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가 되었는데, 실시간 검색어가 뜨거웠다.실시간 검색어는 모두 오늘 행사와 관련된 것이었다. 하성이 무대에 서서부터 고백에 이르기까지, 하연의 미모와 최종 거래액 등등.너무 화젯거리여서 서버가 여러 번 버그가 생겼다.이렇게 핫한 분위기에 위험이 숨겨져 있었다.어둡고 습한 공지에 물방울이 여자의 이마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차가운 물이 이마에 떨어지자, 그녀는 의식을 회복하고 눈을 천천히 떴다.“음...?”하연은 아무도 없는 공지에 자신이 묶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손에는 멍이 가득했고 움직일 수 없었다. 파티 때 입었던 드레스는 이미 어지럽혀져 있었다. 하연의 얼굴이 창백했다.“내가 왜 여기에...?”제일 마지막 기억은 호현욱의 차에서 가고 있었는데, 호현욱이 갑자기 화장실을 가겠다고 길옆에 차를 세운 내용이었다.그러나 호현욱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사가 갑자기 돌더니 하연을 세게 때렸다.그렇게 하연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기절해 있었다.“거기 누구 있어요?”하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하연은 아주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곳에 납치를 당했다고 생각했다.하연은 복수할 생각을 뒤로 미루고 일단 누구라도 있으면 상의해서 자신을 풀어달라고 하고 싶었다. 만약에 아무도 없다면 그녀는 이곳에서 얼어 죽을 수도 있다.하연은 누군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두렵지 않았지만, 아무도 없다는 것이 더 두려웠다.“소리치기는 뭘 쳐! 닥쳐!”쇠몽둥이가 땅에 끌리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소리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다리를 절뚝거리는 중년 남자였는데, 수염이 덥수룩하고 흉악하게 생겼다. 그 남자의 뒤에는 열몇 명의 어른 남자들이 있었다.“당신들은 누구시죠? 왜 저를 납치하시는 거예요...?”하연은 몸이 떨리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물었다.다리를 절는 남자가 웃으며 몽둥이로 하연의 턱을 들어 올렸다.“그거야 당연히 최 사장님이 꼴 보기 싫어서죠. 너무 나대요.”하연은 침을 삼켰다.“어느 조직에 소속된 분이신
서준이 말했다.“샅샅이 뒤져서 이 차의 행방을 찾아내!”동후는 급히 밖으로 나갔다.“잠시만!”서준이 동후를 불러세우고 눈썹을 찌푸리고, 무엇인가를 생각했다.“민혜주...?”‘왜 하필 민혜주가 현장에 다녀간 뒤지?’“남쪽 그 공사는 요즘 계속 진행 중이야?”“네, 중단 소식은 못 들었어요.”서준은 분명 그쪽에 손에 돈이 별로 없다고 들었는데, 왜 아직 공사 중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서준은 생각이 정리된 듯 외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나 데려다줘!”DS그룹, 깜깜한 밤에 데스크 사람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밖에서 뛰어 들어왔다. 호현욱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들어오고 있었다.“최 사장은 무슨 뜻입니까! 제가 아무리 꼴 보기 싫어도 이렇게 길에 버리고 가시는 건 아니죠!”호현욱이 상혁과 눈이 마주치자, 조금 놀랐다.‘왜 돌아온 거지?’곧이어 호현욱은 허리에 손을 얹고 태훈을 바라보았다.“최 사장은? 빨리 나오라고 해!”태훈의 표정이 묘했다.“이사님, 사장님께서는 이사님과 함께 돌아오신 거 아닌가요?”“맞지, 근데 최 사장은 날 길에 버리고 갔다고! 택시도 못 잡아서 걸어왔다니까!”호현욱은 과장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안 왔어?”태훈은 말하지 않고 곧바로 밖으로 뛰어나갔고 피터도 따라나섰다.상혁은 엘리베이터 쪽을 갔다.“호 이사, 따라오세요!”10분 후, DS그룹 회의실에서 상혁이 중간에 앉아 호현욱이 한 말을 다 들었다.“이 기사는 제 비서가 얼마 전에 찾은 사람이라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요.”호현욱이 말했다.상혁이 호현욱을 바라보았다.“이사님이 하연한테 DS그룹에 스파이가 있다고 했다면서요? 그게 누군데요?”호현욱이 머뭇거렸다.“이건 DS그룹의 비밀이라 알려드릴 수 없어요.”상혁은 호현욱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탁자 위에 놓였던 핸드폰이 울리고 상혁은 스피커폰을 켰다.“얘기해.”“대표님, 최 사장이 실종됐다고 확신할 수 있
