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는 기분 나쁜 듯 눈을 부릅떴다. 지금까지 보는 사람마다 그를 도련님이라 불렀다. 직접 이름을 부르다니, 너무 건방졌다.“당신이 이원기였군.”목표를 확인한 남자의 눈이 번뜩 빛나더니 손에 든 칼로 이원기를 찔렀다.커헉!날카로운 칼이 이원기의 배를 찔렀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다짜고짜 사람을 찌르다니, 미친 거 아닌가?“악!”이원기가 비명을 지르고는 뒷걸음질 쳤다. 그는 겁에 질린 얼굴로 배를 부여잡고 물었다.“당신들... 뭐야?”“널 죽이러 왔지.”복면을 쓴 남자들이 살기 어린 눈으로 점점 이원기에게 다가갔다.“난 당신들과 아는 사이도 아닌데, 왜 날 죽이는데?”이원기가 식은땀을 흘리며 물었다. 선두에 선 남자가 외쳤다.“돈을 받았으면 일을 해야지. 유청, 유 도련님께 죄를 지었으니 죽어!”“그게 누군데? 난 전혀 모르는 사람이야. 잘못 안 거 아니야?”“지금 발뺌하는 거야? 유 도련님은 신의문 사람이야. 지난번에 약신궁에서 도련님 얼굴 망쳤잖아. 벌써 잊어버린 거야?”“난 정말 몰라, 사람 잘못 본 게 분명해!”이원기는 곧 울 것 같았다.‘어디서 온 놈들이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구 죽이려 들다니.’“허튼소리 그만해! 넌 이제 죽은 목숨이야!”남자가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달려들었다.“멈춰!”한 여자가 남자의 앞을 막아서고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미친놈들! 도련님이 누군지 알아? 도련님 집안이 얼마나 빵빵한 줄 알아? 너희 오늘...”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칼을 휘둘러 단칼에 여자를 베어버렸다. 피가 온 책상에 튀었다.“아!”다른 여자들이 소리를 내지르며 혹여나 불똥이 튈까 이원기에게서 멀리 떨어졌다.“죽여!”복면 쓴 남자들이 두말없이 칼을 들고 이원기를 찔렀다. 이원기는 금세 이곳저곳을 찔려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빌어도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유청?”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유청을 때릴 때 이원기의 이름을 언급한 게 이렇게 돌아
이원기가 처참한 모습으로 죽었다. 괴한들은 이원기를 죽인 뒤 바로 떠났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유진우는 복수를 했을 뿐만 아니라 2조 원짜리 인여경까지 얻었다. 일거양득이었다.방금 봤던 가면 쓴 남자가 아마 얼굴이 망가진 유청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큰 반응을 보일 리 없었다.“세 분, 축하드립니다.”황성태가 웃으며 말했다.“덕분에요.”유진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방금 황성태는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면서 인여경을 다시 가져오려 했었다. 하지만 인여경은 돌고 돌아 유진우의 손에 들어갔다.“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황성태가 공손하게 물었다.“유진우입니다.”“진우 씨, 보아하니 일반인은 아닌 것 같은데, 앞으로도 잘해봅시다.”“어떻게 하실 생각인데요?”“저흰 정보를 수집하고 진귀한 보물들을 팔아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도와드리겠습니다.”“그래요? 지금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답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그럼요.”“첫 번째, 황보 가문 맹주님을 죽인 범인을 알고 싶습니다. 두 번째, 칠색 영지에 대해 아는 게 있다면 그 정보를 사고 싶어요. 값은 부르는 대로 드리겠습니다.”이렇게 빨리 인여경을 찾을 수 있다는 건 황성태가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의 정보라면 뭔가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네,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뭔가 있다면 바로 알려드리죠.”“네, 감사합니다. 그럼.”유진우는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는 두 사람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하하하... 1원도 안 쓰고 인여경을 가져오다니, 너무 잘됐어요!”홍청하는 흥분이 극에 달했다. 못 사는 줄 알았는데 너무도 뜻밖이었다.“이거 좀 이상한데요.”인여경을 손에 든 유진우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각종 책을 보며 자랐다. 이 책의 수련 방법은 예전에 한 책에서 보고 심지어는 달달 외우기까지 한 것이었다. 다만 그 책의 이름은 인여경이 아니었다.또한 그가 손에 든 인여경은 내용도 완전하지 못했다. 누가 봐도 이상했다.
