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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1화 너도 같이 끝장이야

Author: 손라떼
“부상혁한테는 뭐든 다 해주면서, 너도 같은 부씨 집안 자식인데 왜 이런 대접을 받고 살아야 해?”

“남준아, 정신 좀 차려. 절대 부상혁한테 밀리면 안 돼.”

“부씨 가문의 재산, 절반은 네 몫이어야 해.”

“...”

‘도대체 얼마나 지겹게 들었으면 머릿속에서...’

송혜선의 목소리가 남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저주처럼, 귓가에 맴돌고 또 맴돌았다.

남준은 무의식적으로 양쪽 귀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터질 듯한 분노 속에 외쳤다.

“그만해! 제발 좀 그만하라고!”

사냥감을 놓친 짐승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하연을 바라본 남준은, 다음 순간 거침없이 다가가 그녀의 목을 거세게 움켜잡았다.

“닥쳐!”

악을 쓰듯 소리친 남준의 손에 핏줄이 불거졌다.

순식간에 하연의 얼굴은 붉게 질려올랐고, 숨이 막히는 듯 거칠게 헐떡이기 시작했다.

“부남준... 놓아줘... 제발...!”

하연은 힘겹게 말을 잇고 있었지만, 남준의 눈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온몸이 찌릿하게 울렸고, 하연의 머릿속은 새하얬다.

‘죽는 건가...?’

질식해오듯 점점 줄어드는 숨, 하연의 눈앞이 흐려지며 고개가 툭 떨어지려는 순간, 황연지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상무님!!”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남준의 팔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외쳤다.

“상무님, 제발 그만두세요! 하연 씨 죽어요!”

하지만 남준은 여전히 미동조차 없었다.

연지는 조급하게 남자의 손등을 치기 시작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이러다 진짜 큰일 나요!”

순간, 손등으로 전해진 통증 때문에 이성을 잃었던 남준이 그녀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됐다.

그는 얼이 빠진 듯 손을 풀었고, 하연은 그대로 주저앉듯 바닥에 쓰러졌다.

다행히 연지가 재빨리 하연을 붙잡았다.

“하연 씨! 괜찮아요?”

하연은 바닥에 손을 짚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기침을 터뜨렸다.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눈물이 맺혔다.

연지는 급히 고개를 돌려 외쳤다.

“상무님, 부상혁 대표 쪽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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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방이 막혔다. 수십 대의 차량이 사방에서 들이닥쳤다.상혁은 운전석에 앉은 채 전방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온몸에서 분노가 솟구쳤고, 그 눈빛은 세상을 집어삼킬 듯 매서웠다.그는 거침없이 액셀을 밟았고, 양옆 건물들이 빠르게 뒤로 밀려나갔다.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춰 섰고, 흙먼지가 거세게 일었다.차가 멈추자, 상혁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상혁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남준의 몸이 본능적으로 긴장됐다. 그리고 팔에 안긴 하연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형... 왔네?”상혁은 빛을 등지고 서 있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그리고 시선이 천천히 전방을 향했다. 하연을 팔에 가둔 채 비웃는 듯한 표정의 남준, 그 눈빛엔 노골적인 도발이 담겨 있었다.“딱 맞춰 왔네. 이 여자가 형한테 그만큼 소중하단 얘기겠지?”상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하연에게 옮겼다.하연은 눈에 띄게 겁먹은 듯했지만,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칼 사이로 반짝이는 눈동자가 상혁을 마주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아주 살짝 저었다.‘걱정하지 마요...’그 짧은 눈빛 하나에 상혁의 숨이 멎는 듯했고, 주먹을 꽉 쥐었다. ‘죽여버리고 싶다... 당장이라도.’“놓아.”차가운 두 글자,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단호함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었다. 황연지조차 숨을 삼켰다.이런 모습의 상혁은 처음이었다. 연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길은 없었다. 상혁을 배신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이미 그녀는 상혁과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었다.남준은 코웃음을 쳤다. 전혀 위축되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확실히, 최하연이 진짜 형한테 중요한 사람인가 보네.”그는 하연의 뺨을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고, 하연은 몸을 돌려 고개를 피했다.상혁의 눈빛이 번뜩이며 한 걸음 내디뎠다.“하연이한테 손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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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줄게.” 상혁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하연이만 놔줘. 내 목숨, 네가 가져.”“상혁 오빠!” 하연이 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눈물은 멈추지 않고 뚝뚝 바닥으로 떨어졌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요...”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그 모습을 본 상혁의 가슴이 죄여왔다. ‘보지 마...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마...’ 그는 애써 시선을 돌려 하연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하연이를 놔. 내가 대신 네 인질이 되지. 죽이든 살리든, 네 마음대로 해.”그 말에 남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예상 밖의 전개였다. ‘설마... 부상혁이 내 앞에서 이렇게까지 물러날 날이 올 줄 몰랐네!’남준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 “진짜구나, 형. 이 여자가 정말 목숨보다 더 소중한가 봐?”그는 말을 마치며 하연의 뺨에 손을 가져다 댔다. 차가운 손끝에 하연은 몸을 움찔했고, 그 찰나, 상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하연이한테 손대지 마!!”남준의 손이 멈칫했다. “걱정 마, 형. 상황이 안정되기 전까지... 이 여잔 내 생명줄이야.”남준의 표정이 돌변했다. 눈빛이 매서워지며 말이 이어졌다.“길 열어. 다 물러서. 그래야 내가 놔줄 수 있지.”모든 시선이 상혁에게 쏠렸다. 그는 잠시 눈을 감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용히 팔을 들어 뒤로 휘둘렀다.그 신호에 따라 사람들이 양옆으로 흩어졌다. 남준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하연을 인질 삼아 헬기 쪽으로 향했다.하성이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가려 했다. “그냥 보낼 수 없어. 저 인간이 사라지면 하연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그러나 상혁은 아무 말 없이 팔을 뻗어 그를 막았다. 하성은 당황해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 하성의 동작이 멈췄다.‘됐어. 지금이다.’ 둘 사이에 짧은 눈빛 하나로 묵계가 오갔다.남준은 하연을 끌고 헬기 앞으로 나아갔고, 한 손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4화 꼭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