“이사님, 다른 건 몰라도 오늘 DS그룹의 계좌에는 돈이 모자라지 않을 겁니다.”상혁이 천천히 소매를 걷어 올리며 호현욱에게 말했다.호현욱이 기가 죽었다.“돈은 모자라지 않지만, 이렇게 큰돈은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하는 일이라 반 시간 내에는 어렵습니다.”호현욱은 하연의 생사를 전혀 걱정하지 않아 보였다.상혁은 호현욱의 말을 무시하고 태훈이 들어올 때 말했다.“신고한 거 철수하고 DS그룹 공인 저한테 주세요. 이번 자금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FL그룹에서 배로 배상해 드리겠습니다.”태훈이 깜짝 놀라 땅에 버려진 노트북을 보았다. 그는 현재 하연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태훈이 몇 초간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지금 가서 가져오겠습니다.”공인은 법적 효력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은 위법행위가 된다. 그렇지만 현재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고 상혁이 최씨 집안과 같이 자라온 정이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있었다.태훈이 급히 가져오자, 상혁이 통화를 마치고 공인으로 서류에 찍으려고 했다. 그러자 호현욱이 막아 나섰다.“안 됩니다. 이건 우리 DS그룹 겁니다. 대표님이 다칠 수 있는 게 아니에요!”상혁은 호현욱을 노려보았다.“너희 회사 사장, 지금 위험하다고요!”“1,000억이 없어진 걸 알면 사장님도 기뻐하지 않을 겁니다!”태훈이 호현욱을 눌렀다.“이사님, 죄송합니다. 근데 이렇게 중요한 시각에는 좀 가만히 계셔주세요.”“태훈아, 너 팔이 안으로 굽는구나! 빨리 날 놔!”호현욱이 태훈에 의해 탁자에 눌리고 상혁이 그런 호현욱을 바라보았다.“하연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나서지 않아도 최씨 가문에서 이사님께 따질 겁니다.”말을 마친 상혁은 서류에 공인을 찍었다.상혁은 노트북을 열고 납치범이 보내온 연락처에 영상통화를 보냈다.납치범은 곧바로 영상통화를 수락했고 카메라로 하연을 찍었다. 하연은 말을 할 힘도 없어 보였다.상혁은 주먹을 꽉 쥐고 물었다.[잘 생각하셨나요?
사람들을 데리고 잠복해 있던 피터가 권상용 등 사람이랑 싸우기 시작했다.통화가 끊기고 상혁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곧바로 회의실에서 나갔고 다른 사람들은 상혁의 뒤를 따랐다.호현욱만 탁자에 엎드려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호현욱은 모연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전 돈이 필요하고 하고 이사님은 사람이 필요하니까 아주 공평한 거래입니다.”그러나 현재 상황으로 보면 하연이 죽을 확률이 아주 낮다.호현욱은 땀을 흘리며 당황해했다.동후는 차를 공지에 세웠다. 이곳은 아주 어두웠고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최하연 씨는 여기에 계신다고요?”서준이 한 바퀴 돌더니 갑자기 멈춰 섰다.“무슨 소리 들었어?”동후가 귀를 기울였다.“싸우는 소리가 들려요.”두 사람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서준이 눈썹을 찌푸리고 걸어 들어가니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몇십 명이 같이 싸우고 있었다.피터가 하연을 구하려고 하는데 권상용이 데리고 있던 사람들이 싸움을 잘해서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암담한 환경 속에서 서준은 피터의 시선을 따라 보았다. 그러자 하연이 기절한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하연아!”동후가 말릴 새도 없이 서준이 소리를 지르며 하연에게 달려갔다. “대표님, 위험해요!”권상용의 부하가 서준을 보더니 서준 쪽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서준도 예전에 싸움을 좀 하던 사람이라 상대를 잘 피했고 머릿속에는 하연을 구할 생각밖에 없었다.서준이 허리를 굽히고 하연의 몸에 둘린 밧줄을 풀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하연아...?”서준은 하연을 다치기 무서웠다. 그녀는 마치 다치면 깨질 도자기 같았다.서준은 목이 메어왔다. 그는 하연을 안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하연아, 정신 좀 차려봐!”같은 시각, 수십 대의 검은 차가 공지로 가고 있었는데, 집으로 가고 있던 손이현과 스쳐 지나갔다.가는 길에 익숙한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제복을 입고 가고 있었다.“나 국장님.”그 삶이 고개를 돌렸다.“왜 아직도 밖에 계세요?”“
“되는지, 안 되는지 결론을 내리기엔 너무 일러요!”말을 마친 피터가 주먹을 휘두르자, 두 사람은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캑캑.”안전한 곳에 있던 하연은 따듯함을 느끼고 정신이 조금 들었다. 그녀는 눈을 뜨고 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했다.“너...?”하연이 품에서 나가려고 하자, 서준이 더 꽉 안았다.“몸이 너무 차가워서 그래. 죽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하연은 확실히 움직일 수 없었고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오늘 저녁에 일 네가 한 거야?”서준이 깜짝 놀랐다.“왜 그렇게 생각해? 내가 너한테 그 정도밖에 안 돼?”“누가 알겠어. 아까 저 사람들이 날 엄청나게 오래 괴롭혔는데, 한 번도 너한테 연락하지 않았어. 근데 넌 내가 여기에 있는 걸 알았고, 안 이상해?”하연이 이런 상황에서도 머리가 돈다는 것이 서준은 신기했다.서준은 하연을 꼭 안았다.“이제 알려줄게. 아무튼 나 아니야. 만약 나라면 널 왜 구하러 오겠어?”아무리 꼭 안아도 하연의 몸이 차가웠다. 서준은 사람들 속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혼자서 하연을 데리고 나가기에는 너무 위험했기에 구석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하연이 서준의 품에 안겨 그를 바라보았다.