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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이혼합의서

Penulis: 손라떼
이수애 여사는 하연이 전과는 완전히 다른 투로 말하는 것을 보고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그녀는 커다란 사파이어가 박힌 반지를 낀 손가락으로 하연을 가리켰다.

“너 지금 그게 무슨 태도야!? 방금 했던 말 다시 한번 해봐!”

하지만 하연은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그녀를 똑바로 쳐다봤다.

“민혜경이라는 여자가 집에 들어오면 그 여자한테 집안일을 시키세요. 저는 앞으로 하지 않을 거예요.”

하연은 앵두처럼 붉은 입술로 또박또박 말했다.

말을 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이 여사는 그녀의 말에 벌컥 화를 냈다.

“너!”

“엄마, 엄마!”

서영이 흥분한 엄마의 팔을 붙잡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새언니 화난 거 맞죠? 어젯밤에 오빠가...”

그녀는 불난 집에 부채질이라도 하려는 듯 어젯밤 일을 꺼내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니 하연의 화를 돋우려는 의도가 충분히 보였다.

이 여사는 딸의 의도를 금방 알아채고 다시 차분해졌다. 그녀는 특유의 거들먹거리는 투로 말했다.

“남편 하나 붙잡지 못하는 주제에 별 억지를 다 부리네. 감히 시어머니 탓을 해?”

하연은 느릿느릿 짐을 끌고 나오다가 저택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머리가 쪼개질 듯 아팠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욕을 퍼붓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차갑게 말했다.

“지난 3년동안 아이가 없었던 게 다 저 때문이라고 하셨죠? 절 의심하기 전에 서준 씨에게 비뇨기과 진료를 받으라고 하는 편이 빠를 거예요. 그러면 임신이 안됐던 원인이 과연 누구 쪽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너, 니가 감히!”

하연의 말에 이 여사와 서영 둘 다 깜짝 놀랐다.

이 여사는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최하연! 난 너랑 우리 서준이하고 꼭 이혼시키고 말 테니 두고 봐!”

그동안 하연은 서준의 할머니 강영숙 여사와의 정을 생각해서 한씨 집안 사람들과 다툼을 피했다. 왠만해선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않고 원만하게 지내왔다.

지금까지는 집안 사람들과 갈등이 생길까 봐 두려워하며 지냈지만 이제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시던가요.”

그녀는 한마디 내뱉고 서준의 본가를 나왔다. 이 여사가 화가 나서 길길이 뛰든 말든 상관없었다.

하연이 나가자 마자 이 여사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딸 한서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2층 올라가서 우리집에 돈 될만한 물건이 없어졌는지 잘 살펴봐. 들고 나가던 캐리어가 꽤나 무거워 보이던데 혹시 챙겨갔는지 모르잖아!”

잠시 후 부리나케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한서영의 손에 서류가 하나 들려 있었다.

“엄마, 없어진 건 없어요. 대신 침대 머리맡에 뭐가 하나 있어요!”

서류를 빼앗아 살펴보던 이 여사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혼합의서.]

이 여사는 곧장 서준에게 전화를 걸어 하연의 행각을 서준에게 다 쏟아냈다.

펄펄 뛰는 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 중 ‘이혼합의서’, ‘발기부전’ 등을 들은 서준은 의자에 걸어 둔 외투를 걸치고 즉시 회의실을 나섰다.

[엄마, 일단 흥분부터 가라앉히세요.]

그가 낮은 목소리로 어머니를 진정시켰다.

“내가 흥분한 걸로 보여? 내 귀한 아들에게 그 따위 말들을 써 놨는데 화가 안 나겠어? 뭐, 지금 이 타이밍에 집을 나간 것이 잘된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마침 혜경이가 들어올 테니까. 근데 지가 뭐라고 감히 먼저 이혼 얘기를 꺼내?”

