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조진숙이 대답했다. “상혁아, 지금 내 탓이라는 거야?” “아니,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나도 어쩔 수 없어. 그가 우리의 결혼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아이까지 생겼다는 걸 생각하면 너무 미워. 밤낮없이 너무 미워 죽겠어.” “너무 미운 나머지 전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 적도 있어. 너만 아니었다면 난 진작에 부동건 그 양반과는 연을 끊었을 거야.” 조진숙은 이를 악물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수년 간 이어져온 이 겉치레뿐인 관계가 얼마나 힘든 지 상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조진숙의 손을 잡으며 피곤에 찌든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 있어요. 저한테 맡겨주세요. 제가 처리할게요.” “미안해. 나 때문에 네가 하고 싶은 것들은 늘 포기하게 되는구나. 현재 FL그룹도 관리 못하고 있고 하연의 곁에 있어주지도 못하니 말이야.” 조진숙은 상혁을 바라보며 죄책감 어린 말을 내뱉았다. 요 몇 년간 상혁이 사업이든 연애 쪽이든 어느 한쪽 쉬운 게 없었다는 건 조진숙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때 상혁은 아까 회사에서 부동건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두 사람의 감정이 굳건하면 굳이 매일 얼굴을 볼 필요는 없으니 괜찮아요.” 상혁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하연은 절대 그렇게 마음이 쉽게 변할 사람도 아니고요.”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상혁은 샤워를 하고 난 뒤 하연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B시는 아직 낮이었고 차 안에 있던 하연이 전화를 받았다. [저녁 먹었어요?] “웅, 아까 회사에서 먹었어.” 상혁은 화면 속의 하연을 빤히 쳐다보았다. “어디 가는 거야?” [밖에 일정이 있어서요.] 하연이 대답하며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방금 한 화장인데 어때요? 예뻐요?] “예뻐, 아주 생기 있어 보여.” 상혁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때의 하연은 감정에 아무런 기복이 없었는데 메시지로 보내온 그 영상을 전혀 본 적 없는 사람 같았고 이 사실에 대해 상혁에게 말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얼른 자요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상혁이 외투를 입고 있을 때 한 시종이 문을 두드렸다. “황 비서가 왔습니다.” 연지가 품에 서류를 안은 채 별장의 거실에 서있었는데 조진숙이 그녀에게 차를 마시라고 권했다. 이에 연지도 공손하게 차를 받아 마셨지만 선은 넘지 않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고 요 몇 년간 줄곧 그래왔다. 조진숙은 그런 연지를 칭찬했다. “상혁이 DL그룹에 들어온 뒤부터 황 비서가 우리 아들 곁에 함께 했지? 그 당시 수많은 인재들도 있고 예쁜 아가씨들도 많았는데 내가 왜 황 비서를 뽑은 지 알아?” 그러자 연지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감히 제가 부인의 생각을 함부로 추측하는 건 못할 짓입니다. 하지만 왜 저를 뽑으셨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야심이 너무 컸고 딴 꿍꿍이를 품고 있는 게 눈에 너무 보였거든. 다들 목적성이 너무 강했어.” “하지만 그 중에서 오직 황 비서만 딴 마음이 없는 눈빛이었고 영예도 치욕도 다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같았어. 그래서 내 마음이 들었던 거야.” 조진숙은 쉽게 남을 칭찬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요 몇 년간 연지는 확실히 각종 시련들을 굿굿하게 이겨냈다. 이때 연지의 마음은 아주 기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사실 별 것 아니었고 아직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이 말을 들은 조진숙은 연지의 옷 매무새를 직접 정리해주며 말했다. “요 몇 년간 상혁이의 곁에 황 비서가 있어서 다행이야.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머니 늘 지금처럼 비서로서의 본분을 지키길 바라.” 이에 연지는 미소를 지었고 조진숙 말에 숨겨져 있는 또다른 뜻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 상혁이 계단으로 내려오고 있었는데 연지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 “황 비서, 가지.” 차 안. “부 사장님께서는 이미 B시에 가셨는데 그 분이 그쪽에 도착하자마자 이쪽 지하철 건설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건설자재 공급상인 연중훈이 재료 운송 도중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공사를 연기시켰는데 이미 이사진들이
