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준은 한씨 집안의 장남으로 어머니께서 아이를 낳다가 돌아가서 아버지께서 곧바로 새 아내인 이수애를 맞아들였다. 이수애는 집안의 재산을 싹쓸이하고 서준과 서영을 낳았다. 이상한 것은 서준과 명준이 아주 닮았다. 그래서 수애는 명준을 끔찍이 싫어했다.할머니의 보호가 없었다면 명준을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조금 큰 뒤에 명준이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고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집에 잘 오지 않았다.그래서 사람들은 한씨 집안에 장남이 명준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명준이 사고를 당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연이 나타났다.이 이상한 여자는 서준을 잡고 이상한 말을 했다. 서준은 그녀가 아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명준임을 알고 있었다.하연이 서준을 이렇게 오랜 시간 좋아한 것은 명준이지 서준이 아니었다.왜인지 모르게 서준은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았고 일이 이렇게까지 번져버렸다.지금 명준이 소리 없이 다시 돌아왔다.룸 밖에서 도련님들이 문에 귀를 대고 엿들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때 태훈이 손님을 모시러 가고 있는데, 이 모습을 보게 되었다.“운석 도련님?”운석이 고개를 돌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정 비서님, 왜 여기 계세요?”“여기서 뭐 하세요...?”귀를 대고 한참 있었는데,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운석은 서준이 나호중을 무슨 일로 찾는지 몰라 손을 저었다.“오랫동안 최 사장님을 못 뵜는데, 어디 계세요? DS그룹이 이렇게 활발히 활동하는데, 대표님은 왜 소식이 없으시죠?”태훈이 대답했다.“저희 사장님께서는 떠벌이는 분이 아니라서요. 혹시 무슨 일 있으시면 사장님께 직접 연락하시면 됩니다.”예전 같으면 그렇게 할 텐데 지금은 친구가 되었으니 쉽게 연락할 수 없었다.운석은 손을 흔들며 친구들보고 장소를 바꾸자고 했다.사람들이 가자 태훈은 문이 닫힌 룸을 바라보았다.서준은 나호중의 얘기를 다 듣고 일어나 문을 열었다.“서장님, 감사합니다. 서장님께서 제가 듣고 싶은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때 일은 제가 직접 형님께 사죄를
하연의 머리는 전형적인 검은 긴 생머리로 관리가 아주 잘 되어 있었다.상혁은 인내심 있게 하연의 머리를 조금씩 말려줬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향기가 조금씩 났다하연이 감탄했다.“부상혁, 우리 오빠 말고 다른 남자가 제 머리 말려준 적 없어요.”바람 소리가 너무 커 상혁은 하연을 놀리고 싶었다.“한서준은?”“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저를 무슨 병균처럼 피해 다녔으니 머리를 말려주는 건 꿈이랑 다름없어요.”하연은 말하고 나니까 이상한 일을 말한 것 같아 웃었다.상혁은 그녀의 머리를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서준은 예전과 지금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하연이 매력이 없는 여자가 아닌데, 서준이 다치고 싶어도 꾹 참았을 것이다. 이혼하고 나서 갑자기 후회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설마 무슨 이유가 있어서 하연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나?’상혁이 갑자기 말하지 않자, 하연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머리카락이 헤어드라이이에 말려들어 가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상혁은 다급히 전원을 끄고 하연의 머리를 정리하고는 어루만져 주었다.“아파?”상혁이 걱정하듯 다가갔다.하연은 그런 상혁한테 설레어 아픔을 잊어버렸다.“무슨 생각 했어요?”상혁이 미간을 찌푸렸다.하연이 오해했다.“혹시 서준과 제가 결혼했던 거 신경 쓰여요?”여자한테 재혼한다는 것은 넘기 어려운 문턱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하연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걱정이 됐다. 상혁은 하연의 볼을 꼬집었다.“너랑 장난친 거야. 난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아.”“거짓말, 남자라면 다 신경 쓸걸요?”하연은 고집을 부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상혁은 미소를 지었다.“네가 지금 가정이 있는 여잔데, 나랑 바람 피자고 하면 그래도 난 동의할걸?”“불륜남 하게요?”하연의 눈에서 빛이 났다.상혁은 웃으며 대답했다.“사랑을 위해 불륜남이 되는 거지.”하연은 상혁의 다리에 누워 해맑게 웃었다.한참을 웃고 하연은 상혁의 부드러운 얼굴을 보며 물었다.“이제는 한서준을 완전히 놨어요. 그때는
