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혁이 몇 초간 침묵하다가 입을 뗐다.“지금 시간 돼? 아크로리버파크에 와봐.”호현욱과 관련된 일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에 하연은 바로 승낙하고 아크로리버파크로 향했다.처음에는 낯설었지만 하연은 점점 이곳의 길에 익숙해지고 있었다.다만 하연의 차량이 아크로리버파크에 들어가기도 전에 상혁이 입구에 서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상혁은 흰옷에 검은 바지를 입었고 가로등 아래에 서서 매우 온화하게 느껴졌다.하연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상혁 오빠, 왜 나와 있었어요?”상혁은 하연을 향해 싱긋 미소 지었다.“밤이라 마음이 안 놓여서. 직접 데리러 와야 안심이 되지.”이렇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하연의 마음이 따뜻해졌다.실내 거실.상혁이 서류 몇 개를 하연에게 건네 주며 말했다.“이것은 LS 그룹과 정부가 체결한 계약서 사본이고 그 안에 있는 돈은 LS 그룹에서 내놓을 수 있는 금액보다 훨씬 많아.”하연이 훑어보더니 말했다.“그래서 의심된다는 거예요?”“응, 그래서 사람을 시켜 임모연의 계좌에 있는 자금 출처를 알아봤는데 이 돈은 호현욱이 준 것이었어.”“둘이 손 잡았네요!”단번에 눈치챈 하연이 비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정말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정말 심하네요. 이렇게 많은 돈을 처넣다니, 막판에 터질까 봐 두렵지도 않은가요?”상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성동 그 새로운 지역은 최근 몇 년 동안 B시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야. 더 많은 인재를 유치하고 도시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임모연과 호현욱이 감히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은 바로 이 점을 인정했다는 거야.”“그런데...” 하연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큰 이익이 있을 수는 없다고 느껴졌다.“상혁 오빠, 우리 모두 장사꾼이에요. 오빠도 알겠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도시 발전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부동산이 붕괴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잖아요.”상혁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도박꾼이 전 재산을 걸면 돌아갈 길이 없는 법이지.”“혹시 무슨 내막을 아는 거예요?”
상혁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하연은 갑자기 상혁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연은 혼란스럽고 화가 나서 그대로 몸을 일으켜 나가버렸다. 상혁은 줄곧 어두운 표정으로 마루 창가에 서서 수풀 사이로 차를 몰고 떠나는 하연의 모습을 보았다. 거리가 좀 되는데도 하연의 서운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어느새 피터가 문을 열고 들어와 공손하게 말했다. “방금 제가 본의 아니게 두분 대화를 조금 들었는데, 왜 최하연 씨를 피하시는 거예요? 대표님께서는 전에...”“아직은 때가 아니야.”상혁이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쓸쓸한 뒷모습을 한 채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M국에서 일어난 일이 마음에 걸리시는거 아니에요? 사실 부 회장님한테 말씀하시면 반드시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안돼, 그런 일들은 아버지와 어머니께 말할 수 없어!”“네...”하연은 아크로리버파크에 다녀온 후 줄곧 기분이 좋지 않았고 출근한 후에도 여전히 기분이 꿀꿀했다.하연의 사무실에 보고하러 온 부하직원들도 하연의 상태에 전전긍긍했다. “최 사장님, 저희가 지난번 회의에서 확정한 프로젝트에 대한 기획안을 작성했어요.”연예부 책임자 진미화가 말했다. 진미화는 연예계 톱스타 매니저였느데 하연이 아주 큰 공을 들여 겨우 DS 그룹에 스카우트해온 인재다. 하연이 한번 쭉 훑어봤다. 미화가 작성한 인플루언서 리스트는 다 유명한 인플루언서는 아니지만 모두 잠재력이 큰 인플루언서였다. 뷰티 채널, 음식 채널, 프리미엄 사치품 등 모두 현재 인기 있고 모든 플랫폼에 포함 되는 영역이다. “최하성 씨의 네트워크 플로우가 있기에 다들 DS 그룹에 대한 신뢰가 높더라고요. 해서 DS 그룹과 계약한 첫 번째 인플루언서는 어느 정도 자원 편향을 받을 것이라고 약속했어요.”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래야죠.”“라이브 커머스는 결국 신흥 산업이고 많은 규칙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에 사전에 품질 관리를 잘 파악해야 해요.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건 반드시 품질이라는 걸 기억해야 하고.
