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어렵게 이 자리까지 왔다. 한유라의 사건만 제쳐두고 보면 두 사람은 그야말로 천생연분이었다. 그녀는 소은호의 여동생이다. 그녀는 소은호를 항상 1순위로 생각한다.그가 좋아하고 기뻐하는 일이라면 두 손들고 찬성했다.소은호는 한시연을 어쩔 수 없다는 눈길로 쳐다보았다. 약혼식은 한시연의 뜻인 것 같다.소찬식은 소은정의 말을 찬성했다. “그러니까, 나도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안에 이렇게 기쁜 일이 얼마만인지 모르겠구나. 결혼식을 올리면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도 내가 다 해줄 수 있어!”소찬식은 자신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말했다.고개를 숙이고 웃는 한시연은 쑥스러운 듯 눈썹을 조금 아래로 내려뜨렸다.“결혼은 급하지 않아요.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도 많아요. 결혼식을 올리려면 시간도 많이 들고, 일을 잠시 쉬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급한 일을 마무리하고 결혼 준비를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한시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투와 몸짓 하나하나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마치 봄바람을 맞는 기분이었다.소은호가 왜 한시연에게 만 푹 빠졌는지 알 것 같았다.이것이 바로 운명인가?소찬식은 미간을 찌푸리며 설득할 말을 생각하고 있다…소은정이 웃으며 소찬식의 팔짱을 꼈다. 한시연을 도와 말했다.“아빠, 언니 일이 바쁜 것이 아니라 아마 오빠 업무가 바빠서 그래요. 회사 업무를 저 혼자 처리해도 괜찮겠어요? 저도 급하게 처리해야 되는 업무도 있어 오빠 도움이 없으면 안 돼요. 만약 오빠의 결혼식을 망치면 저 언니 얼굴 미안해서 어떻게 봐요…”한시연은 결혼식을 미루는 원인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소찬식은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그녀를 설득할 것이다.소은정은 결혼식을 꼭 해야 되는 원인을 찾지 못해 한시연을 도와준 것이다.한시연은 그녀를 향해 고맙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소은호가 기침을 하며 쐐기를 박았다.“그러니까, 우리 동생 빨리 업무에 더 힘써줘.
김하늘에게 새로운 남자가 없다는 사실을 소은정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소은해의 마음을 받아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소은정은 잘 생각하고 결정해야 된다고 알려주었다.이 사실을 소은해에게 말할 수 없다.소은해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 잘 하고 있네. 우리 미래 형수님께서 좋아하는 연예인을 약혼식 게스트로 초대할게요. 저의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연예계에서 그는 든든한 거물이다.한시연은 기쁨에 찬 눈길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말했다.“정말요? 유준열! 저 유준열 좋아해요!”오호?그 기생오라비?소은정은 주먹을 쥐고 눈에서 빛이 반짝반짝하는 한시연을 쳐다보았다.“유준열, 우리 아기 너무 귀여워요. 가능할까요?”소은해가 사악하게 웃었다. 그가 우쭐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당연히…”그가 고개를 든 순간, 소은호가 경고의 눈빛을 보내왔다. 그는 하려던 말을 삼켰다.“당연히… 안 되죠!”반짝거리던 한시연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렵나요?”소은해의 직급으로 한창 잘나가는 신인 스타를 초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데?소은해가 멋쩍은 웃음을 터뜨렸다.“유준열 씨가 요즘 유명한 작가 대본을 받고 합숙을 시작했어요. 합숙장소에서 나오기 어려울 거예요.”한시연은 한숨을 쉬었다. 예쁜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가득했다.“아쉽네요. 유준열 씨에게 제 말을 전달해 줄래요? 촬영 열심히 하고 제가 많이 응원하고 있다고요. 이제 크면…”이제 크면?소은해와 소은정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왜 위험한 냄새가 날까?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소찬식은 이 분위기에 끼고 싶지 않아 머리를 받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머리가 아파서 쉬어야겠어.”젊은이들의 대화에 함부로 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소은호가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다 크면 어쩔 건데? 나보다 좋은 것 같아?”한시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냥 해본 말이야…”소은해와 소은정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황막한 장소에서 빨
