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문이 열리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문으로 쏠렸다. 상복을 입은 남자가 살기 어린 눈으로 걸어들어왔다. 그 차가운 표정과 눈빛에 사람들은 소름이 돋았다.“유진우? 네가 어떻게 왔어?”장경화가 인상을 썼다. 유진우를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와서 공짜로 한 끼 먹고 가려는 건 아니겠지?“어디가 잘못된 건가, 상복을 입고 생일파티에 오다니, 불길하게!”단소홍이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좋은 날에 상복이 웬 말이야?’“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진짜 왔네.”강백준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며칠 뒤 다시 처리하려 했는데, 이렇게 빨리 나타나 줄 줄은 몰랐다.“진우 씨?”이청아의 눈이 반짝 빛나더니 급히 문 쪽을 쳐다보았다. 유진우가 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와줬다. 유진우에게 이청아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진우 씨 왔구나. 그럴 줄...”이청아가 웃으며 입을 떼려는데, 마침 유진우의 차가운 눈빛을 보았다. 순간 그녀는 굳어졌다. 이렇게 차가운 눈빛은 본 적 없었다.유진우는 이청아를 슬쩍 보고는 더 이상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채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모르는 사람을 본 듯 무심했다.이청아는 입을 벙긋거렸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백준!”유진우의 눈길이 강백준에게 고정됐다.“나 불렀어?”강백준은 자리에 앉아 턱을 살짝 들어 올린 채였다. 그의 눈빛에서 경멸과 비웃음이 보였다.“강백준, 나쁜 일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오늘이 네 제삿날이 될 거야.”“웃기는 소리! 강 장군님께 까불다니, 살고 싶지 않나 봐?”사람들은 모두 화가 나 씩씩거렸다. 강백준에게 잘 보일 기회를 그냥 날릴 순 없었다.“뭐 하는 거야? 네 옷 좀 봐. 축하하러 온 거야, 저주하러 온 거야?”장경화가 화를 내자 단소홍이 맞장구를 쳤다.“유진우!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야. 당장 꺼져!”“오늘 일은 당신들과 상관없는 일인데, 꼭 강백준 편을 들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절대 안 봐 드릴 겁니다.
“여봐라! 당장 가서 저 짐승 같은 놈을 잡아!”정신을 차린 장경화가 포효하듯 소리를 질렀다. 곧이어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사방에서 우르르 몰려왔고 저마다 전기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가서 잡아!”명령이 떨어지자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한꺼번에 유진우에게 달려들었다. 유진우가 한쪽 손을 휙 휘두르자 은침 한 줄이 질서 정연하게 날아갔다.경호원들은 유진우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하나같이 배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울부짖었다.눈 앞에 펼쳐진 괴이한 광경에 주변 사람들은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두려워 뿔뿔이 흩어졌다. 조금 전까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떠들어대던 장경화도 더는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오늘의 유진우는 평소와 사뭇 달랐다. 눈에 뵈는 게 없었고 아주 매정했다.“강백준, 오늘 네 제삿날이 될 거야. 아무도 널 구하지 못해!”유진우는 고개를 돌려 날카롭고 살벌한 눈빛으로 강백준을 쏘아보았다.“아주 미쳐 날뛰는구나!”그때 옆에 있던 한 장발의 남자가 갑자기 상을 탁 치며 일어났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유진우를 쏘아보았는데 물러설 기색이 전혀 없었다.“넌 또 누구야?”유진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난 귀멸사 정혁이다.”장발의 남자가 이름을 얘기한 순간 현장이 떠들썩해졌다.“세상에나! 귀멸사 정혁이라고? 그자가 여긴 어쩐 일이야?”“정혁이 누구야? 실력이 강해?”“강하다 뿐이겠어? 저 사람은 스카이 랭킹 3위인 강자야. 강남의 젊은 세대 중에서 정혁의 상대가 거의 없을걸?”“대박! 스카이 랭킹 3위라고? 그런 거물이 왜 여기에 있어?”정혁의 명성을 들은 후 나름 식견이 넓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강북과 강남에 무사들이 많긴 하지만 스카이 랭킹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무사는 손에 꼽힐 정도로 아주 적었다. 그리고 스카이 랭킹 10위 안에 든 고수는 대부분 연경에 있었다.정혁 같은 고수들은 강남에 거의 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런 도전성이 없으니까.“장군님, 저 사람
