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진의 주접에 소은정은 말없이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오한진 이 남자...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두 사람의 대화는 당연하게도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예정한은 다시 술잔을 들고 다가오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오한진을 훑어보았다.“이분은...”하지만 소은정은 오한진을 소개할 생각이 없는 듯 침묵을 유지했다.이때 오한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항상 얼굴에 넉살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했다.오한진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아이고, 오랜만이네요.”그 모습에 오히려 예정한이 당항하기 시작했다.먼저 인사를 건네는 걸 보면 아는 사이가 분명한데 도무지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모른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오한진의 손을 잡았다.“소 대표님과 한창 대화 중이시던데 제가 방해한 건 아니죠?”“그럴 리가요.”오한진이 어깨를 으쓱했다.옷차림은 촌스러워도 시원시원한 행동거지만 보면 이런 파티에 여러 번 참석해 본 듯 익숙했다.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예정한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미모가 좋긴 좋네요. 어딜 가나 보디가드들이 따르니...”“저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감히 소 대표님을 바라보겠어요?”예정한의 말을 끊어버린 오한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예정한을 바라보았다.사실 오한진과 예정한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었다. 보아하니 돈 좀 있는 회사 대표인 것 같은데 그래봤자 우리 박 대표님만 하겠어?“제 얼굴 좀 보십시오. 뚱뚱하고 못생겼죠. 대표님도 나이가 꽤 있으신 것 같은데 오르지도 못할 나무 바라보지 맙시다. 박수혁 대표님 정도는 되어야 소 대표님과 어울리죠.”오한진의 말에 예정한의 얼굴에 걸려있던 여유로운 미소가 살짝 굳었다.뭐? 나이가 많아?“실례입니다만... 어느 회사 대표님이시죠?”어느 구멍가게 대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당장 문 닫게 해주지. “제가 대답해야 하나요?”오한진이 어깨를 으쓱했다.순간, 분위기가 싸하게 가라앉고
동하는 입술을 오므렸다. 흑갈색의 보석 같은 눈동자에 싸늘한 빛이 번쩍였다.차가 병원에 도착했지만 그들은 내리지 않았고 성문이 다가갔다.5분도 안 돼서 성문이 전화를 걸어왔다."아가씨, 사람 잡았어요!"은정의 눈은 반짝였고, 휴대전화에서 또 다른 용서를 구하는 소리가 들렸다.낯선 사람이다.동하는 전화를 받아 "예정호가 시킨 건가요?" 라고 직설적으로 물었다.알고 보니 그가 의심한 것도 예한 이었다.“아니요, 아니요. 예한 그룹의 회장님은 아니에요!” 뭔가 감추려는 듯 낯선 이의 날카롭고 다급한 목소리였다.하지만 예한그룹의 회장님이라는 말 한마디로 이미 모든 것이 폭로되었다.동하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예정호를 잡아, 도망가지 못하게…."전화 반대편의 사람은 순간 망설였다.“대표님이 오셨습니다, 이미 우리보다 먼저 예정호를 잡았습니다.동하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래? 알았다."그는 전화를 끊고 은정을 바라보았다."보아하니 대표님은 목표를 이미 알고 계셨나 보군요, 우리보다 더 빨리 움직였다니."은정의 눈빛이 번뜩였다, 요 며칠 수혁을 따라다니며, 그가 계속 이 일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니, 이렇게 빨리 배후를 찾다니.하지만 돌이켜보면, 수혁은 여태껏 수동적인 사람이 아니었고, 이번에 이렇게 큰 손해를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아마 처음부터 그는 암암리에 조사했을 것이다."가서 볼래요?"동하가 제안하였다."아니요, 집에 갈래요." 은정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녀가 보려고 하는 것은 결코 부하가 아니다.그녀는 큰 물고기가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다.동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사에게 지시를 한 뒤 차에서 내려 기사에게 그녀를 데려다주라고 한 뒤 혼자 병원에 들어갔다.배후를 찾았으니,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은정은 불안한 마음이 여전했다.쇼핑몰에서의 일은 이익을 분배하기 위해서였고,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이 가지는 건데, 어째서 죽느냐 사