상혁은 멍해진 하연의 코끝을 톡톡 건드렸다. 하연은 상혁이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뺏아갔지만 평소 그녀가 피던 것에 비해 너무 독했던 탓에 기침을 콜록거리고 말았다. 이에 상혁은 하연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럼 언제면 되는데요?” 하연이 못내 아쉬워하며 물었다. 겨우 참고 있던 상혁은 이마를 탁 짚으며 말했다.“이렇게 열정이라고?” 생각해보면 욕구 불만인 것 같기도 했다. 이 말에 하연은 혼자서 이불을 휙 뒤집어쓰고는 표정을 찡그리며 말했다.“그럼 후회하지 마세요!” 상혁은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았는데 이 정도로 기분이 좋았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한 가사 도우미가 다가와 말했다. “밖에 누가 왔는데 꼭 하연 아가씨를 만나 뵙겠다고 합니다.” 하연은 몸을 기웃거리며 물었다.“누군데?” “문지상이라는 분입니다.” 이 말을 들은 하연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잠시 후, 대문이 열렸고 하연이 자리에 앉기 바쁘게 문지상이 헐레벌떡 달려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최하연 씨, 최 사장님! 저 좀 살려주세요.” 이에 하연은 깜짝 놀랐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문 사장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문지상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계속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날 전 최 사장님이 건설자재를 몰래 빼돌리지 말라고 귀띔해준 말씀 충분히 알아들었어요. 그 뒤로 확실히 모든 건설자재 공급을 멈추게 했고요. 하지만...” 이 말을 듣고 나서야 하연은 생각이 났는데 그 뒤로 아무 일 없는 줄 알았는데 지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정말 부실한 건설자재를 공급하고 있었던 겁니까?” “이미 그런 일에서 손을 뗀 지는 꽤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양재성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 겁니다.”“그 자의 손에 아주 오래 전 제가 부당거래를 했던 증거들이 남아있는데 제가 성동 사업에 협조하지 않을 시 그 증거들을 세상에 전부 까발리겠다고 했습니다.” “전 도저히 그 협박을 이길 수 없어
오늘은 월요일이었고 하연은 DS그룹의 회의에 출석해야 했다. 상혁은 하연이 옷 입는 걸 도와주었는데 그녀 목에 난 상처와 키스 흔적도 함께 가려주고는 직접 DS그룹까지 바래다주었다.회의실로 들어가기 전 하연은 약간 긴장한 듯 옷 매무새를 정리하며 물었다. “저 지금 괜찮아요?” “내 눈엔 충분히 멋져.” “아니, 진심으로요.” “진짜로 말이야.”상혁이 웃으며 대했다. 회의실 안, DS그룹의 12명의 이사진 중 11명만 출석해 있었는데 호현욱이 빠져 있던 것이다. “DS그룹 제4분기 재무 보고서는 이미 여러 이사님들께 나눠드렸으니 한 번 확인하시죠.” 보고서는 매우 상세하게 작성되어 있었는데 제4분기의 수입은 3분기의 58.8%를 훨씬 초과했고 이건 아주 놀라운 숫자였다. 이때 누군가 감개무량한 듯 입을 열었다. “DS그룹의 거래액은 동기대비 629.9%나 늘어났습니다. 최 사장님이 이룬 성과가 참 대단하십니다.”하연은 자리에 앉아 PPT 화면을 넘기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올해 DS그룹이 참여한 몇 가지 프로젝트의 형세가 모두 좋았던 것뿐입니다. 연말 실적은 이미 지난해의 50%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이는 DS그룹 모든 직원들이 노력한 결과입니다. 전 감히 저 혼자만의 성과라고 할 수 없습니다.” 회의실은 순간 조용해졌다. 하지만 눈치 빠른 사람들은 모두 하연의 안목이 좋고 수단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이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여러 이사님들의 지지도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께 연말 이익 배당금은 5%씩 올려드릴 겁니다.” 갑자기 회의실이 들끓기 시작했는데 5%는 아주 높은 자금 비율이었다. “최 사장님, 그게 정말입니까?” “내년에도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지지가 필요하니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웃으며 말하던 하연은 갑자기 입꼬리를 내리며 물었다. “호현욱 이사님은 안 보이시네요? 오늘 같은 좋은 날에 왜 출석하지 않은 거죠?” “최 사장님과의 내기에서 졌으니
