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마찰음과 함께 차연주가 공중으로 붕 떠 두어 바퀴를 돈 뒤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앞니 두 개는 이미 부러졌고 코피가 줄줄 나고 있었다.장내가 조용해졌다. 인여궁 제자들은 귀신을 본 것처럼 매우 놀랐다. 볼 뽀뽀까지 한 선배가 그 남자에게 맞을 줄은 몰랐다. 매력 있고 아름다운 차연주가!그녀에게 구애하는 남자들은 줄을 섰다. 그들은 모두 차연주에게 잘 보이려 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왜? 좋아하는 기색도 하나 없이 차연주의 뺨을 때렸다.미친 거 아닌가?“감히... 감히 날 때려?”차연주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이 가득했다.인여궁 큰 제자가 남자에게 뺨을 맞았다. 화끈거리는 얼굴이 아니었다면 꿈인 줄 알았을 것이다.“그게 왜요? 누가 이상한 짓 하라고 했어요?”유진우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닦았다.‘이 여자 입냄새가 장난 아니네.’“이상한 짓?”차연주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떤 남자가 감히 그녀를 이렇게 대하겠는가?용서할 수 없었다.“아악! 죽여버릴 거야!”차연주가 소리를 지르며 검을 뽑으려는 찰나, 풍자 할멈이 그녀를 막았다.“하지 마! 중요한 게 뭔지 잊었어?”“이놈이 절 모욕해요.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궁주님의 생명이 급선무야. 그리고 넌 저들을 상대할 수 없어!”“하...”차연주가 숨을 몰아쉬며 눈을 부릅떴다. 맞은 거로도 모자라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 사부님만 아니었어도 그에게 본때를 보여줬을 것이다.물론 아직도 그녀의 생각은 변함없었다.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는 고자거나 게이일 것이다.“선배!”이때 홍청하가 걸어 나왔다. 백수정을 본 그녀의 눈빛에 긴장이 더해졌다.“너 마침 잘 왔다.”풍자 할멈이 그녀에게 말했다.“궁주님이 크게 다치셔서 유진우에게 치료를 맡겨야 해. 너와 유진우의 사이가 좋으니, 네가 부탁해 줘.”“유진우 씨가요?”홍청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정말 우리 사부님을 살릴 수 있어요?”어젯밤까지만 해도 그가 자신을
“그건 어렵지 않죠. 하지만 내가 왜 그래야 합니까?”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풍자 할멈이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궁주님을 구해준다면 전의 일은 모두 없던 거로 하지. 원한다면 인여궁 제자 중 한 명과 결혼하게 해 줄게.”“인여궁의 사람에게는 관심 없습니다. 구할 수는 있지만, 세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그게 뭐야?”“첫 번째, 사례금 1조 원을 주세요.”“1조? 그냥 돈을 뺏어가지 그래?”차연주가 급히 말했다.“싫다면 이 말은 없던 거로 하겠습니다.”“줄게, 주면 되잖아?”풍자 할멈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백수정을 살릴 수만 있다면 돈은 얼마를 주든 상관없었다.“두 번째, 홍청하 씨를 인여궁에 돌아가게 하세요.”“그래!”풍자 할멈이 흔쾌히 수락했다. 이쯤이야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세 번째, 이 여자를 인여궁에서 내쫓고 평생 돌아올 수 없게 하세요!”유진우가 차연주를 가리키며 말했다.“뭐?”장내가 술렁거렸다. 유진우가 이런 요구를 내놓을 줄은 몰랐다. 차연주는 인여궁의 후계자인데, 그녀가 내쫓긴다면 이제 누가 인여궁을 계승한단 말인가?차연주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외쳤다.“너... 네가 감히 이간질해? 죽여버릴 거야!”“제 조건은 이렇습니다. 모두 수락한다면 구해드리죠.”유진우는 차연주를 신경 쓰지 않은 채 풍자 할멈에게 말했다. 차연주를 내쫓으라 한 것은 그녀가 역겨워서인 것도 있지만 홍청하를 위한 것도 있었다. 차연주가 있는 한 홍청하는 인여궁에서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앞의 두 가지 조건은 받아들이겠으나, 세 번째 조건은 어려울 것 같은데.”풍자 할멈이 미간을 찌푸렸다. 차연주는 궁주가 아끼는 제자인데, 어찌 내친단 말인가?“그럼, 생각 정리가 끝나면 다시 절 찾아오세요. 궁주님이 얼마나 버티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그 말을 남긴 채 유진우는 뒤돌아 방으로 걸어갔다.풍자 할멈의 표정이 돌변했다.“잠깐! 가지 마! 그렇게 할게!”“미쳤어요? 이놈이 절 내치라고 해서 정말 내치시게요?”“궁주