오한진은 혼자 거실에 앉아 수심에 찬 얼굴로 수혁을 걱정하고 있을 때, 문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수혁이 돌아왔다.한진은 격앙된 표정으로 맞이했다.“대표님, 돌아오셨군요, 몸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계속 직접 나가서 일하시니, 정말 제가 본 사람 중 가장 훌륭한 성공한 분이네요, 역시 대표님…."수혁은 예정호를 직접 처리하며, 기분이 꽤나 좋은 편이었는데, 이 말을 듣자마자 안색이 나빠졌다.한진이 얼굴을 붉히지도 않은 채 아부를 하는 모습에 그는 감정을 억누르며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정은 돌아왔어?""네, 대표님, 제가 보기에 아가씨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괜히 올라가셔서 불쾌하게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수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한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 눈빛에 한진은 한기를 느껴 잠시 떨었다.한진은 가볍게 기침을 한 번 하고 얼른 자기가 한 말을 수습하기 바빴다."제가 아가씨를 따라 프라이빗 파티에 참가하다니, 그런 큰 장면은 평소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인데, 다만 이 파티에 대표님이 참석 안 하신다고 하시니 안타깝네요."더 이상 한진의 시끄러운 소리가 듣고 싶지 않은 수혁은 담담하게 휠체어를 이끌며 들어갔다.누가 저런 사람을 찾은 거야? 만약 그의 특별한 직업이 아니었다면, 이런 사람은 진작에 해고했을 것이다.한진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두 걸음 달려가 수혁을 도와 휠체어를 밀었다."하지만 대표님, 제 생각에는 대표님도 위기감을 가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동하씨는 조건도 괜찮고, 아가씨에 대한 그의 태도가 조금 특별합니다,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파티에서 그는 분명 모두가 동하를 존경하고 두려워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카리스마는 자신 과도 비슷했다.그런데 그런 남자가 은정에게 온화하고 따뜻하게, 모든 것을 도와주는데 어떻게 방심할 수가 있지?수혁은 눈썹을 문지르며 "알았어, 너는 네가 할 일 하러 가."라고 말했다.그는 오한진의 말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동하가 은정에게 특별한 이
다음날 아침 일찍, 은정은 은해의 전화를 받았다."예한 그룹에 갑자기 사건이 터졌는데 혹시 박수혁과 관련이 있는 거야?"은정은 은해가 분명히 알아차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지금 해외에 있고, 국내 소식을 이렇게 빨리 듣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담담히 은해에게 예정호가 바로 그 배후라는 사실을 말하였고 은해는 1분 동안이나 침묵을 지키다 목소리가 매우 차갑게 변해서 대꾸했다."최성문이 계속 널 지켜줄 테니 방심하지 말고 다른 건 손대지 말고 내가 돌아가면 다시 얘기하자."은정은 "응" 하고 이내 전화를 끊었다.은정은 협력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있었고, 아침 일찍 거성그룹으로 떠났다.남종석은 경험이 너무 적어, 어려운 문제를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없었고, 은정은 그를 하루 종일 데리고 다니며 참을성 있게 가르쳤고, 눈 깜짝할 사이에 오후 저녁이 되었다.창밖에는 노을빛이 사방으로 비쳐 하늘을 반쯤 붉게 물들였는데, 황홀하기 그지없었다.은정은 기지개를 켜며 퇴근 준비를 하였다.사무실을 나서자 휠체어에 앉아 있는 뚜렷한 이목구비의 그가 있었다.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에 압도 당해 앞에 서 있어도 똑바로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을 그였다.옆에 소파에 앉아 있던 임춘식은 은정을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세우며 어색하게 웃었다."대표님 퇴근하셨습니다."그의 말투는 한결 가벼워 보였다.수혁은 자신의 넥타이를 풀었고, 은정이 퇴근하기를 기다리기 위해 오후에 출근하자마자 왔던 것이다. 회사의 프로젝트와 문서를 반복해서 보고, 일련의 문제와 부족한 점을 들추어 냈다. 전문적인 감사도 그의 눈에는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여기에 계속 있으면 그는 미쳐버릴지도 모른다!은정을 보자마자 수혁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고, 시선을 돌려 은정을 바라보며 입가에 잔잔하게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마침 근처에 프랑스 레스토랑이 생겼던데, 나랑 같이 한번 가볼까?”"식사하러 나 찾아왔어요?"은정은 어이가 없었다.수혁은 억울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를