“다른데...?”서준이 하연에게 다가갔다.“뭐가?”하연도 왜 지금 예전에 일이 떠올랐는지 알 수 없었다.“그때 공항에서 너랑 지금의 너 너무 달라. 아예 다른 사람 같아.”어떨 때는 비슷한데, 지금 이 각도로 보면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이 말을 들은 서준은 당황했다.“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까 당연히 변했겠지.”하연은 눈을 감았자.“아마 처음부터 내가 안 너의 모습이 틀린 거였을 수도.”이 말을 들은 서준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하연아, 만약 그때 만나지 않았다면 후에 날 사랑하게 됐을까?”하연의 몸이 따듯해지면서 정신이 조금 더 말짱해졌다.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때 안 만났으면 우리 모르는 사이겠지?”만나지도 못했는데, 사랑을 할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난 모르겠어. 빨리 사람 풀어줘!”권상용은 서준이 인정하지 않을 줄 몰랐다.“인정하지 않으면 제가 의리를 안 지킨다고 뭐라고 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권상용은 하연을 사람들에게 보였다.“제 손에 있는 이분이 신분이 높은 분이라는 거 잘 알아요. 그러니까 윗분이랑 직접 얘기할게요!”나호중이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성용아, 우리 전에 너에 대해 수배령을 내렸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 B시에 나타날 줄 몰랐네? 너 이제는 여자를 인질로 삼고 사람을 협박할 정도가 됐어? 담이 너무 작구나!”“아, 서장님이시네? 오랜만이네요. 그때 그 자식이 아니었다면 당신들 수백 명이 있어도 날 못 잡았을걸요? 아직도 그 자식 이름이 뭔지 모르는 게 너무 아쉬워요. 그 자식에게 전해주세요. 진짜 남자라면 나와서 나랑 한판 붙자고!”하연은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이 권상용 좀 잔인하네?’“그 자식을 만나고 싶으면 우리 경찰서로 돌아가자. 가면 그 자식이 직접 널 심판하라고 할 거니까!”“쓸데없는 얘긴 그만하고 우리를 나갈 수 있게 차 세 대 준비해 줘요. 안 그러면 이 여자 죽일 거예요!”권상용이 힘을 쓰자, 하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상혁이 주먹을 쥐고 말했다.“서장님, 얼른 준비해 줍시다.”나호중이 대답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경찰이 말했다.“대표님께서 잘 모르셔서 그런데, 저 권상용이 전에 사람을 많이 죽여서 우리 쪽에서 아주 중요한 수배 대상입니다. 저 녀석을 여기서 놓치면 다시 잡기 어렵습니다!”“지금 이런 거 상관할 때가 아닙니다. 하연이가 저 사람 손에 있는데, 하연이 살리고 봐야죠!”상혁이 화를 냈다.“빨리 가서 준비하라고 해!”사람들이 망설이자, 나호중이 손을 들었다.“준비해.”준비하는 과정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권상용이 하연의 목에 계속 칼을 대고 있었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권상용, 아까 오는 길에 당신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상혁은 긴장함을 억누르고 말을 꺼내기
권상용이 의심했다.“동생? 너 최씨 집안 사람이야?”“맞아요.”이런 때에 상혁은 하연이 자신의 여자 친구라고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말하면 권상용의 화를 돋우는 것이 되기 때문에, 피를 나눈 사이라고 해야 권상용이 자신이 하연을 구하는 마음을 믿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상혁이 어릴 적부터 최씨 집안 사람들이랑 같이 자랐기에 권상용을 속이는 것은 아니다.하연은 상혁의 생각을 파악하고 그를 바라보았다.“오빠, 저 신경 쓰지 마요.”상혁의 눈에 힘이 들어가더니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내가 어떻게 널 신경 안 쓰니?”서준은 옆에서 움직일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나 권상용의 경계심이 너무 세서 하연의 목숨을 가지고 모험을 할 수 없었다.이때 아랫사람이 말했다.“차 3대 준비됐습니다. 도로도 깨끗이 해뒀습니다.”나호중이 고개를 끄덕이며 권상용에게 소리쳤다.“권상용, 어떻게 하고 싶어?”“국경선에 도착하면 사람 풀어줄 테니까 누구도 날 따라오지 마!”“서장님이랑 다른 경찰들은 다 자기 임무가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권권상용 씨, 제가 같이 갈게요.”피터와 호중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그러자 상혁이 그만하라는 손짓을 했다.“오빠, 미쳤어요?”하연은 믿을 수 없었다.권상용도 의아하다는 눈빛을 보냈다.“나랑 같이 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 너, 네 목숨 안 아끼는 사람이구나?”“동생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오빠라는 사람이 살아갈 자격이 있겠어요? 권상용 씨, 이 일을 지시한 사람이 최씨 집안의 배경을 안 알려준 거 같은데, 하연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나면 전 세계로 도망 다녀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겁니다. 이건 다 당신을 위한 거예요.”차근차근 말해서 권상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이때 권상용이 마음이 흔들렸다는 것을 하연이 알아챘다.권상용은 하연을 끌고 아래로 내려가자, 사람들이 피해주었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씩 밖으로 걸어 차 앞까지 가서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짚었다.“너, 나 따라와!”