    하성의 움직임은 빠르고, 날카로우며, 정확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남준을 바닥에 내리꽂았다.그 순간, 하연의 몸이 허공에 떠오르듯 중심을 잃었다. 반응할 틈도 없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하지만 순간, 상혁이 재빠르게 하연을 품에 안았다.익숙한 온기에 하연은 잠시 얼어붙었다. 다음 순간, 상혁은 마치 유리인형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그녀를 꼭 안았다.“괜찮아?”콧등이 시큰해진 하연은 남자의 품에 안기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 “응... 괜찮아요...”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몰려들었다. 남준은 금세 제압당했고, 경찰이 빠르게 그를 둘러쌌다.한 경찰관이 체포영장을 꺼내 들며 선언했다. “부남준 씨, 살인 혐의로 체포합니다.”이내 수갑이 남준의 손목에 채워졌다.“살인이라니? 말도 안 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가 누굴 죽였다는 거야! 부상혁, 대체 뭘 꾸미는 거야!”상혁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이 상황에서도 발뺌한다고?”“하!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참 능숙해. 네 특기였다는 걸 깜빡했네?”그런 남준을 바라보며 상혁은 입꼬리를 비틀어올리며 비웃었다. “허징인 모자를 없애고 증거를 없앤다고 해서, 네 죄가 덮일 줄 알았냐?”그 말에 남준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난 모른다고 했잖아!”“끝까지 입만 살아서는...” 상혁은 더는 말이 없었고, 곧장 하연을 번쩍 안아 올렸다.“법은 피할 수 없다. 하고 싶은 말은 법정에서 해.”말을 끝낸 그는 하연을 안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남준은 그대로 무너지듯 주저앉았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상무님... 저 감옥 가기 싫어요...”황연지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그녀는 다급히 외쳤다. 그러다 상혁의 뒷모습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지만, 경찰이 그녀를 막아섰다.“부 대표님! 제가 몇 년을 부 대표님 옆에서 헌신했는지 아시죠? 제발... 이번 한 번만..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5화 날 이용한 거였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상혁이 안방에서 나왔다. 최씨 가문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상혁에게 쏠렸다. 그 누구도 상혁을 탓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하연이 이런 일을 겪은 이상, 상혁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상혁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제가 하연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그 말에 최동신의 표정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상혁아, 이 일...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냐?”최동신은 단도직입적으로 상혁에게 말을 했다. 최씨와 부씨 가문의 오래된 관계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 사태를 이렇게 넘길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최씨 가문은 아주 힘이 있기 때문에 부남준 하나쯤, 제거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나 부남준 역시 부씨 가문의 핏줄이었다. 이 문제는, 부씨 가문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도리였다. 그래야만 두 가문 간의 균열을 막을 수 있었다. 상혁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할아버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그 눈빛은 확고했고, 더 이상 송혜선과 부남준에게는 그 어떤 자비도 남지 않았다는 걸 말하고 있었다.그러나 최동신은 여전히 꺼림칙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네 아버지 가... 가만히 있겠니?”부동건이 송혜선을 얼마나 감싸고 있는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 게다가 송혜선은 지금 임신 중이었고, 남준 역시 ‘사생아’긴 하지만, 부동건의 자식이라는 사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부동건이 직접 나설 경우, 상황은 더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하지만 상혁은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 어떤 타협도, 그 어떤 방해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한 기세였다. ‘이번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이번 일은... 누구도 남준이 그 녀석을 구할 수 없습니다.”...최씨 가문은 사태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그래서 송혜선은 하연이 납치됐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약혼식이 끝난 뒤, 그녀는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6화 출산하셨습니다