“뭐 하는 거야? 빨리 가!”풍자 할멈이 차연주를 내쫓았다. 차연주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유진우에게 소리쳤다.“나쁜 놈들! 내가 평생 저주할 거야!”“끌어내!”풍자 할멈은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는 듯 인여궁 제자들에게 차연주를 끌어내라 명령했다. 유진우의 화를 돋우면 일을 그르칠 터였다.“이미 내쫓았으니, 이제 궁주님을 치료할 수 있겠지?”“먼저 돈부터 내고요.”“그래.”풍자 할멈이 급히 돈을 건넸다. 유진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하들을 지휘해 백수정을 보건실에 데려갔다.리모델링한 풍우 산장에는 온갖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보건실부터 연병장, 소장실까지 없는 게 없었다.방해받지 않기 위해 유진우는 홍청하 한 사람만을 보건실에 데리고 들어갔다. 다른 제자들은 모두 문밖에 서 있었다.어느새 점심이 되었다. 풍자 할멈 등 사람들은 보건실 문가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한참이나 됐는데 왜 안 나오지?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그럴 리 없어, 사부님은 무사하실 거야.”“그 사람이 치료할 수 있을까? 사기꾼이면 어떡해?”의논이 분분하던 그때, 보건실 문이 벌컥 열리고 유진우가 손을 닦으며 걸어 나왔다.“궁주님은 괜찮으신 겁니까?”풍자 할멈이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떨리는 심정으로 유진우를 쳐다보았다.“이미 깨어났습니다. 며칠간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질 겁니다.”“너무 잘됐어요!”사람들은 기쁜 얼굴로 급히 보건실에 달려 들어갔다. 백수정은 이미 깨어있었다. 얼굴이 조금 창백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궁주님!”“사부님!”사람들은 저마다 백수정을 부르며 그녀에게 다가가 걱정했다.“유진우 씨, 고마워요.”홍청하가 기쁜 얼굴로 감사를 표했다. 그녀는 방금 유진우가 백수정을 치료하는 것을 옆에서 똑똑히 지켜보았다. 정말이지 대단한 실력이었다. 특히 침술은 정말 대단했다. 젊은 나이에 이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을 줄은 몰랐다.“괜찮습니다. 사부님 잘 보살펴드리세요.”유진우가 옅게 웃으며 보건실을 떠났다. 방금 진기를
그 소리에 유진우의 표정이 급변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뻔뻔스럽게 그걸 질문이라고 해? 당연히 너 때문이지!”장경화가 욕설을 마구 퍼부었다.“그날 밤 널 만난 후로 청아는 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밥도 제대로 먹지 않았어. 어제는 밤새 울더니 오늘 아침에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자살 시도했다고!”쿵!그녀의 말에 유진우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청아가 이렇게도 충동적인 행동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갑자기 자살 시도라니, 정말 미친 건가?“지금... 지금 상태가 어떤데요?”유진우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청아 아직 위험한 고비를 못 넘겼어. 상태가 심각해서 언제든지 생명의 위험이 있을 수 있대.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짐승만도 못한 네가 청아를 뛰어내리게 만든 거라고! 유진우, 경고하는데 혹시라도 청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장경화는 욕설을 한바탕 퍼부은 후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유진우는 휴대 전화를 들고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미친 듯이 액셀을 밟아 질주한 그는 30분도 채 안 되어 병원에 도착했다. 여기저기 물어 이청아의 병실을 쉽게 알아냈다.병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청아가 의식을 잃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았고 안색도 이상하리만큼 창백했으며 몸이 아주 허약해 보였다.장경화 일행은 그녀 옆에서 당황한 모습으로 어쩔 줄을 몰라 했다.“유진우, 여기가 어디라고 와?”유진우를 보자마자 장경화가 펄쩍 뛰며 욕설을 퍼부었다.“봐봐! 청아가 너 때문에 어떻게 됐는지 보라고! 양심도 없는 놈 같으니라고. 청아가 왜 너 같은 인간쓰레기를 좋아하는지 원.”한바탕 욕설을 퍼붓고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유진우를 때리고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유진우, 난 그래도 네가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주 인간 말종이구나?”단소홍도 가세
