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은 진정하고 대답했다.“여기서 이 사람 잘 보고 있어요. 제 허락 없이 다른데 가게 하면 안 돼요.”말을 마친 하연은 외투를 벗고 무대 쪽으로 갔다. 그녀는 드레스를 흩날리며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무대로 올라갔다.연예인과 다름이 없는 외모와 아우라를 갖고 있어 무대 아래가 술렁였다.“여신이라 그런지 확실히 카메라에 예쁘게 나오네.”운석이 웃으며 말했다.서준이 운석을 노려보며 말했다.“하선유 씨, 자신을 쫓아다니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이렇게 말하면 화 안 나요?”운석이 반격했다.“왜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해?”하연을 보는 선유의 눈에서 빛이 났다.“괜찮아요. 언니도 저의 여신인걸요.”운석이 웃었다.서준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하연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주 회장님께서 절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바이트가 이런 성적을 거두게 된 것은, 모든 직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자 상거래가 지금까지 발전해 온 것은 좋은 정책과 좋은 시대를 만났기 때문입니다.”동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말씀 정말 잘하시네.”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하연이 무대 아래를 훑어보더니 빈자리에 시선이 멈췄다.상혁이 아직 오지 않았다.하연은 실망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10분 뒤면 12시가 된다. 상혁은 분명 12시 전에 올 수 있다고 했다.하연은 종일 높은 하이힐을 신어 발목이 아팠다. 시간은 일분일초 지나고 있었고 상혁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연회장으로 오는 길, 수십 대의 차가 줄지어 서 있었다. 피터가 창문을 열고 말했다.“대표님, 앞에 가서 알아봤는데, 도로가 함몰돼서 복구하려면 몇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상혁은 애써 기분을 조절하며 핸드폰을 꼭 쥐었다.“시 교통국의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늦어도 한 시간 안에는 해결하라고 전해.”피터는 침을 삼켰다.“한 시간 안에 해결한다고 해도 늦었는데요?”파티는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라이브 방송에서 현빈이 인사말을 하고 하연
임모연이 서 있었다.그녀도 현장에서 하연이 완벽한 승리를 거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하연의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은 모연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이것은 그녀가 단 한 번도 얻지 못했다.‘얘는 왜 이렇게 운이 좋은 거야?”“사장님...?”모연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제가 알기로는 이사님과 하연이 내기했다고 하던데, 하연이 DS그룹의 업적을 30% 올리지 못하면 회사에서 나가기로 하고, 올리면 이사님이 DS그룹의 결정권을 포기하는 거 맞습니까?”호현욱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지금 상태로 보면 하연이 목표치를 배로 완성해서 이사님이 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 되겠군요!”“진작에 알았더라면 이렇게 쉬운 걸 목표로 걸지 않았을 텐데.”호현욱이 가까운 것만 바라보기 때문이다.“다 끝난 뒤에 후회해서 뭐 해요? 제가 만약 이사님이었다면 이사회를 열기 전에 이 모든 걸 끝내겠어요.”모연의 차가운 말투에 호현욱이 깜짝 놀랐다.“임 사장님의 뜻은...?”“오늘 밤이 아주 좋은 기회예요. 이 연회장이 저희 공지랑 아주 가까워요. 이사님, 전 이사님을 여기까지 도와드릴 수 있어요. 결정은 이사님이 하세요.”모연이 암시했다. 그녀는 연회장에 있기 싫은 듯 자리를 떠났다.이때 관객들도 퇴장하고 있었는데, 호현욱만이 자리에 그대로 앉아 땀을 흘리고 있었다.모연의 말이 맞다. 이사회가 열리면 하연이 호현욱보고 결정권을 포기하라고 하고 배당금도 나눠주지 않을 것이다.호현욱은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하연이 무대에서 내려오자, 비서가 다급히 그녀에게 외투를 걸쳐주었다. 하연이 고개를 들자, 이현과 눈이 마주쳤다.관객들이 대부분 퇴장했고 이현이 혼자 자리에 앉아 있으니,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여자애가 이현이 연예인이 아닐지 생각하고 있었다.하연이 웃으며 이현한테 가려고 하는데,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대표님.”하연은 발걸음을 멈췄다.“이사님? 무대 재미없으셨나 봐요?”호현욱은 하연의 비꼬는 말투에 화가 났다.“제 비서가 대표