    다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의 송혜선을 바라보며, 낯설고 멀게만 느꼈다. ‘예전엔 그래도 어머니를 믿고 따랐었는데... 이젠 하나도 모르겠어.’ 이미 상황은 너무 많이 와버렸다. 다영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 정말... 정말 저희 아버지를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간절한 눈빛에 절박한 마음이 묻어났다. 송혜선은 그 눈빛을 피하지 않고 다영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미소 지었다. “걱정 마.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너희 아버지, 꼭 너랑 다시 만나게 해줄게.” 그 말에 다영의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래... 아빠만 돌아올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어.’ 처음엔 경계하듯 굳어 있던 다영의 표정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다영이 나가자마자, 송혜선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다. “부상혁 쪽, 더 철저히 감시해.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바로 보고해.”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관에서 조봉규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송혜선은 인상을 찌푸렸다. “몇 번을 말해야 알겠어? 안 그래도 정신이 사나운데. 좀 침착하게 다닐 수는 없겠어? 이게 뭐 하는 꼴이야.” 하지만 조봉규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남준이... 큰일 났어.” “뭐라고?” 송혜선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갑작스러운 긴장에, 배가 강하게 쑤시는 듯 아팠다. 하지만 그럴 겨를도 없었다. 배를 감싸쥔 채 조봉규 앞까지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뭐가 어떻게? 남준이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야?!” 조봉규는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 “나도 자세한 상황은 아직... 근데, 이번 일로 최씨 가문이랑 부씨 가문이 전부 움직였어. 남준이... 지금 경찰에 체포됐어.” 송혜선은 그 말의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조봉규가 재빠르게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최씨 가문은 F국에서도 영향력 있는 집안이잖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7화 우리 부씨 가문에도 딸이 생겼어

    조진숙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겨우 이 정도에 무너지다니, 송혜선이란 여자... 대단한 척하더니, 결국 그릇이 딱 거기까지였네.” 상혁은 다리를 꼬고 소파에 느긋하게 앉은 채, 손에 쥔 유리잔을 살짝 기울였다. 입가에는 장난스럽게 번지는 미소. “애가 나올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네요.” 원신민이 옆에서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딸이라고 합니다. 근데 아무래도 조산이라 아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지금은 신생아 중환자실에 들어갔습니다. 회장님께서 그 얘기 듣고 병원으로 바로 가셨고요.” 잠시 말을 멈췄던 원신민은 우려 섞인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회장님이 나이 들어 얻은 딸이라... 기뻐하실 거예요. 그래서 혹시... 송 여사님 쪽에서 이 기회를 이용해 부남준 상무님 건에 회장님이 개입하려 들까 봐...” ‘그건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다.’ 부동건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충분히 사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무게가 생긴다. “그 인간이 감히!” 조진숙이 단번에 말을 끊었다. “부동건이 뭐 어쩌겠다는 거야? 부남준이 살리겠다고? 웃기지 마. 내가 가만있을 것 같아? 최씨 가문은 또 어쩔 건데? 부씨 가문 어른들 앞에서도 얼굴 못 들게 될걸?” 그녀의 말투는 단호했고, 눈빛은 날카로웠다. “부동건이 어떤 사람인지 나도 알아. 손익 따지지 않는 짓은 절대 안 해. 법에 걸린 일이야, 이건. 감정 따위로 움직일 사람 아냐.” ‘이번 일, 감싸면 오히려 회장님이 무너지게 돼.’ 상혁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잔을 내려놓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래. 딸 낳은 건 축하할 일이긴 하지.” 그러곤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근데 말이지... 연기를 오래 하다 보면, 진짜 자기 삶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송혜선... 넌 지금 연기 중인 걸까, 진심인 걸까?’ 그 말에 조진숙의 눈이 번뜩였다. “맞아, 나도 까먹고 있었네. 애까지 낳았으니 이제 덮어둔 패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8화 이미 돌이킬 수 없어

