은정의 말이 꼭 그에게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마이크는 잔뜩 흥분한 채 케이크 상자를 열더니 소은정에게 한 조각, 자기에게 한 조각을 덜어주었다.접시에 담긴 케이크를 바라보는 소은정이 반짝였다.수십 억짜리 계약서를 볼 때도 뛰지 않던 심장이 디저트 앞에서 콩닥대기 시작했다.두 사람을 바라보던 전동하가 웃음을 터트렸다.케이크 한 조각에 두 사람 다 되게 좋아하네...그러던 도중...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낀 전동하가 마이크를 바라보았다.“아빠 거는 없어?”“아빠가 말했잖
소은정도 포크를 들어 케이크 한 귀퉁이를 콕 집었다.“다른 케이크보다 설탕이 덜 들어갔어요. 크림도 최대한 건강하게 만들었고요. 가끔씩 야식으로 이 정도는 괜찮다고요.”소은정의 말에 전동하도 미소를 지었지만 조심스레 포크를 내려놓았다.맛이 없진 않았지만 설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두 번은 먹고 싶지 않았다.소은정도 먹는 걸로 억지를 부리고 싶지 않아 트집없이 마이크와 함께 케이크를 전부 해치웠다.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취향이 존재하는 법이니까.잠시 후, 야밤의 식사를 거하게 마친 마이크가 양치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고 전동하는 웬일로 소파에서 그녀에게 작별인사를 마쳤다.별 생각없이 집문을 나섰지만 곧 휴대폰을 두고 온 걸 발견하고 소은정이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그런데... 거실 화장실에서 전동하가 가슴을 움켜쥔 채 토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설... 설마 케이크 때문에?소은정의 낯빛이 창백해졌다.하지만 그녀가 다가가기 전에 인기척을 느낀 전동하가 고개를 들었다.순간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지만 저 멀리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을 보고 곧 무슨 상황인지 이해한 듯 피식 웃었다.변기 위에서 일어나 냅킨으로 입가를 닦은 전동하의 눈동자는 핏발까지 선 상태였다.“놀랐어요?”“미안해요. 난 그냥 정말 장난으로 그런 건데... 알레르기까지 있는 줄은...”자신 때문에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에 가슴에 둔기를 맞은 듯 욱신거렸다.그녀를 향해 한 발 다가가던 전동하가 다급하게 손을 내밀었다.“아, 잠깐만요. 나 세수 좀 하고 올게요.”1분 뒤, 세수와 양치질을 마친 전동하의 눈에 여전히 죄책감 가득한 얼굴의 소은정이 들어왔다.“은정 씨 때문 아니에요.”하지만 고개를 숙인 소은정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나랑 상관이 없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알레르기 아니에요. 설탕에 알레르기가 있었으면 다른 음식도 못 먹는 게 많았겠죠. 그냥... 케이크 자체에 트라우마가 있어서요.”소은정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고 전동하는 남의
누군가 무조건적으로 내 편을 들어준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심장을 움켜쥐는 듯했다.너무 쉽게 얻은 이해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고 항상 지옥처럼 차가웠던 마음 속 한구석이 조금이나마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순간, 온몸에 힘이 스르륵 풀리고 전동하의 눈시울 역시 붉어졌다.소은정을 살짝 껴안았던 전동하가 곧 그녀를 풀어주었다.“그게... 은정 씨가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까 바로 구토가 나더라고요. 그러니까... 오늘은 안 가면 안 돼요?”순간 소은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자고 가라고?어제 방금 키스했는데 오늘... 자고 가라고?진도가 이렇게 빨라도 되는 거야?방금 전 전동하가 고통스럽게 토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무조건 개수작이라 생각했을 것이다.전동하를 홱 밀어낸 소은정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일찍 자요. 위장약 꼭 챙겨먹고요.”전동하를 흘겨봐 준 소은정이 집을 나섰다.진지한 분위기에서 그게 할 소리야?내가 나갈 때도 헤실헤실 웃기만 하고...하지만 계단을 내려오던 소은정이 발걸음을 멈추었다.아... 그 사람... 내가 곁에 있으면 나까지 더 슬퍼질 테니까 일부러 날 화나게 만든 건가? 그런 장난을 친다면 내가 바로 갈 거라고 생각해서?젠장...그녀의 성향을 완벽하게 파악한 그 남자, 마지막까지 바보처럼 그녀 생각만을 해주는 그 남자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다음 날 오전 SC그룹.어제 소은정이 SNS에 업로드한 영상은 퍼지고 퍼져 벌써 천한그룹을 배척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어떻게든 재벌 2세들 사이의 모임에 끼고 싶었던 윤시라도 마지막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며칠 전 알게 된 사람들도 모두 그녀의 연락처를 차단했으니까.이른 오전,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소은정의 시야에 지팡이를 짚은 모습의 천한강이 보였다.며칠 사이에 많이 늙은 듯한 모습이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화장기 없는 초췌한 낯빛의 윤시라가 서 있었다. 항상 요염한 분위기를 내뿜
