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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1화 물거품은 사라지도록 두는 게 맞아

그러자 하경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창문을 열었는데 그는 평소 술과 담배에 손을 잘 대지 않는 사람이었다.

“바로 방향을 바꾸고 포기를 해야지. 이 세상에는 그것 말고도 견지할 수 있는 게 꽤 많을 테니까.”

하경은 매우 이성적이었다.

그러자 하연은 하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 일로 오랜 시간이 지체되어 물거품이 되어 버렸는데 아쉽지 않을까요?”

“오히려 기뻐해야지. 그런 것들이 기억 속에 박혀 있다면 계속 생각날 거고 아쉬워질 텐데 물거품이 되면 적어도 완전히 내려놓을 수는 있잖아. 아니야?”

하경은 손에 든 라이터를 만지작거렸고 말투는 매우 담담했는데 그의 성격상 이런 허무맹랑한 것들로 단 한번도 고민한 적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경의 말을 들은 하연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오히려 마음은 탁 트인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하연은 지금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그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거라면 두 사람은 처음부터 인연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들은 모두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매 한 걸음마다 다 그 의미가 있을 거야.”

이에 하연은 담배를 끄며 대답했다.

“하경 오빠, 예리한데?”

“하지만 난 언젠가 오빠가 무언가에 얽매이면 어떤 모습일지 보고싶네요.”

그러자 하경이 실소하며 말했다.

“너무 나쁜 거 아니야? 이렇게 위로를 잘 해줬는데 내가 망신당하는 꼴이 보고싶어?”

“에이, 설마요.”

이때 하성이 다시 문을 열고 돌아왔다.

“둘이 무슨 말 하고 있었어요? 분위기가 이상한데요?”

“우리가 다 오빠 같은 줄 알아요?”

하연이 외투를 챙겨 입으며 입을 열었다.

“가흔이 데려다 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러자 하성은 자리에 풀썩 앉으며 허무하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다른 이들이 볼까 봐 혼자 갔어.”

가흔은 아직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연인이 하성이라는 걸 밝힐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만약 그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녀에게도 엄청난 영향이 미칠 게 뻔했다.

“아직 헤쳐나야 할 길이 멀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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