어머니의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자 서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여태껏 순종적이고 눈치 빠르게 행동했던 하연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젯밤 평소와는 달랐던 그녀가 생각났다. 그는 휴대폰 연락처 목록에서 하연의 번호를 검색했다.

그가 먼저 전화를 거는 것은 3년만에 처음이었다.

통화연결음이 들리는 순간, 비서실 구동후 실장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더니 그에게 다가왔다.

“사장님, 방금 제 이메일로 서류가 하나 도착했는데, 최하연 비서의 사직서입니다.”

구실장은 너무 놀라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동안 최비서가 진행하던 사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중 제일 중요한 프로젝트가 두바이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인데 최비서가 아직 후임자에게 업무 인계를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실 건지...”

서준의 낯빛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때 휴대폰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어라? 내 전화를 거절했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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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e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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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1. 09. AM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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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
너무 재미있어요^^ 계속 보고 싶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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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이에요. 여사님. 같은 여자로서, 제 처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해해주시리라 믿어요.” 진윤은 피식, 코웃음을 쳤다. 커피잔을 천천히 들어올리더니,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천천히 한 모금 머금었다. “이해? 아니요. 전 그런 거 몰라요.” 단칼처럼 냉정하게 잘라버린 말이었다. 그 한 마디에 송혜선의 입술이 경직되며 굳어버렸다. ‘이런, 내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송혜선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진윤의 손등을 잡았다. “여사님... 따님 일에 대해서는,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윤이 빠르게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이내 터져나온 감정. “사과? 한 아이가 죽었는데, 고작 한 마디 사과로 끝내겠다고요?” “아니면... 송 여사님의 눈엔 제 딸 목숨이 그깟 아무렇게나 다뤄도 되는 값싼 거였어요?” 그 목소리는 카페 전체를 울릴 만큼 컸고, 송혜선은 순간 움찔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진윤의 눈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여사님. 흥분하지 마세요... 결국... 이 모든 건 우리 부씨 집안이... 정말 죄송합니다.” 진윤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웃음 속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결국 끌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웃으면서 울었다. 그 모습은 너무 아프고, 너무 무너져 있었다. 진윤은 눈물을 닦으려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송혜선은 주섬주섬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하지만 진윤은 그것조차 거부했다. “됐어요.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송 여사님, 솔직히 말해봐요 오늘 여기서 만나자고 한 것도 당신 아들 부남준이 꼬투리 잡혀서, 지금 당장 날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니까 이렇게 만나자고 한 거잖아요.”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 애 죽고, 그동안 단 한 번이라도 날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3화 합의서

    “닥쳐!!” 송혜선이 낮게 내뱉었다. “그 비밀, 평생 당신 뱃속에 묻어둬.”“아니면... 다시는 당신 딸 얼굴 못 볼 줄 알아.” 조봉규는 그제야 자신이 입을 잘못 놀렸다는 걸 깨달았다. 급히 손바닥으로 자기 입을 철썩 때리며 말했다. “화내지 마, 혜선아. 나도 그냥... 기분 좋아서, 그만...” “앞으로 이 집에서 그 얘긴 두 번 다시 꺼내지 않을게. 약속해.” 조봉규의 간절한 다짐에도, 송혜선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를 한번 쏘아봤다. 곧이어, 목소리를 낮추며 화제를 돌렸다. “부동건, 딸한테 명분은 준다더니, 정작 혼인신고 얘긴 입도 안 뗐어. ‘이러다 또 마음 변하는 거 아니야?’” 그녀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안 돼. 남준이 일은 어떻게 해서라도 반드시 준비해야 해.’ 그 말엔 조봉규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아봤는데, 유가족 쪽에서 합의서만 받아낼 수 있으면, 그 사건도 다시 볼 여지가 있대.” 혜선의 눈이 번쩍 뜨였다. “진짜야?” “응. 듣자 하니까 고경수 와이프, 진윤... 아직 F국에 있다더라. 기회만 되면 한번 만나봐. 그쪽에서 합의서를 써주기만 하면, 다시 기회는 생길 거야.” “근데 지금 당신 산후조리 중이잖아. 몸이 먼저야.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하지만 혜선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남준이가 내 인생의 마지막 희망이야. 기회가 있다면... 어떤 수라도 써야 해.’ 며칠 후, 송혜선은 드디어 고경수의 아내 진윤과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의외로, 진윤은 단 한 마디 망설임 없이 만남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평일 오전, 한산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진 실내엔 손님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고, 송혜선은 긴 트렌치코트에 머리까지 스카프로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 밖에서는 누구도 그녀를 쉽게 알아볼 수 없게끔. 카페 입구에 들어선 그녀는 안쪽을 빠르게 훑었다. 한눈에 알아봤다. 구석 창가에 앉은, 수척한 얼굴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2화 부지윤