“네 말을 들어보면 이렇게 하는 게 안 좋아?”“당연히 안 좋죠. 오빠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계속 절 위해 많은 걸 포기했어요. 그래서 전 오빠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전에 상혁이 하연을 놓아줘서 그녀가 서준과 결혼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생각하니 하연의 마음은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가득 찼다.하연의 말의 뜻을 이해한 상혁이 주먹을 꽉 쥐었다.“난 그저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하연이 눈을 감았다.하연은 상혁이 어떻게 해도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권상용은 경계하면서 밖을 내다보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권상용은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났다.“최씨 집안 남자 세 명 중에 넌 몇 째야?”상혁이 대답했다.“둘째요.”하민이 밖에서 일을 하는 것은 비밀이 아니고 하성이 유명한 연예인이기에 사람들한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은 하경인 척하는 것이 제일 적당했다.상황이 상황인지라 권상용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상혁이 갑자기 말했다.“돌아가면 밖에 좀 적게 다녀. 특히 한서준이랑 만나지 마.”이 말을 들은 하연은 깜짝 놀랐다. 상혁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연은 곧바로 반응하고 상혁이한테 맞춰줬다.“왜 안 되는데요? 서준 얼마나 좋아요.”“애인으로서 책임감이 없고 상사로서 능력이 없는데, 넌 걔 어디가 좋아?”“사랑하면 된 거 아니에요?”하연이 흥분을 해서 칼도 무서워하지 않고 상혁의 말에 반박했다.상혁은 화가 나 차갑게 웃었다.“너 몇 살인데, 사랑이 뭐 밥 먹여주냐?”“아, 몰라요. 전 딱 서준이한테 시집갈 거예요!”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자, 권상용은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칼이 공중에 떠다녔다.“그만! 입 닫아!”기회를 잡은 상혁이 권상용의 손에 든 칼을 쳐내면서 그를 눌러버렸다.“하연아, 몸 숙여!”권상용은 아팠다.“뭐야! 기습이야?”권상용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기습 공격은 막을 수 없
상혁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검진을 마친 뒤, 하연은 선명한 초음파 사진을 손에 들고 있었다. 사진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손끝으로 사진 속 동그란 그림을 가리켰다. “여기 봐봐요. 이게 우리 아기래요.” 목소리엔 설렘과 떨림이 그대로 묻어났다. 상혁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하연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눈엔 이미 감동이 차올라 있었다. 상혁은 조심스레 하연의 아랫배에 손을 얹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 순간... 난 정말 너무 행복해.” ‘네가 내 옆에 있고,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자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야.’ 하연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남자아기일까요, 여자아기일까요?” 그녀의 눈빛에는 이미 사랑스러운 미래가 그려지고 있었다. 상혁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상관없어.” 하연은 고개를 살짝 돌려 상혁을 바라봤다. 그 눈동자엔 별빛이 머물러 있는 듯 반짝였다. “그래요... 건강하게만 태어나면... 그걸로 충분해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았고, 서로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을 느꼈다. 그 순간, 상혁의 주머니 속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하곤 순간 눈빛이 깊어졌다. 화면엔 낯익은 이름이 선명히 떠 있었다. [부동건.]‘이 타이밍에...?’ ‘설마 무슨 일 생긴 건가?’ 지난 연회 이후, 부동건과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의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송혜선과 조봉규. 그 두 사람 때문에 무너진 자존심. 그리고 결국, 부동건은 송혜선을 아이와 함께 본가에서 내쫓았다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하연이 조용히 말했다. “받아봐요. 무슨 일일 수도 있으니까.” 상혁은 하연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이고, 그녀를 옆에 있는 의자에 앉힌 후