    부동건은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송혜선의 갑작스러운 감정 폭발에 당황한 그는,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남준이...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송혜선의 눈물은 참을 새도 없이 주르륵 계속 흘러내렸다. “남준이가... 경찰에 잡혀갔어요.” 여자의 목소리는 갈라졌고, 감정은 한층 더 격해졌다. “상혁이가 그랬어요. 그 애... 남준이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듯이 밀어붙였어요.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회장님.”“지금 남준이를 살릴 수 있는 사람... 오직 당신뿐이에요.” 그 말을 들은 부동건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송혜선을 바라봤다. ‘상혁이가... 그렇게까지 했다고? 그 애가 남준이랑 무슨 마찰이라도 있었던 건가?’ 복잡한 눈빛을 감추지 못한 채, 그는 송혜선의 눈물을 조심스레 손수건으로 닦아줬다. “방금 출산했잖아. 지금은 몸조리가 먼저야.” 하지만 송혜선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회장님... 설마... 정말 보고만 계시겠다는 거예요?” 부동건은 깊게 주름 잡힌 미간으로 그녀의 손을 덮었다. “남준이는 내 아들이야. 내가 내 아들을 어떻게 외면하겠어?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너야. 산후조리는 반드시 잘해야 돼. 알겠지?” “회장님... 제발 이번일 진심을 다해서 신경 써 주셔야 해요. 이번 일, 그냥 덮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송혜선은 여전히 불안했다. “그리고... 구치소라는 데가 어떤 곳인지 회장님도 아시잖아요. 남준이가 거기 있는 거 생각만 해도... 너무 괴로워요.” 부동건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고요히 말했다. “일단 몸부터 회복해. 남준이 일은 내가 변호사 붙여서 알아볼게.” “회장님...” 그녀가 더 말하려 하자, 부동건은 단호한 눈빛으로 그녀를 제지했다. 송혜선은 결국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사람밖에 없어. 무슨 생각을 하든, 일단은 고분고분 따라야 해.’ “알겠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99화 형사사건

    하연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아직 남아 있는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나... 진짜로...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어...”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상혁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남자의 입맞춤은 조심스럽고 따뜻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소중한 보물을 대하듯, 가볍고도 짧게... 그러나 그 안엔 너무도 많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입술이 떨어지자, 상혁은 하연의 이마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바보야.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어떻게 하라고.”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진지했다. ‘진짜야. 네가 무너지면... 나도 다 망가질 거야. 세상 다 부숴버리고 싶어질지도 몰라.’ 하연은 상혁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눈을 바라보았다. “나도, 우리 아기도, 다 잘 지낼 거예요. 앞으로 우리 셋, 평생 함께할 거예요. 행복하게.” 하연의 말은 다짐처럼, 기도처럼 따뜻했다. ‘지금 이 순간, 이 사람과의 미래가 너무 선명하게 그려져.’ 상혁은 눈빛을 부드럽게 떨구며 고개를 끄덕였다. “꼭 그렇게 될 거야.” 바로 그때, 하연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녀는 당황한 듯 배를 살짝 문질렀다. “나랑 아기, 배고프대요...” 상혁은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웃었다. “뭐 먹고 싶어?” 하연은 동그란 눈으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음... 갈비탕 칼국수.” “알겠어. 바로 해줄게.” 잠시 후, 주방에서 고소한 냄새와 함께 상혁이 갈비탕과 칼국수를 들고 나왔다. 하연은 이미 식탁에 앉아 있었고, 그릇을 보자 두 눈이 반짝였다. “맛 좀 봐봐.” 그는 젓가락을 건넸고, 하연은 한 입 먹고 바로 엄지를 들었다. “완전 맛있어요!” 상혁은 그녀 맞은편에 앉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천천히 먹어.” 두 사람의 시간은 너무나 평화롭고 따뜻했다. 하지만, 진동음이 연이어 울리며 그 고요를 깼다. 상혁은 휴대폰을 슬쩍 확인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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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9화 선물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정문 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부동건이 고개를 돌리자, 최하연이 부상혁의 팔을 자연스럽게 끼고 등장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많은 이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잘생긴 남자와 우아한 여자의 조합. 누가 봐도 완벽한 한 쌍이었다. ‘딱 봐도 좋은 그림이야. 저 둘은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길을 끌어...’ “회장님, 부상혁 대표님은 정말 복도 많으십니다. 최씨 가문의 따님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커플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누군가의 말에 부동건의 표정이 확 풀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묘하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부동건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피어났다. 부동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젊은 사람들이 서로 마음이 맞아 좋아하는 걸, 우리 어른들은 그저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줘야 하는 일일 뿐이지요.” “게다가 상대가 최씨 가문의 따님이라니, 정말 금상첨화가 아닙니까.” 부동건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역시 상혁이다. 내 아들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상혁은 오늘 이 자리에서 당당히 아버지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었다. 한편, 송혜선도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방금 전까지 얼굴에 띄웠던 미소는 점점 사라져 갔고,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하연에게 향했다. 오늘의 하연은, 나무나 예쁘고... 아니, 그냥 눈이 부실 만큼 찬란했다. 그리고 또렷한 이목구비에 윤기 흐르는 머릿결, 화사하게 피어난 얼굴빛까지. 하연의 행복함이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송혜선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 ‘정다영... 그년, 나를 속였어.’ 그동안 하연 쪽에서 뭔가 반응이 있을 줄 알고 기다려 왔다. 하지만 소식은커녕, 정다영조차 자취를 감췄다. ‘다영이 걔가 하연이에게 약 먹이는 계획이 분명 실패한 거야. 그렇지 않고 선 지금 저렇게 멀쩡한 얼굴로 서 있을 수는 없어.’ 이대로 배가 불러오면, 섣불리 손도 쓸 수 없게 된다. ‘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8화 제 딸의 어머니