    조봉규의 말은 하나하나 송혜선의 마음을 쳤다. “정 안 되면, 우리도 그냥 확 뒤엎어. 어차피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잖아. 신발 신은 놈들이야 겁낼 게 많겠지만, 우린 맨발이야.”‘맞아... 지금이라도 안 붙잡으면, 우린 끝장이야.’송혜선의 눈빛이 점점 확고해졌다. 그렇게 마음을 굳힌 채로, 그녀는 곧장 부동건을 찾아갔다.하지만 부동건은 송혜선의 말에 귀를 기울일 틈조차 없었다. 부남준의 사건이 악화로 치닫고 있었다. 갓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결정적 증거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었고, 경찰 쪽 수사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건... 덮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법 앞에선 아무리 부동건이라도 무력하군.’무거운 책임감과 죄책감이 부동건의 어깨를 짓눌렀다.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한 죄, 그건 부모의 몫이야...’그저 무기력하게,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송혜선의 말은 부동건의 귀에 닿지도 않았다.그는 오히려 조용히 갓 인큐베이터에서 나온 막내딸을 품에 안았다. 부드러운 솜털이 보일 정도로 작고 여린 얼굴. 손가락 하나만 잡혀도 녹아버릴 듯한 느낌이었다.‘이 아이는... 내 마지막 기적일지도 몰라.’부동건은 딸을 안고 있을 때만큼은 세상의 복잡한 모든 것이 잠시 잊히는 듯했다. 그리고 눈가가 부드러워졌다.“딸아, 네 엄마랑 진짜 많이 닮았네. 크면 예쁘겠다... 아주.”그는 미소를 머금으며 속삭였다.“지윤이라고 이름 지었어. 복 많은 아이라고 하더라. 부씨 가문 첫 딸, 제대로 키울 거야. 우리 지윤이는, 아빠의 제일 소중한 딸이 될 거야.”‘그래... 남준이는 못 지켜도, 이 아이만큼은...’부동건의 얼굴은 어느새 기쁨으로 가득했다.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송혜선의 속은 서늘했다.‘정작 내가 말하려던 건, 이게 아닌데...’그녀는 조용히 손을 뻗어 아이를 부동건의 품에서 안아올렸다.“조심해요, 아직 작아서... 그렇게 막 들면 안 돼요.”부동건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송혜선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1화 이익 앞에서는 감정 따윈 없어