“으악...”천장에 꽂힌 정혁을 보며 사람들은 모두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하나같이 입을 쩍 벌리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으며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갑자기 이런 변고가 생길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상대는 스카이 랭킹 3위인 귀멸사 정혁이다. 이런 최고의 강자가 강남에 왔다면 강남 바닥을 휩쓸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그런데 고작 주먹 한 방에 맥없이 날아가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몸 절반이 천장에 꽂혀 내려오지도 못했다.설마 짝퉁 귀멸사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맥을 못 춘다는 게 말이 안 되었다.“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정혁이... 날아갔어?”“X발, 저 자식 어디서 온 괴물이야? 귀멸사 정혁까지 상대가 안 되다니!”“말도 안 돼... 너무 어이없는데?”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현장 전체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다들 유진우를 괴물을 쳐다보듯 했고 혹시라도 그의 눈에 띌까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말... 말도 안 돼. 정혁이 졌어?”강백준의 얼굴에 지어졌던 미소도 완전히 사라졌고 그 대신 놀라움과 경악으로 가득 찼다.정혁의 실력이 어떠한지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조금 전 선보인 공격은 그의 필살기였다. 이치대로라면 그 공격을 받으면 유진우는 바로 즉사해야 했다. 그런데 왜 눈 깜짝할 사이에 상황이 역전된 거지? 조금 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단 1초에 정혁을 해결하다니, 저 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부관은 두려움에 떨며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군인 무사인 그는 스카이 랭킹 3위의 실력이 어떠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연경에서도 손꼽히는 일류 고수일 것이다.이런 존재가 단 일격에 패했으니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강백준, 인제 네 차례야.”정혁을 해결한 후 유진우의 싸늘한 눈빛이 또다시 강백준에게 향했다. 겁에 질린 강백준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인마! 경고하는데 함부로 나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강씨 가문의 도련님이자 용국의 소장이야. 내 털끝 하나라도 건
“거기 서!”그때 이청아가 갑자기 앞을 막아서며 소리를 질렀다.“진우 씨,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오늘은 우리 엄마 생신인데 오자마자 다짜고짜 난장판을 만들어? 당신 날 안중에 두기나 해?”“이건 나와 강백준의 일이야. 당신과는 상관없어.”유진우의 표정이 냉랭하기 그지없었다.“왜 나와 상관없어? 우리 엄마를 때리고 소란을 피우고 있는데 가만히 놔둘 것 같아?”이청아의 예쁘장한 얼굴이 얼음장같이 차가웠다.유진우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난동을 부리며 주먹을 날렸다. 계속 이대로 내버려 뒀다간 일이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지도 모른다.“청아 씨와 나 사이의 원한은 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은 일단 물러나 있어.”유진우가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이젠 그의 인내심도 슬슬 바닥나기 시작했다.“물러서지 않겠다면? 설마 나도 때리려고?”이청아가 몰아붙였다.“내 인내심을 테스트하지 마.”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렸고 눈빛도 아주 서늘했다.“진우 씨, 대체 언제 이렇게 변한 거야? 내가 알던 그 사람 맞아?”이청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진우가 이렇게도 매정하게 말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동안 쌓인 정 같은 건 아예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난 늘 이랬어. 당신이 보는 눈이 없어서 그렇지.”유진우가 매정하게 쏘아붙였다.“이... 나쁜 자식아!”분노가 치밀어 오른 이청아가 손찌검을 날리려 하자 유진우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고 냉랭하게 말했다.“당신은 지금 나에게 손댈 자격이 없어. 난 당신에게 빚진 게 없으니까 저리 물러가 있어.”그러고는 그녀를 옆으로 밀어냈다. 순간 중심을 잃은 이청아는 비틀거리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하얗고 부드러운 손에 시뻘건 손가락자국이 선명하게 생겼다.“뭐야?”유진우의 시선이 다시 강백준에게 향했을 때 강백준은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던 틈을 타서 도망치고 말았다.“X발!”유진우의 표정이 확 어두워지더니 곧바로 쫓아나갔다. 그런데 얼마 못 가 이청아가 다시 앞을 막아섰다.“진우