하지만 여기서 난리를 피우면 그녀에게 좋을 게 없으니 결국 고분고분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밖에 선 윤시라는 주위의 풍경을 둘러보았다.질서있게 오고가는 사람들, 아늑한 업무 공간...이렇게 큰 회사가 소은정 그 계집애 거라고?신포그룹에 있을 때 그녀는 뛰어난 미모와 몸매로 겨우 팀장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부대표인 허지호를 만났고 그 덕분에 신포그룹에서 진정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내가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올라왔는데... 소은정 넌 너무나 쉽게 내가 가진 모든 걸 빼앗아갔어...신포그룹에서 쫓겨난 그녀를 받아주는 기업은 당연히 없었고 허지호의 발끝에서 빌다시피해서 받은 해결책이 바로 한해그룹 신호민 대표의 연인이 되라는 것이었다.다시는...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한편 얼마 후 소은정이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고 우연준이 천한강에게 홍차를 따라주었다.홍차의 향긋함에 천한강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그런 일로 직접 여기까지 오셨어요. 제가 괜히 죄송하네요.”소은정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작은 일이 아니잖니. 그 영상... 나한테는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넌 모를 거다. 30년만에 만난 딸이 그런 애인 줄은...”천한강이 고개를 저었다.“사실 영상 자체는 찍은 지 꽤 됐어요. 사실 이런 용도로 쓸 생각은 없었는데 어제 우연히 만난 윤시라 씨가 제 험담을 퍼트리고 있더라고요. 아저씨도 아시겠지만 전 이제 SC그룹의 대표예요. 저에 대한 루머가 회사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아저씨도 아시겠지만 이 회사는 저만의 회사가 아니잖아요? 아버지의 노력의 결실이자 저희 가문의 가업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일터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렇게라도 경고를 하고 싶었어요.”이렇게 말하는데 내가 어떻게 사정을 하면 좋을까...똑 부러지는 소은정의 모습에 천한강이 미간을 찌푸리고 소은정은 말을 이어갔다.“아버지도 말씀하셨지만 이건 저와 윤시라 씨 사이의 일이에요. 양쪽 가문의 회사에는 영향가지 않도록 처리할 거니까 오
한참 동안 소은정을 바라보던 천한강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니?”잠깐 고민하는 듯한 소은정이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하죠. 손호영 씨 이미지 세탁에 사용되는 돈은 윤시라 씨가 전부 지불하는 걸로. 그리고 윤시라 씨더러 우리가 어떻게 만났으며 왜 신포그룹에서 쫓겨났고 또 왜 저희 SC그룹에 그런 짓을 저지른 건지 전부 밝히는 사과 영상을 업로드하면 이 영상은 내리도록 하죠.”소은정이 이런 요구를 제기할 거라고 예상치 못한 천한강의 낯색이 살짝 어두워졌다.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소은정의 제안에 천한강이 침묵하자 그녀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이 일이 없는 일처럼 조용히 해결된다면 저희 SC그룹의 체면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여론적으로도 피해자의 증거보다는 진심어린 사과 영상이 더 잘 막힐 겁니다. 그리고 손호영 씨한테 사용되는 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을 겁니다. 뭐 정 못 내겠다고 한다면 그 정도는 제가 대신 낼 생각도 있고요. 제가 원하는 건 사과영상이니까요. 아저씨가 여기까지 오시지 않았다면 이렇게 타협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윤시라 씨 혼자였다면 아마 며칠이고 저 밖에서 절 기다릴 수밖에 없었겠죠. 아, 물론 이건 명령이 아닌 제안입니다. 거절하셔도 돼요.”제안임을 강조한 소은정이 미소를 지었다.어쨌든 영상이 더 퍼지든 말든 그녀에게는 별 영향이 없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똥줄이 타는 건 그쪽이겠지. 어디 한 번 선택해 봐.회사를 위해서라면 소은정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하지만 그럼 시라는... 영원히 이 바다에서 매장되고 말 거야...한참을 망설이던 천한강이 타협을 시도했다.“사과 편지로 대신하면 안 되겠니?”“글쎄요. 사과 편지는 대필이네 뭐네 말이 많을 겁니다. 그리고 이 일로는 흥정하고 싶지 않아요. 정 안 내키면 사과 안 하면 그만이니까요.”내가 원하는 건 윤시라 그 여자가 자기 주제파악을 제대로 하는 거예요, 아저씨...살짝 가시 돋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