“당신 누구야? 나를 알아?”갑작스러운 한마디에 유진우는 순간 머리를 맞은 것처럼 윙 했다. 장경화 일행도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 된 건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날... 모르겠어?”유진우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당신이 누군지 알아야 해?”이청아의 표정이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낯선 사람을 보듯 유진우를 멀리 밀어냈다.유진우가 다시 맥을 짚으려고 이청아의 손목을 잡으려던 그때 이청아는 마치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바로 거두어들였다.“지금 뭐 하는 거야?”이청아의 낯빛 얼음장같이 차가웠고 눈빛에는 온통 경계심뿐이었다. 낯선 사람을 대하는 듯한 태도를 유진우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설마... 기억을 잃었나?’“청아야, 왜 그래? 엄마 놀라게 하지 마.”당황한 장경화가 울상이 된 얼굴로 다가갔다.“다 잊은 거야? 설마 나까지도 기억 못 해?”“엄마, 무슨 헛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엄마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죠.”이청아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난 기억해?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기억을 잃은 건 아니네.”장경화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난 또 네가 드라마에서처럼 머리를 다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줄 알았어.”“언니, 내가 누군지는 알겠어요?”단소홍이 떠보듯 물었다.“당연히 알지.”이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난?”장홍매도 따라서 물었다.“이모, 다들 왜 이러세요? 왜 이상한 질문만 하세요?”이청아는 어안이 벙벙했다.“그래그래... 우리를 기억하면 됐어. 정말 괜찮아졌구나.”세 사람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상태를 봐서는 이청아에게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저 사람들은 다 기억하는데 나만 기억 못 해?”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상태를 보니 머리를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당신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난 당신을 몰라.”이청아의 시선이 유진우에게로 향한 순간 다시 차가워졌다. 말문이 막혀버린 유진우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이청아가 다친 게 아니라 부분적인 기억을
“잘 있어. 다시는 어리석은 짓 하지 말고. 나중에 기회 되면 다시 만나.”유진우는 간단하게 이별을 고한 후 몸을 돌렸다. 하늘의 뜻이 이러하다면 두 사람의 인연도 여기서 끝인 거겠지.“엄마, 방금 저 사람 이상해요. 제가 예전에 만난 적이 있나요?”멀어져가는 유진우의 뒷모습을 보며 이청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머릿속에는 아무런 인상도 없었다.“없어, 없어. 보험이나 파는 인간을 신경 써서 뭐 해? 자, 누워서 푹 쉬어.”장경화는 너무도 기뻐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래요, 언니. 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니까요.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 절대 하지 말아요.”단소홍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이청아가 유진우를 잊은 게 그들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었다.“그래.”이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찜찜하긴 했지만 더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돌아가는 길, 유진우는 마음이 무척이나 복잡했다. 이 결과가 두 사람에게는 그래도 나름 다행인 엔딩이긴 하지만 웬일인지 그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어쩌면 아직 이청아에게 옛정이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옛정은 시간이 흐르면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해 질 무렵 유진우가 운전하여 풍우 산장에 도착했을 때 마침 급히 서두르는 장 어르신을 만났다.“보스, 마침 잘 오셨어요. 인여궁의 여자들이 또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어요.”장 어르신은 유진우를 보자마자 바로 달려왔다.“무슨 일인데요?”유진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방금 우리 애들이 인여궁 사람들과 충돌이 생겨 싸웠는데 우리 애들 다리가 전부 부러졌어요. 그 여자들 정말 미친 것 같아요.”장 어르신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감히 내 구역에서 손찌검을? 가요. 어찌 된 건지 가서 봅시다.”유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장 어르신과 함께 보건실로 달려갔다.백수정을 치료해 준 후 이틀 정도 쉬게 할 생각이었지만 반나절도 채 안 되어 또 소란이 일어났다. 이 여자들은 정말 골칫거리들이었
