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를 가져온 것이 미안해진 은정은 나중에 마이크의 생일에 더 큰 서프라이즈를 주리라 다짐했다.차에 오르자, 성문과 기사가 앞에 앉았고 은정과 수혁이 뒤에 앉았다.수혁은 눈을 감은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은정은 멈칫 거리다, 문득 그가 저녁에 그녀에게 요리를 평가해달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자신이 아무런 의견을 발표하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그녀는 헛기침을 했다."사실 아까 레스토랑의 셰프도 꽤 괜찮고, 맛도 최상급인데, 어떻게 생각해?"수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아까보다 안색이 좋아진 것 같았다."응, 네가 좋으면 됐어."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짜로 먹으면서 상대를 화나게 만들 것이 내심 미안했는지 그녀는 앞에 있는 성문에게도 물었다."성문씨는 어때요?""맛은 평범했고, 보기엔 예쁜데 배는 안 배부르네요."“…”수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자, 상문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집에 돌아가서 오집사한테 다시 해 달라고 해."오한진? 상문은 답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오집사한테 부탁을 했다간 굶어 죽기 전에 귀찮아 죽을 것이 뻔했다.집으로 돌아오자, 수혁의 건강검진을 하러 온 주치의가 이미 오랜 시간을 기다린 것 같았다.오진한은 사람들과 수다를 떨었고, 분위기가 아주 열정적으로 뜨거웠다. 몇몇 사람들이 모여 휴대폰을 들고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던 터라, 수혁의 차가 들어왔지만 그들은 미처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설문이 문을 열자 은정이 수혁이를 밀고 들어왔다.그러자 함께 모여 놀고 있던 네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휴대폰을 던지고 일어섰다.“대표님.”오한진은 비교적 빠르게 대처하면서,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아가씨, 대표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너무 늦게 돌아오셔서 숙면 시간을 지키지 못하실까걱정했어요, 제가 제비집 요리를 준비했는데 피부도 윤택해고 건강에도 좋아요!”오한진은 은정을 대신해 그녀에게 슬리퍼를 꺼내주었다.수혁은 눈살을 찌푸리고 휠체어에 앉아 그 세 명의 주치의를
주치의가 검사를 할 때 수혁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았다.1분도 안 돼 수혁은 은정에게 재촉했다."은정, 손 이리 줘."그의 목소리가 안쓰럽고 불쌍하게 느껴졌다. 의사들은 대표님과 아가씨의 사이가 정말 좋은 것 같다고 다들 생각했다.대표님이 보기에는 애교가 없어 보이는데 정말 뜻밖이네!잠시 후, 그녀는 한 손을 뻗자, 수혁은 즉시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기분이 뛸 듯이 좋아졌다.은정이 화낼까 봐 함부로 만지지도 못하였지만, 오늘 밤 그녀가 한 발짝 타협할 수 있게 되면 그동안의 모든 억울함이 사라질 것 같았다.검진은 10분 동안 계속되었고, 수혁의 심장 역시 10분간 빨리 뛰었다.다만 끝날 무렵 문득 밖에서 오진환의 목소리가 들렸다.“아가씨, 정말 제비집 한 그릇만 드시겠어요? 한 그릇 더 담아드릴게요."라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안 먹어."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하지만 미세한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었다.그런데 순간 방 안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분명 대화 소리가 문밖에서 나는데, 그러면 방안에 있는 이 손은…의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침대 위의 박수혁을 바라보았다.동시에 감은 그의 눈은 순식간에 떠졌고, 음흉한 눈동자에는 짙은 한기가 서려 있었다.옆에 있던 손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자 수혁의 온몸이 긴장감으로 휩싸였다..그의 손은 마치 무슨 뜨거운 불꽃이 묻은 것처럼 홱 밀쳤고, 말투는 차가워 죽을 지경이었다."누구냐?"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를 머금었다.커튼이 열리었다.성문의 얼굴은 새빨갛게 타올라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아 굳어 있으면서도 얼굴 한편에는 마치 커다란 억울함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감정을 꾹 참고 침묵할 수밖에 없다.그는 손을 홱 뿌리치며 이를 갈았다."대표님이 먼저 손을 댔어요."은정 아가씨를 위해서, 그가 참았던 것이었다!수혁의 보디가드는 정말 하기 힘든 일이다!말을 마치자 모두의 놀란 시선 아래 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바로 이때 은정이 웃으며 들어왔다."다 검진했어?"
