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서서 홍청하를 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장 어르신이었다.유진우가 소리를 지르자 장 어르신이 재빨리 나타나 쇠 채찍을 분질러버렸다.“무엄하다!”“간덩이가 제대로 부었구나!”두 사람이 제지하자 인여궁의 제자들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검까지 뽑아 들고 달려들 기세였다.유진우는 옆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앞으로 다가갔다. 온몸이 만신창이인 데다가 숨이 간들간들 붙어있는 홍청하를 본 순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공을 가로채는 것쯤은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일이 터지니까 누명을 씌우는 건 물론이고 고문까지 가했다. 정말 사람을 괴롭혀도 적당히 괴롭혀야지.“같은 파벌 사람끼리 이렇게까지 심하게 때리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해요?”주변을 둘러보는 유진우의 눈빛이 날카롭기 그지없었다.“우린 지금 배신자에게 엄벌을 내리는 중이니 제삼자는 당장 꺼져!”풍자 할멈이 경고를 날렸다.“여긴 제 구역입니다. 일이 터지면 당연히 저와 상관이 있죠.”유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이봐! 명령하는데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마. 괜히 불똥 튀고 싶지 않으면.”차연주가 유진우를 노려보며 말했다.유진우는 그녀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웅크리고 앉아 허약한 홍청하를 부축한 후 상처 치료에 좋은 기혈단을 한 알 먹였다.“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저 사람들이 왜 청하 씨를 때리는데요?”“인여경에 문제가 있대요. 사부님이 수련하다가 주화입마에 빠지셨는데 내가 몰래 모함했다고 단정 짓고 있어요. 난 억울해요. 난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요.”홍청하는 창백해진 안색으로 겨우 고개를 내저었다.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맞아도 자신의 결백을 밝히려 했다.“알았어요. 이 일은 나에게 맡겨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올려다봤을 때 눈빛에 싸늘함이 가득했다.“당신네 인여궁 사람들은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다짜고짜 고문부터 해요?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흥! 저년은 속이 음흉하고 사부님까지 해치려 했어.
“감히 우리 궁주님을 모욕해? 오늘 기필코 네 다리를 분질러버리겠다!”풍자 할멈의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날렵한 움직임으로 유진우를 잡으려 했다.본투비 레벨 후기 고수인 그녀의 실력은 궁주인 백수정과 몇몇 장로에 버금갔다.“죽으려고 환장했구나.”풍자 할멈이 유진우를 기습하려 하자 장 어르신의 표정이 확 굳어지더니 갑자기 앞으로 나서서 풍자 할멈에게 주먹을 내뻗었다.쾅!폭발음과 함께 연속 두 걸음 뒷걸음질하고 중심을 잡은 장 어르신과 달리 풍자 할멈은 마치 자동차에 치인 것처럼 십여 미터 날아가 커다란 나무에 부딪혀 피를 콸콸 토해냈다.“뭐야?”그 광경에 인여궁 제자들의 표정이 급변했다.풍자 할멈의 실력은 인여궁에서 5위 안에 들었다. 이 자리에 있는 제자 중에 그녀의 상대가 되는 제자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강자를 삐쩍 마른 노인이 중상을 입히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그 순간 백수정도 슬슬 침착함을 잃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풍우 산장에 이런 엄청난 고수가 숨어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흥! 제 주제도 모르는 것!”장 어르신은 쌀쌀맞게 한마디 내뱉고는 다시 유진우의 뒤에 섰다.“너... 너희들 감히 풍자 할멈을 다치게 해? 이 극악무도한 놈들아!”충격도 잠시 차연주가 또다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유진우, 명령하는데 지금 당장 풍자 할멈에게 사과하고 네 부하를 손바닥으로 내리쳐. 안 그러면 가만 안 둬.”차연주와 말도 섞기 싫었던 유진우는 가볍게 무시하고 백수정을 뚫어지게 보며 냉랭하게 말했다.“궁주님, 일단 이것부터 명확히 아셔야겠어요. 전 인여궁의 제자가 아니라서 궁주님이 마음대로 행동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사람이라면 바른 도리를 알고 있어야죠. 제자가 옳고 그름을 중요시하지 않고 사실을 왜곡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눈감아주시면 언젠가는 후회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충고 하나 할게요. 여긴 제 구역이니 모든 걸 제 말대로 따라야 해요. 손님으로 방문하신 거라면 아주 환