연지는 그 여자를 째리며 대답했다.“부 대표님을 꼬시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부 대표님은 다른 여자에게 관심 없기로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궁금했던 것뿐이예요.” “제가 어찌 감히 연지 언니 앞에서 부 대표님을 꼬시려 할 수 있겠어요?” 이 여인의 말은 아주 의미심장했고 연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애를 썼다. 상혁은 늘 여자를 곁에 두지 않았고 스캔들 한 번 없었는데 굳이 따지자면 그와 가장 가까운 여자는 바로 비서인 연지였다. 때문에 외부에서는 상혁이 다른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는 건 이미 사랑하는 여자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고 그 상대는 바로 연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혁은 그런 소문까지 일일이 신경 쓰기 귀찮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공공연한 진실처럼 되어 버렸다. “헛소리하지 마.” 연지가 꾸짖었지만 굳이 아니라고 변명은 하지 않았다. “그런 소문을 내고 다닌다는 걸 알면 윗분들이 아시면 널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 여인은 계속 호기심에 찬 듯 연지의 팔짱을 끼며 말을 이어갔다. “연지 언니, 부 대표님은 어떤 스타일 좋아하세요?” 이에 연지는 두 눈을 깜빡였는데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하연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건 네가 물어봐야 할 게 아니야.” 다른 한편. 하연은 부리나케 별장에서 뛰쳐나왔다.B시는 이미 겨울이었기에 날씨는 아주 추웠고 거의 매일 두꺼운 옷을 입고 다녀야 했다. 그러나 반대로 F국의 날씨는 따뜻했는데 새하얀 치마를 입고 나풀나풀 입구로 달려가는 하연의 모습은 마치 봄날의 나비 같았다. 이에 하경이 한 마디 나무랐다. “하연! 집에 도착하자마자 밖으로 나다녀? 네 큰 오빠랑 할아버지 아직 돌아오지도 않았어!” 하연과 하경은 사전 통지 없이 돌아온 것이었기에 집사들도 깜짝 놀랐고 하민은 최동신을 데리고 병원에 가 있었다. 그러자 하연이 정원에서 고개를 돌리고 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랑 할아버지 늦게 돌아오잖아요. 그리고 전 잠깐 나갔다
접대 중에 여자와 술은 빠질 수 없었다. 룸 안에는 퇴폐적인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한 줄로 쫙 서있었는데 연지가 허리를 숙이며 연중훈에게 술을 따랐다. “연 사장님의 위세는 익히 들었는데 오늘 보니 과연 분위기부터 남다르십니다.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연중훈은 인자한 얼굴로 웃으며 연지를 밀고 말했다. “상혁이 왔으면 이 술은 상혁이 직접 마셔야지.” 그러자 연지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난처한 얼굴도 뒤에 있던 상혁을 바라보았다. 순간 상혁의 눈에는 싸늘한 기운이 스쳤는데 다시 공손한 표정을 지으며 연지 손에 있던 그 술잔을 건네어 받았다. “정훈 아저씨와 마시는 술인데 공적이든 사적이든 당연히 제가 마셔야죠.” 상혁은 한 잔 가득 담긴 양주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이에 연중훈은 연신 박수를 치며 말했다. “상혁아, 내가 널 나무라는 게 아니라 요 몇 년간 확실히 네 동생이 너보다 일처리에 능해.” 상혁이 한 걸음 한 걸음 DL그룹 대표의 자리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을 밟았고 많은 인맥도 털어냈는데 연중훈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상혁은 DL그룹에서 책임진 이번 사업에서 연중훈 회사의 건설자재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결국 그와 협력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남준의 손에 넘어간 뒤 그는 바로 상혁의 그 점을 이용하여 연중훈과 계약을 맺은 것이었다.때문에 오늘 같은 진퇴양난의 상황이 생긴 것이다. 지금 이 상황은 상혁이 억지로 사과를 하도록 짜인 판이었다. “남준은 사람들 잘 챙기기로 유명한 건 사실이예요. 확실히 제가 남준이보다 신경을 잘 쓰지 못한 것도 맞고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정훈 아저씨께 사과하러 왔잖아요.” 상혁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여기 여러 유형의 사람들도 준비해 두었으니 마음껏 골라보십시오. 오늘 이 룸의 술은 제가 전부 계산하겠습니다.” “네가 이렇게까지 성의를 보이니 그럼 나도 거절하지 않으마.” 연중훈은 소파에 앉아 스윽- 한번 둘러