주현빈의 스케줄은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다. 현빈과의 약속을 잡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자신의 체면을 살려주려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하연은 격식을 차려 한껏 차려 입고 태훈과 함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하지만 하연이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불청객을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임모연이었다.역시나 평소보다 더 차려 입은 모연은 비서를 데려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임 사장님, FL 그룹의 이 이사님이 오실까요? 스케줄이 약속 잡기 쉽지 않을 텐데요.”모연에게는 지금이 바로 사업을 확장하기 좋은 중요한 시기다. 한서준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더 큰 스폰서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선의 선택이 바로 FL 그룹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혁은 늘 하연의 편이다. 그래도 얼마 전 성동의 새 아파트를 처분하면서 새 인맥을 구축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모연도 하연을 발견하고는 눈을 흘기며 아니꼽게 바라봤다. “걱정하지 마, 이 이사님이 나한테 약속했어. 우린 기다리기만 하면 돼.”하연이 모연에게서 눈을 떼고 주현빈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주 회장님, 다시 한번 대화할 기회가 생겨 기쁘네요.”주현빈은 일상적인 차림에 주위에 또래 몇 명과 함께 왔다. “우리가 이제 막 계약을 체결했는데 최 사장님께서 이렇게 서둘러서 이번 사업을 추진하시는 걸 보니 성의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어찌 약속을 어길 수 있겠어요?”하연이 부끄러운 듯 말했다. “확실히 저희 DS 그룹은 그 어떤 협력 기회도 절대 놓치지 않을 거예요.”주현빈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하연에게 주위 사람들을 소개했다. 그 사람들은 모두 JJ 그룹 주주였다. 하연은 겸손하게 한 명 한 명과 악수하며 룸으로 안내했다. 문에 들어서기 전에 하연이 발걸음을 늦추며 태훈에게 귓속말했다. “임모연이 오늘 여기서 뭘 하는지 알아봐.”태훈이 곧바로 응답하고는 룸에 들어가지 않았다. 룸은 레스토랑의 제일 좋은 위치에 자리 잡았고 B시 절반 풍경을 볼 수
한마디에 내포된 의미가 너무 많았다. 심지어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상혁이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 하연이 집어 든 술잔을 가볍게 빼앗아 왔다. “술을 많이 마시면 몸이 안 좋아져. 주 회장님이 도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도 아니고.”주현빈이 얼떨떨해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최 사장님. 그만 마셔요.”“이따가 끝나면 나랑 같이 가자. 할 말이 있어.”대중 앞에서 상혁의 태도는 이미 두 사람이 보통 친구 이상이라는 걸 암시햇다. 하지만 하연은 그런 상혁과 대화도 섞고 싶지 않아 붉게 물든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안돼요.하연의 대답에 만족한 상혁이 하연의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 말했다.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겠습니다.”당연히 아무도 난감하게 하려 하지 않았다다만 사람이 떠난 후 룸 안이 갑자기 떠들썩해졌다.“최 사장님이 FL 그룹의 부 대표님과 최 사장과 이런 관계 일 줄은 몰랐네요.”“곧 좋은 소식이 들려오겠는데요?”“결혼식에 축하주 한 잔 얻어먹을 수 있을까요?”‘이게 다 무슨 소리지?’ 하연이 말했다. “저희 두 가문이 오랜 친구 사이라서 그래요. 부 대표님은 촌수로는 오빠예요.”하연의 설명에 설득력이 없어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또다시 웃기 시작했다.후속 협력을 확인한 후에야 이 식사는 마침내 끝났다.그리고 상혁의 등장으로 최하연의 집중력이 약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가기 전에 주현빈은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아야 걸을 수 있었다. “최 사장님, 저는 평생 큰 약속을 한 적이 없어요. 한번 말하면 반드시 그것을 실현할 거예요! 제 말을 들어보세요, JJ 그룹과 협력하면 당신을 지지 않을 거예요.”하연은 마음이 따뜻해져 주현빈의 비서에게 당부했다. “잘 모셔다드려요.”하연은 식당 입구에 서서 태훈에게 명령을 내렸다. “방금 레스토랑에서 말한 몇 가지 사항을 이행해.”태훈이 응답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태훈이 떠난 지 얼마되지 않