“사부님!”화가 나서 쓰러진 백수정을 본 인여궁 제자들이 화들짝 놀랐다. 재빨리 달려가 약을 먹이고 인중을 누르는 등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중상을 입은 탓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얼른! 얼른 궁주님을 의사 선생님께 모셔가.”풍자 할멈이 소리를 지르며 제자들을 부르자 제자들이 백수정을 업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주화입마에 빠져 다친 건 일반 의사들은 치료하지 못할 텐데... 물론 당신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보수로 1조 원을 준다면 궁주님의 목숨을 살려줄지 생각해볼 수 있어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헛소리 집어치워. 1조 원? 차라리 뺏지 그래?”풍자 할멈이 두 눈을 부릅떴다.“우리 궁주님은 복이 많은 분이라서 아무 일 없을 거야. 설령 목숨이 위험하다고 해도, 죽어서 저승으로 간다고 해도 절대 네놈에게 부탁하러 오진 않아!”“그래요? 그럼 행운을 빌게요.”유진우가 웃을 듯 말 듯 했다.“가자!”더는 유진우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풍자 할멈은 제자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사부님!”홍청하가 쫓아가자 차연주가 그녀를 확 밀어버렸다.“꺼져! 넌 이제 인여궁의 제자가 아니야. 사부님을 가까이할 자격도 없어.”그러고는 갑자기 유진우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너! 너 이번에 날 제대로 건드렸어. 더는 날 좋아할 기회도 주지 않고 평생 후회하게 할 거야!”차연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옷소매를 휘날리며 가버렸다.“병X.”유진우가 두 글자를 내뱉었다. 이 와중에도 나르시시즘에 빠지다니, 정말 미친년이 따로 없었다.“사부님...”떠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홍청하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비 오듯 흘렸다. 인여경 때문에 내부 갈등이 생기고 사제 간의 인연까지 끊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인여궁의 죄인이 돼버렸다.“이런 파벌이라면 하루빨리 떠나는 게 좋아요.”유진우가 위로를 건넸다.“당신은 몰라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홍청하는 슬픔에 울부짖었다.“사부님이 제 목숨을 구해주셨어요.
휴대 전화 너머로 조아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우 씨, 큰일 났어요. 언니에게 일이 생겼어요.”“일이 생겼다고요?”유진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일인데요?”“가문의 보물 창고가 도둑질당했는데 언니가 지금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고 있어요. 사람들이 가법으로 언니를 다스리려 하고 있어요.”조아영이 안절부절못했다.“최대한 버티고 있어요. 지금 당장 갈게요.”유진우는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전화를 끊자마자 장 어르신과 함께 조씨 가문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그 시각 조씨 가문 사당.문 앞을 막아선 한 무리 사람들 때문에 조선미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가문의 어른들은 하나 같이 공분을 참지 못하고 호통쳤다.“조선미, 너 아주 간덩이가 부었구나! 감히 외부인과 결탁하여 가문의 보물 창고를 털어? 양심도 없는 년 같으니라고.”“조씨 가문의 백 년 가업이 너 때문에 절반이나 망했어. 이 죄를 어떻게 책임질 건데?”“짐승만도 못한 년. 조씨 가문에 너처럼 배은망덕한 년이 있다니!”사람들은 삿대질하며 욕설을 마구 퍼부었다. 분노도 분노지만 원망이 더욱 컸다.“전 이미 여러 번이나 설명했어요. 보물 창고를 훔친 적도 없고 외부인과 결탁한 적은 더더욱 없어요. 전 아무것도 모른다고요.”눈살을 찌푸린 조선미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조금 전 쉬려고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조씨 가문의 어른들이 갑자기 문을 박차고 들어와 다짜고짜 그녀를 조상의 사당으로 끌고 갔다. 그러더니 보물 창고를 도둑질했다는 누명까지 씌우고 그녀에게 죄를 인정하라고 했다.“아무것도 모른다고? 웃기고 있네.”조일명이 한 발짝 나서서 싸늘하게 말했다.“보물 창고 열쇠가 두 자루 있는데 하나는 너에게 있고 다른 하나는 작은아버지에게 있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어. 작은아버지는 외출하여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으니 보물 창고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더 있겠어? 그러니까 범인은 너야!”“맞아! 열가 너에게 있는 상황에서 보물 창고가 털렸으니 그 책임을