“그냥 한 번 말해본 거예요, 싫으면 말고요.”유진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인여경은 여자만 수련할 수 있었기에 그에게는 별 쓸모가 없었다. 그저 궁금할 뿐이었다.“그럼 됐어요.”홍청하가 숨을 돌렸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여경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그의 공이 컸다. 돌아가서 사부님한테 잘 말해 그에게 상을 주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20분 뒤.차가 풍우 산장 문가에 멈춰 섰다. 세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차연주가 제자 몇 명을 데리고 그들을 마중 나왔다.“청하야, 인여경을 구했다며? 어디 있어? 빨리 보여줘!”“여기 있어요.”홍청하가 인여경이 든 상자를 넘겨줬다. 차연주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너무 잘됐네.”“축하드려요!”제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다 너희들 덕분이지.”차연주가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오늘은 유진우 씨 공이 컸어요.”“응?”차연주가 유진우를 흘깃 보고는 이내 말을 이었다.“못 참겠나 봐? 남자들은 다 똑같아, 솔직하지 않아.”유진우가 곧바로 정정했다.“말은 똑바로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당신 때문에 이렇게 한 건 아니에요.”“아직도 고집부려? 나 안 좋아한다면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건데? 다 알아, 아닌 척하지 마.”“...”유진우는 말문이 막혔다. 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모르겠다. 어떤 일이나 모두 자신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다니.차연주가 거만하게 말했다.“됐어, 날 위해 수고해 준 걸 봐서 전의 일은 얘기하지 않는 거로 해. 오늘부터 나한테 잘해줄 수 있게 해줄게.”“뭐 해? 감사 안 하고?”“우리 선배한테 잘해줄 수 있는 건 네 행운이야. 영광으로 생각해!”몇몇 제자들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유진우는 그들을 상대하기도 싫었다.‘미친 사람들.’“무슨 일이야?”이때 예복을 차려입은 백수정이 한 할머니와 함께 걸어 나왔다. 왕비처럼 당당한 모습이었다.“사부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인여경을 찾았습니다!”차연주가 기쁜 얼굴로 인여경을 두 손에 받쳐 들었다.“그래?”
“선배?”홍청하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차연주가 그런 말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모든 걸 자신의 공으로 돌려버렸다. 홍청하와 유진우의 수고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너무한 거 아닌가?“응?”유진우가 인상을 썼다. 공로 따위를 신경 쓰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은 싫었다.백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연주야, 역시 날 실망하게 하지 않는구나! 네 공을 높이 사, 인여경을 수련한 뒤 네게 전수해 줄게.”“감사합니다!”차연주의 표정이 환해졌다. 인여경을 전수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영광이었다.“선배님, 뭐 잊어버리신 건 없나요?”홍청하가 넌지시 물어봤다. 어차피 사부님을 위해 한 일이었기에 그녀 자신은 인정받지 못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유진우의 수고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뭐? 내 말이 틀렸어?”차연주가 서늘한 얼굴로 물어봤다.‘선배인데, 안 될 게 뭐 있나?’홍청하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선배님, 인여경은 유진우 씨가 찾은 건데, 그걸 빼먹을 순 없겠죠?”“응? 청하야, 이상한 말 하지 마. 인여경은 내가 얻은 거야. 말하기 전에, 네 기억이 잘못된 건 아닌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제 기억은 정확해요. 유진우 씨의 공이 컸어요! 제가 직접 봤어요. 유진우 씨가 인여경을 구해주셨어요.”그 말을 들은 인여궁 제자들의 표정이 묘해졌다. 선배에게 도전하려는 기세였다.“헛소리 마! 홍청하,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선배, 전 사실대로 말한 것뿐입니다.”“사실? 하, 이거 하극상이야! 우리가 본 시간이 있는데, 생판 남 때문에 나한테 기어올라?”그녀는 지금까지 선배라는 신분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부려 먹었다. 누구도 감히 그녀에게 반항하지 못했다. 그런데 홍청하가 공개적으로 그녀를 의심하다니! 위계질서라고는 없는 행동이었다.“선배, 유진우 씨가 우리를 도와줬는데, 모른 척하면 안 되죠.”“닥쳐!”차연주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홍청하의 뺨을 있는 힘껏 때리고는 외쳤다.