상혁이 말을 마치고 하연을 한번 보았는데 무슨 뜻인지는 말을 아꼈다. 하연은 안전벨트를 꽉 쥐고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예요?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에요?”“네 옆에 태훈 밖에 없는데 술을 마시게 될까 봐 걱정했어.”“주 회장님은 오빠가 소개한 사람이잔항요. 혹시 어떤 사람인지도 몰라요?”“주 회장님은 남자다운 분이라 여자를 난처하게 하지 않아.”“그런데 왜...”“네가 보고 싶어서”상혁이 다시 한번 하연을 힐끗 쳐다봤다.“이 대답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뜻밖의 말에 하연은 어안이벙벙해졌다. “어제 금방 만났잖아요.”“어떤 사람은 한번 만나는 거로 부족하지.”백미러를 한번 훑어본 상혁은 번화한 시내를 벗어나자 바로 속도를 늦춘 후 길가에 차를 세웠다. “왜 멈췄어요?”“올 때 보니까 앞에 교통사고가 났더라고. 아직 현장 정리가 안돼서 좀 더 기다리다 가는 게 낫겠어.”하연의 차 안에 있는 글러브 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여자 담배 한 갑과 모란 한 갑뿐이였다. 그때 하연이 상혁의 손을 막으며 말했다.“이 담배는 연해서 필 수 없을 거예요”“그래도 시도해 보고 싶은데?”상혁이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말했다. “담뱃불 좀 붙여줘, 하연아.”어두컴컴한 등불 아래 상혁의 두 눈은 맑고 깨끗하여 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하연은 가슴이 떨려 얼른 라이터를 꺼내 켰다. 순간 탈칵 소리와 함께 불꽃이 두 사람의 얼굴을 밝혔다.“G국에 있을 때만 해도 담배를 못 피우더니 언제 배운 거야?”“B시에서 아무도 저신경 쓰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어요.”하연이 상혁에게 불을 붙여준 후 라이터를 던지고 나니 하연은 자연스럽게 한씨 저택에 있을 때 일이 생각났다. 그때 하연은 한씨 집안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괴롭힘을 당했는데, 서준은 상관도 하지 않자 슬픔에 빠져 담배를 배우게 되었다.상혁은 희뿌연 연기 속에서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들이마셨다. 하지만 확실히 하연의 말 대로 너무 싱겁고 맛이
하연은 그날 저녁에 돌아가 채팅방에서 일의 내막을 대충 이야기했다.“이치대로라면, 우리 양어머니와 양아버지의 건강은 매우 좋으시니 상혁 오빠도 건강 문제가 있을 리가 없지 않나?”하연이 매우 서글픈 모습으로 큰 침대에 누워있었다.그때 여은이 첫 번째로 답장이 왔다. [서여은: 웃겨 죽겠네. 너는 어떻게 상혁 오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장담해?][정예나: 너 미쳤어? 전 세계 남자들이 다 문제가 있다고 해도 상혁 오빠는 문제없어.][최하연: 네가 어떻게 알아?][정예나: 딱 봐도 알아. 거짓말하면 내가 한서준의 아들이야.] 하연이 참지 못하고 피식 웃더니 연신 웃는 것처럼 ‘하하하’ 여러 개를 보냈다.[신가흔: 근데 너 한서준 진짜 포기한 거지?]타자를 하던 하연의 손이 잠시 멈추더니 뭔가를 생각해 본 후 진심을 말해 줬다.[최하운: 극혐해.] 보통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게 진짜로 관심이 없는 게 아닐 수도 있지만 혐오라는 단어를 쓰면 그것은 바로 진정 포기한다는 뜻이다. 세 사람은 화제를 돌려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연은 불현듯 무엇이 떠 올랐는지 문자를 보냈다.[크리스마스에 DS 그룹은 반드시 한몫 챙겨야 해. 그러다가 때가 되면 좀 거물급 브랜드가 필요하니까 너희들에게 부탁 좀 할게.] 그건 당연히 문제될 거 없었다. 정예나가 아예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다.“이것은 선녀가 인간계에 내려가길 원하는 거잖아. 사치품은 라이브 방송에서 구매력이 떨어질텐데.”하연이 하는 수 없이 말했다.“당연히 저가 제품을 위주로 하고 사치품은 제일 마지막에 방송할 거야. 너희들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거야.”[신가흔: 전폭적으로 지지할게.] [서여은: 그럼 난 너를 도와 여론을 조성할게. 필경 DS그룹이 좀 더 친민적인 서비스를 한다는 소식은 외부에서도 듣기 좋아하는 소식일거야.] 하연이 웃으며 말했다.“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겠어?”하연은 빠르게 움직여 이튿날부터 품질 관리를 맡았다. 그러다가 다른 요 각 라이브방송을