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지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상혁이 충동적으로 굴까 봐 두려운 동시에 자신을 위해 어디까지 해줄 수 있는 지 궁금하기도 했기에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혁은 한참동안 안색이 어두워진 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남준이가 중훈 아저씨와 체결한 계약서를 봤는데 이윤 배당율이 30%더라고요?” “이제부터는 제가 그 사업을 맡기로 했으니 책임지고 이윤을 40%까지 올려드릴 수도 있습니다. 중훈 아저씨가 기쁘면 그것으로 충분하니 말입니다.” 이윤을 10%나 더 올린다는 말에 연지는 너무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때 연중훈도 두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상혁이 이렇게 파격적인 제안을 할 줄 몰랐던 모양이다. “네가 책임진다고?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는 있겠지?” 이때 상혁의 얼굴에는 다시 웃음이 피어났고 말을 이어갔다. “알고 있습니다. 몇 년 간 제가 중훈 아저씨께 신경 써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세요. 중훈 아저씨, 연장자로서 양해해 주실 거죠?” 여기까지 말하자 연중훈도 확실히 제안에 솔깃해졌다. 오늘 밤, 상혁은 확실히 연중훈의 체면을 세워주었고 연중훈도 이미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얻었기에 이만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 상황을 더 끌고가면 서로 불리해질 게 뻔했다.잠시 후, 연중훈은 호탕하게 웃으며 연지를 놔주었다. “역시 이 비서를 아끼는 게 맞나 보군? 소문 그대로였어!” 한바탕 폭풍이 지난 뒤 연지는 상혁을 바라보았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왔다. 이때 연지의 가방에 이던 핸드폰이 울렸고 이 틈을 타 바로 룸을 벗어났다. “피터?” [두 시간 째야. 대표님 아직도 안 끝났어?] 연지는 창문 쪽으로 향했고 문어귀 쪽의 스포츠카 옆에 비스듬히 서있는 건장한 체구의 피터가 보였다. “아직 좀 더 걸릴 것 같아. 급한 일이야?” [내가 아니라 최하연 씨가 오셨어.] 이 말에 연지는 눈살을 찌푸렸는데 과연 차 안에 앉아있는 가녀리지만 우아한 실루엣이 보였다. “최하
연지는 두 눈이 빨개져 말했다.“대표님께서 저에게 만들어 두라고 여자들도 다 똑같습니다.” “그들은 이익을 위해 몸을 파는 거니 공정한 거래야. 하지만 너는 달라. 넌 나와 업무상의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나에겐 너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어.” 상혁의 말투는 매우 딱딱했고 공적인 감정 외에 다른 감정은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확실히 연중훈을 섭섭하게 한 부분도 많으니 10%의 이윤은 그 보상이라고 치면 돼.” 이건 연지가 예상했던 답이었지만 뭔가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이때 상혁은 핸드폰을 들었는데 자신이 한참 전 보낸 문자에 아직도 하연의 답장이 오지 않자 마음은 점점 더 갑갑했다. 그런데 마침 이 순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상혁은 실눈을 뜨며 전화를 받았다.“형님?” [하연이는? 전화가 통하지 않던데 이렇게 늦게까지 뭐하는 거야? 선을 지켜줘야지.] 엄숙한 목소리에 약간의 장난기가 섞여 있는 하민의 목소리였다. 이때 하경도 옆에서 웃으며 한 마디 보탰다. [형도 참, 연인끼리 시간 좀 보내는 게 어쨌다고 그래요? 하연이도 다 컸는데 통금시간 있는 게 말이 돼요?] 그러자 하민도 피식 웃음을 터뜨렸는데 사실 굳이 하연이를 집으로 돌아오라고 재촉하려던 게 아니라 그녀가 안전한지 확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혁의 한 마디에 그들의 표정은 완전히 굳어 버렸다. “하연이가 돌아왔어요?” 상혁의 턱은 떡 벌어졌고 내뱉은 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때 연지는 완전히 굳어버렸고 주체할 수 없이 부들부들 떨며 대답했다. “최하연 씨는 지금 골드 크라운 앞에 있습니다. 대표님을 한참 기다렸습니다.” 이에 상혁은 싸늘한 눈길로 연지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차 돌려!” 연지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피터가 대표님에 말하지 말하고 부탁했습니다!” 운전 기사는 가속 페달을 밟으며 미친 듯이 질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골드 크라운 앞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과연 하연의 차량이