    부동건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밝은색으로 혈기가 도는가 싶더니 이내 새파랗게 질리더니, 순식간에 붉어졌다.‘이게 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조진숙은 그런 부동건의 반응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차갑고 단호한 말투로 말을 던지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섰다.“당신 입으로 한 말, 잊지 마.”철컥-곧이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조진숙은 완전히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남겨진 부동건은 깊은숨을 내쉬었다.‘딱 한 발, 그 한 걸음이 이렇게까지 망가뜨릴 줄은 몰랐네...’하지만 그는 여전히 조진숙의 마지막 말이 담고 있던 진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평소처럼, 그저 ‘조심하라는 경고’ 정도로 여긴 것이다.그 후 부동건은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형사 전문 변호사를 찾았고, 부남준의 사건을 맡겼다. 그것뿐, 그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소식을 들은 송혜선은 더 이상 산후조리고 뭐고 할 틈이 없었다. 벌떡 몸을 일으키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외쳤다.“남준이는 부동건 당신 아들이란 말이야. 그런데도 이 상황에서 이 사람이 저렇게 손 놓고 있는다고?”그녀에게 있어 부동건은 F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재벌이었다. 사람 하나 죽었든, 법을 어겼든, 그 모든 걸 덮는 것쯤은 그에게 있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그 정도 힘도 못 쓰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내가 그 옆에 왜 있었겠어?’그런데도 부동건은 변호사 하나 붙인 걸로 끝이라니. 송혜선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안 돼. 내가 직접 가서 말해야겠어.”그녀가 일어나려는 순간, 조봉규가 급히 다가와 그녀를 막아섰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어조로 송혜선을 다독였다.“혜선아, 지금은 당신 몸이 먼저야. 다른 건 잠시 내려놔.”하지만 송혜선은 남자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남준이 내 아들이야. 내가 안 나서면 누가 나서? 그 애랑 나, 이 지경이 되도록 얼마나 참고 견뎠는지 몰라? 이제 와서 그냥 두라고?”송혜선은 황급히 신발을 신고, 나갈 채비를 했다. 그 옆에서 어쩔 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0화 우리도 예쁜 딸 하나 있었으면

    “지금 그 말, 무슨 뜻이야?”불길한 예감이 부동건의 마음 한켠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는 조진숙을 매섭게 응시하며, 진실을 쫓아가려 했다.“빚은 갚아야 하고, 사람을 죽였으면 그에 대한 대가는 받아야지. 이번엔, 저승사자라도 그 애를 못 구해.”조진숙은 단도직입적으로 진실을 꺼내놓았다.“당신이 그 귀하디귀한 막내아들이, 고경수 딸을 죽였어. 그 교통사고, 전부 부남준이 계획한 일이야.”“지금은 모든 증거가 경찰 손에 들어갔고, 고경수 집안도 전부 알아버렸어. 딸을 먼저 보낸 부모가, 가만히 있겠어? 반드시 그 애한테서 정의의 심판을 받아내겠지.”부동건의 몸이 비틀거렸다. 얼굴엔 믿을 수 없다는 충격이 가득했다.“그럴 리가 없어... 말도 안 돼!”남준에 대한 부동건의 인식은 그저 ‘야망이 좀 있는 아들’일 뿐이었다. 부동건이 동남아시아 사업권을 남준에게 통째로 넘겨준 것도, 송혜선과 남준의 관계를 정식으로 인정해주려 했던 것도, 다 막내아들을 위해서였다. ‘내가 뭘 놓친 거지? 어떻게 그런 짓을...?’“그뿐만이 아냐. 약혼식 당일에 하연이를 납치했다는 사실도 몰랐지? 상혁이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으면, 최씨 가문의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망신당했을지 그건 알고 있어?”조진숙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동건의 표정이 무너졌다. ‘이건... 너무 심각해.’ 그 어떤 상황도 예측하지 못했던 부동건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미친 자식...!”부동건은 책상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 흔들리는 가슴과 거칠어진 숨결은 그가 얼마나 분노했는지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하지만 조진숙은 그런 전남편을 보면서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형사사건이야. 증거도 확실하고, 죄도 여러 개. 법대로라면, 당신이 제일 잘 알잖아? 당신의 막내아들 부남준이가 어떤 판결을 받게 될지...”부동건은 몇 걸음 뒷걸음치더니,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얼굴엔 절망과 피로가 교차하고 있었다. ‘이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9화 형사사건