부동건은 갑작스레 거칠게 기침을 터뜨렸다. “컥”‘피 맛...?’ 목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피비린내를 억지로 삼켰다. 손등에 핏줄이 선명히 드러나고, 이성의 끈은 이미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부동건의 시선이 천천히 송혜선과 조봉규를 향했다. ‘죽여버리고 싶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너희들... 너희들...” 부동건의 입술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송혜선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이건 아니야... 이렇게 끝나면 안 돼...’ 그녀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 부동건의 팔을 붙잡았다. “회장님... 우리, 조 선생님이랑 그냥 산후 회복 얘기하던 중이었어요. 진짜예요, 저희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 부동건의 손이 송혜선의 뺨을 후려쳤다. 짝! 순간 정적. 강하게 내리친 손바닥 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숨을 멈춘 듯 조용해졌다. 송혜선의 얼굴 한쪽이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다. 눈가가 덜덜 떨리며, 눈물도 같이 맺혔다. “이 천하의... 배은망덕 같은 것. 내가 너를 어떻게 믿었는데... 감히 날 기만해?” 뒤에 서 있던 하객들 사이에서도 탄식이 흘러나왔다. “저 정도였어?” “저게 진짜였네... 소문이 아니고...” “...”송혜선은 뺨의 통증을 애써 무시한 채, 다시 붙잡았다. “회장님, 제발... 오해예요. 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 저는... 당신뿐이었어요.” 그러나 부동건은 그 손마저 거칠게 뿌리쳤다. 그리고는 힘껏 송혜선의 복부를 발로 찼다. 퍽!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송혜선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조봉규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아니야... 지금 나섰다간 나도 끝장이야.’ 한 걸음 다가가려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회... 회장님... 저희...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하지만 그 한마디가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부동건은 그대로 조
일 순간 충격의 정점이었다.부동건은 들고 있던 와인잔을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모든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저... 저런 미친...!” 그는 화면을 가리키며, 얼굴을 붉힌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숨이 거칠게 턱 끝까지 차올랐다. ‘송혜선... 네가 감히!’ 주변 하객들도 이미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게 진짜야?” “부 회장님 딸이... 아니라고?” “와... 이건 완전히 생각지도 못한 미친 패륜이야, 상상도 못 했어.” 오늘의 연회는 더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이제 와선 최악의 스캔들 파티가 되어버렸다. ‘이 연회가... 전부 거짓된 일 때문에 생긴 일이란 말이야?’ ‘우리, 사기당한 거네. 다 같이.’ 그때 스크린이 멈췄고, 연회장 전체의 조명이 다시 환히 켜졌다. 하객들은 본능적으로 두리번거리며 부동건을 찾았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하지만 부동건은 아무런 대답 없이 어금니를 꽉 물고, 몸을 떨며 계단 쪽으로 향했다. 하객들은 그 뒤를 따라붙었다. ‘뭔가 일어나겠군...’ ‘이번엔 진짜 끝장이다.’ ...같은 시각, 2층 방 안. 송혜선은 조봉규의 손등을 다독이며 조용히 말했다. “조금만 참아. 며칠만 지나면 내가 다시 올게.” 조봉규는 싱긋 웃으며, 그녀의 허벅지를 장난스럽게 움켜쥐었다. “응. 기다릴게, 자기.”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 문이 거칠게 흔들렸고,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송혜선! 당장 안 나와?!” 송혜선의 온몸이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조봉규의 팔을 꽉 잡았다. ‘망했다.’ “어떡해, 부동건이 올라왔어.” 두 사람은 당황하며 방 안을 둘러봤지만, 창문 하나 없는 좁은 방엔 도망칠 곳조차 없었다. ‘안 돼... 이렇게 들키면, 끝장이야. 정말 끝이야.’ 송혜선은 급하게 숨을 고르며 애써 이성을 붙잡으려 했다. ‘진정해. 침착해야 돼.
