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그때 홍청하가 갑자기 달려 나와 두 사람 가운데 섰다.“오해가 있으면 앉아서 천천히 말로 풀어야죠. 절대 치고받고 싸워서는 안 돼요.”“비켜! 여긴 네가 끼어들데 아니야!”백수정의 눈빛이 날카롭기 그지없었다.“사부님, 진우 씨가 오늘 사부님의 목숨을 구했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아서는 안 되죠.”홍청하도 다급해졌다.“닥쳐! 네까짓 게 뭐라고 입을 나불거려?”백수정은 화가 치밀었다. 제자가 정곡을 찌른 바람에 살짝 수치스러웠다.“궁주님, 청하 씨의 체면을 봐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겠습니다.”유진우가 서늘하게 말했다.“차연주의 한쪽 다리를 부러뜨린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 할게요.”“헛소리 집어치워! 네가 부러뜨리라고 하면 부러뜨려야 해? 네가 뭔데?”차연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인마, 약 잘못 처먹었어? 내가 왜 네 말대로 따를 거라고 생각해?”백수정은 마치 바보를 쳐다보듯 했다.“왜냐고요?”유진우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또박또박 말했다.“내 손에 진짜 인여경이 있거든요. 이 이유면 충분한가요?”“인여경?”그의 말이 현장이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하나같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탐욕이 눈에 훤했다.인여경은 인여궁의 보물이다. 인여경에 적힌 무술을 터득한다면 벼락출세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인마, 그게 사실이야?”백수정이 잠깐 멈칫했다. 그녀의 얼굴에 기대와 의심이 한데 섞여 있었다.예전에 얻은 인여경은 반쪽짜리라 수련했다가 주화입마에 빠져 겨우 목숨을 건졌다. 지금 그녀는 나머지 인여경이 아주 급히 필요했다. 인여경을 완전하게 터득해야만 마스터 경지에 다다를 수 있으니까.“내가 있다고 하면 무조건 있는 겁니다. 궁주님이 차연주의 다리만 부러뜨린다면 보여줄지 말지 고려해 볼게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사부님, 저건 다 헛소리예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요.”차연주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사부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자신의 다리를 분질러버릴까 두려웠다.“말로만 하는 건 소용 없어. 일단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차연주에게 쏠렸다.인여경은 인여궁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리고 유진우가 내건 조건은 차연주의 다리를 분질러버리는 것이었다. 게다가 사부가 직접 해야 한다고 했다.“진...”홍청하가 나서서 사정하기도 전에 유진우가 손을 들어 가로채고는 백수정을 빤히 노려보았다.“궁주님, 어떡할 겁니까?”“연주는 내 큰 제자야. 사부인 내가 어찌 제자를 해할 수 있겠어?”백수정이 또박또박 말했다.“그럼 인여경에 관심이 없다는 말인가요?”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관심이야 당연히 있지. 하지만 네 말대로 할 수는 없어.”백수정은 아래턱을 쳐들고 당당하게 말했다.“쉽게 말하면 인여경도 손에 넣을 것이고 제자도 지키겠다는 말이야. 그래서 지금 명령하는데 인여경을 당장 나에게 넘겨. 그러면 예전의 무례함은 용서해 줄게. 내놓지 않는다면 절대 가만 안 둬.”그녀의 말에 유진우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렸다.조금 전까지 유진우의 말을 따르겠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말을 바꾸었다. 게다가 어찌나 당당한지 거의 협박하는 식이었다. 정말 파렴치함의 끝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당신의 파렴치함을 내가 과소평가했네요. 온갖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니면서 이미지는 지키려고요?”유진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피식 웃었다. 뻔뻔스러운 사람을 많이 봐왔지만 이 정도로 뻔뻔스러운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무엄하다! 감히 궁주님을 모욕해? 간덩이가 아주 제대로 부었구나.”“궁주님께 불경죄를 저질러? 죽고 싶어서 안달 났구나?”인여궁 제자들이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어떤 이는 검까지 뽑아 들고 공격할 준비를 했다.“인마, 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알기나 해?”백수정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인여경이 유진우의 손에 있어서 참은 거지, 없었으면 당장 죽였을 것이다.