    이 질문에 송혜선은 눈을 반짝이며 부동건을 바라봤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젠 나를 당당히 소개해 줄 때가 됐겠지.’ 오늘 이 자리에서, 그녀는 부동건의 정식 아내로서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었다. “회장님, 말씀 좀 해보세요?” 조금은 성급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자, 주변의 시선도 하나둘 송혜선과 부동건을 향했다. 모두 속으로는 뻔히 알고 있었다. 부동건이 과연 예전 애인을 진짜로 정실로 앉혔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부동건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숨기거나 피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담백하게 말했다. “오 회장님, 이 사람은 제 딸의 어머니입니다.” 순간, 송혜선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딸의... 어머니?’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이 살짝 흔들렸다. 금세 넘칠 듯한 와인, 애써 잡고 있는 감정. ‘지금... 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억울함이 툭 하고 솟구쳤다. 심지어 손에 힘이 들어가며 하얗게 질린 손등이 떨렸다. 오병지는 단번에 눈치챘고, 싱긋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고, 대신 가볍게 말을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부 회장님, 여전히 복이 많으시네요.” 부동건은 공손하게 웃으며 송혜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손길엔 무언의 위로가 담겨 있었다. “아닙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저와 이 사람의 결혼식엔 꼭 오셔서 축배 들어주세요.” 그 말에 송혜선의 눈이 번쩍 뜨였다. ‘결혼식...?’ 순간,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 이어서 고개를 들며 수줍게 웃었다. “회장님...” 부동건은 말없이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더 이상의 말은 없었지만, 그 행동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 시선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송혜선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던 눈빛이, 지금은 선망과 부러움으로 가득했다. 결국, ‘부동건의 아내’라는 타이틀은 그 자체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송혜선은 온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7화 이분은?