두 사람이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하고 전동하는 시시각각 그녀에게 연락을 보냈다.밥도 잘 챙겨 먹고, 휴식도 하고, 커피를 적게 마셔라는 문자를 자주 보냈다.소은정도 그의 문자를 확인하며 제때에 답장을 했다. 업무가 바쁜 날에는 그냥 지나치기도 했다.전동하는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고 5분에 한 번씩 문자를 보내왔다.그녀는 이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이 되었다.하루 종일 조용한 전화에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전동하의 문자를 찾아보았다. 그가 먼저 보낸 메시지만 가득했다.그녀는 채팅창에 글을 썼다.“뭐 하고 있어요?”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전화를 걸어야겠어!몇 초 후.전화가 연결되었다.“예쁜 누나, 보고 싶어요…”귀여운 마이크!소은정이 웃으며 말했다.“누나도 마이크 보고 싶어. 왜 네가 전화를 받아? 아빠는?”마이크는 한참을 망설였다.“아빠 폭행당해서 많이 아파요. 당장 죽을 것 같아요!”마이크의 말에 소은정은 깜짝 놀랐다. “폭행을 당했다고?”마이크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많이 다쳤어요. 곧 죽을 것 같아요!”소은정의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하루 종일 연락이 없는 이유를 알았다.그녀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미리 연락하지 않은 자신을 탓했다.“어디에 있는 거야. 내가 지금 갈게…”“네. 예쁜 누나. 어서 저를 데리고 나가줘요. 아빠가 진짜 죽으면 저는 누나와 함께 살아도 돼요?”마이크는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아빠가 죽으면 많이 슬프겠지만 예쁜 누나와 함께 살면 많이 슬프지 않을 것 같아…허약한 몸으로 침대에 누운 전동하는 마이크의 말을 빠짐없이 듣고 있었다.그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화를 내지 않으려고 참고 또 참았다.아이의 생각과 신념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마이크를 교육했다.그는 참지 못하고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몽둥이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야!소은정은 전동하가 죽는다는 말에 마음이 조급해졌다.그녀는 더 생각할 겨를 없이 휴대폰만 손에 쥐고 달려갔다.우연준은 그녀의
방안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소은정은 전동하의 숨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전동하를 가만히 지켜보니 콧등이 시큰해났다.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역시 뜨거웠다.그녀가 손을 가져가려고 할 때, 갑자기 나타난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헙.그의 커다란 손이 그의 체온처럼 뜨거웠다.소은정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깼어요?”그를 놀랠까 봐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전동하의 말라비틀어진 목소리는 사막에 있는 모래알 같았다.“여긴 어떻게 왔어요?”소은정의 눈시울이 빨갛게 되었다.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그가 입술을 만지며 말했다.“전화를 걸었는데 마이크가 받았어요. 열이 난다고 해서…”전동하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괜찮다고 웃어 보이며 그녀를 위로했다.“괜찮아요. 걱정시켜서 미안해요. 그래도… 이렇게 저를 보러 와줘서 기뻐요.”“잠시만요. 제가 의사에게 전화를 걸게요.”소은정이 그를 위안했다.전동하는 그녀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전동하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눈을 뜰 힘도 없는 것 같았다.그녀는 누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물어보았다.“누가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어요?”전동하는 힘겹게 눈을 뜨고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괜찮아요. 일부러 때리지 않았어요. 그냥 조금 화가 났을 뿐이에요.”“화가 난다고 사람을 때려요? 풍선도 아니고. 대체 누구예요?”전동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았다.소은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적이 몇 명인 거예요? 전기섭 아니면 박수혁이겠지. 제가 전화를…”전동하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은정 씨…”그의 쉰 목소리에서 아픔이 배어 나왔다.“박 대표님 이미 많이 봐주셨어요. 저 괜찮아요…”화가 난 소은정은 몸을 떨었다.“왜 사람을 때려? 박수혁 진짜 미쳤어!”박수혁 이렇게 기본도 안되는 사람이었어?전동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은정