연회장 안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부동건은 손에 잔을 들고, 연신 들어오는 축하 인사에 밝은 표정으로 답하고 있었다. “회장님, 따님이 너무 예뻐요. 축하드립니다!” “아이고, 이런 경사는 자주 있어야죠!” ‘그래, 이 정도면 완벽하지. 오늘은 그 누구도 나를 흔들 수 없어.’ 그렇게 술이 한 잔, 두 잔 더해지며 연회장의 분위기도 점점 무르익고 있었다. 그때, 갑작스레 모든 조명이 꺼졌다. 탁! “어, 뭐야?” “불 꺼졌어! 왜 이래?” “아야, 누가 내 발 밟았어!” “...”순식간에 어둠이 덮친 연회장.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와 웅성거림이 퍼졌다. 잔을 들고 있던 부동건은 순간 정지된 듯 멈췄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가서 확인해봐!” “네, 회장님!” 직원들이 급히 움직였고, 부동건은 진정시키려는 듯 손을 들고 말했다. “여러분, 당황하지 마시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전기 쪽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금방 복구됩니다.”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서서 어둠 속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그 순간, 연회장 한쪽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이 조용히 켜졌다. “위이잉...” 어둠 속에서 갑작스레 터진 화면의 빛에 모두가 눈을 찌푸리며 반사적으로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 빛이 익숙해질 무렵, 누군가가 터트린 외마디 감탄에, 시선이 일제히 스크린으로 향했다. “어... 저거 뭐야? 헉, 저게... 말이 돼?” 그리고, 그 스크린 안에 있는 건... 분명 두 남녀의 은밀한 장면이었다. 화면 속, 분명히 누군가를 알아본 듯한 목소리가 터졌다. “저 여자... 그분 아니야?” “옆에 있는 남자는...?” “헐, 이건 진짜 레전드다.” “아, 눈 버렸어. 이게 뭐야, 이게...”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순식간에 연회장은 도저히 되돌릴 수 없는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었다.사람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송혜선이 복도 입구에 막 다다랐을 때였다. 갑작스레 어디선가 튀어나온 그림자가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꺄악!” 놀란 송혜선은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렀고, 누군가 재빨리 그녀의 입을 막았다. “나야! 나야, 혜선아.” 익숙한 목소리에 송혜선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남자의 손을 떼어내며 차갑게 말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이 사람, 지금 제정신인 거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어서 급히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송혜선은 그제야 숨을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흘기듯 말했다.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미쳤어, 사람들 눈에 띄면 어쩌려고!!” 그 말엔 명백한 불만과 경계심이 섞여 있었다. 조봉규는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되는데...’ 그 순간의 긴장, 그리고 복잡한 감정이 두 사람 사이에 감돌았다.조봉규의 시선이 송혜선의 얼굴에서 천천히 내려앉았다. 송혜선은 산후라 그런가, 몸매는 훨씬 더 부드럽고 풍성해져 있었다. ‘이러니까, 잊으려고 해도... 더 생각이 나잖아.’ 그는 순간 충동적으로 송혜선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만.” 당황한 송혜선이 눈을 부릅떴다. “뭐 하는 거야!! 지금...” 그러나 조봉규는 말없이 송혜선을 옆방으로 이끌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작게 ‘탁’ 하고 울렸다. 좁은 공간, 차오르는 침묵. 송혜선은 남자를 노려보며 벽에 등을 댔다. “정신 차려!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조봉규는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숨을 내쉬었다. “다들 홀에 있잖아. 아무도 몰라.” 남자의 말투엔 간절함과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 이건 단순한 욕망이 아니었다. 그리움, 억눌림, 그리고 못다 한 말들. 그는 조심스럽게 송혜선의 턱선을 손끝으로 만지며 말했다. “혜선아... 나, 정말 많이 참았어.” ‘이 사람 또 이러네...’ 송혜선의 심장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분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정문 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부동건이 고개를 돌리자, 최하연이 부상혁의 팔을 자연스럽게 끼고 등장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많은 이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잘생긴 남자와 우아한 여자의 조합. 