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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선배?”

홍청하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차연주가 그런 말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모든 걸 자신의 공으로 돌려버렸다. 홍청하와 유진우의 수고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너무한 거 아닌가?

“응?”

유진우가 인상을 썼다. 공로 따위를 신경 쓰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은 싫었다.

백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주야, 역시 날 실망하게 하지 않는구나! 네 공을 높이 사, 인여경을 수련한 뒤 네게 전수해 줄게.”

“감사합니다!”

차연주의 표정이 환해졌다. 인여경을 전수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영광이었다.

“선배님, 뭐 잊어버리신 건 없나요?”

홍청하가 넌지시 물어봤다. 어차피 사부님을 위해 한 일이었기에 그녀 자신은 인정받지 못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유진우의 수고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뭐? 내 말이 틀렸어?”

차연주가 서늘한 얼굴로 물어봤다.

‘선배인데, 안 될 게 뭐 있나?’

홍청하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선배님, 인여경은 유진우 씨가 찾은 건데, 그걸 빼먹을 순 없겠죠?”

“응? 청하야, 이상한 말 하지 마. 인여경은 내가 얻은 거야. 말하기 전에, 네 기억이 잘못된 건 아닌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제 기억은 정확해요. 유진우 씨의 공이 컸어요! 제가 직접 봤어요. 유진우 씨가 인여경을 구해주셨어요.”

그 말을 들은 인여궁 제자들의 표정이 묘해졌다. 선배에게 도전하려는 기세였다.

“헛소리 마! 홍청하,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선배, 전 사실대로 말한 것뿐입니다.”

“사실? 하, 이거 하극상이야! 우리가 본 시간이 있는데, 생판 남 때문에 나한테 기어올라?”

그녀는 지금까지 선배라는 신분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부려 먹었다. 누구도 감히 그녀에게 반항하지 못했다. 그런데 홍청하가 공개적으로 그녀를 의심하다니! 위계질서라고는 없는 행동이었다.

“선배, 유진우 씨가 우리를 도와줬는데, 모른 척하면 안 되죠.”

“닥쳐!”

차연주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홍청하의 뺨을 있는 힘껏 때리고는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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