소은정은 계란이 익는 사이에 베란다에서 박수혁에게 전화를 걸었다.박수혁은 그녀의 전화를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소은정? 나 너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우리 진짜 텔레파시가…”“박수혁, 사람을 때리는 기분이 어때? 그렇게 재밌으면 너 스스로 너를 때리지 그래. 어디 재밌나 보게?소은정은 입술을 깨물고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박수혁 진짜 미친놈!박수혁은 몇 초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날이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너를 찾아가 고자질이라도 한 거야?”소은정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찾아왔을까 봐? 눈이 있으면 다 보여!”박수혁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렸다.맷집도 없는 놈. 겨우 한 대 때렸을 뿐인데 그것도 못 참아?“경고하는데, 다시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 대지 마. 용서하지 않을 거야!”소은정은 박수혁을 협박하며 말했다. 박수혁 너만 사람을 때릴 줄 알아?착각하지 마!박수혁이 변명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박수혁의 곁에 있는 이한석이 그의 통화 내용을 모두 들어버렸다.박 대표는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초인종 소리가 들렸다.소은정의 부탁을 받고 달려와준 소 씨 가문의 가정의였다. 소은정은 문을 열고 그들을 맞이했다.한 남자와 여자. 모두 익숙한 얼굴이었다.“아가씨, 환자는 어디에 있나요?”소은정은 침실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침실로 향했다.소은정은 주방으로 돌아와 계란이 끓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약한 불로 10분. 소은정이 계란을 식히고 주방에서 나왔을 때, 마침 의사들도 방에서 나왔다.“어때요?”남자 의사: “방금 해열제를 먹였어요. 한 시간 뒤면 열이 내릴 거예요. 얼굴에 있는 상처는….”여자 의사가 조금 망설이며 말했다.“저에게 연고가 하나 있어요. 흉터가 모두 사라지려면 3일은 걸려야 해요.”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마워요.”그녀는 연고를 받고 배웅한 뒤 계란을 손에 쥐고 방에 돌아왔다.침대에 걸터앉은 전동하는 무기력해 보였다.소은정은
전동하의 키스는 공기처럼 가벼웠다. 잔뜩 긴장했던 소은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때 방금 전보다 훨씬 더 뜨거운 키스가 휘몰아쳤다.지금까지 누구보다 힘들게 참아온 전동하였다. 오랜 갈증 끝에 달콤한 이슬 한 방울이 쏟아지니 참을 수 없는 조갈이 밀려들었다.거절하지 않는 소은정의 모습에 이대로 그녀를 잠식하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들었고 모공 하나하나가 흥분으로 날뛰고 있었다.전동하의 혀끝은 소은정의 입술을 탐닉하고 또 탐닉했다. 천신만고 끝에 펼쳐진 풍성한 만찬을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입술 피부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강렬한 키스에 소은정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전동하의 단단한 팔이 그녀를 꼭 끌어안지 않았더라면 바로 중심을 잃고 쓰러졌을지도?그냥 키스일 뿐이잖아.주책맞게 달아오르는 얼굴과 쑥스러운 기분에 소은정도 당황스러웠다.남자 손길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 걸 거야. 분명 그런 걸 거야...평소에는 누구보다 점잖던 선비 같은 사람이 스킨십을 시작하니 이렇게 저돌적으로 변할 줄이야.이런 반전매력이 있나 싶은 생각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다른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점점 더 빠져들었다.온몸이 뜨거워지고 거의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무렵에야 남자는 아쉬운 기색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놓아주었다.사랑이 가득 담긴 전동하의 눈동자가 아름답게 휘어졌다.“숨 쉬어요...”살짝 쉰 목소리는 치명적인 섹시함을 가지고 있었다.순간 정신이 든 소은정이 숨을 들이쉬었지만 전동하는 이미 그녀의 쑥스러운 모습을 눈동자에 담은 뒤였다.심장이 왜 이렇게 빨리 뛰는 거야. 이건 이상해... 정상이 아니야!당황한 소은정이 벌떡 일어섰지만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그대로 다시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다행히 전동하가 순발력있게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신음이 흐르고 전동하가 싱긋 미소 지었다.“내가 그렇게 좋아요?”역시... 남자들은 다 늑대라는 말... 맞았어.소은정은 달아오르는 얼굴을 식히기 위해