“빨리! 더 빨리! 그 자식 거의 쫓아온다고. 액셀 더 밟아!”검은색 벤츠 한 대가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었다.강백준은 끊임없이 다그치면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에 겁에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그런데 조금 전 겨우 도망친 후 얼마 도망치지도 못하고 또 누가 쫓아오는 걸 발견했다. 뒤차가 어찌나 끈질기게 달라붙는지 아무리 떼어놓으려고 해도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하여 운전기사에게 계속 빨리 달리라고 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강백준은 유진우에게 잡히면 절대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X발, 정말 미친놈이야. 천한 목숨 하나 가지고 이렇게까지 물고 늘어진다고? 내가 연경으로 돌아가면 바로 군대를 동원해서 강린파인지 뭔지 하는 그 잡것들을 전부 다 죽여버릴 거야.”강백준은 입으로는 욕설을 퍼부었지만 이마에는 식은땀이 멈추지 않았다.오늘처럼 이렇게 초라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늘 큰소리치며 다니던 강씨 가문의 직계이자 용국의 소장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그리고 문제는 근위병마저 전부 잃었다는 것이다. 실력이 가장 강한 정혁마저도 주먹 한 방에 천장에 꽂혀 지금까지도 내려오지 못했다.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미친 듯이 도망치는 것밖에 없었다. 물론 연경으로 돌아가면 자기 구역이니 다시 큰소리를 칠 수 있다. 유진우의 실력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연경에서는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될 뿐이다.“도련님, 점점 더 많은 차가 쫓아오고 있어요. 계속 이대로 뒀다간 연경으로 못 갈 수도 있어요.”운전기사가 갑자기 당황해하며 말했다. 백미러로 점점 많은 차가 그들을 포위하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X발, 정말 끈질기네.”더는 머뭇거릴 겨를이 없었던 강백준은 휴대 전화를 꺼내 구원 요청을 보냈다.그 시각 연경의 강씨 저택.“뭐? 쫓기고 있다고?”위엄이 넘치는 한 중년 남자가 전화를 든 채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사람이 바로 강씨 가문의 둘째이자 강백준의 아버지 강성덕이었
강백준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노발대발했다. 하필 생사가 오가는 중요한 순간에 기름이 없다니, 그더러 죽으라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도련님, 어떡하죠?”거의 바닥난 기름을 보며 운전기사는 땀을 뻘뻘 흘렸다. 주변이 온통 허허벌판이라 숨을 곳도 없었다.“조금만 더 버텨. 지원병이 곧 도착해.”강백준이 이를 꽉 깨물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지원병이 제때 도착하길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만약 제때 도착하지 못한다면 결과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10분 후, 검은색 벤츠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다가 결국 길가에 멈춰 섰다. 그 순간 승합차 십여 대가 우르르 몰려와 벤츠를 물샐틈없이 포위했다.차 문이 열리자 강린파의 엘리트 고수 수십 명이 기세등등하게 내렸다. 어떤 이는 총을 들고 어떤 이는 칼을 쥔 채 그를 호시탐탐 노려보고 있었다.유진우는 장 어르신의 칼을 건네받고 벤츠 앞으로 다가가 발을 보닛 위에 올려놓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차 안의 강백준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내려서 내 칼을 받아.”“인마, 함부로 나대지 마. 내 지원병이 곧 도착해.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여기 있는 놈들 전부 다 죽을 거야.”강백준이 흉악스러운 표정으로 협박했다.“불 질러서 차를 태워버려.”더는 그와 쓸데없는 얘기를 섞고 싶지 않았던 유진우는 바로 명령을 내렸다.“태워버려!”장 어르신이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기름을 가져와 벤츠에 냅다 부었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성냥에 불을 붙여 벤츠에 던져버렸다.화르르!불길이 순식간에 자동차 전체를 집어삼켰고 사나운 기세로 하늘 위로 치솟았다.“절 죽이지 말아주세요! 제발요.”당황한 운전기사가 재빨리 차에서 내려 무릎 꿇고 손이야 발이야 빌었다. 강백준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차 문을 걷어차고 부랴부랴 도망쳤다.“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장 어르신이 앞으로 달려가 강백준을 단번에 제압했다. 마스터급 이하의 무사 중에 본투비 대원만 고수인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강백준 같은 보잘것없는 실력을