수혁은 쉬기 전에 오진환에게 지시하였다, 단기간에 은정과 수혁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시에 오진환은 밤을 새워가며 마침내 좋은 방법을 착안해났다.어느덧 소찬식의 생일이 되었다.은정은 이 집으로 들어올 때 물건을 많이 가져오지 않았고, 갈 때 역시 짐이 없었다.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문 앞에 서서 수혁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마침내 며칠 동안 그를 보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기분 좋게 빙글빙글 돌고 싶은데….수혁은 온화한 눈빛으로 그녀가 떠나는 것을 보았고, 그녀가 떠나자 바로 차가운 눈빛으로 오진환을 바라보았다."다 준비됐나요?"오진환은 "물론이죠, 안심하세요, 장인어른과의 만남으로 반드시 심씨 집안 내부로 들어갈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가족이 되는 건 일도 아니죠."라며 확신에 차서 고개를 끄덕였다.박수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눈썹을 찡그렸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서 한결 가벼워졌다.오진환은 이어 "대표님처럼 훌륭하고 눈에 띄는 분은 정말 찾기 어렵습니다. 소회장님 역시당신의 진심을 모를 리 없습니다! 웬만한 부자는 돈만 좀 있으면 되는데, 당신은 부도 있고 효심이 있으니, 정말 완벽합니다.”"입 다물어."박수혁은 담담하게 대꾸했다."에이!"오진환은 몸을 돌려 일을 준비하러 갔다.소찬식의 생일 파티는 불가피하게 쇼핑몰의 친척과 친구들을 초대했고, 한강의 크루즈선에서 거창하지 않지만 절제되고 호화로운 파티를 열었다.소은호와 소은해는 손님 접대로 바빴고, 소은찬 역시 모처럼 시간을 내서 참석했다.은정은 침묵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던 말을 잊지 않았고, 초대장을 그녀에게 주었고, 신나리는 한껏 격앙된 채 다가왔다.소찬식과 소은찬은 한동안 보지 않았기에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은정이 신나리를 잡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소은찬은 약간 어리둥절했다.신나리에게는 소은정이 가진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뚜렷하고 밝은 이목구비가 없었지만, 신나리 그녀는 깔끔하게 생겼고, 캠퍼스 안의 젊음과 생기 그리고 여유롭고도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강서진이 배에 오르기 전 기슭에 서 있던 최신형 페라리 몇 대 중 한 대는 그가 오랫동안 예약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은정 씨, 당신들은 외출 시 통일적으로 페라리를 사용하나요?"소은정은 그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고, 그녀는 귓가의 잔머리를 털어냈다, 귓가에는 다이아몬드 귀걸이가 반짝였다."아니요, 저희는 헬기를 다 이용해요."“…”멀지 않은 곳에서 박우혁과 원한빈이 다가왔다.소은정은 그들을 보고 바로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박우혁은 박수혁을 한 번 보고 혀를 끌끌 찼다."둘째 삼촌은 정말 쓸모없네요, 자기는 몸은 이렇게 망가졌는데, 정작 원하는 사람은 잡지도 못했으니.”원한빈 말했다. ”박 대표님의 상황은 특이하니까요.”그렇지 않으면 박수혁의 조건으로 어떤 여자라도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그런데 하필 상대가 소은정이니 어려울 수밖에.소은정은 그들을 보며 "오랜만이에요, 요즘 어때요?"라며 안부를 전했다.박우혁은 "당신이 프로그램을 떠난 이후로 우리의 인기가 많이 식었죠, 그리고 우리의 프로그램을 표절하는 사람들도 생기니, 어쨌든 나의 앞날이 걱정이네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원한빈은 입술을 깨물며 "괜찮아요.”라고 말했다.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지내니 마음이 놓이네요.”.내 말은 무시하는 건가? 박우혁은 어이가 없는지, 자신이 여태 귀신한테 불평한 거지 의심 되었다.세 사람은 갑판으로 나가 바람을 쐬었다. 밤바람이 서늘한 기운을 머금고 그녀의 머리끝을 흔들었다.박우혁은 열심히 노력해서 그녀를 엑스트라 게스트로 만들어, 많은 인기를 끌고 싶었지만,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어 입술을 깨물기만 할 뿐이었고, 은정 역시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였다.그녀가 샴페인 한 잔을 들어 가볍게 흔들자 찰랑이 붉은 액체에 달빛까지 더해져 향기가 짙어졌다.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원한빈을 마주 보고 웃을 무렵, 멀지 않은 곳에서 마이크가 흥분하여 달려왔다."예쁜 누나."소은정이 고개를 들자 전동하와 소찬식이