“당신들 체면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입도 함부로 놀리잖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든 신경이나 쓰겠어?”유진우는 그녀들을 마음껏 비웃었고 더는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홍청하가 재빨리 달려 나와 말렸다.“사부님! 다친 곳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에 더는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은혜도 모르는 년!”화가 치밀어 오른 백수정은 냅다 홍청하의 따귀를 후려갈기며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반쪽짜리 인여경을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주화입마에 빠질 일도 없고 다칠 일도 없잖아!”“제... 제가 그런 거 아니에요...”홍청하는 얼굴을 움켜쥐고 연신 고개를 저었다.“아직도 변명할 셈이야?”백수정이 무섭게 호통쳤다.“그럼 저 자식에게 어떻게 인여경이 있을 수 있어? 네가 몰래 준 거 아니야? 감히 우릴 배신하고 외부인과 결탁해?”“전 그런 적이 없어요.”홍청하는 연신 부정했다.“홍청하, 사부님께는 반쪽을 드리고 진짜 보물은 저 남자에게 줬어? 이 개돼지만도 못한 년아!”“난 줄곧 네가 충성심이 가득한 애라고 생각했었어. 양심도 없는 년, 감히 인여궁을 배신해?”“착한 척 좀 그만해. 역겨우니까!”이젠 인여궁의 모든 제자들이 나서서 그녀를 욕했다. 그들은 홍청하가 유진우와 결탁하여 진짜 인여경을 훔쳤기에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오해예요... 전부 오해란 말이에요.”홍청하는 설명하려 했지만 그녀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뭇사람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영감님, 그만 머뭇거리고 얼른 저년의 다리를 분질러버려요.”유진우는 싸늘한 얼굴로 차연주를 가리켰다.“알겠습니다.”장 어르신은 곧바로 차연주에게 다가가 무릎을 발로 걷어찼다.뚜두둑!차연주의 무릎이 반대 방향으로 꺾이면서 그대로 부러지고 말았다.“으악!”차연주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서 이리저리 굴렀고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멈춰! 감히 내 제자를 다치게 해? 절대 가만 안 둬!”백수정은 두 눈을 부릅뜨고 언성을 높였다.“당신들이 한 짓을 그대로 갚아줬을 뿐이야. 내 부하의 다리를 분질렀으니 당연히 저년의 다리도 분질러야지.”유진우는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영감님, 나머지 한쪽
“인마, 너희 둘이 한패가 되어 못된 짓을 했다는 거 다 알아. 청하가 무사하길 바란다면 당장 연주를 풀어줘!”백수정이 검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협박했다. 다치지 않았더라면 그녀도 인질을 잡고 협박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왜... 대체 왜...”홍청하는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비 오듯 흘렸다. 마치 혼이라도 빠져나간 것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녀의 모습에 유진우는 얼굴을 찌푸렸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알았으니까 청하 씨를 풀어줘. 그럼 당신 제자도 풀어줄게.”그러고는 손을 흔들어 장 어르신에게 물러서라고 했다.“얼른 연주를 데려가.”백수정이 눈짓을 보내자 인여궁 제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다리가 부러진 차연주를 부축하여 문을 나섰다.풍자 할멈은 혹시라도 장 어르신이 다른 움직임을 보이진 않을까 걱정되어 곁을 지키면서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노려보았다.“이놈아, 명령하는데 당장 인여경을 나에게 넘겨!”차연주를 데려간 후에도 백수정은 검을 거두지 않고 조건을 걸었다.“난 이미 한 발짝 양보했어. 그러니까 당신도 적당히 해.”유진우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이년이 점점 기어오르네?’“흥! 인여경은 우리 인여궁의 보물이야. 당신이 주인에게 돌려줘야지.”백수정이 또박또박 말했다.“당신이 이런 태도로 나오는데 내가 줄 것 같아?”유진우가 되물었다.“인여경은 여자만이 수련할 수 있는 건데 네가 가져서 뭐 하려고? 나에게 돌려준다면 불경죄는 용서해 줄게.”백수정은 여전히 기고만장했다.“당신네 인여궁 사람들은 정말 왜 다 이 모양 이 꼴이야?”유진우가 고개를 내저으며 차갑게 말했다.“솔직하게 얘기할게. 인여경이 나에게 필요는 없지만 태워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당신에게는 못 줘!”“너!”그의 말에 백수정이 살벌하게 협박했다.“이 자식아, 잘 생각해. 인여경을 내놓지 않으면 청하를 죽여버릴 거야.”그러면서 들고 있던 검을 더 들어 올렸다.홍청하 목의 상처가 점점 벌어지면서 시뻘건 피가 검을 따라 주르
