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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차연주에게 쏠렸다.

인여경은 인여궁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리고 유진우가 내건 조건은 차연주의 다리를 분질러버리는 것이었다. 게다가 사부가 직접 해야 한다고 했다.

“진...”

홍청하가 나서서 사정하기도 전에 유진우가 손을 들어 가로채고는 백수정을 빤히 노려보았다.

“궁주님, 어떡할 겁니까?”

“연주는 내 큰 제자야. 사부인 내가 어찌 제자를 해할 수 있겠어?”

백수정이 또박또박 말했다.

“그럼 인여경에 관심이 없다는 말인가요?”

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관심이야 당연히 있지. 하지만 네 말대로 할 수는 없어.”

백수정은 아래턱을 쳐들고 당당하게 말했다.

“쉽게 말하면 인여경도 손에 넣을 것이고 제자도 지키겠다는 말이야. 그래서 지금 명령하는데 인여경을 당장 나에게 넘겨. 그러면 예전의 무례함은 용서해 줄게. 내놓지 않는다면 절대 가만 안 둬.”

그녀의 말에 유진우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렸다.

조금 전까지 유진우의 말을 따르겠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말을 바꾸었다. 게다가 어찌나 당당한지 거의 협박하는 식이었다. 정말 파렴치함의 끝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당신의 파렴치함을 내가 과소평가했네요. 온갖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니면서 이미지는 지키려고요?”

유진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피식 웃었다. 뻔뻔스러운 사람을 많이 봐왔지만 이 정도로 뻔뻔스러운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

“무엄하다! 감히 궁주님을 모욕해? 간덩이가 아주 제대로 부었구나.”

“궁주님께 불경죄를 저질러? 죽고 싶어서 안달 났구나?”

인여궁 제자들이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어떤 이는 검까지 뽑아 들고 공격할 준비를 했다.

“인마, 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알기나 해?”

백수정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인여경이 유진우의 손에 있어서 참은 거지, 없었으면 당장 죽였을 것이다.

“당신들 체면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입도 함부로 놀리잖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든 신경이나 쓰겠어?”

유진우는 그녀들을 마음껏 비웃었고 더는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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