“헛소리하지 마!”조군수는 조일명이 쥐여준 칼을 확 던져버렸다.“선미의 성품이 어떤지 난 누구보다 잘 알아. 절대 이런 짓을 할 애가 아니야.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해!”딸에게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조군수는 부리나케 달려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자기 딸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광경을 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가법으로 다스리라고? 족장이 집에 없는데 누가 감히 가법을 써?’“작은아버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어요. 성품이라는 게 얼마나 가치가 없는데요.”조일명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보물 창고 열쇠를 작은아버지와 선미만 갖고 있어요. 만약 선미가 아니라면 설마... 작은아버지의 짓인가요?”“무엄하다!”조군수가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난 족장으로서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떳떳해. 절대 가문의 이익에 해가 되는 일 따위 하지 않아.”“그럼 너무 이상하잖아요. 작은아버지도 아니고 선미도 아니라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닌가요?”조일명이 이상한 말투로 비꼬았다. 그의 말에 사람들 모두 의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조군수가 평소 사심이 없고 공정한 사람이라고 해서 조선미가 결백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딸의 안위 문제가 달린 이상 아무리 정직한 사람이라도 공정하게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군수야, 보물 창고를 훔친 건 절대 작은 일이 아니야. 반드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해. 안 그러면 사람들의 화를 가라앉힐 수 없어.”조군해가 진지하게 말했다.“군수야, 네가 딸을 아끼는 마음은 잘 알아. 하지만 가문의 흥망성쇠가 달린 일은 절대 감정적으로 해결해서는 안 돼.”조군표의 표정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맞아요! 대대로 내려온 가업이 무너져서는 안 돼요. 조선미는 외부인과 결탁하여 보물을 훔쳤어요.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그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보물 창고 안의 재산 중에 그들의 몫도 있었다. 그런 창고가 털렸으니 분노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여러분, 진정하세요.
“응?”남자를 보자마자 조군수와 조선미가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고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왔다.“작은아버지, 이 사람을 아시죠?”조일명이 집사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위엄 있는 말투로 말했다.“이 사람이 보물을 훔치고 몰래 도망치려는 걸 마침 제가 잡았어요. 잡아다가 고문하니까 사실대로 다 얘기하고 죄도 인정하더라고요. 이 열쇠가 바로 그 증거예요.”“이봐, 멍하니 서서 뭐 해? 얼른 사람들에게 말해. 이건 네가 속죄할 기회야.”조윤지가 앞으로 나서서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저와 상관없는 일이에요... 상관없다고요.”남자는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고 조선미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큰 아가씨예요. 큰 아가씨가 저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요. 전 그저 명령에 따랐을 뿐이지,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그러고는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렸다.“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내가 언제 너에게 그런 짓을 시켰어?”조선미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큰 아가씨, 다 들킨 마당에 그만 잡아떼세요. 지금이라도 보물을 내놓으면 그나마 벌을 가볍게 받을 수 있어요.”남자가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대체 무슨 배짱으로 날 모함하는 거야?”조선미가 발끈했다. 자신의 부하가 죄를 뒤집어씌워 모함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자칫하다간 죽어도 누명을 벗을 길이 없을 수도 있다.“조선미, 그만 연기해. 증인과 증거가 떡하니 여기 있는데 계속 발뺌할 거야? 그냥 네 죄를 인정해.”조일명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이건 네 마지막 기회야. 계속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고집을 부렸다간 가법으로 다스리는 수밖에 없어.”조윤지가 호통쳤다.“군수야, 족장인 네가 가법으로 다스리도록 해. 절대 사사로운 인정에 얽매여 가법을 어겨서는 안 돼.”조군해가 차갑게 말했다.“가문의 이익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지. 가문의 이익을 해친 자는 우리 조씨 가문의 죄인이야.”조군표가 호통쳤다.“가법!”“가법!”“...