누가 봐도 완벽한 한 쌍이었다. ‘딱 봐도 좋은 그림이야. 저 둘은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길을 끌어...’ “회장님, 부상혁 대표님은 정말 복도 많으십니다. 최씨 가문의 따님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커플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누군가의 말에 부동건의 표정이 확 풀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묘하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부동건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피어났다. 부동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젊은 사람들이 서로 마음이 맞아 좋아하는 걸, 우리 어른들은 그저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줘야 하는 일일 뿐이지요.” “게다가 상대가 최씨 가문의 따님이라니, 정말 금상첨화가 아닙니까.” 부동건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역시 상혁이다. 내 아들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상혁은 오늘 이 자리에서 당당히 아버지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었다. 한편, 송혜선도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방금 전까지 얼굴에 띄웠던 미소는 점점 사라져 갔고,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하연에게 향했다. 오늘의 하연은, 나무나 예쁘고... 아니, 그냥 눈이 부실 만큼 찬란했다. 그리고 또렷한 이목구비에 윤기 흐르는 머릿결, 화사하게 피어난 얼굴빛까지. 하연의 행복함이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송혜선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 ‘정다영... 그년, 나를 속였어.’ 그동안 하연 쪽에서 뭔가 반응이 있을 줄 알고 기다려 왔다. 하지만 소식은커녕, 정다영조차 자취를 감췄다. ‘다영이 걔가 하연이에게 약 먹이는 계획이 분명 실패한 거야. 그렇지 않고 선 지금 저렇게 멀쩡한 얼굴로 서 있을 수는 없어.’ 이대로 배가 불러오면, 섣불리 손도 쓸 수 없게 된다. ‘
이 질문에 송혜선은 눈을 반짝이며 부동건을 바라봤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젠 나를 당당히 소개해 줄 때가 됐겠지.’ 오늘 이 자리에서, 그녀는 부동건의 정식 아내로서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었다. “회장님, 말씀 좀 해보세요?” 조금은 성급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자, 주변의 시선도 하나둘 송혜선과 부동건을 향했다. 모두 속으로는 뻔히 알고 있었다. 부동건이 과연 예전 애인을 진짜로 정실로 앉혔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부동건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숨기거나 피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담백하게 말했다. “오 회장님, 이 사람은 제 딸의 어머니입니다.” 순간, 송혜선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딸의... 어머니?’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이 살짝 흔들렸다. 금세 넘칠 듯한 와인, 애써 잡고 있는 감정. ‘지금... 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억울함이 툭 하고 솟구쳤다. 심지어 손에 힘이 들어가며 하얗게 질린 손등이 떨렸다. 오병지는 단번에 눈치챘고, 싱긋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고, 대신 가볍게 말을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부 회장님, 여전히 복이 많으시네요.” 부동건은 공손하게 웃으며 송혜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손길엔 무언의 위로가 담겨 있었다. “아닙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저와 이 사람의 결혼식엔 꼭 오셔서 축배 들어주세요.” 그 말에 송혜선의 눈이 번쩍 뜨였다. ‘결혼식...?’ 순간,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 이어서 고개를 들며 수줍게 웃었다. “회장님...” 부동건은 말없이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더 이상의 말은 없었지만, 그 행동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 시선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송혜선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던 눈빛이, 지금은 선망과 부러움으로 가득했다. 결국, ‘부동건의 아내’라는 타이틀은 그 자체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송혜선은 온