이현이 나가는 하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괜찮아요. 무대에서 하연 씨 셋째 오빠의 아우라를 느꼈어요.]이현이 이곳에 온 목적은 하성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었다.하연은 이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출구에 도착했는데 태훈과 마주쳤다.“사장님, 부 대표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하연은 실망감을 감추기 힘들었지만 힘겹게 웃어 보였다.“상혁 오빠, 무슨 일 때문에 조금 늦어지는 걸 거야. 안 올 사람이 아니야. 너 여기에 남아서 오빠 기다려. 만나면 나 DS그룹에 갔다고 전해줘.”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하연의 곁에 있는 사람을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호 이사님...?”태훈의 표정이 안 좋아지자, 호현욱이 말했다.“태훈아, 네가 회사에서 전후 사장들을 다 모셨다고 해서, 지금 나를 얕보는 거야?”“그런 뜻이 아닙니다.”“됐어.”하연이 말을 끊었다.“이사님, 갑시다.”같은 시각, 관객들이 한 번에 출구로 몰리자, 서준도 인파에 휩쓸려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는 하연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동후가 말했다.“최 사장님 이미 가셨을 겁니다.”서준이 말했다.“부상혁은 아직도 길에 있어?”“방금 소식을 받았는데, 시 교통국에서 도로를 빠른 속도로 수리해서 현재 뚫린 상황이랍니다. 아마 거의 도착하셨을 듯합니다.”길이 뚫렸다고 해도 파티는 이미 끝났다.서준은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익숙한 모습에 시선이 갔다. 이때 갑자기 급정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상혁이 차에서 다급히 내렸다.“태훈!”서준은 그 모습을 보느라 뒤에서 지나간 남자를 놓쳐버렸다.“부 대표님, 왜 이제야 오신 겁니까?”상혁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물었다.“하연은?”“방금 회사로 가셨습니다. 사장님께서 저보고 여기서 대표님 오시길 기다리라고 하셨어요.”상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바쁜 시각에도 자신을 배려해 준 하연을 생각하니 상혁은 부끄러웠다.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자, 상혁은 고개를 돌렸다. 상혁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서준과 눈이 마주쳤다.서
새벽 두 시가 되었는데, 실시간 검색어가 뜨거웠다.실시간 검색어는 모두 오늘 행사와 관련된 것이었다. 하성이 무대에 서서부터 고백에 이르기까지, 하연의 미모와 최종 거래액 등등.너무 화젯거리여서 서버가 여러 번 버그가 생겼다.이렇게 핫한 분위기에 위험이 숨겨져 있었다.어둡고 습한 공지에 물방울이 여자의 이마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차가운 물이 이마에 떨어지자, 그녀는 의식을 회복하고 눈을 천천히 떴다.“음...?”하연은 아무도 없는 공지에 자신이 묶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손에는 멍이 가득했고 움직일 수 없었다. 파티 때 입었던 드레스는 이미 어지럽혀져 있었다. 하연의 얼굴이 창백했다.“내가 왜 여기에...?”제일 마지막 기억은 호현욱의 차에서 가고 있었는데, 호현욱이 갑자기 화장실을 가겠다고 길옆에 차를 세운 내용이었다.그러나 호현욱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사가 갑자기 돌더니 하연을 세게 때렸다.그렇게 하연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기절해 있었다.“거기 누구 있어요?”하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하연은 아주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곳에 납치를 당했다고 생각했다.하연은 복수할 생각을 뒤로 미루고 일단 누구라도 있으면 상의해서 자신을 풀어달라고 하고 싶었다. 만약에 아무도 없다면 그녀는 이곳에서 얼어 죽을 수도 있다.하연은 누군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두렵지 않았지만, 아무도 없다는 것이 더 두려웠다.“소리치기는 뭘 쳐! 닥쳐!”쇠몽둥이가 땅에 끌리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소리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다리를 절뚝거리는 중년 남자였는데, 수염이 덥수룩하고 흉악하게 생겼다. 그 남자의 뒤에는 열몇 명의 어른 남자들이 있었다.“당신들은 누구시죠? 왜 저를 납치하시는 거예요...?”하연은 몸이 떨리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물었다.다리를 절는 남자가 웃으며 몽둥이로 하연의 턱을 들어 올렸다.“그거야 당연히 최 사장님이 꼴 보기 싫어서죠. 너무 나대요.”하연은 침을 삼켰다.“어느 조직에 소속된 분이신