“뭐? 족장 자리에서 물러난다고?”그 순간 현장 전체가 소란스러워졌다.조군수가 족장 직을 맡은 후로 늘 부지런하고 성실했다. 또한 고생도 마다하지 않은 덕에 가문 전체를 아주 질서 정연하게 잘 관리했었다.가문 전체에서 그런 조군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하니 되레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했다.“아빠, 이 일은 저 때문에 일어났어요. 벌을 받아도 제가 받아야죠. 아빠가 저 대신 벌을 받으실 필요 없어요.”조선미가 다급하게 말했다.족장 직을 내려놓고 모든 재산을 상납한다는 건 아버지가 수십 년 동안 일궈놓은 피와 땀이 모두 무너진다는 뜻이었다. 앞으로 다시는 재기할 여지도 없게 된다.“닥쳐. 여긴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야.”조군수가 고개를 돌리고 호통쳤다.권력, 지위, 돈... 이딴 건 딸과 비교하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군수야, 정말 그렇게 하려고?”조군해의 두 눈에 놀라움과 기쁨이 스쳤다가 이내 다시 돌아왔다.“족장 직을 내려놓는다는 건 절대 작은 일이 아니야. 잘 생각해야 해.”조군표는 아래턱을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잘못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죠. 전 이미 결정했으니까 큰형님과 둘째 형님은 말리지 마세요.”조군수가 덤덤하게 말했다.“어휴... 네가 갑자기 그만두면 족장 자리가 비잖아. 이걸 어떡해...”조군해는 일부러 난감한 척했다.“큰형님은 담력과 지혜를 모두 겸비했고 또 가장 연장자시니까 당연히 큰 형님이 족장 직을 맡으셔야죠.”조군수가 말했다.“그... 그건 좀 아니지 않나? 내가 족장 직을 맡으면 사람들의 신망을 얻기 어려울 거야.”조군해는 거절하는 척했다.“형님, 형님이 가문에 세운 공은 사실 군수보다 적지 않아요. 전 형님이 매우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조군표도 나서서 힘을 보탰다.“맞아요. 큰아버지는 담력과 지혜를 겸비하셨고 세운 공도 크시니 족장 자리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려요.”조일명도 맞장구를 쳤다.“아빠, 다들 아빠를 추천하잖아요. 수
“이런 일이 처음이고, 본인도 반성하고 있는 걸 봐서 이쯤 하도록 하지. 하지만 가문의 손해는 네가 책임져야 할 거야. 비연단의 레시피를 내놓는다면 오늘 일은 없던 거로 하지.”“비연단 레시피요? 그건 안 돼요!”조선미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일을 키우기 싫어 양보했을 뿐인데 비연단의 레시피까지 내놓으라고 할 줄은 몰랐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비연단은 그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진귀한 물건이었다. 그 레시피만 있다면 땡전 한푼 없는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선미야, 큰아버지께서는 네게 기회를 주시는 거야. 그냥 받아들여.”조일명이 소리쳤다. 조윤지도 비아냥댔다.“레시피를 안 준다면 가법대로 해야지.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비연단은 돈이 있어도 쉽사리 구할 수 없는 최고의 성형 재료였다. 연간 몇조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데 누구라도 욕심날 법했다.“날 죽여도 레시피만은 안 내놓을 거예요!”“네가 말한 거다?”조윤지의 얼굴이 서늘해졌다.“끌고 가서 패버려!”“네!”경비원 몇 명이 달려와 조선미를 잡아가려 했다. 조군수의 세력이 날로 약해지고 있으니 그 딸인 조선미도 이제 별거 아니었다.“멈춰!”바로 그때 한 사람이 달려 들어와 경호원들을 쓰러뜨렸다. 유진우였다. 그 뒤에는 조아영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여긴 어떻게...”유진우를 본 조선미가 마음이 놓이는 듯 숨을 내쉬었다. 이제 기댈 곳이 생긴 것이다.“하영 씨가 당신이 위험에 처했다 해서 왔어요. 다친 덴 없어요?”“전 괜찮아요, 그런데 아빠가 칼에 찔리셔서...”“아저씨?”유진우는 복부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조군수를 발견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누가 이런 거예요?”“나 스스로 한 겁니다.”“네?”유진우가 어리둥절해졌다. 스스로 자신을 찌르다니, 대체 왜?“그게 말이죠...”조선미가 사건의 경과를 얘기했다. 설명을 들은 유진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내 여자를 모욕하고 조군수를 끌어내린 것도 모자라 가법까지 건드리다니, 때려죽여도 성에 차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