    부지윤의 ‘한 달 잔치’는 그야말로 성대한 수준의 파티였다. 초대받은 인사들만 봐도, 그 위세가 느껴졌다. F국 재계의 실력자들, 정재계의 핵심 인물, 이름만 대면 아는 명문가 자제들이 대거 초청됐고, 심지어 부씨 가문 어른들에게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직접 청첩장을 보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이 아이를 공식적으로 가문에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나 다름없었다. 부동건이 이 아이에게 얼마나 애정을 집착하듯 쏟고 있는지, 이날 행사 하나로 증명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동건은 스스로의 체면과 명예를 걸고, 딸을 세상에 내보이고 있었다. ...잔치 당일, 연회장은 유난히 붐볐다. 샹들리에의 조명이 화사하게 반짝였고, 고급스러움이 풍겨 나는 악단의 선율이 분위기를 감싸고 있었다. 송혜선은 산후조리를 마친 직후였지만, 여전히 그만의 풍채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예전보다 조금 살이 오른 듯했지만, 그 덕에 오히려 분위기가 더 너그러워 보였다. 그녀가 행사장에 들어서자, 평소 자주 어울리던 재벌가 부인들이 앞다투어 다가왔다. “혜선씨는 진짜 복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 고생 끝에 드디어 볕뜰날이 왔네요.” “부 회장님이 이렇게까지 챙기시는 거 보니까, 이제 정말 한 자리 하시겠어요.” “정말 이러다 조만간 ‘겹경사’ 나는 거 아니예요? 우리라도 미리 축하해줘야 하는 거야?” 송혜선은 그 소리에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얄미울 정도로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역시 사람은 자리가 높아야 대접 받는 거야.’ “지윤이는 회장님의 첫 딸이잖아요. 그러니까 귀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회장님이 우리 모녀를 절대 가볍게 보지 않으신다는 건, 여기 있는 분들도 느끼셨을 테고요.” 그 말에 다들 박수까지 치며 웃었다. “이제 우리도 호칭 바꿔야지, 사모님!” 누군가 먼저 그렇게 불렀고, 뒤이어 몇몇이 장난처럼 따라 불렀다. 송혜선은 그 말에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턱을 살짝 들며, 그 호칭이 제법 익숙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6화 초대장

    진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마침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남준은 법을 무시하고, 사람을 죽였어요. 부씨 가문이 이 일에 개입한다면... 여론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감싸려 들면 들수록, 결국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겠죠.” ‘이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가문의 존망이 걸린 문제야.’ 맞은편 소파에 앉은 상혁은 다리를 꼬고, 한쪽 손으로 턱을 괸 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눈빛엔 어떤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세속의 먼지 따윈 전혀 묻지 않은 사람처럼. 진윤의 말이 끝났지만, 상혁의 표정엔 미동 하나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부씨 가문은 항상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왔습니다. 그건 변하지 않습니다, 여사님.” 그는 손짓으로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거기엔 작은 검은색 USB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 안에... 고나희 씨가 남긴 게 있습니다. 여사님께 드리라고 하더군요.” 순간, 진윤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표정으로, USB를 바라봤다. “지금... 뭐라고 하셨죠?” 그녀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나희가... 뭔가를 남겼다고...?’ 사고는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딸의 마지막을 함께할 시간조차 없이, 그녀는 세상을 떠났고, 어떤 유언도, 한마디 말도 남기지 못한 줄 알았다. “나희... 그 애가... 무슨 말을 남겼다는 거예요...” 진윤은 입을 틀어막았다. 눈물은 이미 참을 수 없다는 듯 쏟아지려 하고 있었다. 상혁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사람이 떠난 건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남겨진 마음은, 누군가가 반드시 전해야죠.” 그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거운 공기를 뒤로한 채, 조용히 방을 나섰다. 잠시 후.룸 안에서 낮고, 억눌렀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희야...” 진윤은 USB를 손에 쥐고,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으로 울고 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5화 끝까지 지켜야 할 싸움

    진윤은 송혜선이 내민 공백 수표를 내려다보며 손끝까지 떨렸다. 종이 한 장.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그녀의 심장을 조용히 갉아먹었다. ‘돈이란 게... 사람을 어디까지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 건지.’ 그녀는 허탈하게 웃었다. “돈, 참 좋은 거죠. 수많은 집이 그거 하나 때문에 무너지고, 사람 목숨도 스스럼없이 거래되고.” 그녀의 눈빛이 서서히 날카로워졌다. “고경수도 그랬어요. 결국 돈 때문에 스스로 감방에 들어갔고, 지금 당신은 그 돈으로 내 아이의 죽음을 사겠다는 거죠.” 진윤의 시선이 천천히 송혜선을 꿰뚫었다. “송 여사님의 눈엔... 돈이면 뭐든 다 해결돼요?” 송혜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진윤은 고개를 들었다. 쭉 뻗은 어깨, 흐트러지지 않은 눈빛으로 조용히 말했다. “근데, 저에게 그딴 건... 아무 의미 없어요.” 테이블 위의 수표는 그녀 눈엔 그저 휴짓조각에 불과한 쓰레기였다. ‘내 아이 이름 위에 적힌 숫자가 많을수록, 그 애는 더 억울해지는 거야.’ 그런 진윤의 단호함에, 송혜선도 이내 표정을 굳혔다. “정말 고집 세시네요, 여사님.”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조용히 진윤 쪽으로 다가섰다. 10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송혜선은 하찮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며 진윤에게 시선을 내리꽂았다. “그 자존심,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볼까요?” 그 말투엔 이젠 더 이상 숨길 필요 없는 위협이 담겨 있었다. “당신에게는 지금, 아무것도 없어요. 남편은 감옥, 딸은... 하늘에 있어. 그런데도 이렇게 버티겠다고? 부씨 가문이 마음만 먹으면, 당신 같은 사람 하나쯤 사라지게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에요.” 진윤은 순간 움찔했지만, 눈동자는 미동도 없이 그대로 송혜선을 바라봤다. 송혜선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참, 고경수 씨 말인데요. 그 사람, 아직 당신한테 마음 있더라. 감방에서 계속 당신 얘기만 했대요.”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4화 현실 좀 보시죠