서준이 말했다.“샅샅이 뒤져서 이 차의 행방을 찾아내!”동후는 급히 밖으로 나갔다.“잠시만!”서준이 동후를 불러세우고 눈썹을 찌푸리고, 무엇인가를 생각했다.“민혜주...?”‘왜 하필 민혜주가 현장에 다녀간 뒤지?’“남쪽 그 공사는 요즘 계속 진행 중이야?”“네, 중단 소식은 못 들었어요.”서준은 분명 그쪽에 손에 돈이 별로 없다고 들었는데, 왜 아직 공사 중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서준은 생각이 정리된 듯 외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나 데려다줘!”DS그룹, 깜깜한 밤에 데스크 사람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밖에서 뛰어 들어왔다. 호현욱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들어오고 있었다.“최 사장은 무슨 뜻입니까! 제가 아무리 꼴 보기 싫어도 이렇게 길에 버리고 가시는 건 아니죠!”호현욱이 상혁과 눈이 마주치자, 조금 놀랐다.‘왜 돌아온 거지?’곧이어 호현욱은 허리에 손을 얹고 태훈을 바라보았다.“최 사장은? 빨리 나오라고 해!”태훈의 표정이 묘했다.“이사님, 사장님께서는 이사님과 함께 돌아오신 거 아닌가요?”“맞지, 근데 최 사장은 날 길에 버리고 갔다고! 택시도 못 잡아서 걸어왔다니까!”호현욱은 과장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안 왔어?”태훈은 말하지 않고 곧바로 밖으로 뛰어나갔고 피터도 따라나섰다.상혁은 엘리베이터 쪽을 갔다.“호 이사, 따라오세요!”10분 후, DS그룹 회의실에서 상혁이 중간에 앉아 호현욱이 한 말을 다 들었다.“이 기사는 제 비서가 얼마 전에 찾은 사람이라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요.”호현욱이 말했다.상혁이 호현욱을 바라보았다.“이사님이 하연한테 DS그룹에 스파이가 있다고 했다면서요? 그게 누군데요?”호현욱이 머뭇거렸다.“이건 DS그룹의 비밀이라 알려드릴 수 없어요.”상혁은 호현욱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탁자 위에 놓였던 핸드폰이 울리고 상혁은 스피커폰을 켰다.“얘기해.”“대표님, 최 사장이 실종됐다고 확신할 수 있
“이사님, 다른 건 몰라도 오늘 DS그룹의 계좌에는 돈이 모자라지 않을 겁니다.”상혁이 천천히 소매를 걷어 올리며 호현욱에게 말했다.호현욱이 기가 죽었다.“돈은 모자라지 않지만, 이렇게 큰돈은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하는 일이라 반 시간 내에는 어렵습니다.”호현욱은 하연의 생사를 전혀 걱정하지 않아 보였다.상혁은 호현욱의 말을 무시하고 태훈이 들어올 때 말했다.“신고한 거 철수하고 DS그룹 공인 저한테 주세요. 이번 자금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FL그룹에서 배로 배상해 드리겠습니다.”태훈이 깜짝 놀라 땅에 버려진 노트북을 보았다. 그는 현재 하연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태훈이 몇 초간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지금 가서 가져오겠습니다.”공인은 법적 효력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은 위법행위가 된다. 그렇지만 현재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고 상혁이 최씨 집안과 같이 자라온 정이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있었다.태훈이 급히 가져오자, 상혁이 통화를 마치고 공인으로 서류에 찍으려고 했다. 그러자 호현욱이 막아 나섰다.“안 됩니다. 이건 우리 DS그룹 겁니다. 대표님이 다칠 수 있는 게 아니에요!”상혁은 호현욱을 노려보았다.“너희 회사 사장, 지금 위험하다고요!”“1,000억이 없어진 걸 알면 사장님도 기뻐하지 않을 겁니다!”태훈이 호현욱을 눌렀다.“이사님, 죄송합니다. 근데 이렇게 중요한 시각에는 좀 가만히 계셔주세요.”“태훈아, 너 팔이 안으로 굽는구나! 빨리 날 놔!”호현욱이 태훈에 의해 탁자에 눌리고 상혁이 그런 호현욱을 바라보았다.“하연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나서지 않아도 최씨 가문에서 이사님께 따질 겁니다.”말을 마친 상혁은 서류에 공인을 찍었다.상혁은 노트북을 열고 납치범이 보내온 연락처에 영상통화를 보냈다.납치범은 곧바로 영상통화를 수락했고 카메라로 하연을 찍었다. 하연은 말을 할 힘도 없어 보였다.상혁은 주먹을 꽉 쥐고 물었다.[잘 생각하셨나요?