처음에 사람들은 그녀가 이태성과 결혼 하려는 것으로 알고, 그녀에게 온갖 환심을 사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태성이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자, 그녀는 불현듯 그 모임에 낄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그녀를 돕는다는 것은 고사하고.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이곳은 해안에서 거리가 있는 곳인데!안타깝게도 초대장이 없어서 경호원들이 그녀를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은정은 그녀를 들여보낼 마음이 없었다."내가 당신을 도와준다고요? 무슨 근거죠?"허인혜는 멍하니 서 있었다."아가씨, 우리가 비록 친하지는 않지만, 내 인생은 모두 당신 때문에 망가졌습니다, 당신은 죄책감이 조금도 없나요?"분명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말인데, 그녀의 말에는 힘이 분명하게 실려있었다.그녀는 모든 것을 소은정의 탓으로 돌렸다, 만약 그녀가 갑자기 원한빈과 함께 그 방에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진작에 이태성의 부인이 되었을 것이다.하루아침에 닭 쫓던 개가 되었는데, 그녀가 어찌 달가울 수 있었을까?원한빈을 찾아갔지만, 결국 얼굴도 보지 못했다.허인혜는 정말 달갑지 않았다, 조금만 더 있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는데!소은정은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허인혜의 뻔뻔함과 사고방식에 의아했다.내가 왜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거지?소은정은 입을 열었다. “당신은 경찰이 범인을 잡아놓고 범인들이 형벌을 받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허인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당신이 하는 말은 너무 듣기 싫어요!"소은정은 달갑지 않은 듯이 입을 열었다.“당신은 너무 어리석은 짓을 했어.”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있었잖아요! 내가 여기까지 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당신이 알기나 해요?”허인혜는 세상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히며 하소연했다."당신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를 내가 왜 알아야 하는 거죠?"소은정은 매우 침착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허인혜의 비참
순간 시공간은 마치 정지된 듯하였다.소은정의 침묵은 허인혜를 기쁘게 만들었다.그녀가 기뻐하지 않는 건 허인혜의 말이 효과가 있다는 걸 설명했다.허인혜는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더니 참지 못하고 웃었다.강 위에서 반사된 불빛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당신은 원한빈이 없어도 선택할 수 있는 사림이 많잖아요. 하지만 전 원한빈 밖에 없어요......"허인혜가 가련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절 불쌍하게 생각해서라도 저에게 원한빈을 돌려주세요, 네?"소은정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흘깃 보았다. 소은정은 무심결에 입 꼬리를 올리더니 조금 멸시 섞인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고의적으로 이렇게 말했다."허인혜 씨, 비록 전 선택할 사람이 많고 원한빈도 그들 중에 한 사람일 뿐이지만 전 궁금한 게 있거든요. 당신이 원한빈의 돈을 가져갈 때 결과를 생각해보지 않았나요?""저......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허인혜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소은정은 느긋하게 말했다."오, 부득의하게 남자친구의 돈을 훔쳐 다른 남자에게 썼군요?"예전 일을 다시 꺼내자 허인혜는 어색해졌다.그녀가 그저 선택 한 번 잘못한 것인데 왜 계속 꼬치꼬치 캐묻는 건가?"제가 잘못한 것이라 하여도 한빈씨와 잘 말해서 용서를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용서?"계단 위에서 두 사람이 천천히 걸어서 내려왔다.원한빈과 박우혁이었다.원한빈의 표정은 아주 어두웠고 죽을 만큼 싸늘했다.그는 음침하고 싸늘한 눈으로 허인혜를 노려보았다."허인혜 씨, 제가 신고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빚진 5600만을 아직 갚지도 않았으면서 지금 용서를 논하는 거예요?"허인혜는 원한빈을 발견하고 조금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가녀리고 불쌍한 얼굴로 그를 바라 보았다."당신...... 드디어 절 만나주는군요!"최근 그녀는 온갖 방법을 다했지만 원한빈을 만나지 못했었다.만나지 못하면 어떻게 옛정을 다시 기억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원한빈은