유진우는 홍청하를 진심으로 걱정했다.“됐어요. 얼른 가서 준비해요. 오늘 저녁에 연회를 열 생각이에요. 청하 씨에게 강린파 제자들도 소개해 주고요.”유진우는 홍청하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니 두 여자 도우미를 불러 홍청하를 부축하여 처소로 돌아가라고 했다.“보스, 청하 씨에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닌가요?”장 어르신이 감탄했다.“청하 씨 오빠에게 목숨을 빚졌으니 도울 수 있는 만큼 도와야죠.”유진우의 눈빛이 어딘가 허전해 보였다.“청하 씨가 보스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네요.”장 어르신의 얼굴에 부러움이 스쳤다.홍청하를 살려주고 고통의 구렁에서 벗어나게 한 것도 모자라 인여경까지 선물했고 또 당주 자리에도 앉혔다.이런 대우는 아무나 받지 못하는 대우였다. 장 어르신은 자신이 만약 여자였더라면 몸도 기꺼이 바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어느덧 어둠이 짙게 깔렸다.풍우 산장의 연회장에 강린파 고위층들이 한데 모여 술을 마시면서 즐거움을 나누고 있었다.5대 파의 당주들도 전부 한자리에 모였다.악당파의 장 어르신, 염룡파의 홍청하, 맹호당의 유군철, 곰파의 석웅걸, 망파의 변대성. 이 5인은 유진우의 유능한 부하들이었다.장 어르신은 무술 실력이 더할 나위 없이 강하고 홍청하는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났다. 유군철은 머리가 영특하고 석웅걸은 의리가 넘치며 변대성은 임기응변에 능했다. 각자 자기만의 장점이 있었다.“홍 당주님, 강린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자, 제가 먼저 한잔 올리겠습니다.”“홍 당주님의 인품은 제가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염룡파가 더욱 찬란하게 발전하길 바랄게요.”“홍 당주님, 전 말주변이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 진심은 이 한잔에 담도록 하겠습니다.”4대 당주들이 하나둘 일어나 홍청하에게 술을 따랐다. 그들은 5대 파 중에서 염룡파가 유진우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여 여인이 염룡파 당주가 돼도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다.“고맙습니다.”홍청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한잔
둥근 상 맞은편의 홍청하를 보며 유진우는 멍해졌고 경악한 기색이 역력했다. 약을 탄 사람이 홍청하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당신이었어요? 당신이 어떻게...”장 어르신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라움과 경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눈빛 속에 분노가 가장 짙었다. 유진우가 그렇게 잘해줬던 홍청하가 배신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홍청하는 죄책감에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심지어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대체 왜 그런 거예요?”유진우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힘겹게 물었다.홍길수의 여동생이라는 이유로 홍청하를 자기 친여동생으로 생각했고 무슨 일이든 그녀 편에 서서 도와주었다. 그리고 고통의 구렁에서 벗어나게 했고 심지어 인여궁에도 여러 번 양보했지만 돌아오는 건 배신일 줄은 정말 몰랐다.“인여궁은 나의 집이고 이 사람들은 내 가족이에요.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요. 진심으로 미안해요...”홍청하는 끊임없이 고개를 내저으며 사과했다. 유진우에게 너무도 미안했지만 사부의 뜻을 거스를 수가 없었고 인여궁과 맞서 싸울 용기가 없었다.“인여궁이 당신에게 이런 짓까지 했는데 대체 왜 아직도 체념 못 하고 목숨까지 바치는데요? 대체 왜?”유진우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인여궁에서 쫓겨나고 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당하면서도 왜 계속 충성하려는지 유진우는 도무지 이해되질 알았다.“난...”홍청하는 순간 말문이 막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침묵을 택했다.“인마, 인제 와서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야?”그때 백수정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청하는 내 제자고 인여궁 사람이야. 그러니 당연히 내 편을 들지. 누굴 탓하려면 어리석은 자신이나 탓해.”“그래! 전투에서는 적을 기만하는 전술을 쓰기도 하잖아. 누가 너더러 여자를 그리 쉽게 믿으라 했어? 쌤통이야 아주!”인여궁 제자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한마디 했다. 마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듯 하나같이 우쭐거