하연의 미소가 굳어졌다.“정 비서, 가자.”서준은 제자리에 서서 하연의 날씬한 뒷모습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동후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한 사장님, 최하연 말이 맞는 것 같아요, JJ 그룹이 도박할 만한 가치가 있어요.”서준은 짜증을 내며 건물에 있는 그룹 로고를 보았다.“가치가 있다는 걸 왜 모르겠어, 하지만 다 도박이야. 만약 지면 하연은.”솔직히 걱정되었다. 동후는 입을 오물거리며 그 말을 참고 있었다.‘아무튼 도와주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져도 상관 없잖아.’“회의가 곧 시작 돼.”서준은 앞으로 다가갔다.“임소연은 요즘 뭐 하고 있어?”“건설 현장에 뛰어들고 있어요. FL그룹의 이 회장님과도 약속을 잡았어요. 임성재 쪽에서도 경계를 풀지 않았어요. 최하연과 싸울 작정을 한 것 같아요.”서준은 피식 웃으며 뭔가가 떠올랐다.“부상혁은?”“지난 며칠 동안 B시에 자주 들락거렸어요. 목적지가 모두 외국이라 FL그룹 내부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몰라요.”“잘 지켜봐.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보고해.”현빈의 사무실에서.“해외시장?”현빈은 하연의 말을 듣자 사레가 들었다.“네, 아직 크리스마스가 두 달이나 남았어요. 모든 플랫폼이 준비하고 있어요. 하지만 JJ 그룹만이 해외시장을 개척했어요. 그래서 이 기회에 라이브 커머스를 확장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하연은 침착하게 말했다. 아마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국내 크리스마스 문화는 이미 수년을 지나갔다. 자원은 이미 거의 다 나뉘어서 소모되었다. JJ 그룹에만 의존해 업적을 완성하는 건 자신이 없었다. 현빈은 오랫동안 피가 끓는 것을 느끼지 못해 흥미진진하다고 느꼈다.“너무 서둘러. 두 달에 할 수 없어.”하연은 아쉬움이 보였다.“두달 동안 DS 그룹은 최선을 다해 JJ 그룹을 협조할 거예요. 필요한 게 있으시면 우리와 협력해도 되요.”현빈은 잠시 생각했다.“비록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지만, 해외 정부는 외국 앱에 매우 저항적이야.
사무실을 나서자 기태는 흥분했다.“최 사장님, 주현빈이 동의할 거라고 어떻게 알았어요? 일부러 가격을 높게 책정했네요.”하연은 당당하게 걸었다.“해외시장은 JJ 그룹의 상처야. 누군가 도움을 줄 사람이 절실히 필요했기에 반드시 동의할 거야.”“하지만 JJ 그룹의 일부분을 얻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이익이야.”“최 사장님, JJ 그룹에 그렇게 자신이 있어요.”하연은 턱을 들었다.“응, 맞아.”이론적 지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항상 열정적이지만, 막상 하면 조금 지치기도 한다. 하연은 바로 상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갑자기 상혁이 연락이 안 되면 피터에게 연락한다면 된다는 게 생각이 났다.하연은 급히 가방에서 명함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번호가 속한 곳은 F 국이었다.[최하연 씨.]피터는 바로 받았다.“피터, 부 대표님은요? 연락이 안 돼요.”[도련님께서 아마 자고 있을 거예요. 깨어나시면 전화하라고 할게요.]“낮에 자고 있어요?”[어젯밤 회식이 늦었어요.]하연은 의심을 했고, 상혁은 잠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럼 깨어나면 바로 전화하라고 해요.”피터가 동의하자 전화를 끊었다.JJ 그룹의 가장 큰 문제는 관련 해외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상혁을 연락하지 못하자 하연은 고민을 하며 하민에게 전화를 했다. F 국은 저녁이었다. 하민은 전화를 받고 놀랐다.[하연아, 무슨 일이 있어?]하연은 민망해하며 일을 간단히 말했다. 하민은 잠시 침묵했다.[네 아이디어는 좋아. 하지만 해외에서 JJ 그룹을 거부하는 건 하루이틀이 아니야. 이럴 때 정부의 승인을 받기가 어려워.]“어려운 걸 알아서 오빠한테 부탁하잖아요. DS 본부가 F 국에서의 영향력으로 사정을 빌면 안 돼요?”하연은 불쌍하게 말했다.[그래도 되지만, 성의를 보이려면 네가 직접 와야 할 수 있어.]“그건 괜찮아요.”[준비해줄게.]“고마워요, 오빠. 오빠가 짱이에요!”가족 앞에서야 하연은 기댈 수 있었다. 전화를 끊고 하연은 의자를 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