“사부님, 인여경은 큰 선배님이 구해오신 게 맞습니다. 제가 증언할 수 있어요.”“맞아요. 전부 큰 선배님의 공이지, 저 남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청하 선배가 잘못 기억한 거 아니에요?”몇몇 인여궁의 제자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보태며 차연주의 편을 들었다.“너... 너희들!”홍청하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후배들이 선배처럼 입 싹 닫고 헛소리를 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막무가내도 이런 막무가내가 없었다.“청하야, 들었지? 사람들의 눈은 속일 수가 없어. 어디 한번 계속 변명해 봐!”차연주는 우쭐거리며 비웃었고 마치 하찮은 인간을 쳐다보듯 했다.인여궁에서 사부와 장로 몇 명 말고는 그녀의 뜻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릇된 일도 그녀가 옳다고 하면 옳은 것이었다.“사부님, 제발 제 말 좀 믿어주세요. 전 거짓말하지 않았어요.”여전히 내키지 않았던 홍청하는 사부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길 바랐다.“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다 네가 틀렸다고 하는데 널 어떻게 믿어?”백수정이 냉랭하게 말했다.“너 얼굴에 피곤이 가득한 게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다른 일 없으면 방에 가서 쉬어.”그러고는 곧장 몸을 돌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사부님!”다급해진 홍청하가 백수정의 옷소매를 덥석 잡았다.“전 정말 거짓말하지 않았어요. 선배님이...”“닥쳐!”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백수정이 홍청하의 얼굴을 가차 없이 후려갈겼다.짝!찰진 소리와 함께 홍청하는 비틀거리며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제대로 서 있지조차 못했다.“감히 선배를 헐뜯고 어른도 윗사람도 안중에 두지 않아? 혼내지 않으니까 점점 기어오르는구나. 여기서 무릎 꿇고 해가 지기 전에는 일어날 생각 하지도 마!”백수정의 낯빛이 어두워졌고 말투도 아주 날카로웠다.“사부님...”홍청하는 얼굴을 부여잡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그저 사실을 바로잡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게 그렇
“진우 씨, 미안해요. 내가 도움이 안 됐어요.”홍청하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자책했다.“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어요. 진우 씨가 고생했는데 결국에는 아무 보수도 얻지 못했네요.”“보수 같은 건 아예 생각한 적도 없었어요. 그나저나 청하 씨는 인여궁을 떠날 생각이 없어요?”유진우가 갑자기 물었다.조금 전 홍청하가 맞았을 때 기분이 불쾌했지만 나서지 않았다. 첫째는 이건 인여궁 내부의 갈등이고 둘째는 홍청하가 눈앞의 현실을 하루빨리 알아차리길 바라서였다.“떠난다고요? 왜요?”홍청하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인여궁은 기풍이 바르지 않아요. 그리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데... 아무튼 청하 씨 같은 사람이 있기에는 어울리지 않아요.”유진우가 직설적으로 말했다.“이봐요! 우리 사부님을 모욕하지 말아요.”홍청하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내 말이 틀렸어요? 진실도 바로잡지 않고 막무가내인 파벌인데 앞날이 있다고 생각해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사부님이 나한테 얼마나 잘해주시는데요. 진우 씨가 몰라서 그래요.”홍청하가 설명했다.“이렇게 순진해서야 원. 사부라는 사람이 진심으로 청하 씨를 아낀다면 억울한 일을 당하게 했겠어요?”유진우가 피식 웃었다.“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도 청하 씨의 선배 편을 들어줬어요. 심지어 가장 큰 공을 세운 청하 씨더러 문 앞에 무릎까지 꿇으라고 모욕을 줬어요. 이게 사부라는 사람이 할 짓인가요?”“그만 해요! 사부님은 절대 진우 씨가 생각하는 그런 분이 아니에요.”홍청하가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그래요. 그럼 어디 두고 봅시다.”유진우는 덤덤하게 웃기만 할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날 밤, 풍우 산장.“으악!”갑자기 처참한 비명이 밤하늘을 가르고 산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비명을 지른 사람은 다름 아닌 인여궁의 궁주 백수정이었다.인여궁의 제자들이 소리를 듣자마자 일제히 사부의 거처로 달려갔다. 그들이 마당에 들어섰을 때 백수정은 바닥에
