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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한씨 집안 며느리가 된 이유

“당신이랑 그 여자, 대체 언제부터 만난 거야?”

하연이 겨우 몸을 추스르며 침대에 기대앉았다.

서준은 그녀가 3년전 혼인신고를 할 때보다 훨씬 말랐다는 것을 알아챘다.

어찌나 야위었던지 바람이 불면 날아가버릴 것 같았다.

“당신 내 뒷조사를 한 거야?”

그의 안색이 변했다.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요? 내가 입원했던 병원에서 내 두 눈으로 당신들 두 사람을 봤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지만 그 어느때보다 딱 부러지는 말투였다.

순간, 하연은 심장이 찢기는 듯한 괴로움을 느꼈다.

하지만 서준의 얼굴에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하연이 사고가 난 것을 알면서도 걱정해하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하는 말들을 들으며 혐오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부부로 살았던 3년이라는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며느리로서 일을 열심히 했지만 하는 일 마다 트집잡는 시어머니와 자신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시누이에게 하연은 정성을 다했다. 집에서는 주부로 또 회사에서는 헌신적인 비서 역할을 도맡았다.

그녀는 서준의 할머니 강영숙 여사의 뜻에 따라 아들, 딸 잘 낳는 좋은 손자며느리가 되려고 노력했다.

3년 동안 그만큼 했으면 강영숙 여사에게 가족으로서의 의리는 충분히 지킨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3년간 하연은 서준의 몸에 손가락 하나도 댈 수가 없었다.

한 방을 쓰고 있었지만 침대는 따로 썼기 때문이었다.

하연은 밀려오는 통증을 참으며 차가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무슨 용기가 났는지 소리를 내어 가볍게 웃었다.

“당신 어머니는 내가 애도 못 낳으면서 결혼한 양심도 없는 여자라고 했죠. 그런데 지금 당신이 밖에서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가진 걸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죠?”

간신히 침대에 기대고 있는 그녀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고개를 꼿꼿하게 쳐들고는 그의 옷깃을 잡았다.

하지만 곧바로 굵은 그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한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혜경이는 내 세컨드가 아니야. 2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야.”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구나.’

하연은 자신을 잡고 있는 서준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혜경이가 5년 전에 출국한 이후로 서로 한 번도 연락한 적 없어.”

그녀는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았다.

‘어쩐지 아무리 찾아봐도 여자를 만난 흔적이 1도 없더라니...’

하지만 그 여자가 임신한 것이 다시 생각났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이제 두 사람, 다시 만나는 거예요?”

한서준은 뭔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어두워진 그녀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왜 당신을 이 곳 안주인으로 들였는지 벌써 잊은 것 같군.”

HT 그룹 내에는 상속을 원하는 형제들이 많았고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자들도 많았다. 서준의 할머니인 강영숙 여사는 일부러 B시의 미혼 여성 중에서 손자며느리를 골라 그와 결혼시키고, 아들 딸을 낳아 그룹 내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하려고 했다.

강영숙 여사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준 하연을 손자며느리로 추천했다.

그녀는 서준을 찾아가 모든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비밀결혼에 동의했다. 그리고 당시에 자신이 운영하던 잘 나가던 브랜드 샵도 문을 닫았다. 그 후로 HT그룹에 들어가 서준의 일을 돕는 비서로 일해왔다.

그래서 그가 하연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잊긴요, 하나를 손에 넣으면 더 갖고 싶은 게 사람 욕심이잖아요?”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동자는 빛이 나고 있었다. 얼굴에 미소마저 없었더라면 마치 무덤에서 걸어 나온 처녀귀신 같아 보였을지도 몰랐다.

순간, 서준은 하연이 어딘가 변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녀가 잡힌 손을 슬며시 빼냈다.

꽤 큰 침실안의 창문은 닫혀 있었고 방안의 공기가 점점 답답해지고 있었다.

온도도 점점 높아져 어느덧 온도계가 3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더운 공기에 서준의 숨이 가빠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연은 다시 그의 셔츠 깃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는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는 약간 화가 난 듯한 얼굴이었지만 너무 더워 그녀를 밀어낼 기력이 없어 보였다.

“당신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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