두 사람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진 홍청하는 어서 그 자리를 벗어나고만 싶었다.“이제 시작인걸. 이 자식은 인여궁 사람들을 이간질하고 연주를 다치게 했으니 이대로 내버려둘 수 없어.”백수정이 인상을 쓰고 말했다. 유진우가 알고 있는 인여궁의 비밀은 너무도 많았다. 이런 보물은 아무도 아는 사람 없이, 그녀의 소유로만 되어야 했다. 그 때문에라도 그녀는 꼭 그를 죽여 입을 막아야 했다!“사부님, 진우 씨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하셨잖아요.”홍청하는 조금 불안했다. 비록 유진우를 배신했지만 그래도 그가 죽는 것은 원치 않았다.“그래? 내가 언제? 청하야, 무서우면 나가 있어, 그래도 돼.”“사부님! 원하시던 인여경이 손에 들어왔는데, 이제 그만하세요.”홍청하가 싹싹 빌었다. 지금 백수정은 정말 살의를 품고 있었다.“청하야, 똑똑히 하는 게 좋을 거야. 넌 인여궁 제자니 인여궁의 처지에서 생각해야지. 이번에 공을 세운 건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해. 인여검법을 수련하면 네게도 전수해 줄 거야. 하지만 조건이 있어. 지금 공개적으로 네 충성심을 증명해 봐.”백수정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어떻게요?”“날 대신해 저 자식을 죽여!”백수정은 살의가 넘치는 눈을 부릅뜨고 손가락으로 유진우를 가리켰다.“안 돼요!”홍청하는 깜짝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유진우는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은혜를 어떻게 원수로 갚는단 말인가?“청하야, 저놈을 죽이면 널 수석대제자로 임명할게, 어때?”백수정이 홍청하를 회유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이 그녀에겐 무엇보다 재미있었다.“수석 안 할 거예요! 전 못 죽여요!”“내 명령에 불복하는 거야?”“사부님, 부탁드려요, 전 정말 그렇게 못 해요!”홍청하가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백수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쓸모없는 놈, 남자 놈 하나를 왜 못 죽여 안달이야?”“사부님, 전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살인만 하지 않게 해주세요.”“헛소리 마! 명령대로 안 하면 널 쫓아낼 거야!”
홍청하는 검을 들고 복잡한 표정으로 주춤거리며 유진우에게 다가갔다. 절반쯤 갔을 때 그녀가 든 검이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사부님... 전 못 해요. 전 정말 못 해요!”홍청하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백수정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비참함과 자책이 섞여 있었다.백수정은 어두운 표정으로 홍청하의 뺨을 내리쳐 그녀를 쓰러뜨렸다.“쓸데없는 놈! 남자 하나도 못 죽이는 주제에 뭘 하려고 그래?”“사부님! 제가 할게요!”사람들 틈에서 차연주가 절뚝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녀는 원한 서린 눈길로 유진우를 쏘아보았다. 맞은 건 그렇다 쳐도 자신의 미모를 무시하는 일은 참을 수 없었다.“좋아. 네가 죽여.”백수정이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대제자가 마음에 들었다.“유진우, 이런 날이 있을 줄은 몰랐지? 개 같은 놈, 날 배신해? 오늘 널 공개 처형할 거야!”차연주는 일그러진 웃음을 지으며 유진우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갖지 못하는 건 다른 사람도 가질 수 없었다.‘날 좋아하지 못하겠다면 그냥 죽어.’“멋대로 하다가는 다른 한 쪽 다리도 날려버릴 거야.”“하하하... 죽을 때가 돼서도 고집을 꺾지 않겠다는 거야? 네 부하들은 모두 약에 중독됐어. 제일 센 그 노인네도 지금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간들간들해. 아직도 네가 살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믿지 못하겠으면 직접 해보시든지.”“지랄. 너 같은 놈은 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어!”말을 맺은 차연주는 발을 굴러 뛰어오르고는 유진우의 하체를 공격했다.“하.”유진우는 책상을 쿵 쳤다. 젓가락 한 개가 날아오르더니 그의 손길에 따라 화살처럼 날아가 차연주의 무릎을 관통했다.“아악!”차연주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녀가 쓰러지기도 전에 손바닥 하나가 그녀의 얼굴을 강타했다. 마찰음과 함께 그녀가 몇 미터 뒤로 날아가 철퍼덕 엎어졌다.“어?”그 모습을 본 인여궁 제자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차연주는 비록 한쪽 다리를 절지만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