    하연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아직 남아 있는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나... 진짜로...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어...”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상혁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남자의 입맞춤은 조심스럽고 따뜻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소중한 보물을 대하듯, 가볍고도 짧게... 그러나 그 안엔 너무도 많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입술이 떨어지자, 상혁은 하연의 이마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바보야.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어떻게 하라고.”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진지했다. ‘진짜야. 네가 무너지면... 나도 다 망가질 거야. 세상 다 부숴버리고 싶어질지도 몰라.’ 하연은 상혁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눈을 바라보았다. “나도, 우리 아기도, 다 잘 지낼 거예요. 앞으로 우리 셋, 평생 함께할 거예요. 행복하게.” 하연의 말은 다짐처럼, 기도처럼 따뜻했다. ‘지금 이 순간, 이 사람과의 미래가 너무 선명하게 그려져.’ 상혁은 눈빛을 부드럽게 떨구며 고개를 끄덕였다. “꼭 그렇게 될 거야.” 바로 그때, 하연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녀는 당황한 듯 배를 살짝 문질렀다. “나랑 아기, 배고프대요...” 상혁은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웃었다. “뭐 먹고 싶어?” 하연은 동그란 눈으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음... 갈비탕 칼국수.” “알겠어. 바로 해줄게.” 잠시 후, 주방에서 고소한 냄새와 함께 상혁이 갈비탕과 칼국수를 들고 나왔다. 하연은 이미 식탁에 앉아 있었고, 그릇을 보자 두 눈이 반짝였다. “맛 좀 봐봐.” 그는 젓가락을 건넸고, 하연은 한 입 먹고 바로 엄지를 들었다. “완전 맛있어요!” 상혁은 그녀 맞은편에 앉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천천히 먹어.” 두 사람의 시간은 너무나 평화롭고 따뜻했다. 하지만, 진동음이 연이어 울리며 그 고요를 깼다. 상혁은 휴대폰을 슬쩍 확인했다. 그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8화 이미 돌이킬 수 없어

    부동건은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송혜선의 갑작스러운 감정 폭발에 당황한 그는,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남준이...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송혜선의 눈물은 참을 새도 없이 주르륵 계속 흘러내렸다. “남준이가... 경찰에 잡혀갔어요.” 여자의 목소리는 갈라졌고, 감정은 한층 더 격해졌다. “상혁이가 그랬어요. 그 애... 남준이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듯이 밀어붙였어요.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회장님.”“지금 남준이를 살릴 수 있는 사람... 오직 당신뿐이에요.” 그 말을 들은 부동건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송혜선을 바라봤다. ‘상혁이가... 그렇게까지 했다고? 그 애가 남준이랑 무슨 마찰이라도 있었던 건가?’ 복잡한 눈빛을 감추지 못한 채, 그는 송혜선의 눈물을 조심스레 손수건으로 닦아줬다. “방금 출산했잖아. 지금은 몸조리가 먼저야.” 하지만 송혜선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회장님... 설마... 정말 보고만 계시겠다는 거예요?” 부동건은 깊게 주름 잡힌 미간으로 그녀의 손을 덮었다. “남준이는 내 아들이야. 내가 내 아들을 어떻게 외면하겠어?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너야. 산후조리는 반드시 잘해야 돼. 알겠지?” “회장님... 제발 이번일 진심을 다해서 신경 써 주셔야 해요. 이번 일, 그냥 덮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송혜선은 여전히 불안했다. “그리고... 구치소라는 데가 어떤 곳인지 회장님도 아시잖아요. 남준이가 거기 있는 거 생각만 해도... 너무 괴로워요.” 부동건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고요히 말했다. “일단 몸부터 회복해. 남준이 일은 내가 변호사 붙여서 알아볼게.” “회장님...” 그녀가 더 말하려 하자, 부동건은 단호한 눈빛으로 그녀를 제지했다. 송혜선은 결국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사람밖에 없어. 무슨 생각을 하든, 일단은 고분고분 따라야 해.’ “알겠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7화 우리 부씨 가문에도 딸이 생겼어