원한빈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걸어 내려오더니 소은정에게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냈다."은정 아가씨, 이곳은 저에게 맡기고 먼저 들어가요. 손님들이 웃겠어요."소은정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어차피 그녀는 손이 더러워질까 걱정되어 저 여자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덤덤하게 웃었다."그것도 좋겠네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맡길게요."서인혜는 두 사람의 손발이 척척 맞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들은 그녀를 안중에 두고 있지 않았다.원한빈이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차가운 얼굴로 허인혜의 팔을 확 잡더니 갑판 위로 올라가는 것이었다.난간이 있는 곳까지 끌어가자 허인혜는 난간에 몸을 지탱할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숙이니 끝없이 깊은 강이 보였다.강은 바다처럼 사나운 파도가 없지만, 그래도 생명을 집어삼킬만한 위협은 충분히 있었다. 강바람이 어둠과 함께 그들을 덮쳤다.서인혜는 갑자기 두려워졌다.그녀는 난간을 꽉 쥐고 덜덜 떨며 말했다."원한빈, 당신...... 당신 지금 뭐 하려는 거예요?"원한빈 주위는 한기가 감돌아 음침하고 암울했다.그는 손에 힘을 주면서 싸늘하게 웃었다."서인혜, 당신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줄게. 하나는 영원히 내 앞에서 사라지는 것이고 둘째는 이곳에서 뛰어내리는 거야."그의 목소리에는 처음으로 원한이 가득 담겨있었고 아주 싸늘했다.그의 기운은 사람을 소스라치게 만들었다.서인혜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워 고개를 들었다. 강기슭은 멀리 떨어져있었고 언덕에 있는 사람들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들 뒤에는 소은정 보디가드들이 있었다.원한빈이 그녀를 이곳에서 던진다 하여도 누구도 그녀를 구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이곳에서 죽어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그녀는 갑자기 조금 후회되었다.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방법은 소은정과 원한빈에게 통하지 않았다!원한빈은 손에 힘을 점점 더 주었다. 그녀를 강에 던져버리는 일은 10초도 들지 않을 것이다.그는 그녀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그가 진짜
"소은정과 무슨 관계가 있어?"강서진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오랫동안 친했던 친구인 박수혁은 아직까지도 은정의 찬성 여부를 추측하고 있었다.난 처음부터 은정이 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거든?소은정은 이 말을 들은 후 발걸음을 돌리고 다른 곳에 가려고 했다. 별안간 마이크가 앞에서 매우 아쉬운 얼굴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예쁜 누나......"소은정은 자리에 멈춰 서서 웃었다."마이크 왜 그래?"강서진과 박수혁도 자연히 이곳에 시선을 돌렸다.강서진은 이 상황을 발견하고 그의 휠체어를 그곳으로 돌렸다."공교롭네. 조금 전만 하여도 은정 아가씨가 어디에 갔는지 찾았어요......"강서진이 웃으며 말했다.소은정은 답하지 않고 마이크의 곱슬머리를 만졌다. 그의 눈빛에는 실망과 슬픔이 가득 했다."여객선 전체를 돌아다녀도 예쁜 누나가 좋아하는 국화를 찾지 못했어요......"순간 주위가 물 뿌린 듯 조용해졌다.소은정은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잘됐네!강서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네가 국화를 찾을 수 있으면 여객선 종업원들이 모두 실업할 거야!"마이크는 의아한 얼굴로 멍하니 그를 바라 보았다."왜요?"강서진은 코를 문지르더니 콧방귀만 뀔 뿐 답하지 않았다.박수혁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흘겨본 후 소은정을 쳐다 보았다."은정아, 날 갑판에 데려다 줄래? 바람 좀 쐬게."소은정은 이를 악물었다. 점점 자연스럽게 날 부려먹네?그녀는 미소를 지었다."그래."소은정은 다가가 그의 휠체어를 밀었다.강서진은 고개를 저었다. 소은정이 원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나?수혁이 형은 소은정에게 구애를 하는 거야, 괴롭히는 거야?마이크가 다가가려고 하자 강서진이 그를 번쩍 안았다."뭐 하러 가는 거지? 두 사람이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방해하지마."마이크는 눈썹을 찌푸렸다."무슨 말이에요? 예쁜 누나는 못된 아저씨에게 마음이 없어요! 저에게 마음이 있다고요!"그는 허리에 양손을 대고 씩씩거렸다. 그의 맑은 두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