하연은 연속 이틀 동안 아크로리버파크에 묵었고 상혁은 직접 그녀의 출퇴근을 시켜주었다. 지나가던 한 직원이 두 사람이 나란히 걷고 있는 뒷모습을 찍었는데 선남선녀에 천생의 한 쌍이 따로 없었다. 크리스마스 연회가 끝난 뒤 모든 기업들은 DS그룹이 거대한 승리를 거두었음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여은이 경제 잡지에 담은 홍보까지 더해져 하연의 기세는 한동안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은 등 친구들은 얼른 하연에게 상혁과 식사자리를 마련하라고 등 떠밀었고 하연은 마지 못해 그 채팅 기록을 상혁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상혁은 피식 미소를 지었고 B시에서 인당 천만 원씩 하는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레스토랑에 도착하기 전 차 안에서 핸드폰을 붙잡고 있던 하연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본 상혁이 몸을 기웃대며 그 채팅기록을 보려 하자 하연은 잽싸게 피해 버렸다. “왜요?” “보면 안 되는 거라도 있나 봐?” “이성관계를 확인하고 싶은 거라면 얼마든지 봐도 되지만 제 친구들과의 단톡방은 안 돼요!” 단톡방 안의 채팅기록에는 하연의 흑역사들이 너무 많았기에 절대 상혁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 그러자 상혁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내 욕이라도 했나 보지?” 하연은 빨간 목도리에 얼굴을 푹 숨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 다른 이들은 도착하기 전이었고 두 사람만 레스토랑 룸 안에서 다리고 있었는데 이 위치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B시 야경 태반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때 상혁이 하연의 목도리를 벗겼는데 백옥 같은 피부에 빨간 상처에 키스 마크까지 뒤섞여 유독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상혁은 얼른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며 말했다. “해외에서 수입해온 건데 흉터 제거에 도움이 될 거야.” “임모연이 저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이런 판을 짠 것 같아요. 일단 돈이 입금되면 권상용은 바로 움직이니까요. 정말 저를 죽이려 했던 것 같아요.”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하연은 아직도 치가 떨렸다. 상혁은 하연의 상처에
하연은 술잔을 들며 말했다. “증거는 있고?” “아직 증거는 없지.” “곧 증거도 찾을 수 있을 거야.”이때 하연은 또 가흔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성 오빠는?” “신곡 때문에 녹음하러 갔어.” 열애설이 터지긴 했지만 다행히 가흔의 신상까지 모두 까발려지진 않았는데 그건 모두 하성이 일을 잘 처리한 덕분이었다.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하성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바로 실력으로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이는 것이었다. 이런 과정이 한 번쯤 있는 것도 썩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상혁은 한쪽에서 조용히 하연과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가끔 하연에게 음식을 짚어주곤 했다. “부 대표님, 제가 한 잔 올리지요. 우리 하연이는 성격이 안 좋을 때도 많으니 양해 부탁 드려요.” 여은은 마치 친정 언니 같은 기세를 풍기며 말했다. “나이는 다 비슷한 거로 알고 있는데 편하게 말씀하세요. 괜찮아요.” 상혁도 자신의 잔을 들고 하연을 한 번 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하연이 성격 꽤 좋습니다.” 몇 사람은 순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연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부 대표님, 어떻게 이리도 빨리 우리 하연이의 마음을 얻은 겁니까? 무슨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었던 겁니까?” 예나가 흥미진진한 듯 물었다. “제 진심이 통했던 게 아닌 가 싶습니다.” 이 대답에 친구들은 또다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우와, 오글거려!” 하지만 상혁이 있었던 탓에 더는 깊게 물어보지 않았는데 한참이 지나고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을 때쯤 상혁은 전화를 받으러 잠시 자리를 비웠다. 순간 룸 안은 순간 들썩이기 시작했다. “진도 어디까지 갔어? 솔직하게 말해봐!” “계속 B시에 머문대?” “테크닉은 어땠는데?”질문들이 점점 수위가 높아졌고 이에 하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대답했다. “우리 아직 안 했어.” “뭘 말이야?” “그거 말이야, 그거!” 그제야 여은 등 친구들은 눈치 챈 듯했고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그런데 벌써 동거를 한다는