    조진숙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겨우 이 정도에 무너지다니, 송혜선이란 여자... 대단한 척하더니, 결국 그릇이 딱 거기까지였네.” 상혁은 다리를 꼬고 소파에 느긋하게 앉은 채, 손에 쥔 유리잔을 살짝 기울였다. 입가에는 장난스럽게 번지는 미소. “애가 나올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네요.” 원신민이 옆에서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딸이라고 합니다. 근데 아무래도 조산이라 아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지금은 신생아 중환자실에 들어갔습니다. 회장님께서 그 얘기 듣고 병원으로 바로 가셨고요.” 잠시 말을 멈췄던 원신민은 우려 섞인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회장님이 나이 들어 얻은 딸이라... 기뻐하실 거예요. 그래서 혹시... 송 여사님 쪽에서 이 기회를 이용해 부남준 상무님 건에 회장님이 개입하려 들까 봐...” ‘그건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다.’ 부동건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충분히 사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무게가 생긴다. “그 인간이 감히!” 조진숙이 단번에 말을 끊었다. “부동건이 뭐 어쩌겠다는 거야? 부남준이 살리겠다고? 웃기지 마. 내가 가만있을 것 같아? 최씨 가문은 또 어쩔 건데? 부씨 가문 어른들 앞에서도 얼굴 못 들게 될걸?” 그녀의 말투는 단호했고, 눈빛은 날카로웠다. “부동건이 어떤 사람인지 나도 알아. 손익 따지지 않는 짓은 절대 안 해. 법에 걸린 일이야, 이건. 감정 따위로 움직일 사람 아냐.” ‘이번 일, 감싸면 오히려 회장님이 무너지게 돼.’ 상혁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잔을 내려놓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래. 딸 낳은 건 축하할 일이긴 하지.” 그러곤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근데 말이지... 연기를 오래 하다 보면, 진짜 자기 삶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송혜선... 넌 지금 연기 중인 걸까, 진심인 걸까?’ 그 말에 조진숙의 눈이 번뜩였다. “맞아, 나도 까먹고 있었네. 애까지 낳았으니 이제 덮어둔 패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6화 출산하셨습니다

    다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의 송혜선을 바라보며, 낯설고 멀게만 느꼈다. ‘예전엔 그래도 어머니를 믿고 따랐었는데... 이젠 하나도 모르겠어.’ 이미 상황은 너무 많이 와버렸다. 다영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 정말... 정말 저희 아버지를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간절한 눈빛에 절박한 마음이 묻어났다. 송혜선은 그 눈빛을 피하지 않고 다영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미소 지었다. “걱정 마.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너희 아버지, 꼭 너랑 다시 만나게 해줄게.” 그 말에 다영의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래... 아빠만 돌아올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어.’ 처음엔 경계하듯 굳어 있던 다영의 표정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다영이 나가자마자, 송혜선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다. “부상혁 쪽, 더 철저히 감시해.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바로 보고해.”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관에서 조봉규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송혜선은 인상을 찌푸렸다. “몇 번을 말해야 알겠어? 안 그래도 정신이 사나운데. 좀 침착하게 다닐 수는 없겠어? 이게 뭐 하는 꼴이야.” 하지만 조봉규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남준이... 큰일 났어.” “뭐라고?” 송혜선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갑작스러운 긴장에, 배가 강하게 쑤시는 듯 아팠다. 하지만 그럴 겨를도 없었다. 배를 감싸쥔 채 조봉규 앞까지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뭐가 어떻게? 남준이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야?!” 조봉규는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 “나도 자세한 상황은 아직... 근데, 이번 일로 최씨 가문이랑 부씨 가문이 전부 움직였어. 남준이... 지금 경찰에 체포됐어.” 송혜선은 그 말의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조봉규가 재빠르게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최씨 가문은 F국에서도 영향력 있는 집안이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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