은정은 손으로 마이크의 작은 머리를 비볐다. 좋아하기도 바쁜 이 순간에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좋아!"수혁의 눈은 어두워졌고 목소리는 낮아졌다.."너 혼자 나왔다는 걸 전동하는 알고 있는 건가?"마이크는 은정의 품속으로 움츠러들었고 조바심이 들었다.이 얄미운 나쁜 아저씨는 아픈 와중에도 여전히 이렇게 사람을 짜증 나게 한다니까!수혁은 의기양양하게 핸드폰을 꺼내 동하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네 아들이 몰래 도망쳤어. 지금 나와 은정이랑 함께 있어."무슨 뜻인지 알면 빨리 와서 데려가.그는 친절하게 마이크가 동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일부러 확성기를 클릭하기도 했다.동하는 전화기 너머로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요? 그럼 저 대신 잘 좀 봐주세요, 회의 중이니까 끊겠습니다.""뚜-" 통화가 끊겼다.세 사람은 갑자기 어리둥절해졌다.마이크는 매우 기뻐하며 은정을 껴안고 놓지 않았다.“너무 좋아요, 예쁜 누나랑 같이 있을 수 있어요!"수혁의 얼굴빛이 파랗게 질린 채 꺼져버린 핸드폰 스크린을 멍하니 보았다. 너무 당황스러워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어렵게 데이트 기회를 잡았는데, 결국은 동하의 아이를 맡아줘야 한다니?열받아!거기에 성문까지 더해져서 네 사람은 함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한진은 이들을 위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아 두었다. 우아한 분위기와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모든 작은 감정들이 일렁이며 새로운 감정을 낳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한진은 수혁을 위해 대화의 주제 또한 대신 생각해 두었다,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미래를 꿈꾸자!레스토랑은 수혁이 전부 대관하였고, 주변에 손님도 없고, 오로지 우아하고 감동적인 교향곡과 환상적인 3D 세트로 주위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성하의 빛나는 은하수 속에 있는 것처럼 낭만적이고 아름다웠다.만약 마이크가 없었다면,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을 것이다.성문은 그들과 멀지 않은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마이크는 은정의 손을 잡아당겨 수혁과 은정의 중간에 앉았다. 탁자 위의
수혁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곳에 앉아있는 그의 숨결이 약간 불안정했다.그가 정성껏 준비한 모든 것이 뜻밖에도 이 아이의 다이아몬드 한 줌을 이기지 못하다니?전동하는 어떻게 이렇게 집안을 망칠 아들이 있는 거지?은정의 안색도 마찬가지로 난감했다, 금고 안에서 보관되어 있어야 할 이것이 마이크의 옷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있다니?그녀는 웃으면서도 한편 순진한 마이크를 어이없게 바라보았다."이것들은 마이크가 다시 가져가, 누나는 이것을 가질 수 없어."마이크는 기분이 좋지 않은지 작은 몸을 비틀며 애교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 있다."누나는 이것이 싫어요? 나한테 더 큰 것도 있는걸요!”“…”그녀는 이 어린아이에게 왜 받을 수 없는지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애써 웃으며 물건을 받았다.“좋아,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것은 가지고 오지 마.”다음에 동하를 만나면 바로 돌려주자.그녀가 물건을 받아주자 마이크는 매우 기뻤다.어쩐지 메이드가 이걸 가지고 가면 틀림없이 좋아한다고 하더라니!마이크는 웃으며 고개를 젖혔다. "나는 예쁜 누나의 말을 잘 들을게요. 다음에 내가 예쁜 누나에게 더 좋은 것을 줄게요. 남자는 말이에요, 쪼잔하게 굴면 안 돼요, 나쁜 아저씨, 그렇죠?"수혁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며 화를 억눌렀다.이 작은 꼬맹이가 지금 자신에게 하는 말인가?사실 레스토랑 전체를 은정에게 선물한 것이라는걸, 은정의 이름이 적혀있다는 것을, 지금은 말할 수 없었다.이런 그가 쪼잔하다고?마이크는 수혁의 화를 돋게 할 수 있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비록 나쁜 아저씨가 다쳤지만, 나쁘다는 이미지는 전혀 변하지 않았어요, 그러게 누가 자신의 예쁜 누나를 걱정하게 하라고 했나요?수혁은 짜증이 나서 말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토록 좋았던 분위기는 이 작은 꼬마에 의해 모두 망가졌다.오한진은 자신이 준비한 대화 주제는 물론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눈치 없이 끼어든 꼬마 덕분에!음식이 나왔을 때, 은정의 기분은 매우 좋아졌다. 그녀는