“흥! 아직도 모르는 척이야? 네가 나쁜 마음을 품지 않았더라면 궁주님이 왜 다쳤겠어?”풍자 할멈이 사납게 몰아붙였다.“아니에요. 진짜 저 아니에요.”홍청하가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전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인여경을 구하자마자 바로 선배님께 드렸다고요!”“닥쳐!”그녀의 말에 차연주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홍청하에게 냅다 달려가 양쪽 뺨을 후려갈기고는 욕설을 퍼부었다.“이 천한 년이 감히 날 모욕해? 네가 장난질한 거잖아!”“맞아! 네가 인여경을 선배님께 드리는 걸 우리가 똑똑히 봤어.”“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네가 사부님을 해칠 정도로 간덩이가 부었을 줄은 몰랐어.”인여궁의 한 무리 제자들이 홍청하를 탓하기 시작했다.“아니에요. 저 아니에요. 전 절대 사부님을 해치지 않아요.”조급해진 홍청하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꿈쩍도 할 수가 없었다.“천한 년이 아직도 변명을 지껄여? 매운맛을 보기 전까지는 인정하지 않을 기세구나? 여봐라, 이년에게 고문을 가해!”풍자 할멈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몇 명의 집행 제자들이 홍청하를 강제로 바닥에 눌렀다. 잠시 후 누군가 고추 물을 바른 쇠 채찍을 들고 왔다.쇠 채찍은 특수 제작한 것인데 선천적인 진기를 망가뜨릴 수 있고 몇 대만 맞으면 아무리 강한 본투비 레벨 고수라도 버티지 못한다.“한 번만 더 묻겠다. 네 죄를 인정하겠어?”풍자 할멈이 사납게 물었다.“아니요!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전 억울해요.”홍청하는 이를 꽉 깨물고 절대 뜻을 굽히지 않았다.“흥,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 고문 시작해!”풍자 할멈은 더는 쓸데없는 말 없이 손을 흔들었다.“네!”대답을 마친 집행 제자가 쇠 채찍을 힘껏 휘둘렀다.짝!찰진 소리와 함께 뾰족한 가시가 달린 쇠 채찍이 홍청하의 등에 내리쳐졌다. 순식간에 옷이 찢기고 피부가 찢어지면서 시뻘건 피로 물들었다.홍청하는 이를 꽉 깨물고 주먹을 불끈 쥔 채 억지로 버텼다.짝! 짝! 짝!집행 제자는 가차 없
나서서 홍청하를 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장 어르신이었다.유진우가 소리를 지르자 장 어르신이 재빨리 나타나 쇠 채찍을 분질러버렸다.“무엄하다!”“간덩이가 제대로 부었구나!”두 사람이 제지하자 인여궁의 제자들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검까지 뽑아 들고 달려들 기세였다.유진우는 옆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앞으로 다가갔다. 온몸이 만신창이인 데다가 숨이 간들간들 붙어있는 홍청하를 본 순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공을 가로채는 것쯤은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일이 터지니까 누명을 씌우는 건 물론이고 고문까지 가했다. 정말 사람을 괴롭혀도 적당히 괴롭혀야지.“같은 파벌 사람끼리 이렇게까지 심하게 때리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해요?”주변을 둘러보는 유진우의 눈빛이 날카롭기 그지없었다.“우린 지금 배신자에게 엄벌을 내리는 중이니 제삼자는 당장 꺼져!”풍자 할멈이 경고를 날렸다.“여긴 제 구역입니다. 일이 터지면 당연히 저와 상관이 있죠.”유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이봐! 명령하는데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마. 괜히 불똥 튀고 싶지 않으면.”차연주가 유진우를 노려보며 말했다.유진우는 그녀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웅크리고 앉아 허약한 홍청하를 부축한 후 상처 치료에 좋은 기혈단을 한 알 먹였다.“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저 사람들이 왜 청하 씨를 때리는데요?”“인여경에 문제가 있대요. 사부님이 수련하다가 주화입마에 빠지셨는데 내가 몰래 모함했다고 단정 짓고 있어요. 난 억울해요. 난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요.”홍청하는 창백해진 안색으로 겨우 고개를 내저었다.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맞아도 자신의 결백을 밝히려 했다.“알았어요. 이 일은 나에게 맡겨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올려다봤을 때 눈빛에 싸늘함이 가득했다.“당신네 인여궁 사람들은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다짜고짜 고문부터 해요?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흥! 저년은 속이 음흉하고 사부님까지 해치려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