    “그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이에요. 여사님. 같은 여자로서, 제 처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해해주시리라 믿어요.” 진윤은 피식, 코웃음을 쳤다. 커피잔을 천천히 들어올리더니,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천천히 한 모금 머금었다. “이해? 아니요. 전 그런 거 몰라요.” 단칼처럼 냉정하게 잘라버린 말이었다. 그 한 마디에 송혜선의 입술이 경직되며 굳어버렸다. ‘이런, 내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송혜선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진윤의 손등을 잡았다. “여사님... 따님 일에 대해서는,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윤이 빠르게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이내 터져나온 감정. “사과? 한 아이가 죽었는데, 고작 한 마디 사과로 끝내겠다고요?” “아니면... 송 여사님의 눈엔 제 딸 목숨이 그깟 아무렇게나 다뤄도 되는 값싼 거였어요?” 그 목소리는 카페 전체를 울릴 만큼 컸고, 송혜선은 순간 움찔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진윤의 눈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여사님. 흥분하지 마세요... 결국... 이 모든 건 우리 부씨 집안이... 정말 죄송합니다.” 진윤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웃음 속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결국 끌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웃으면서 울었다. 그 모습은 너무 아프고, 너무 무너져 있었다. 진윤은 눈물을 닦으려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송혜선은 주섬주섬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하지만 진윤은 그것조차 거부했다. “됐어요.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송 여사님, 솔직히 말해봐요 오늘 여기서 만나자고 한 것도 당신 아들 부남준이 꼬투리 잡혀서, 지금 당장 날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니까 이렇게 만나자고 한 거잖아요.”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 애 죽고, 그동안 단 한 번이라도 날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3화 합의서

    “닥쳐!!” 송혜선이 낮게 내뱉었다. “그 비밀, 평생 당신 뱃속에 묻어둬.”“아니면... 다시는 당신 딸 얼굴 못 볼 줄 알아.” 조봉규는 그제야 자신이 입을 잘못 놀렸다는 걸 깨달았다. 급히 손바닥으로 자기 입을 철썩 때리며 말했다. “화내지 마, 혜선아. 나도 그냥... 기분 좋아서, 그만...” “앞으로 이 집에서 그 얘긴 두 번 다시 꺼내지 않을게. 약속해.” 조봉규의 간절한 다짐에도, 송혜선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를 한번 쏘아봤다. 곧이어, 목소리를 낮추며 화제를 돌렸다. “부동건, 딸한테 명분은 준다더니, 정작 혼인신고 얘긴 입도 안 뗐어. ‘이러다 또 마음 변하는 거 아니야?’” 그녀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안 돼. 남준이 일은 어떻게 해서라도 반드시 준비해야 해.’ 그 말엔 조봉규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아봤는데, 유가족 쪽에서 합의서만 받아낼 수 있으면, 그 사건도 다시 볼 여지가 있대.” 혜선의 눈이 번쩍 뜨였다. “진짜야?” “응. 듣자 하니까 고경수 와이프, 진윤... 아직 F국에 있다더라. 기회만 되면 한번 만나봐. 그쪽에서 합의서를 써주기만 하면, 다시 기회는 생길 거야.” “근데 지금 당신 산후조리 중이잖아. 몸이 먼저야.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하지만 혜선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남준이가 내 인생의 마지막 희망이야. 기회가 있다면... 어떤 수라도 써야 해.’ 며칠 후, 송혜선은 드디어 고경수의 아내 진윤과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의외로, 진윤은 단 한 마디 망설임 없이 만남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평일 오전, 한산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진 실내엔 손님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고, 송혜선은 긴 트렌치코트에 머리까지 스카프로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 밖에서는 누구도 그녀를 쉽게 알아볼 수 없게끔. 카페 입구에 들어선 그녀는 안쪽을 빠르게 훑었다. 한눈에 알아봤다. 구석 창가에 앉은, 수척한 얼굴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2화 부지윤