“인제야 잘못한 걸 깨달았어? 네가 사람을 해칠 땐 오늘이 있을 줄 생각 못 했어?”머리를 조아리며 손이야 발이야 비는 강백준을 보고 있는 유진우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고 두 눈에 찬 살기도 여전히 그대로였다.“내가 잠깐 머리가 어떻게 되었었나 봐. 사과할게. 그러니까 넓은 아량으로 한 번만 용서해 줘. 날 놓아주면 앞으로는 정말 인간답게 살게.”강백준이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렸고 한 마리의 개처럼 비굴하기 그지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존심 따위 다 버렸다. 목숨만 부지할 수 있다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었다.“왜 내가 너에게 인간답게 살 기회를 줄 거라고 생각해?”유진우가 싸늘하게 물었다.“나... 돈도 있고 인맥도 있어. 목숨만 살려준다면 그 어떤 조건이든 다 들어줄게.”강백준은 유진우를 회유하려 했다.“난 다른 조건 없어. 그저 네가 죽길 바랄 뿐이야.”유진우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죽이지만 말아줘! 제발. 날 살려두면 나중에 쓸모가 있을 거야. 널 더 높은 자리에 앉힐 수 있고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줄게.”당황한 강백준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되도록 울었다. 만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그 모습은 진작 사라지고 없었다.“관심 없어.”유진우는 다시 한번 칼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강백준의 등을 베었는데 기다란 상처가 생겨났다.그는 강백준을 바로 죽일 생각이 없었다. 죽을 때까지 공포와 고통이 무엇인지 제대로 맛보게 할 생각이었다. 하여 강백준이 아무리 빌고 처참하게 울부짖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것이었다.유진우는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게 강백준의 몸을 여기저기 찔렀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강백준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고 피를 철철 흘렸다.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유진우가 급소를 전부 다 피했다는 것이다. 강백준에게 더 많은 고통을 주려고 심지어 침을 놓고 약까지 먹이면서 지혈해 주었다.칼에 백여 번이나 찔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몰골이었지만 여전히 힘이 남았고 단지 비명만 처참할 뿐이었다.
적외선 빛이 유진우의 몸에 빼곡하게 나타났다.“셋...”안 장관이 손을 들고 카운트다운하기 시작했다. 말투가 매우 느리긴 했지만 위압감만큼은 아주 강했다. 특히 수많은 무장 병사들까지 더해져 더욱더 위압적이었다.“하하, 인마, 넌 결국에는 날 죽이지 못해. 네가 머리를 짜내서 날 상처투성이로 만들어버린들 어쩌겠어? 내가 죽지 않는 한 가문의 자원만 있으면 언제든지 다시 회복할 수 있어. 그런데 넌? 이젠 도마 위에 오른 물고기 신세가 돼버렸잖아. 내 말 한마디면 넌 바로 목이 날아갈걸? 일이 왜 이렇게 된 줄 알아? 네가 천민이어서 그래.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건 변함없는 사실이야. 천민이면 천민답게 굴어야지. 개미 새끼 한 마리 주제에 감히 나에게 덤벼?”강백준이 흉악스럽게 웃었다. 안 장관이 나타난 후로 그는 마치 승리를 손에 거머쥔 듯 배짱이 두둑해졌다.“강백준, 네 말이 맞긴 한데 아쉽게도 한 가지가 틀렸어.”유진우가 불쑥 말했다.“그게 뭔데?”강백준이 잠깐 멈칫했다.“너의 생사는 내 손에 달려있어.”말을 마친 유진우는 가차 없이 칼을 휘둘렀다.“안 돼!”“멈춰!”성난 목소리가 연이어 들려왔지만 이미 늦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강백준의 목을 스치고 말았다.“너... 너 감히...”강백준이 두 눈을 크게 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목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뿜어져 나오면서 목이 툭 떨어졌고 마치 공처럼 바닥에서 몇 바퀴 구르고 나서야 멈췄다.죽기 직전까지도 강백준은 유진우가 진짜로 자신을 죽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무주의 장관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이 녀석은 정말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인가?“너... 너... 이 미친놈! 짐승만도 못한 놈아, 감히 강 장군님을 죽여? 오늘 그 누가 와도 널 구하지 못해! 총 쏴! 당장 쏴!”정신을 차린 안 장관이 노발대발했다. 그런데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칼이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꼼짝 마!”장 어르신은 한 손에