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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아직 안 갔어?

직급으로 제대로 눌러주려나 했는데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자 임춘식이 입을 삐죽거렸다.

“소은정 대표가 공과 사를 구분 못 할 정도로 엉망인 대표는 아니니까요.”

그런 임춘식을 쏘아보던 박수혁이 덤덤하게 말했다.

조금이라도 잘난 구석이 있으면 바로 견제에 들어갔겠지만 세상 물정 하나 모르는 듯한 어린애에게 소은정이 마음을 빼앗길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한편, 임시 사무실로 돌아온 소은정과 전동하는 거의 모든 면에서 의견이 일치했고 덕분에 순조롭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대화를 마치고 전동하는 볼일 때문에 호텔로 돌아가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소은정은 그런 전동하를 배웅했다.

“요즘 마이크가 안 보이네요. 저번 교통사고 때문에 많이 놀랐나 봐요?”

소은정의 질문에 전동하가 싱긋 웃엇다.

“테러도 겪어본 애가 그런 사고에 겁을 먹을 리가요. 가정교사 몇 명 붙여줬는데 숙제가 조금... 많아서 공부 중입니다.”

“아...”

불쌍한 마이크. 여기나 저기나 부모들 등쌀에 애들만 죽어나가는구만.

“얼굴 보고 싶으시면 호텔로 바로 가시죠. 마이크도 은정 누나 보고 싶다며 아주 매일 울고불고 난리입니다.”

“네, 그럴게요.”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사무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그때, 뒤편에서 박수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퇴근하는 거야?”

소은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이 인간 왜 아직도 안 가고 여기 있어?

전동하는 예의상 고개를 까닥해 보였고 박수혁도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전동하와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도 박수혁의 눈빛은 소은정에게만 향해 있었다.

“얘기 다 나눴으면 더 할 일 없는 거 아닌가 해서. 같이 집 갈래?”

저 인간이 정말. 여기가 어디라고. 뭐? 같이 집을 가? 사람들이 오해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때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전동하는 젠틀하게 소은정을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박수혁은 스스로 휠체어를 끌고 엘리베이터에 탈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듯 뻔뻔한 눈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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