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몸놀림으로 스시를 집는 박수혁의 모습은 우아한 예술 행위 그 자체였다.“그렇게 해야 철이 빨리 들 것 같아서.”소은정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미간을 찌푸리자 박수혁이 말을 이어갔다.“운 좋게 재벌가에서 태어난 게 다면서 항상 다른 사람 하대하고. 그럼 안 되는 거잖아? 그래서 매장에서 직접 일해 보라고 했어. 갑질 같은 것도 당해보면 느끼는 바가 있겠지.”그제야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뭐, 오빠의 애타는 마음과 달리 박예리는 성깔을 전혀 고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말이다.소은정은 빠르게 아침을 먹고 회사로 향했다.텅 빈 집 박수혁, 오한진 두 사람만 남자 오 집사가 두 눈을 반짝이며 다가갔다.“대표님, 어제 분위기 어떠셨습니까?”하, 이 자식 감히 그 사건을 입에 올려?어제 당했던 수모가 떠오르며 박수혁은 매섭게 오한진을 노려본 뒤 말없이 휠체어를 끌고 서재로 들어갔다.......SC그룹, 소은정은 출근 후 바로 전동하에게 계약서 초안을 작성해 메일로 보냈고 거성그룹 임춘식과도 바로 컨택을 시작해 계약서 세부사항은 거성그룹에서 작성하기로 결정을 내렸다.세 회사가 계약서 세부사항에 대해 상의를 나누는 장소는 거성그룹으로 정했다. 전동하가 거성그룹의 연구실 수준을 보고 싶다는 말도 장소를 정하는데 한몫했다.오후 미팅을 나서기 전 회사 사원 명단을 쭉 훑어보던 소은정은 이번 프로젝트에 그녀와 함께 할 직원을 한 명 골랐다.그녀의 눈에 든 건 바로 인턴사원 남종석, 수많은 엘리트 사원들 사이에서 그녀가 남종석을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아직 인턴사원인 남종석은 별다른 백도 없었고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다 보니 순수하고 올곶은 면이 있었다. 적어도 그의 눈동자에서는 그 어떤 야심과 탐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온전히 그녀가 키워낸 사원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전동하와 소은정 일행은 거성그룹에 도착한 뒤로 바로 임춘식이 마련한 임시 사무실로 향했다.임춘식은 낯선 얼굴인 남종석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
살짝 언짢긴 해도 예의상 딱히 묻지 않았지만 소은정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눈치챈 전동하가 싱긋 미소 지었다.“마이크가 굳이 소 대표님한테 선물로 가져다주라더군요. 대표님께서 좋아하실 거라고. 뭐,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어깨를 으쓱한 뒤 전동하는 테이블에 꽃을 내려놓고 임춘식과 형식적인 안부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참나, 이 자식... 국화 좋아한다고 했잖아! 그걸 믿은 내가 바보지...한편, 마이크가 고집을 부렸다는 말에 그제야 소은정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꼬맹이, 며칠 안 봤다고 벌써 보고 싶네.각 회사 직원들 사이에 인사도 끝나고 임춘식이 먼저 입을 열었다.“자, 그럼 가시죠.”회의실에 도착한 소은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니, 박수혁이 직접 왔다고? 휠체어에 앉아있긴 했지만 그 날카로운 눈빛에 담긴 차가운 포스만은 여전했다.굳이 다친 다리를 끌고 여기까지 와야 했나 싶다가도 워낙 태한그룹에도 중요한 프로젝트니 직접 온 것이지 싶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오늘은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라 회의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40분 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중 전동하는 따로 소은정과 상의할 일이 있다며 소은정과 함께 회의실을 나섰다. 두 사람이 나란히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박수혁의 눈동자에 살짝 질투가 서렸다.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임춘식이 푸흡 웃음을 터트렸다.“왜요? 질투 나십니까?”“저 옆에 있는 비서는 뭡니까?”생각지 못한 질문에 항상 침착한 분위기의 임춘식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한편 박수혁의 생각은 이러했다. 전동하는 아들도 있는 싱글 대디인데다 세상을 뜬 와이프를 아직도 깊이 사랑하고 있으니 소은정과 잘 될 리가 없다고. 오히려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건 소은정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새 수행비서였다.그는 임춘식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서기 전 오한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대표님, 명심하세요. 절대 다른 남자들에게 기회를 주시면 안 됩니다. 물론 그 어떤 남자도 대표님과 비교할 수는 없겠