다이아몬드를 가져온 것이 미안해진 은정은 나중에 마이크의 생일에 더 큰 서프라이즈를 주리라 다짐했다.차에 오르자, 성문과 기사가 앞에 앉았고 은정과 수혁이 뒤에 앉았다.수혁은 눈을 감은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은정은 멈칫 거리다, 문득 그가 저녁에 그녀에게 요리를 평가해달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자신이 아무런 의견을 발표하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그녀는 헛기침을 했다."사실 아까 레스토랑의 셰프도 꽤 괜찮고, 맛도 최상급인데, 어떻게 생각해?"수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아까보다 안색이 좋아진 것 같았다."응, 네가 좋으면 됐어."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짜로 먹으면서 상대를 화나게 만들 것이 내심 미안했는지 그녀는 앞에 있는 성문에게도 물었다."성문씨는 어때요?""맛은 평범했고, 보기엔 예쁜데 배는 안 배부르네요."“…”수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자, 상문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집에 돌아가서 오집사한테 다시 해 달라고 해."오한진? 상문은 답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오집사한테 부탁을 했다간 굶어 죽기 전에 귀찮아 죽을 것이 뻔했다.집으로 돌아오자, 수혁의 건강검진을 하러 온 주치의가 이미 오랜 시간을 기다린 것 같았다.오진한은 사람들과 수다를 떨었고, 분위기가 아주 열정적으로 뜨거웠다. 몇몇 사람들이 모여 휴대폰을 들고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던 터라, 수혁의 차가 들어왔지만 그들은 미처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설문이 문을 열자 은정이 수혁이를 밀고 들어왔다.그러자 함께 모여 놀고 있던 네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휴대폰을 던지고 일어섰다.“대표님.”오한진은 비교적 빠르게 대처하면서,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아가씨, 대표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너무 늦게 돌아오셔서 숙면 시간을 지키지 못하실까걱정했어요, 제가 제비집 요리를 준비했는데 피부도 윤택해고 건강에도 좋아요!”오한진은 은정을 대신해 그녀에게 슬리퍼를 꺼내주었다.수혁은 눈살을 찌푸리고 휠체어에 앉아 그 세 명의 주치의를
주치의가 검사를 할 때 수혁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았다.1분도 안 돼 수혁은 은정에게 재촉했다."은정, 손 이리 줘."그의 목소리가 안쓰럽고 불쌍하게 느껴졌다. 의사들은 대표님과 아가씨의 사이가 정말 좋은 것 같다고 다들 생각했다.대표님이 보기에는 애교가 없어 보이는데 정말 뜻밖이네!잠시 후, 그녀는 한 손을 뻗자, 수혁은 즉시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기분이 뛸 듯이 좋아졌다.은정이 화낼까 봐 함부로 만지지도 못하였지만, 오늘 밤 그녀가 한 발짝 타협할 수 있게 되면 그동안의 모든 억울함이 사라질 것 같았다.검진은 10분 동안 계속되었고, 수혁의 심장 역시 10분간 빨리 뛰었다.다만 끝날 무렵 문득 밖에서 오진환의 목소리가 들렸다.“아가씨, 정말 제비집 한 그릇만 드시겠어요? 한 그릇 더 담아드릴게요."라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안 먹어."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하지만 미세한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었다.그런데 순간 방 안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분명 대화 소리가 문밖에서 나는데, 그러면 방안에 있는 이 손은…의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침대 위의 박수혁을 바라보았다.동시에 감은 그의 눈은 순식간에 떠졌고, 음흉한 눈동자에는 짙은 한기가 서려 있었다.옆에 있던 손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자 수혁의 온몸이 긴장감으로 휩싸였다..그의 손은 마치 무슨 뜨거운 불꽃이 묻은 것처럼 홱 밀쳤고, 말투는 차가워 죽을 지경이었다."누구냐?"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를 머금었다.커튼이 열리었다.성문의 얼굴은 새빨갛게 타올라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아 굳어 있으면서도 얼굴 한편에는 마치 커다란 억울함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감정을 꾹 참고 침묵할 수밖에 없다.그는 손을 홱 뿌리치며 이를 갈았다."대표님이 먼저 손을 댔어요."은정 아가씨를 위해서, 그가 참았던 것이었다!수혁의 보디가드는 정말 하기 힘든 일이다!말을 마치자 모두의 놀란 시선 아래 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바로 이때 은정이 웃으며 들어왔다."다 검진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