    조봉규의 말은 하나하나 송혜선의 마음을 쳤다. “정 안 되면, 우리도 그냥 확 뒤엎어. 어차피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잖아. 신발 신은 놈들이야 겁낼 게 많겠지만, 우린 맨발이야.”‘맞아... 지금이라도 안 붙잡으면, 우린 끝장이야.’송혜선의 눈빛이 점점 확고해졌다. 그렇게 마음을 굳힌 채로, 그녀는 곧장 부동건을 찾아갔다.하지만 부동건은 송혜선의 말에 귀를 기울일 틈조차 없었다. 부남준의 사건이 악화로 치닫고 있었다. 갓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결정적 증거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었고, 경찰 쪽 수사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건... 덮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법 앞에선 아무리 부동건이라도 무력하군.’무거운 책임감과 죄책감이 부동건의 어깨를 짓눌렀다.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한 죄, 그건 부모의 몫이야...’그저 무기력하게,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송혜선의 말은 부동건의 귀에 닿지도 않았다.그는 오히려 조용히 갓 인큐베이터에서 나온 막내딸을 품에 안았다. 부드러운 솜털이 보일 정도로 작고 여린 얼굴. 손가락 하나만 잡혀도 녹아버릴 듯한 느낌이었다.‘이 아이는... 내 마지막 기적일지도 몰라.’부동건은 딸을 안고 있을 때만큼은 세상의 복잡한 모든 것이 잠시 잊히는 듯했다. 그리고 눈가가 부드러워졌다.“딸아, 네 엄마랑 진짜 많이 닮았네. 크면 예쁘겠다... 아주.”그는 미소를 머금으며 속삭였다.“지윤이라고 이름 지었어. 복 많은 아이라고 하더라. 부씨 가문 첫 딸, 제대로 키울 거야. 우리 지윤이는, 아빠의 제일 소중한 딸이 될 거야.”‘그래... 남준이는 못 지켜도, 이 아이만큼은...’부동건의 얼굴은 어느새 기쁨으로 가득했다.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송혜선의 속은 서늘했다.‘정작 내가 말하려던 건, 이게 아닌데...’그녀는 조용히 손을 뻗어 아이를 부동건의 품에서 안아올렸다.“조심해요, 아직 작아서... 그렇게 막 들면 안 돼요.”부동건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송혜선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1화 이익 앞에서는 감정 따윈 없어

    부동건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밝은색으로 혈기가 도는가 싶더니 이내 새파랗게 질리더니, 순식간에 붉어졌다.‘이게 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조진숙은 그런 부동건의 반응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차갑고 단호한 말투로 말을 던지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섰다.“당신 입으로 한 말, 잊지 마.”철컥-곧이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조진숙은 완전히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남겨진 부동건은 깊은숨을 내쉬었다.‘딱 한 발, 그 한 걸음이 이렇게까지 망가뜨릴 줄은 몰랐네...’하지만 그는 여전히 조진숙의 마지막 말이 담고 있던 진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평소처럼, 그저 ‘조심하라는 경고’ 정도로 여긴 것이다.그 후 부동건은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형사 전문 변호사를 찾았고, 부남준의 사건을 맡겼다. 그것뿐, 그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소식을 들은 송혜선은 더 이상 산후조리고 뭐고 할 틈이 없었다. 벌떡 몸을 일으키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외쳤다.“남준이는 부동건 당신 아들이란 말이야. 그런데도 이 상황에서 이 사람이 저렇게 손 놓고 있는다고?”그녀에게 있어 부동건은 F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재벌이었다. 사람 하나 죽었든, 법을 어겼든, 그 모든 걸 덮는 것쯤은 그에게 있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그 정도 힘도 못 쓰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내가 그 옆에 왜 있었겠어?’그런데도 부동건은 변호사 하나 붙인 걸로 끝이라니. 송혜선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안 돼. 내가 직접 가서 말해야겠어.”그녀가 일어나려는 순간, 조봉규가 급히 다가와 그녀를 막아섰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어조로 송혜선을 다독였다.“혜선아, 지금은 당신 몸이 먼저야. 다른 건 잠시 내려놔.”하지만 송혜선은 남자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남준이 내 아들이야. 내가 안 나서면 누가 나서? 그 애랑 나, 이 지경이 되도록 얼마나 참고 견뎠는지 몰라? 이제 와서 그냥 두라고?”송혜선은 황급히 신발을 신고, 나갈 채비를 했다. 그 옆에서 어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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