직급으로 제대로 눌러주려나 했는데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자 임춘식이 입을 삐죽거렸다.“소은정 대표가 공과 사를 구분 못 할 정도로 엉망인 대표는 아니니까요.”그런 임춘식을 쏘아보던 박수혁이 덤덤하게 말했다.조금이라도 잘난 구석이 있으면 바로 견제에 들어갔겠지만 세상 물정 하나 모르는 듯한 어린애에게 소은정이 마음을 빼앗길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한편, 임시 사무실로 돌아온 소은정과 전동하는 거의 모든 면에서 의견이 일치했고 덕분에 순조롭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대화를 마치고 전동하는 볼일 때문에 호텔로 돌아가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소은정은 그런 전동하를 배웅했다.“요즘 마이크가 안 보이네요. 저번 교통사고 때문에 많이 놀랐나 봐요?”소은정의 질문에 전동하가 싱긋 웃엇다.“테러도 겪어본 애가 그런 사고에 겁을 먹을 리가요. 가정교사 몇 명 붙여줬는데 숙제가 조금... 많아서 공부 중입니다.”“아...”불쌍한 마이크. 여기나 저기나 부모들 등쌀에 애들만 죽어나가는구만.“얼굴 보고 싶으시면 호텔로 바로 가시죠. 마이크도 은정 누나 보고 싶다며 아주 매일 울고불고 난리입니다.”“네, 그럴게요.”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사무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그때, 뒤편에서 박수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제 퇴근하는 거야?”소은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이 인간 왜 아직도 안 가고 여기 있어?전동하는 예의상 고개를 까닥해 보였고 박수혁도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전동하와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도 박수혁의 눈빛은 소은정에게만 향해 있었다.“얘기 다 나눴으면 더 할 일 없는 거 아닌가 해서. 같이 집 갈래?”저 인간이 정말. 여기가 어디라고. 뭐? 같이 집을 가? 사람들이 오해라도 하면 어쩌려고!이때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전동하는 젠틀하게 소은정을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박수혁은 스스로 휠체어를 끌고 엘리베이터에 탈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듯 뻔뻔한 눈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나더러
"네, 알겠어요."계단을 오르던 그때, 또다시 들리는 문소리에 소은정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최성문과 박수혁이었다.이번에도 오한진은 오버스럽게 반가워하며 다가갔다.“박 대표님 오셨습니까? 오늘 몸은 불편하지 않으셨죠? 우리 대표님도 참, 아프시면 얼굴이 상할 만도 한데 여전히 멋지시다니까요. 이렇게 보면 은정 대표님과 정말 잘 어울리시는 것 같습니다...”박수혁을 집까지 모신 뒤 소은정의 뒤를 따르던 최성문이 흠칫 멈춰 서더니 고개를 돌렸다.“오 집사님, 다시 박수혁 대표님과 저희 아가씨를 엮으면 정말 가만히 안 있습니다.”하지만 오한진은 그런 그의 말에 겁을 먹기는커녕 잔뜩 감동한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매섭게 노려보기만 하던 그가 뭔가 리액션을 보였다는 건 분명 좋은 신호였으니까.최성문의 말에 소은정도 웃음을 터트렸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관리했다. 딱 봐도 일이 자기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기분이 언짢아 보이는데... 아무리 밉다지만 생명의 은인한테 너무한 게 아닌가 죄책감이 들어서였다.“큼큼, 대표로서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는 방법 중 하나니까요.”누가 봐도 어색하고 형식적인 칭찬이었지만 박수혁은 기분이 꽤나 좋은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역시 은정이가 뭘 좀 알아.”겉치레뿐인 칭찬이라 해도 좋았다 이렇게 소은정이 그를 칭찬해 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휴, 남자들도 참 단순해. 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한다더니 진짜였구만?최성문도 방금 전 자신의 말이 조금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진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대표님, 오늘도 샤워하실 겁니까?”말주변이 워낙 없는 그인지라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순간,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진지한 최성문의 얼굴과 차갑게 가라앉은 박수혁의 표정을 본 순간, 어제 완벽했던 계획이 모두 실패했음을 눈치채고 바로 주방으로 도망쳤다.......잠시 후, 방으로 돌아온 소은정은 전동하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비즈니스 파티가 열리는