“푸흡!”소은정의 리액션에 그녀를 바라보는 전동하의 눈동자에 사랑이 한층 더 깊어졌다.평소 수많은 남성들과 염문설을 뿌리고 다니는 아름답고 치명적인 여성 대표라는 그녀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소녀 같은 면 때문이었다.고고하지만 순수하고, 가끔씩 이 세상 만사를 꿰뚫어보는 듯하면서도 은근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 소은정의 눈동자에서 흐르는 경악과 놀라움을 보는 순간,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여자가 내 여자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전동하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은정 씨. 우린 연인 사이잖아요. 이런 건 변태가 아니에요. 연인끼리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요.”잠깐 침묵하던 전동하가 웃으며 질문했다.“그래서... 좋았어요?”갑자기 진지하게 변한 전동하의 모습에 소은정의 가슴이 콩닥거렸다.전동하... 숙맥인 줄 알았더니 완전 고수잖아! 여기서 밀리면 안 돼!괜한 자존심에 소은정은 눈치없이 콩닥대는 심장을 누르고 또 누르려 했다.안 돼. 다시 떠올리지 마. 아까 그 키스... 다시 떠올리면 얼굴이 또 빨개질 거란 말이야...소은정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진지하게 평가를 이어갔다.“스킬은 평범한데 숙련도는 아주 높았달까요? 동하 씨, 도대체 나 전에 몇 명이나 사귄 거예요?”솔직히 과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기도 했고 남자친구의 전 애인에게 집착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게다가 분명 연애는 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방금 전 그 키스는 첫키스라고 하기엔 너무나 익숙하고 뜨거웠다.이런데도 연애를 한 적이 없다? 누굴 속이려고?소은정은 팔짱을 낀 채 전동하의 반응을 살폈다.하지만 전동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은정 씨가 내 첫 여자친구 맞아요. 그냥 재능이 있나 보죠. 당신만 원한다면 더 훌륭한 스킬들도 배워올게요. 은정 씨가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요.”당당한 전동하의 모습에 오히려 소은정이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하, 이게 아닌데... 내가 졌다...이때 마침 마이크
전동하에게 옮은 걸 수도 있다는 소은정의 말에 마이크의 하얀 얼굴에 초조함이 실렸다.잔뜩 긴장한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던 마이크가 말했다.“바로 의사선생님부터 부를게요.”소은정이 휴대폰을 가지러 달려가는 마이크의 손목을 잡았다.아이고. 얘도 참. 아까 동하 씨가 아플 때는 일단 아무 약이나 막 먹이고 보더니... 얘도 은근 불효자라니까.“괜찮아. 누나도 약 먹으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배고프지? 누나가 죽 끓여줄까?”소은정이 웃으며 물었다.동하 씨도 아프고... 담백한 게 좋지 않을까?소은정의 질문에 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이다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죽 끓이는 거 번거롭잖아요. 예쁜 누나 고생하는 거 싫어요. 그냥 굶을래요!”마이크의 말에 소은정의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렸다.“괜찮아. 하나도 안 번거로워. 30분이면 끓일 걸?”말과 함께 소은정은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하늘이 점점 어둑어둑해지고 소은정과 마이크는 간단하게 죽으로 끼니를 때웠다.4시쯤, 마이크는 공부할 시간이라며 쪼르르 방으로 들어갔다.소은정도 전동하 방문을 살짝 열었다.곤히 잠든 전동하에게로 다가간 소은정이 그의 이마를 짚어보았다.다행이다. 열은 내렸네.소은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휴대폰 진동이 울리고 소은정은 다시 조심스레 방을 나섰다.“우 비서님, 무슨 일이에요?”“급하게 검토하셔야 할 파일이 있습니다. 지금 시간 괜찮으시면...”이런 급한 일거리도 이미 익숙해진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메일로 보내줘요.”통화를 마친 소은정은 식탁 위에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바로 위아래층이라 다행이네... 일 잠깐 하고 다시 올라와도 늦진 않을 거야.서재에 있는 컴퓨터로 파일을 확인한 소은정은 수정해야 할 점들을 표시한 뒤 다시 우연준에게 보내주었다.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우연준이 보낸 수정판까지 다시 검토하고나니 급격히 잠이 몰려왔다.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문자도, 부재중통화도 없었다.아직도 자는 건가? 괜히 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