이때 피터는 손을 놓고 조용히 옆에 서 있었다.“부 대표님.”연중훈은 부들부들 떨며 소파에서 일어났다.“이 못된 X, 감히 나를 건드리다니! 부 대표, 네 부하들이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거야?!”그의 얼굴은 피투성이였고, 머리는 깨진 채 공포에 질려 있었다.상혁은 연중훈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여자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천천히 쪼그려 앉아 떨리는 손으로 여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하연아.”하연의 눈앞에 상혁이 서 있는 순간, 가슴 속에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동안 그녀가 애써 참아왔던 불안과 두려움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눈에서 눈물방울이 멈출 줄 모르고 흘러내렸다.“난 모르는 사람이에요...” 상혁은 얼음처럼 차가운 하연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 안았다. 하연의 냉정한 얼굴이 그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알아, 내가 왔어. 겁내지 마.”연중훈은 하연과 상혁을 번갈아 보며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너... 너희들! 너희들 서로 아는 사이였어? 부상혁, 지금 나를 가지고 논 거야?!”매니저가 사람들과 함께 급히 달려오더니, 장면을 본 순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불길한 예감이 스쳐 갔다.“부 대표님, 저희의 실수입니다.”그러나 그가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하연의 마른 체형이 어딘가 낯설었고, 그녀가 골드 크라운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끝났어! 큰일이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말해봐, 부상혁! 이 여자, 혹시 네가 일부러 나를 속이려고 데려온 거 아니야?”연중훈은 갑자기 테이블을 세게 내리치며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넌 간도 크구나, 감히 나를 건드리다니! 이제 보니, 네가 공사권 따낼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군!”“연 사장님.” 상혁은 하연을 부축해 일으킨 뒤,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오랫동안 유흥에 빠져서 집에 계신 아내분을 잊으신 것 같네요. 이제 아내분께 알려서 집으로 돌아가실 때가 된 것 같네요.”그의 말
‘만약 피터가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면, 만약 하민의 전화가 좀 늦게 걸려 왔다면...’‘하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F국으로 돌아가서 뭐 할 생각이었어?”하연은 그의 외투를 꼭 싸매고 목소리를 낮게 했다.“오빠 만나러 가는 건데요.”“나 만나러 오면서 나한테 말도 안 해?” 상혁은 성질을 억제하지 못하고 약간 위로 솟구쳤다.“연중훈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직접 뛰어든 거야?”“잘은 모르지만 그냥 오빠 놀라게 해주려고 그랬죠. 황 비서님이 오빠가 골드 크라운에 있다고 해서 바로 온 거예요.” 하연은 다시 억울한 마음이 들어 가슴이 답답해졌다.‘참 안됐네.’하연의 귀여운 모습에 상혁의 화가 사그라들었다. 그는 차 안의 온도를 높이고 하연이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겼다.“어디 다친 데 좀 보자.”하연이 입은 이 치마는 특별히 고른 것이었다. 치마는 모두 얼룩덜룩한 핏자국으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상혁은 하연을 가까이 앉혀놓고 구석구석 살폈다.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피는 연중훈의 것이에요.”상혁은 하연의 허리를 감싸 안고, 얼굴을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은 채 말했다.“미안해.”하연은 상혁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오빠의 일을 망쳐놨어요. 오빠에게 서프라이즈 하고 싶었는데 그것도 실패하고, 완전 빵점이에요.”상혁은 자신에게서 벗어나려는 하연을 오히려 더 꽉 껴안았다. 하연의 목덜미를 잡고 고개를 돌려 하연에게 입을 맞추었다.“빵점이라니, 네가 지금 내 곁에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서프라이즈야.”생사고락을 함께한 두 사람의 키스는 일촉즉발의 열기가 느껴졌다.상혁의 몸은 매우 뜨거웠다. 그는 하연의 입술을 힘껏 빨아들였다. 차 안에서 하연은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었다. 가쁜 호흡이 차량 뒷좌석에 가득했다. “오빠, 여기 차 안이에요.”“차 안은 안돼?”하연의 얼굴이 온통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한 기업의 책임자다운 프로페셔널한 스타일의 외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