소은정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전동하 대표가 교통사고에 관한 단서를 알아냈대. 오늘 늦게 들어올 수도 있어.”“조심해.”박수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소은정과 최성문이 집을 나서려던 그때 이때 오한진이 헐레벌떡 달려왔다.“저도 갈래요. 은정 대표님,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네가?”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오한진이 상처를 받을까 꾹 참는 오한진이었다.“제가 있는 한 아가씨는 안전하십니다.”최성문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래도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더 안전하지 않겠어요?”오한진은 기대 섞인 눈빛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뭐라고 말씀 좀 해보십시오!잠시 고민하던 박수혁이 결국 입을 열었다.“데리고 가. 혹시라도 위험하면 방패로라도 쓰게.”“그래.”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했다.파티장, 최성문이 먼저 차에서 내려 소은정을 에스코트했다.고급 정장을 빼입은 전동하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주위는 저희가 통제하고 있습니다.”생각지 못한 위험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말이었다.전동하의 배려에 소은정이 싱긋 미소 지었다.소은정과 전동하가 파티장으로 들어가고 최성문은 두 사람과 살짝 거리를 둔 채 뒤를 따랐다. 이때 오한진이 바싹 붙으며 소곤댔다.“저분은 누구세요?”“모릅니다.”괜히 이름을 말했다간 더 귀찮게 달라붙을 것 같은 느낌에 최성문은 모른다고 말한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오한진이 아니었다.“설마 은정 대표님한테 관심있는 거 아니에요? 좀 가까이 가봐요. 보디가드잖아요.”부드럽지만 포스있는 자태, 조각같은 이목구비, 딱 봐도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다 분위기가 묘하게 박수혁과 비슷했다.이러다 뺏기는 거 아니야?하지만 최성문은 오한진을 힐끗 바라볼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이런, 내 말은 죽어도 안 듣는다 그거지? 어쩔 수 없지. 이 몸이 직접 나설 수밖에.한편, 전동하와 함께 파티장으로 들어간 소은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은은한 음악, 럭셔리하지만 과하지 않은 장식
성천호의 말에 다른 두 사람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 중 조준안이 성천호의 어깨를 두드렸다.“돌싱도 괜찮으면 나는 어때?”뻔뻔한 조준안의 말에 성천호의 미소가 어색하게 굳었다.“하하...”옆에서 가만히 있던 예정한이 소은정을 향해 술잔을 들었다.“보아하니 이번 프로젝트는 SC그룹이 하기로 결정난 것 같군요. 미리 축하드립니다.”소은정도 예정한을 향해 술잔을 들었다.“감사합니다.”이때 예정한이 두 눈을 반짝였다.“아, 태한그룹 박 대표님 말입니다. 다치셨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세요? 며칠 전에 골프나 같이 치려고 했더니 이 비서가 알려주지 뭡니까. 병문안이라도 가봐야 하는데 좀처럼 시간이 안 나네요.”“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그녀가 박수혁의 집에서 병간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양쪽 부모님을 제외하고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다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이상한 소문이 돌 게 분명했다.소은정의 대답에 예정한이 피식 웃었다.“하긴요. 두 분 헤어지셨으니까 잘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왠지 비아냥거리는 듯한 예정한의 말투에 소은정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이런 자리에서 굳이 두 사람이 이혼한 사실을 언급하는 이유가 뭘까?소은정의 반응에 예정한은 짐짓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어머, 전 대표님은 모르셨나 봐요.”한편 성천호와 조준안 또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소은정이 돌싱인 걸 안다면 게다가 전 남편이 박수혁이라는 걸 안다면 전동하, 소은정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질 테고 프로젝트도 진행시키지 못할 게 분명하니 다시 기회가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소은정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이혼이 자랑도 아니고 자기소개에 돌싱이라고 꼭 말해야 하나요?”전동하도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리고 저와 소은정 대표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였습니다. 소은정 대표에 관한 일은 굳이 예 대표님이 말씀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습니다.”이에 예정한의 미소가 어색하게 굳었다.“아, 제가 실례를 범했네요.”이때