“뭐야?”차연주를 본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당신 왜 여기 있어요? 쫓겨난 거 아니었어요?”“홍청하도 다시 돌아왔는데 나라고 못 돌아올 것 같아? 어때? 많이 놀랐어?”차연주는 팔짱을 끼고 그를 비웃었다. 상대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그녀 사부의 한마디면 모든 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제대로 설명 좀 하셔야겠는데요?”유진우는 풍자 할멈을 보며 질문을 던졌다.“젊은이가 궁주님의 다친 곳을 치료해 준 건 인정해. 하지만 우리가 보상으로 1조 원이나 줬잖아. 그걸로도 만족할 줄 알아야지.”풍자 할멈이 덤덤하게 말했다. 태도가 어찌나 태연자약한지 부끄러운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돈은 돈이고 일은 일인데 조건을 약속했으면 그대로 지켜야죠. 명문 파벌인 인여궁이 한 입으로 두말해서야 하겠어요?”유진우가 냉랭하게 말했다.“한 입으로 두말한다고? 우리 인여궁의 일을 네까짓 게 뭔데 끼어들어?”차연주도 지지 않고 무섭게 몰아붙였다.“맞아!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데 당신과 무슨 상관이야?”다른 제자들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 기세가 어찌나 사나운지 유진우를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당신네 인여궁 사람들이 이 꼴일 줄은 정말 몰랐네요. 약속을 어기고 이랬다저랬다 하다니, 정말 뻔뻔스럽기 짝이 없군요.”유진우가 대놓고 조롱했다.“젊은이, 말조심해!”풍자 할멈은 슬슬 화가 치밀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 앞에서 모욕을 당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됐어요. 더는 당신들과 쓸데없는 얘기를 섞고 싶지 않아요. 체면이 깎이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지만 사람을 때린 건 오늘 제대로 설명해야 할 겁니다!”유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좋은 마음으로 목숨을 구해줬지만 배은망덕한 인여궁 제자들은 강린파 제자들의 다리를 분질러버렸다. 절대 이대로 가만둬서는 안 되었다.“설명? 흥, 네까짓 게 뭔데 설명하라 마라야?”그때 백수정이 보건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전보다 얼굴 혈색이 좋아지고 윤기가 흘렀으며 기력이 넘
“잠깐만요!”그때 홍청하가 갑자기 달려 나와 두 사람 가운데 섰다.“오해가 있으면 앉아서 천천히 말로 풀어야죠. 절대 치고받고 싸워서는 안 돼요.”“비켜! 여긴 네가 끼어들데 아니야!”백수정의 눈빛이 날카롭기 그지없었다.“사부님, 진우 씨가 오늘 사부님의 목숨을 구했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아서는 안 되죠.”홍청하도 다급해졌다.“닥쳐! 네까짓 게 뭐라고 입을 나불거려?”백수정은 화가 치밀었다. 제자가 정곡을 찌른 바람에 살짝 수치스러웠다.“궁주님, 청하 씨의 체면을 봐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겠습니다.”유진우가 서늘하게 말했다.“차연주의 한쪽 다리를 부러뜨린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 할게요.”“헛소리 집어치워! 네가 부러뜨리라고 하면 부러뜨려야 해? 네가 뭔데?”차연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인마, 약 잘못 처먹었어? 내가 왜 네 말대로 따를 거라고 생각해?”백수정은 마치 바보를 쳐다보듯 했다.“왜냐고요?”유진우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또박또박 말했다.“내 손에 진짜 인여경이 있거든요. 이 이유면 충분한가요?”“인여경?”그의 말이 현장이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하나같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탐욕이 눈에 훤했다.인여경은 인여궁의 보물이다. 인여경에 적힌 무술을 터득한다면 벼락출세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인마, 그게 사실이야?”백수정이 잠깐 멈칫했다. 그녀의 얼굴에 기대와 의심이 한데 섞여 있었다.예전에 얻은 인여경은 반쪽짜리라 수련했다가 주화입마에 빠져 겨우 목숨을 건졌다. 지금 그녀는 나머지 인여경이 아주 급히 필요했다. 인여경을 완전하게 터득해야만 마스터 경지에 다다를 수 있으니까.“내가 있다고 하면 무조건 있는 겁니다. 궁주님이 차연주의 다리만 부러뜨린다면 보여줄지 말지 고려해 볼게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사부님, 저건 다 헛소리예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요.”차연주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사부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자신의 다리를 분질러버릴까 두려웠다.“말로만 하는 건 소용 없어. 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