사람들을 데리고 잠복해 있던 피터가 권상용 등 사람이랑 싸우기 시작했다.통화가 끊기고 상혁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곧바로 회의실에서 나갔고 다른 사람들은 상혁의 뒤를 따랐다.호현욱만 탁자에 엎드려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호현욱은 모연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전 돈이 필요하고 하고 이사님은 사람이 필요하니까 아주 공평한 거래입니다.”그러나 현재 상황으로 보면 하연이 죽을 확률이 아주 낮다.호현욱은 땀을 흘리며 당황해했다.동후는 차를 공지에 세웠다. 이곳은 아주 어두웠고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최하연 씨는 여기에 계신다고요?”서준이 한 바퀴 돌더니 갑자기 멈춰 섰다.“무슨 소리 들었어?”동후가 귀를 기울였다.“싸우는 소리가 들려요.”두 사람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서준이 눈썹을 찌푸리고 걸어 들어가니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몇십 명이 같이 싸우고 있었다.피터가 하연을 구하려고 하는데 권상용이 데리고 있던 사람들이 싸움을 잘해서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암담한 환경 속에서 서준은 피터의 시선을 따라 보았다. 그러자 하연이 기절한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하연아!”동후가 말릴 새도 없이 서준이 소리를 지르며 하연에게 달려갔다. “대표님, 위험해요!”권상용의 부하가 서준을 보더니 서준 쪽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서준도 예전에 싸움을 좀 하던 사람이라 상대를 잘 피했고 머릿속에는 하연을 구할 생각밖에 없었다.서준이 허리를 굽히고 하연의 몸에 둘린 밧줄을 풀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하연아...?”서준은 하연을 다치기 무서웠다. 그녀는 마치 다치면 깨질 도자기 같았다.서준은 목이 메어왔다. 그는 하연을 안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하연아, 정신 좀 차려봐!”같은 시각, 수십 대의 검은 차가 공지로 가고 있었는데, 집으로 가고 있던 손이현과 스쳐 지나갔다.가는 길에 익숙한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제복을 입고 가고 있었다.“나 국장님.”그 삶이 고개를 돌렸다.“왜 아직도 밖에 계세요?”“
“되는지, 안 되는지 결론을 내리기엔 너무 일러요!”말을 마친 피터가 주먹을 휘두르자, 두 사람은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캑캑.”안전한 곳에 있던 하연은 따듯함을 느끼고 정신이 조금 들었다. 그녀는 눈을 뜨고 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했다.“너...?”하연이 품에서 나가려고 하자, 서준이 더 꽉 안았다.“몸이 너무 차가워서 그래. 죽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하연은 확실히 움직일 수 없었고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오늘 저녁에 일 네가 한 거야?”서준이 깜짝 놀랐다.“왜 그렇게 생각해? 내가 너한테 그 정도밖에 안 돼?”“누가 알겠어. 아까 저 사람들이 날 엄청나게 오래 괴롭혔는데, 한 번도 너한테 연락하지 않았어. 근데 넌 내가 여기에 있는 걸 알았고, 안 이상해?”하연이 이런 상황에서도 머리가 돈다는 것이 서준은 신기했다.서준은 하연을 꼭 안았다.“이제 알려줄게. 아무튼 나 아니야. 만약 나라면 널 왜 구하러 오겠어?”아무리 꼭 안아도 하연의 몸이 차가웠다. 서준은 사람들 속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혼자서 하연을 데리고 나가기에는 너무 위험했기에 구석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하연이 서준의 품에 안겨 그를 바라보았다.“다른데...?”서준이 하연에게 다가갔다.“뭐가?”하연도 왜 지금 예전에 일이 떠올랐는지 알 수 없었다.“그때 공항에서 너랑 지금의 너 너무 달라. 아예 다른 사람 같아.”어떨 때는 비슷한데, 지금 이 각도로 보면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이 말을 들은 서준은 당황했다.“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까 당연히 변했겠지.”하연은 눈을 감았자.“아마 처음부터 내가 안 너의 모습이 틀린 거였을 수도.”이 말을 들은 서준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하연아, 만약 그때 만나지 않았다면 후에 날 사랑하게 됐을까?”하연의 몸이 따듯해지면서 정신이 조금 더 말짱해졌다.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때 안 만났으면 우리 모르는 사이겠지?”만나지도 못했는데, 사랑을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