오한진의 주접에 소은정은 말없이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오한진 이 남자...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두 사람의 대화는 당연하게도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예정한은 다시 술잔을 들고 다가오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오한진을 훑어보았다.“이분은...”하지만 소은정은 오한진을 소개할 생각이 없는 듯 침묵을 유지했다.이때 오한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항상 얼굴에 넉살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했다.오한진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아이고, 오랜만이네요.”그 모습에 오히려 예정한이 당항하기 시작했다.먼저 인사를 건네는 걸 보면 아는 사이가 분명한데 도무지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모른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오한진의 손을 잡았다.“소 대표님과 한창 대화 중이시던데 제가 방해한 건 아니죠?”“그럴 리가요.”오한진이 어깨를 으쓱했다.옷차림은 촌스러워도 시원시원한 행동거지만 보면 이런 파티에 여러 번 참석해 본 듯 익숙했다.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예정한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미모가 좋긴 좋네요. 어딜 가나 보디가드들이 따르니...”“저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감히 소 대표님을 바라보겠어요?”예정한의 말을 끊어버린 오한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예정한을 바라보았다.사실 오한진과 예정한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었다. 보아하니 돈 좀 있는 회사 대표인 것 같은데 그래봤자 우리 박 대표님만 하겠어?“제 얼굴 좀 보십시오. 뚱뚱하고 못생겼죠. 대표님도 나이가 꽤 있으신 것 같은데 오르지도 못할 나무 바라보지 맙시다. 박수혁 대표님 정도는 되어야 소 대표님과 어울리죠.”오한진의 말에 예정한의 얼굴에 걸려있던 여유로운 미소가 살짝 굳었다.뭐? 나이가 많아?“실례입니다만... 어느 회사 대표님이시죠?”어느 구멍가게 대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당장 문 닫게 해주지. “제가 대답해야 하나요?”오한진이 어깨를 으쓱했다.순간, 분위기가 싸하게 가라앉고
동하는 입술을 오므렸다. 흑갈색의 보석 같은 눈동자에 싸늘한 빛이 번쩍였다.차가 병원에 도착했지만 그들은 내리지 않았고 성문이 다가갔다.5분도 안 돼서 성문이 전화를 걸어왔다."아가씨, 사람 잡았어요!"은정의 눈은 반짝였고, 휴대전화에서 또 다른 용서를 구하는 소리가 들렸다.낯선 사람이다.동하는 전화를 받아 "예정호가 시킨 건가요?" 라고 직설적으로 물었다.알고 보니 그가 의심한 것도 예한 이었다.“아니요, 아니요. 예한 그룹의 회장님은 아니에요!” 뭔가 감추려는 듯 낯선 이의 날카롭고 다급한 목소리였다.하지만 예한그룹의 회장님이라는 말 한마디로 이미 모든 것이 폭로되었다.동하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예정호를 잡아, 도망가지 못하게…."전화 반대편의 사람은 순간 망설였다.“대표님이 오셨습니다, 이미 우리보다 먼저 예정호를 잡았습니다.동하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래? 알았다."그는 전화를 끊고 은정을 바라보았다."보아하니 대표님은 목표를 이미 알고 계셨나 보군요, 우리보다 더 빨리 움직였다니."은정의 눈빛이 번뜩였다, 요 며칠 수혁을 따라다니며, 그가 계속 이 일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니, 이렇게 빨리 배후를 찾다니.하지만 돌이켜보면, 수혁은 여태껏 수동적인 사람이 아니었고, 이번에 이렇게 큰 손해를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아마 처음부터 그는 암암리에 조사했을 것이다."가서 볼래요?"동하가 제안하였다."아니요, 집에 갈래요." 은정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녀가 보려고 하는 것은 결코 부하가 아니다.그녀는 큰 물고기가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다.동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사에게 지시를 한 뒤 차에서 내려 기사에게 그녀를 데려다주라고 한 뒤 혼자 병원에 들어갔다.배후를 찾았으니,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은정은 불안한 마음이 여전했다.쇼핑몰에서의 일은 이익을 분배하기 위해서였고,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이 가지는 건데, 어째서 죽느냐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