오늘 식사 자리는 모두가 즐거운 자리였다. 친구들을 보낸 뒤 하연은 상혁의 팔을 껴안고 차 옆에 서 있었다. “담배 폈어요?” 상혁의 몸에서는 은은한 담배 냄새가 났는데 짙지 않았고 오히려 약간 좋게 느껴졌다. “한 대 폈어.” 상혁은 하연의 목도리를 정리해주며 말했다. “방금 한서준 만났어.” 그러자 하연은 눈을 비스듬히 뜨며 약간 의외라는 듯 물었다.“뭐라고 하던가요?” “이 레스토랑은 HT그룹에서 3년 넘게 다니던 곳이고 네가 자주 왔다고 하던데?” 상혁의 목소리는 빠르지도 느긋하지도 않았고 약간 짓궂은 어조가 섞여 있었다. 이때 하연은 멀리 않은 곳에서 걸어 나오는 서준을 발견했는데 바로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제가 한서준의 비서로 일할 때 고객 접대용으로 이곳에 왔을 거예요. 하지만 이미 다 잊고 있었어요.” 최근 몇 년 간 하연은 DS그룹 일로 바빴기에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에 대해서는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하연은 고개를 들고 억울한 눈길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이에 상혁은 하연의 손을 주무르며 일부러 약간 서운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조급해진 하연이 말했다. “정말 아예 잊어버리고 있었다고요.” “비서와 아내, 금기시되는 엄청난 이중 신분이지.” 하연은 거의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거 신경 안 쓴다면서요.”이때 더 놀리면 안 되겠다고 느낀 상혁은 바로 미소를 지으며 하연을 품에 안고 말했다. “장난이었어. 한서준이 그러는데 임모연을 유인하는 걸 돕겠다고 그러더라.” 그러자 하연은 상혁을 밀어내며 놀란 듯 물었다. “정말요?” “왜, 감동했어?” 하연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상혁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제 말은 그게 아니고 왜 그런 장난을 치는 거냐고요. 부 대표님, 설마 질투하는 거예요?” “난 질투 같은 건 안 해.” “에이, 엄청 한 것 같은데요!” 차가운 공기가 가득한 밤, 두 사람은 하얀 달빛 아래 열애 중인 연인처럼 꿀이 뚝뚝 흘러 넘쳤다. 이
호현욱은 겨우 며칠 만에 옷은 남루하고 수염은 덥수룩해졌으며 툭 튀어나온 배까지 더해져 초라한 꼴이 말이 아니었다. 때문에 호현욱이 경찰서에서 나오는 순간 정민호는 하마터면 그를 못 알아볼 뻔했다. “너 언제 나왔어?” 호현욱은 정민호를 흘겨보더니 바로 그의 몸에 발길질을 했다. “나왔으면 나부터 구했어야지, 뭐했어! 이 빌어먹을 자식!” 그러자 정민호는 얼른 한쪽으로 비키며 울부짖었다. “이사님, 저도 방금 나왔어요. 나오자마자 이사님부터 보석한 거고요!” 이때 허공에 대고 발길질을 한 호현욱은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씩씩거리며 길가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내 차는?” “이사님의 재산은 전부 사채업자들이 몰수해갔어요. 저도 버스를 타고 온 거고요.” 이 말을 들은 호현욱은 순간 충격에 멍해졌다. “다 없어졌어?” “네, 전부 가져갔습니다.” 정민호가 차마 호현욱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대답했다.“나, 나에게 아직 집이 있잖아.” “잊으셨어요? 집을 담보로 성동의 그 건설지에 투자를 하신 거잖아요.” 이 말에 호현욱은 휘청휘청거리며 일어나더니 정민호의 멱살을 잡으며 물었다. “성동의 그 공사 지금 어떻게 됐어? 시공 중이야? 말해!” 이에 정민호는 몸을 덜덜 떨며 대답했다. “조사가 내려왔는데 문제가 발생한 걸 알고 시공을 정지시켰습니다. 그 땅 사업은 아마 완전히 망한 것 같습니다.” ‘망했다고? 망했다니!’ 호현욱은 뒤로 뒷걸음질 치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고 자신이 하연과의 내기에서 졌다는 사실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최하연 그 여자가 날 이겼다니!” 낡은 월세방 안. 호현욱은 작은 걸상에 앉은 채 손에는 뜨거운 물을 한 잔 들고 있었는데 정민호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했다.“이사님, 계속 여기 숨어 있는 것도 방법은 아닙니다.” “비록 그 사채업자 일부가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지만 아직 밖에 그들 일당이 남아 있으니 언젠가는 다시 이사님을 찾아낼 겁니다.” “무슨 뜻이야? 지금 날 떼어내겠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