부지윤의 ‘한 달 잔치’는 그야말로 성대한 수준의 파티였다. 초대받은 인사들만 봐도, 그 위세가 느껴졌다. F국 재계의 실력자들, 정재계의 핵심 인물, 이름만 대면 아는 명문가 자제들이 대거 초청됐고, 심지어 부씨 가문 어른들에게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직접 청첩장을 보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이 아이를 공식적으로 가문에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나 다름없었다. 부동건이 이 아이에게 얼마나 애정을 집착하듯 쏟고 있는지, 이날 행사 하나로 증명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동건은 스스로의 체면과 명예를 걸고, 딸을 세상에 내보이고 있었다. ...잔치 당일, 연회장은 유난히 붐볐다. 샹들리에의 조명이 화사하게 반짝였고, 고급스러움이 풍겨 나는 악단의 선율이 분위기를 감싸고 있었다. 송혜선은 산후조리를 마친 직후였지만, 여전히 그만의 풍채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예전보다 조금 살이 오른 듯했지만, 그 덕에 오히려 분위기가 더 너그러워 보였다. 그녀가 행사장에 들어서자, 평소 자주 어울리던 재벌가 부인들이 앞다투어 다가왔다. “혜선씨는 진짜 복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 고생 끝에 드디어 볕뜰날이 왔네요.” “부 회장님이 이렇게까지 챙기시는 거 보니까, 이제 정말 한 자리 하시겠어요.” “정말 이러다 조만간 ‘겹경사’ 나는 거 아니예요? 우리라도 미리 축하해줘야 하는 거야?” 송혜선은 그 소리에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얄미울 정도로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역시 사람은 자리가 높아야 대접 받는 거야.’ “지윤이는 회장님의 첫 딸이잖아요. 그러니까 귀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회장님이 우리 모녀를 절대 가볍게 보지 않으신다는 건, 여기 있는 분들도 느끼셨을 테고요.” 그 말에 다들 박수까지 치며 웃었다. “이제 우리도 호칭 바꿔야지, 사모님!” 누군가 먼저 그렇게 불렀고, 뒤이어 몇몇이 장난처럼 따라 불렀다. 송혜선은 그 말에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턱을 살짝 들며, 그 호칭이 제법 익숙
진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마침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남준은 법을 무시하고, 사람을 죽였어요. 부씨 가문이 이 일에 개입한다면... 여론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감싸려 들면 들수록, 결국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겠죠.” ‘이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가문의 존망이 걸린 문제야.’ 맞은편 소파에 앉은 상혁은 다리를 꼬고, 한쪽 손으로 턱을 괸 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눈빛엔 어떤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세속의 먼지 따윈 전혀 묻지 않은 사람처럼. 진윤의 말이 끝났지만, 상혁의 표정엔 미동 하나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부씨 가문은 항상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왔습니다. 그건 변하지 않습니다, 여사님.” 그는 손짓으로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거기엔 작은 검은색 USB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 안에... 고나희 씨가 남긴 게 있습니다. 여사님께 드리라고 하더군요.” 순간, 진윤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표정으로, USB를 바라봤다. “지금... 뭐라고 하셨죠?” 그녀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나희가... 뭔가를 남겼다고...?’ 사고는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딸의 마지막을 함께할 시간조차 없이, 그녀는 세상을 떠났고, 어떤 유언도, 한마디 말도 남기지 못한 줄 알았다. “나희... 그 애가... 무슨 말을 남겼다는 거예요...” 진윤은 입을 틀어막았다. 눈물은 이미 참을 수 없다는 듯 쏟아지려 하고 있었다. 상혁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사람이 떠난 건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남겨진 마음은, 누군가가 반드시 전해야죠.” 그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거운 공기를 뒤로한 채, 조용히 방을 나섰다. 잠시 후.룸 안에서 낮고, 억눌렀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희야...” 진윤은 USB를 손에 쥐고,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으로 울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